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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무능력과 불신 키워
[Special Report] 컨설턴트 공화국- ② 결과
[109호] 2019년 05월 01일 (수) 스벤 베커 등 economyinsight@hani.co.kr

스벤 베커 Sven Becker
디나 데크슈타인 Dinah Deckstein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마르셀 로젠바흐 Marcel Rosenbach
토마스 슐츠 Thomas Schulz
볼프 비트만슈미트 Wolf Wiedmann-Schmidt
<슈피겔> 기자

 

 
▲ 정보화 계획, 고속도로 통행비 징수, 난민 신청자 관리, 수도·전기 등의 민영화 지원, 국공립어린이집 확대 방안 등의 업무까지 컨설팅업체가 개입하면서 정부 부처 내에서 컨설팅업체들의 입김이 점점 커지고 있다. 세계적인 독일계 컨설팅회사 롤랜드버거의 창립자 롤랜드 버거. REUTERS

매킨지는 1926년 미국 시카고에서 경제학자이자 공인회계사인 제임스 매킨지가 설립했다. 1937년 사망한 설립자는 회사 이름을 부여한 것 이상의 족적은 남기지 않았다. 그의 후임자인 경제변호사 마빈 바우어가 헌신적 공동체라는 매킨지의 현 기업 비전을 만들었다. 
매킨지는 ‘가장 어려운 문제만을 해결한다’는 기업 비전에 충실하고자 오로지 최고경영자(CEO)나 정부 대표급에만 컨설팅을 해왔다. 한 예로 매킨지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에게 정부 내각 구성을 조언하기도 했다. 이후 매킨지는 미국 정부의 용역 의뢰로 항공우주국(NASA) 조직을 설계하고, 백악관을 구조조정했으며, 중앙정보국(CIA)과 펜타곤(국방부)까지 주요 정부 부처에 자문 서비스를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매킨지에 ‘잔인한 컨설팅 기계’라는 이미지가 고착됐다. 그럼에도 매킨지 임원 경력은 훌륭한 스펙으로 통한다. 첼시 클린턴,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 책임자,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 책임자 등이 매킨지 컨설턴트로 일한 바 있다. 독일에서는 다임러에서 루프트한자, 알리안츠에서 포스트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대기업 임원이 매킨지 경력을 갖고 있다. 
2019년 2월 새 글로벌 회장으로 선출된 케빈 스니더는 “독일이 매킨지 유럽 비즈니스의 앵커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는 “매킨지가 유럽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 것이 중요하며, 공공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공공부문과 협력하는 것은 시민들에게 봉사한다는 의미다. 우리는 매킨지 독일지사의 야심만만한 목표도 깊이 신뢰한다”고 덧붙였다. 
매킨지가 공공부문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 것만으로 대중의 분노를 산 것은 아니다. 기업과의 협력에서도 실수가 있었다. 값비싼 컨설팅 서비스를 받았음에도 스위스 에어항공사는 파산을 면치 못했고, 제너럴일렉트릭은 업계 내 영향력을 잃었으며, 에너지 대기업 엔론은 파국을 피하지 못했다. 
이런 판단 착오에도 매킨지 임원진의 이미지에는 흠집을 내지 못했다. 매킨지가 정치권과 협력할 때는 더욱 그러했다. 대통령 후보일 때 밋 롬니는 미국 정부를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라는 인터뷰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매킨지에 자문하겠다.”

정부 부처 영혼 사라져
컨설턴트들이 수십 년 전부터 공공부문에 개입하는 미국에서는 이런 발언이 새삼스럽지 않다. 반면 독일에서 대형 컨설팅업체들은 1990년대 후반까지 공공부문 사업에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 통일로 상황이 바뀌면서 매킨지는 공공부문 서비스 적임자를 모셔와야 했다. 적임자는 바로 대학생 시절 라이너 브뤼덜레 전 경제장관실에서 지원 업무를 했던 정치학자 마르쿠스 클리머였다. 클리머가 수행한 매킨지에서 첫 프로젝트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당시 니더작센주 총리실에서 했던 대학병원 구조조정 지원 업무였다.
20년간 매킨지에 몸담은 클리머는 이후 컨설팅업계에서 퇴직했다. 베를린에서 만난 그의 첫말은 “국가가 너무 긴축재정을 해서 행정체계가 망가졌고, 정부 부처 영혼이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그는 “국가의 약점은 1990년대와 2000년대의 신자유주의 시대정신에서 비롯된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마지막 임기였던 헬무트 콜 총리는 정부의 동맥경화증에 필사적으로 대응했다. “그런데 정부가 너무 나가버린 측면이 있다. 정치권이 컨설팅업계에 의지할 수밖에 없도록 자초한 측면이 있다.” 특히 공공부문은 프로젝트 관리를 점차 컨설팅업체에 의존하게 됐다. “공공부문은 이제 포츠담 광장을 지을 수 없을 정도로 허약하다.”
마르쿠스 클리머는 국가와 컨설팅업체의 기본계약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그 역시 과거에 기본계약을 지지했다. 엄청난 액수의 수수료를 포함한 기본계약을 맺으면 컨설팅업체의 자잘한 추가 용역을 번번이 따로 발주하지 않아도 된다. 기본계약 제도로 공공부문은 대형 컨설팅업체에 군침 도는 먹잇감이 됐다. 컨설팅업계는 기본계약으로 공공부문의 발주 규정도 문제없이 피해갔다. “공공부문 시스템은 변질되고 말았다. 공공부문이 발주하는 용역 규모가 방대해지면서 온갖 사기꾼들이 꼬였다.”
대형 컨설팅업체에는 대부분 공공부문을 담당하는 팀이 있다. 공공부문을 상대하는 소규모 컨설팅업체도 10여 개 있다. 이 컨설팅업체들은 행정 노하우가 없는데도 중앙 부처 공무원들의 한 달 월급에 해당하는 돈을 하루 수당으로 가져간다. 국가가 연간 컨설팅 용역에 지급하는 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컨설팅비 내역도 파악 못해
국가가 컨설팅업계에 지급하는 금액의 규모는 정부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 독일 정부는 2013년 외부 컨설팅업체에 컨설팅 보수로 3290만유로(약 420억5천만원)를 지급했다고 발표했다. 연방감사원이 감사에 들어갔고, 단 한 차례 무작위 조사로 3320만유로가 외부 컨설팅업체에 지급됐다는 것이 확인됐다. 연방감사원은 적잖은 컨설팅 수수료가 숨겨져 집계되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 2016년 “독일 정부의 행정체계는 컨설팅업계의 영향력에 위협을 느낄 만큼 잠재적으로 취약하다”고 했다.
독일 정부는 2017년 지출한 컨설팅 비용을 1억4600만유로(약 1866억원)로 신고했다. 이 액수도 실제 비용과는 크게 동떨어졌다. 일례로 환경부는 컨설팅 비용 지출이 전혀 없다고 신고했다. 자유민주당(FDP)은 환경부에 재차 컨설팅 비용 내역을 요구했다. 그러자 환경부는 “외부 지원을 받았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면서도, “외부 지원은 연방하원 예산위원회의 ‘정의’에는 해당하지 않는 ‘도급계약 형태’로 이뤄졌을 것”이라고 했다. 환경부가 외부 컨설팅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외부 컨설팅 비용이 환경부 회계보고서에 집계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방부는 2017 회계연도에 지출한 컨설팅 비용을 450만유로로 신고했다. 하지만 2018년 3월 연방하원 국방위원회에 제출된 기밀 보고서에는 국방부가 컨설팅 비용으로 8천만유로를 썼다고 나온다. 이에 국방부 대변인은 “외부 컨설팅 서비스는 외부 지원 서비스와는 다르다”고 답했다. 국방부가 지출한 컨설팅 비용 대부분은 컨설턴트 서비스 수수료 명목으로 지급됐다. 이런 식으로 컨설턴트에게 지급된 비용은 대부분 회계 보고서에서 사라져버렸다. 
좌파당은 2018년 12월 연방하원에서 관련 주제에 대해 재차 물었다. 이에 독일 정부는 2014년 초부터 발주한 컨설팅 프로젝트 3804건에 대해 최소 7억1700만유로를 썼다고 했다. 하지만 촉박하게 컨설팅 서비스를 의뢰해 그 결과물의 정확성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황당한 답변이 돌아왔다.
독일 정부에 통계청(비스바덴 위치)이라는 산하기관이 있는데도 이런 답변이 나오는 것은 의아할 따름이다. 직원이 2천 명 넘는 통계청은 2017년 독일 양식장에서 생선, 조개 등 수산물 어획량(3만6200톤)까지 조사했을 정도다. 
연방감사원은 이미 2016년 핵심 국정 과제의 외주화가 얼마나 위험한지 강조했다. 국정 외주화로 중앙 부처와 공공기관 인력의 기획력이 사라지고 만다.

 

 
▲ 2018년 11월14일 독일 포츠담에서 열린 연방 각료 회의에 앞서 단체사진을 찍으려는 모습. 독일 정부의 국정 과제 외주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REUTERS

무능력만 학습하는 정부 부처
대형 컨설팅업체 내부 추정치에 따르면 공공부문이 컨설팅 서비스로 지출한 비용은 연간 최소 30억유로(약 3조8천억원)에 이른다. 본라인지크대학 기업 컨설팅·개발 디트마어 핑크 교수는 “컨설팅업계는 공공부문 컨설팅 사업을 지난 7~8년간 두 배가량 대대적으로 확대했다”며 “공공부문이 외부 컨설팅 비용으로 약 30억유로를 지출했다”고 추정했다. “정치권과 정부 행정이 이미 오래전부터 외부 지원에 종속돼, 이제는 외부 컨설턴트 없이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다.” 더군다나 중앙 부처와 공공기관의 외부 컨설팅 비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특히 디지털화 등 정보기술(IT)과 조금이라도 관련 있는 프로젝트에서 공공부문의 컨설팅 업계 의존이 심각한 수준이다. 한 고위 공무원은 “중앙 부처와 공공기관은 IT 부문에서는 외부 컨설턴트 없이 실질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특히 “IT 부문에선 업무 역량이 계약 종료 뒤 컨설팅업체에 남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독일 정부가 계획 중인 유럽 국가 수준의 행정체계 정보화 개선은 컨설팅업계에 큰돈이 된다. 독일 정부는 2022년까지 공공행정 서비스 575건을 원스톱으로 제공하는 포털 사이트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연정 계약서에는 이 프로젝트에 5억유로가 배정됐다. 고위 공무원 내부 문서에 따르면 이 중 대부분이 컨설턴트 호주머니에 들어간다. 
이른바 ‘온라인 액세스법 실행을 위한 전략·방법 기획’에만 900만유로가 들었고, 매킨지 자회사 오르포즈(Orphoz)가 이 중 무려 733만유로를 챙겼다. 오르포즈는 프로젝트 ‘디지털 실험실’ 용역으로 추가로 1200만유로를 가져갔다. 디지털 실험실 프로젝트의 법안 컨설팅 비용만 4700만유로에 이른다. 내무부의 한 대변인은 “디지털 실험실은 연방 차원의 거대 프로젝트로, 이에 필요한 중앙 부처에 축적된 전문지식은 불충분했다”며 “하지만 동시에 내무부 직원들의 전문지식도 추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오른쪽 둘쨰)은 "전문 분야이면서 시간적 제한이 있는 정보화 프로젝트에서 외부 전문가들의 투입은 분명 의미가 있지만, 전문가들은 보완만 할 뿐이지 행정가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강조한다. REUTERS

국정 과제 외주화의 함정
문제는 국가의 컨설팅업계 의존도가 커지는 데 따른 장기적인 악영향에 있다. 국가와 공무원은 할 수 있는 것이 점점 줄고, 학습량과 지식도 점점 낮아지고 있다. 무능력의 악순환은 그렇게 무한 반복된다. 공공부문노동조합연합(Ver.di)은 “핵심 역량의 민영화와 외주화로 독립적인 국정 운용이 머잖아 더는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정부는 컨설팅업계 의존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는 걸까. 오래전부터 컨설팅업계와 긴장 관계에 있는 호르스트 제호퍼 내무장관은 2003년 “숫자를 결정하는 사람이 내용도 결정한다”고 경고했다. 당시 기민련은 새로운 사회정책을 논의 중이었는데 매킨지에 이것에 대한 컨설팅을 의뢰했다. 당시 의료비 인상을 막기 위해 고안된 ‘보건 프리미엄’이나 ‘두당일괄제’(소득과 관계없이 일정 부담금을 기반으로 함) 콘셉트는 대부분 매킨지 컨설턴트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기독교사회연합(CSU) 보건 전문 정치인이던 제호퍼는 자신의 계획이 이로 인해 날아갔다며 분노했다. “이런 식으로 컨설팅업계는 정치권이 할 일을 점차 넘겨받았고, 정치권이 스스로 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의문을 가질 날이 올 것이다.”
제호퍼 내무장관은 컨설팅 용역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당시 일화를 언급한다. 컨설턴트들은 “머리에 사람이 아닌 숫자를 담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특별한 경험이었다”며 “2018년 연방 이민난민청의 컨설팅 계약 종료와 함께 매킨지를 내보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연방 내무부도 컨설팅업계 지원을 완전히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좌파당은 하원 질의에서 내무부에서 진행 중인 전체 컨설팅 용역 내역 제출을 요구했다. 내무부는 25쪽에 걸쳐 수백 건의 컨설팅 용역 내용이 빼곡히 적힌 답변서를 냈다. 연방 정보의 현대화라는 완전히 길을 잃은 거대 프로젝트에 2016년과 2017년 두 해 동안 컨설팅업계에 3600만유로 이상이 지급됐다.
제호퍼 내무장관은 “전문 분야이면서 시간적 제한이 있는 정보화 프로젝트에서 외부 전문가 투입은 분명 의미가 있다”고 했지만, 전문가들은 보완하는 역할이지 행정 담당자를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러나 컨설턴트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전문가로서의 업무뿐만 아니라, 독일 정부의 핵심 정책인 난민 정책과 인공지능 전략에까지 관여하고 있다. “국가는 비상상황에서 국정 과제를 해낼 수 있어야 한다. 이에 필요한 인재가 없다면 국가가 적임자를 채용해야 한다. 현재 연방 내무부의 디지털 업무 영역 등에서 새로 공무원이 채용되고 있다. 최대한 자체 역량으로 현안을 풀어내기 위해서다.” 

정부 부처 자체 역량 키워야
제호퍼 내무장관은 “국가가 복합적이고 빠르게 진화하는 세계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중앙 부처와 공공기관이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외부 컨설팅업체의 도움이 아닌, 자체 숙련 인력으로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재차 힘주어 말했다.
국가 운영 책임은 전적으로 정치권에만 있다는 것이다. “역량을 갖춘 국가를 원한다면, 국정 과제의 복잡다단함에 무릎을 꿇을 것이 아니라 싸워나가야 한다.” 하지만 적임자를 찾기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 우수한 대졸자들은 공무원이 되려고 하지 않는다. 
국가의 구멍 뚫린 인력 정책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매킨지에서 국가기관 컨설팅을 총괄하는 제바스티안 슈테른은 지적한다. 기업과 비교해 공공부문의 연봉이 더 낮고, 승진은 능력이나 혁신이 아닌 서류 양식에 따라 이뤄진다. 슈테른은 매킨지가 실시한 국가행정직 실태 현황 보고서를 언급했다. 직업 선택에서 국민을 위한 봉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예비 대졸자도 공무원보다는 민간기업을 선호했다. 미래의 공무원 양성을 위해 설립된 베를린 거버넌스 헤르티스쿨의 졸업생조차 기업행을 택할 정도다.
공공부문의 만성적 인력난은 2030년이면 약 73만1천 명이 부족한 수준으로 악화될 수 있다고 매킨지는 추정한다. 2030년까지 공공부문 종사자 3명 중 1명이 퇴직하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 정부의 연정계약서에 정의된 ‘디지털화, 보건, 기후·에너지, 모빌리티, 안보, 사회적 혁신과 노동의 미래 등 큼직한 주제’에서 인력난이 악화될 것이라고 매킨지는 진단한다. 매킨지는 앞으로도 계속 이 약점을 무자비하게 악용할 것이다.  

* 2019년 5월호 종이잡지 96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5호
Die Berater-Republik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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