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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당 3개꼴… 빠르고 편리해 좋다
[Cover Story] 지금은 페이 시대- ⑤ 한국
[109호] 2019년 05월 01일 (수) 박수지 ssuji@hani.co.kr

박수지 <한겨레> 경제팀 기자

 

 
▲ 오프라인 간편결제 서비스는 삼성전자가 2015년 8월 출시한 삼성페이가 단연 독보적이다.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을 쓰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가맹점에서는 별도 작업 없이 기존 신용카드 단말기에서 삼성페이를 인식할 수 있어 빠른 속도로 퍼졌다. 연합뉴스

더 빠르고 편한 것은 익숙함을 이긴다. 국내 간편결제 시장만 봐도 그렇다. 2019년 4월17일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 현황을 보면, 간편결제 이용액은 2016년 26조8808억원에서 2018년 80조1453억원으로 3배 성장했다. 2018년 말 기준 국내 43개사에서 간편결제 서비스 50종을 제공하는데, 가입자 수는 단순 중복으로 합산했을 때 1억7천만 명이었다. 국민 1명당 간편결제 서비스를 3개씩은 쓴다는 뜻이다. 
간편결제란 신용카드 등 결제정보를 앱이나 웹에 미리 등록하고 간편한 인증(생체인증, 간편 비밀번호 등)만으로 결제하는 방식을 가리킨다. 결제 수단(신용카드, 은행계좌 등)과 결제 처리 방식(마그네틱, QR코드 등)에 따라 여러 유형이 있다. 어떤 페이를 많이 쓸까. 본격적으로 시장이 커진 지 이제 4년째 접어든 간편결제판에서 아직 독과점이라고 할 만한 사업자는 없다. 전통적으로 결제 업무를 맡아온 기존 은행과 카드사, 아이디어를 내세운 핀테크(금융+기술) 업체, 유통·제조사까지 피 튀기는 경쟁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업권별로 시장을 나누면 은행(11종), 카드사(9종), 전자금융업자(28종), 단말기제조사(2종) 등이 있다. 전자금융업자 결제액이 30조9천억원을 차지해, 전통적으로 결제 업무만 맡아온 카드사(27조1천억원) 페이보다 결제 규모가 컸다. 이어 삼성·엘지(LG)페이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제조사들 비중이 20조7천억원이었고, 은행은 1조4천억원에 그쳤다.

트렌드 이끄는 스마일>네이버>로켓페이
개별 서비스로 보면, 2018년 결제액 기준 1~3위 페이는 온라인 유통망을 꽉 잡고 있는 대형 이커머스 페이한테 돌아갔다. 1위는 옥션과 지마켓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스마일페이’였고, ‘네이버페이’와 쿠팡의 ‘로켓페이’가 뒤를 이었다. 80조원 시장 중 3개 페이가 차지하는 시장이 16조2천억원으로 약 20%를 차지했다. 2016년에는 3조7천억원(12%)에 불과했다. 온라인쇼핑 시장 성장세와 함께 이들 페이 시장도 따라 빠르게 커진 셈이다. 
스마일·네이버·로켓페이 모두 물건을 사러 쇼핑몰에 접속한 소비자를 자사 간편결제 서비스로 묶어두려는 ‘가두리 전략’을 활발하게 쓰고 있다. 이들 이커머스 페이는 재방문과 재구매 사이클을 만들기 위해 해당 간편결제를 썼을 때 결제액의 2~5%를 포인트 등으로 적립해준다. 해당 이커머스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쓸 수 있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지마켓이나 옥션에서 쇼핑하기 위해 먼저 스마일페이를 쓰기 시작한 소비자들이 우리와 제휴한 에스피시(SPC)나 마켓컬리, 다른 쇼핑몰 등 가맹점에서도 쓰면서 늘어난 요인이 클 것 같다”고 전자금융업자 페이 중 1위를 차지한 비결을 설명했다. 

오프라인은 삼성페이… ‘제로페이’ 글쎄
오프라인 간편결제도 전체 시장의 4분의 1(24.4%·19조5424억원)은 된다. 이 시장은 단연 삼성페이(81.6%)가 독보적이다. 바코드 방식은 12.3%만 이용했다. 삼성전자가 2015년 8월 출시한 삼성페이는 갤럭시 시리즈 스마트폰을 쓴다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었고, 가맹점에서는 별도 작업 없이 MST(마그네틱보안전송) 방식을 이용해 기존 신용카드 단말기에서 삼성페이를 인식할 수 있어 빠른 속도로 퍼졌다. 
삼성페이를 주도한 삼성전자의 김인창 부사장은 2018년 금융감독원이 연 콘퍼런스에서 “사용자가 처음 서비스를 이용할 때 ‘편리하다’고 느껴야 다시 쓴다”며 삼성페이의 성공 요인으로 ‘매끄러운 범용성’을 첫손에 꼽았다.
실제로 다른 오프라인 페이는 범용성 측면에서 소비자와 가맹점주 모두에게 편리함을 주지 못해 안착이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자도 최소한 앱을 열어 QR코드나 바코드 등을 제시해 찍는 게 오히려 기존 신용카드를 내미는 것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 이때 가맹점주가 익숙하지 않다면 시간이 더 소요된다. 가맹점에 별도로 QR키트를 설치해야 하거나, 확인 방식도 기존 포스기와 연동되지 않고 스마트폰으로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특히 고령 자영업자들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카카오페이나 제로페이 등이 자리잡으려면 무엇보다 소비자의 결제 행태를 바꿔야 한다는 높은 장애물이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19년 4월10일 기준 일일 결제액이 1억원을 넘었다고 홍보했지만, 체크카드 하루 결제액이 6천억이 넘는 걸 고려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신용카드를 쓰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신용카드 등 결제정보를 앱이나 웹이 미리 등록해 간편한 인증(생체인증, 간편 비밀번호 등)만으로 결제하는 간편결제 시장이 자리잡으면서다. REUTERS

결제 앱, 센 놈 하나만 살아남는다?
앞으로 판도는 어떻게 될까. 이커머스도 최종 목표는 결제 자체보다 더 많은 물건 판매에 있듯, 간편송금이나 결제로 시작한 서비스 역시 결제는 수단일 뿐이다. 종합 금융서비스로 외연을 확대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토스나 카카오페이 모두 송금이나 결제에서는 마이너스를 면치 못하고, 보험 판매나 주식 중개, 대출 연계 등 수수료 수입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고객이 기존 보험·주식·대출 등 필요에 맞게 금융 칸막이를 나눠 금융사를 떠올리는 게 아니라, 편리하고 우수한 금융 플랫폼 하나로 집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기존 금융사들이 상품 개발부터 핀테크 기업들과 논의해 보험 상품 등을 만들어내고 있다.
최근엔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종 페이들은 ‘유사 수신’ 논란에도 선불충전금에 ‘이자’에 해당하는 리워드나 포인트 등을 지급하고 있다. 카카오페이는 4월부터 한 달에 한 번 이상 카카오페이 충전금으로 결제하면, 충전금의 연 1.7%를 돌려준다. 충전금 50만원까지만 토스 충전금인 토스머니로 쓸 수 있는 ‘토스 카드’는 결제할 때마다 33% 확률로 결제액의 10%를 돌려준다. 확률상 결제액 3.3%를 돌려받는 셈이다. 이 밖에 쿠팡(로켓머니)은 충전금의 5%, 네이버페이는 2%를 일부 조건을 붙여 고객에게 돌려주고 있다. 현행 법상 수신(예금)으로 확정적인 이자를 줄 수 있는 기관은 인가받은 은행이나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에 불과해, 금융위원회는 페이 업체들의 혜택 증정이 유사 수신에 해당하는지 유권해석을 내놓을 예정이다.
금융 당국과 업계는 2019년 말부터 도입될 ‘오픈뱅킹’(공동 결제시스템)도 페이 업계의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월 그간 폐쇄적이었던 은행 결제망을 핀테크 업체와 개별 은행에 개방해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예고했다. 오픈뱅킹이 구축되면 기존 송금·결제 관련 핀테크 업체로선 은행망을 이용하는 데 문턱과 수수료가 낮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현재 송금 서비스를 하고 싶은 핀테크 업체는 개별 은행과 계약해야 한다. 국내 간편송금 서비스를 처음 시작한 ‘토스’도 2~3년에 걸쳐 시중은행과 계약했다. 송금 수수료도 건당 400~500원 수준으로 높은 편이다. 아직 토스와 카카오페이 등이 적자를 면치 못하는 이유기도 하다. 앞으로 핀테크 업체가 공동 결제시스템에 들어가면 일일이 은행과 계약할 필요 없이, 기존 수수료의 10분의 1 수준인 40~50원만 내면 된다. 
오픈뱅킹 도입은 대형 은행이든 소형 핀테크 업체든 송금·결제 분야에서 ‘계급장’ 떼고 붙을 수 있는 판이 짜인다는 걸 의미한다. 모바일 앱 경쟁력을 잃은 금융사는 ‘덤 파이프’(dumb pipe·단순 연결 수단)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예를 들어 ㄱ은행 앱이 편리해 소비자에게 지배적인 선택을 받으면, 그 안에서 ㄴ은행 계좌에 든 금액으로 송금이나 결제가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ㄴ은행을 이용한다는 ‘느낌’조차 갖지 못할 수 있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상욱 본부장은 “기존에 고객이 결제할 때 접점은 계좌나 카드를 보유한 금융사였지만, 앞으로는 핀테크 업체가 될 수도 있고 다른 은행이 될 수도 있다”며 “단순히 결제 편의만 높아지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금융사를 접하는 방식 자체의 변화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짚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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