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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이 또 가면
[8호] 2010년 12월 01일 (수) 한광덕 kdhan@hani.co.kr

얼마 전에 새 차를 들여왔다. 2010년식 ‘K’다. 차에 관심이 많은 중학생 아들이 차종은 물론 파노라마 선루프 같은 옵션도 결정했다. 핸들을 잡은 아내도 센스 있고 강인한 새 차에 흐뭇해한다. 시승을 마치고 돌아온 아파트 주차장 구석엔 옛 차가 웅크리고 있다. 2000년식 ‘R’이다. 그다지 가파르지 않은 길을 오를 때에도 녀석이 토해내던 가쁜 숨을 이젠 들을 수 없게 됐다. 아이와 엄마가 아랑곳하지 않고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동안 나는 계속 뒤를 돌아봤다.

그날 밤 꿈을 꿨다. 나는 R이 되어 가족을 태우고 산길을 올랐다. 고비를 잘 넘기는 듯했으나 막판 급커브를 돌다 그만 미끄러졌다.

‘Y2K’니 하며 요란을 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새 천년의 첫 10년이 역사로 흘러가고 있다. 그 10년의 끝자락에 올라탄 <이코노미 인사이트>의 첫 송년호는 휴식이 필요한 R의 복지를 커버스토리로 잡았다. 독일 BMW의 고령 노동자가 일하는 ‘실버 라인’의 현장(36쪽)은 우리에게 묻는다. 직장 내 피트니스센터는 고령자를 위한 복지시설인가, 노동력 재생산을 짜내는 기계인가?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은 축복이다. 하지만 정부와 기업은 연금지급 기간이 늘어나는 게 못마땅하다. 그들에겐 금리나 환율 변동뿐만 아니라 사람 수명의 증가도 위험 요인이 된다. 이른바 ‘장수 리스크’다. 영국에서는 장수 리스크를 헤지하기 위해 ‘장수 스와프’ 같은 금융기법을 활용한다고 한다. BMW도 장수 스와프를 지난 2월 도이치은행 그룹과 맺었다. 조기사망이 아닌 장기생존이 문제가 된 세상이니 생명보험협회는 ‘장수보험협회’로 간판을 바꿔 달지 모르겠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가 개막된 날 불경스러운 사건이 발생했다. ‘11·11 테러’는 경계가 삼엄하던 삼성동 코엑스가 아닌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오후 2시50분부터 10분간 삽시간에 벌어졌다. 이날 터진 ‘도이치 폭탄’으로 국내 기관들의 피해가 막대하다고 한다. 초유의 사태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동안 잠잠했던 옵션 만기일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제로섬게임인 옵션에서 힘이 센 기관들이 한 방향으로 담합해 개미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손쉽게 돈을 벌어온 건 아닐까? 그래서 ‘도이치 폭탄주 제조법’(28쪽)을 소개한다. 소문난 잔치(환율전쟁)에 먹을 게(합의) 없다는 속담에 베팅한 폭탄주를 음미해보시라.

히팅 핸들을 선택한 효자의 옵션과 BMW에 장수 스와프를 판 도이치 옵션은 미래에도 아무런 관계가 없을까? 다시 꿈을 꾼다. 아들이 들어준 장수보험만 믿고 있던 60대의 R은 장수옵션 만기일에 쏟아진 폭탄을 얻어맞고 졸지에 품위 있는 노년의 권리를 토해내야 했다.

새해 지면 개편을 위해 정기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글을 실었으면 하는 필자’를 추천해달라는 항목이 있었다. 창간을 준비하던 올봄 설문조사에서도 같은 질문을 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동일한 세 사람이 압도적으로 추천됐다. 다만, 순위는 달랐다. 이번에 1위는 바로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다. 장 교수의 심층 인터뷰(72쪽)를 싣는다. “복지병에 걸려야 성장률이 높아지고, 인플레는 ‘망태 할아범’에 불과하다”는 통쾌한 반전은 독자들이 그의 목소리에 열광하는 이유를 확인시켜준다.

프랑스의 대안경제 매체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는 특별판에서 30가지 경제 이슈를 정리했다. 이 중에서 성장, 불평등, 실업, 보호무역, 금융거품에 관한 주제를 추렸다(92쪽). 자본주의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으로 이코노미 인사이트판 ‘그들이 말하지 않는 5가지’라고 볼 수 있다.

한광덕 총괄편집장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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