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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승부… 넷플릭스 나와라
[집중기획] 영원한 후계자 ② 변화보다 내실
[109호] 2019년 05월 01일 (수) 헬레네 라우베 등 economyinsight@hani.co.kr

헬레네 라우베 Helene Laube
기도 밍겔스 Guido Mingels
<슈피겔> 기자

 

 
▲ 2019년 3월25일 피터 스턴 애플 부사장이 '애플 스페셜 이벤트'에서 애플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설명하고 있다. 애플은 콘텐츠 제공을 위해 워너미디어의 자회사 HBO, CBS, 쇼타임, 스타즈 등과 계약했다. REUTERS


애플의 전직 임원 장루이 가세(75)는 “팀 쿡이 안쓰럽다”고 말한다. 프랑스 출신인 그는 상당한 주목을 받는 애플 뉴스레터 <먼데이 노트> 편집을 맡고 있다. 애플 초기, 그는 왕의 목을 자기 손으로 직접 베는 배은망덕한 역할을 맡았다. 잡스가 1985년 애플에서 퇴출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고, 이후 자신이 잡스의 개발이사 직위를 이어받았기 때문이다. 잡스가 1997년 애플에 복귀했을 때, 가세는 이미 애플을 떠난 뒤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그는 애플을 단 한순간도 떠나보내지 못했다.  

팀 쿡은 어떤 에너지바를 즐겨 먹을까? 
팀 쿡에게는 보디가드가 있는가?
잡스가 살아 있다면 팀 쿡을 자랑스럽게 여겼을까?

그가 쿡을 안쓰러워하는 이유는 “잡스에게 평생 비교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쿡이 수년 전부터 이를 냉정하게 견뎌내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쿡이 상처받지 않고 냉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그의 배경에서 기인할 것이라고 가세는 추측한다.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동성애자로 성장한 사람은 삶을 놓아버리거나 맷집이 세진다”는 것이다. 그는 “쿡이 잡스 유산을 다루는 방식이 더 흥미로운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만약 잡스라면 애플의 현재 위상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애플의 위상에 눌리지 않았을까?”
가세는 애플 전직 직원을 정기적으로 만나 식사하면서 애플 현황을 꼼꼼하게 체크한다. 이런 만남을 갖는 것은 실리콘밸리에서 관찰되는 독특한 모습이다. 한때 실리콘밸리에서 일했던 사람은 이렇게 정보를 교류하며 자신이 몸담은 기업에 대해 글을 쓴다. 가세는 애플 전망에 전혀 부정적이지 않다. “애플에 필요한 것은 10년 주기의 대대적인 혁신일 뿐이다.” 다만 아이폰이 처음 나온 지 벌써 10년이 흘렀다. 
애플은 최근 뉴스·잡지 구독 서비스 론칭을 발표했다. 이것을 차세대 혁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드웨어 기기 기업에서 콘텐츠 기업으로의 변신은 애플에 차세대 진화를 의미한다. 쿡은 신규 서비스를 수차례 언급하며 이런 내용을 강조했다. “콘텐츠는 애플을 성장시키기 위한 다른 길”이라고.

스티브 잡스가 다시 살아난다면 팀 쿡을 해고할까? 
팀 쿡은 왜 억만장자가 아닐까? 
팀 쿡은 어떤 애플 제품을 사용하는가?

애플은 과거 하드웨어 기기 기업이었다. 직접 만지고, 갖고 다니며, 가지고 놀기 좋은 기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애플이 초창기부터 자사 제품과 관련된 다양한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만들었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은 드물다. 애플은 2018년 ‘서비스’로 불리는 이 사업 부문에서 370억달러 매출을 기록했다. 서비스는 아이폰 다음으로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부문으로, 총마진율이 무려 63%에 이른다. ‘공급망’보다 더 따분하게 들리는 ‘서비스’는 쿡의 전통적인 영역이다. 이미 포화 상태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벗어나려는 애플에 ‘서비스’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지 모른다.

 

 
▲ 애플은 신용카드 없이 아이폰만 있으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 결제가 가능한 간편결제 시스템 '애플페이'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REUTERS

팀 쿡은 몇 시에 일어나는가? 
팀 쿡이 저지른 최악의 실수는 무엇인가? 
팀 쿡 CEO 취임 뒤 아이폰 판매량이 늘었나?

서비스 부문에서 애플의 수익 구조는 이렇다. 애플 이용자는 아이튠스 스토어에서 음악, 영화, 팟캐스트를 구매하거나 대여한다. 앱스토어에서 앱도 사는데, 애플은 일부 판매로 수익을 올린다. 애플의 전자책 응용프로그램 애플북스에서 iOS 단말기와 맥에서 읽을 수 있는 전자책을 살 수 있다. 애플뮤직은 스포티파이에 맞설 애플의 대항마로, 애플에 따르면 월 10유로이고 전세계적으로 구독자가 5천만 명이 넘는다. 아이클라우드는 전자우편·사진·연락처·문서를 외부 서버에 저장하거나 내려받고 타 사용자와 공유하는 서비스로, 5KB까지 무료지만 그 이상은 유료다. 애플은 애플케어를 통해 자사 하드웨어 제품에 전천후 서비스를 제공한다. 
애플 이용자는 애플페이로 현금이 없어도 아이폰이나 애플워치로 결제할 수 있다. 독일에서도 몇 달 전부터 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때 애플은 각 거래에서 일정 수수료를 받는다. 애플은 다양한 서비스를 총망라해 3억6천만 건의 유료 서비스 가입자를 기록하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회원 수보다 많다. 서비스는 애플 하드웨어 제품을 연계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네트워크다. 가세는 “이런 서비스로 애플 이용자는 애플을 떠나기 힘들다”고 했다. 
실제 아이폰 판매량은 상당히 늘어났다. 쿡이 CEO로 취임할 당시 아이폰 2억 개가 전세계에서 쓰이는 것으로 추정됐다. 애플은 “2019년 1월 말 전세계적으로 애플 기기 14억 개가 사용되고 있다”고 전했다. 구체적으로 아이폰이 9억 개, 맥컴퓨터가 1억 개, 아이패드·아이팟·스마트워치·애플TV박스가 4억 개로 집계된다. 아이폰을 1대 이상 보유한 사람은 소수고, 적잖은 사람이 애플 기기 1대 이상을 소유하므로 애플 이용자는 10억 명 수준으로 추정할 수 있다. 따라서 애플 생태계 구성원은 대략 10억 명 수준이다. 세계 인구의 약 7분의 1에 이르는 수치다. 
쿡은 애플이라는 생태계를 확장하기보다 가꾸고 관리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듯하다. 애플이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신규 영화·음악·뉴스 서비스는 전세계 애플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동시에 서비스사업 부문을 확장하려는 목적이 있다. 애플에 따르면 2020년 서비스 부문 목표 매출액은 약 500억달러다. 애플 애널리스트로 유명한 모건스탠리의 케이티 휴버티는 2023년까지 애플 서비스사업 부문 매출액이 1천억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서비스는 지루하게 들리지만, 짭짤한 수입을 보장한다.
모바일 시장 전문 애널리스트 호레이스 데디우는 조금 다른 산정치를 제시한다. 그의 계산법은 대략 다음과 같다. 애플 이용자가 평균 3년마다 새 아이폰을 약 700달러(약 79만원)에 사며, 5~6년에 한 번씩 그 두 배 가격의 맥북을 구매하므로, 애플 평균 이용자는 매일 애플에 1달러씩 내는 셈이라는 것이다. 데디우는 “그렇게 본다면 팀 쿡은 크리스마스 시즌 아이폰 판매량이나 아이폰X의 대박 여부를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한다. 애플 이용자가 애플을 항상 신뢰하고, 그래서 새로운 애플 기기로 대체하는 것만이 중요할 따름이다. 실제 애플 이용자들은 지금까지 애플에 상당한 충성심을 보이며, 주기적으로 새 애플 기기로 바꿔왔다. 데디우는 “현재 전세계에서 애플 기기 14억 개가 사용 중인데, 애플이 하드웨어 기기로 하루에 벌어들이는 수입은 14억달러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정체를 통한 성장, 애플은 그럴 여유가 있다. 애플이 혁신에 피로감을 느낀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의 오랜 오해는, 애플은 일차적으로 발명의 산실이 아니라 기존 기기를 개선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믿음에서 비롯한다. 애플은 완벽을 꾀하는 기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애플은 발명 자체는 일찌감치 외부 업체에 넘겼고, 시장을 지배하기에는 너무 늦게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애플은 최초의 데스크톱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최초의 우수하고 아름다운 데스크톱을 만들었다. 애플이 최초의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워치를 만들지도 않았다. 무선 이어폰도 애플이 에어팟을 출시하기 훨씬 이전부터 있었다. 최초의 스마트안경은 구글이 2014년 출시했다가 크게 실패했다. 애플이 자체 스마트안경을 개발했지만, 5년이 지난 지금도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2019년 3월 초, 애플 주주총회가 열린 애플파크 스티브잡스 극장에 소액주주 200여 명이 참석했다. 첫 줄에 애플 임원들,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 감독이사회 소속 이사들이 앉았다. 팀 쿡이 무대에 서서 웃어 보였다.  “나는 주주총회를 사랑합니다.” 스티브 잡스 시절에도 주주들을 접촉하는 일은 쿡의 업무였다. 잡스는 주주들을 만나는 것을 피했다. 애플 주주총회에서 비판적인 질문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누구도 아이폰 판매 저조를 언급하거나 애플 성장 전망을 묻지 않았다. 삼성처럼 애플도 조만간 폴더블폰을 출시할 계획이 있는지, 애플의 자율주행자동차 ‘프로젝트 타이탄’(Project Titan)에 진전이 있는지, 대체 언제쯤 애플 AR(증강현실) 안경을 출시하는지에 관심 있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 2019년 3월25일 '애플 스페셜 이벤트'에 참석한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오른쪽)가 팀 쿡과 포옹하고 있다. REUTERS

팀 쿡은 춤을 잘 추는가? 
팀 쿡은 어떤 셔츠를 입는가?

한 중년 남성이 자신의 오래된 아이패드에 저장된 비디오를 새 아이패드로 옮겨 담을 수 있는지 쿡에게 물었다. 그것이 가능하면 새 아이패드를 사겠다는 것이다. 쿡은 “새 아이패드를 샀으면 정말 좋겠다”고 답했다. 스티브잡스 극장에 모인 사람들이 옅은 웃음을 보였다. 쿡의 농담 때문이다. 이날 주주총회에서 쿡은 99.1% 찬성으로 연임에 성공했다. 자본주의 심장부에서 거의 공산주의를 연상하게 한 역대급 찬성률이 기록됐다. 
지난 몇 년간 애플은 시가총액에서 전세계 1, 2위를 다퉜다. 애플 CEO 팀 쿡은 자신의 두 번째 천직을 찾았다. 바로 선한 쿠퍼티노 사람의 역할이다. 쿡은 공식 석상에서 애플 사업만큼이나 기후보호, 교육, 인권, 성평등, 정보 보안, 다양성, 관용 등의 주제를 자주 언급한다. 2018년 10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국제개인정보보호기구회의(ICDPPC) 기조연설자로 나서 “데이터산업은 복잡다단하며, 개인정보를 기술기업이 가져가는 것은 감시”라고 언급했다. 페이스북과 구글을 겨냥했음이 명백했다. 그는 2014년 한 에세이에서 자신의 동성애 성향을 밝혔는데, 이 대목에 멋진 표현을 가져다 썼다. “나는 동성애자임이 자랑스러우며, 동성애는 신이 내게 주신 가장 큰 능력이라고 믿는다.”
경영인이 도덕적 가치를 옹호하는 투쟁가일 필요는 없다. 쿡 역시 그렇다. 공교롭게도 애플은 중국 협력업체들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탈세의 새 기법 개척자로 악명이 자자하다. 쿡은 2013년 5월 미 상원 기업 역외탈세 청문회의 애플 대표 자격으로 출석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쿡은 신뢰할 수 있다는 인상을 준다. 페이스북 마크 저커버그, 아마존 제프 베이조스, 테슬라 일론 머스크, 트위터 잭 도시 등 연이은 스캔들로 흔들거리는 다른 디지털 대기업 CEO와 비교해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저커버그가 2년 전만 해도 미국 대선 주자 중 한 명이었던 것은 이제 농담으로 들릴 정도다. 만약 쿡이 대권을 꿈꾼다면(아직은 아니지만), 분명 그에게는 박수갈채가 쏟아질 것이다. 위기의 실리콘밸리에서 윤리적 경영인에 대한 갈망은 어느 때보다 거세다. 
팀 쿡의 전자우편 주소는 tcook@apple.com이다. 잡스가 그랬던 것처럼 쿡도 고객 전자우편에 종종 직접 답할 때가 있다. 한 블로거가 쿡에게 잡스가 될 필요는 없으며 본인으로 살아가면 된다고 조언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이에 쿡은 이렇게 답신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팀 쿡은 내가 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팀 쿡은 위선적인가? 
팀 쿡의 전자우편 주소는 무엇인가?

2019년 3월25일, 애플은 스티브잡스 극장에서 열린 ‘애플 스페셜 이벤트’에서 넷플릭스와 유사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론칭을 발표했다. 신규 서비스는 영화, TV 시리즈물, 비디오 동영상 등의 구독 서비스를 망라한다. 애플은 이날 사업설명회 직전까지 언제나 그랬듯 자세한 내용은 일체 함구했다. 그래서 사업설명회 전까지 애플에 관한 뉴스와 보도는 “~할 것이다” “자칭” “아마도” 등의 단어로 가득했다. 
애플과 협력할 것으로 발표된 파트너의 면면은 화려하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 스마트TV, 셋톱박스에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워너미디어의 자회사 HBO(<왕좌의 게임>), CBS 자회사 쇼타임(<홈랜드>), 스타즈(<아웃랜더>) 등과 계약했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는 애플이 새로 선보이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자사 콘텐츠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애플은 할리우드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애플은 영화산업의 중심지인 로스앤젤레스 지사를 확장했고, 2017년 소니픽처스 임원 2명을 영입했다. 제니퍼 애니스턴, 브리 라슨, 제이슨 모모아, 옥타비아 스펜서, 리스 위더스푼 등의 배우들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제작한 작품에 10억달러를 투자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서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는 팀 쿡과 함께 무대에 올라 TV 스트리밍 서비스를 설명했다. 
애플은 아이폰, 아이패드, 맥에서 뉴스 구독 서비스도 제공한다. 애플이 2018년 인수한 디지털잡지 구독 서비스 ‘텍스처’(Texture)가 뉴스 구독 서비스의 토대가 될 전망이다. 텍스처는 <뉴요커> <GQ> 등 잡지 200개 이상을 제공하는데 월간 정액제(9.99달러)다. <뉴욕타임스> 등 주요 일간지들은 애플이 제시한 매력적이지 않은 매출 배분 방식에 반대했다고 한다. 애플은 전체 수입의 50%를 갖겠다고 했다. 
애플은 신규 비디오 동영상 스트리밍과 음악 서비스 애플뮤직, 애플뉴스를 하나의 구독 서비스로 연계할 것이 분명하다. 정확한 구독료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 애플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일단 미국에서, 추후 100개국 이상에서 될 예정이다. 애플뉴스는 영어로만 구독 가능하며, 공식적으로 독일에서는 제공되지 않는다. 당장 이 계획에는 변동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애플 구독 서비스는 2019년 하반기에 출시될 것으로 전해진다. 

* 2019년 5월호 종이잡지 44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13호
Der ewige Nachfolger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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