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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생태계라니까!
[Editor's Letter]
[109호] 2019년 05월 01일 (수) 정혁준 june@hani.co.kr
     
     

정혁준 편집장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기 전까지 사람들은 통신회사가 제공하는 비싼 무선인터넷을 써야만 했습니다. 휴대전화 가운데 큼직하게 박힌 무선인터넷 버튼을 잘못 눌러 ‘요금 폭탄’을 맞기도 했죠. 와이파이(WIFI)라 불리는 무료인터넷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었습니다.
무엇보다 휴대전화로 즐길 만한 흥미로운 애플리케이션(앱)이 없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이동통신 시장은 SK텔레콤, KT,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이 다단계로 지배하는 구조였습니다. 통신회사→개발자→고객 형태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비즈니스모델이었습니다. 통신회사가 개발자에게 지시하고, 지시받은 개발자가 서비스를 만들어 통신사에게 주는 식이었습니다.
2009년 11월 아이폰이 국내에 들어오면서 이런 수직적인 모델은 수평적인 모델로 바뀌었습니다. 애플은 고객-아이폰-아이튠스·앱스토어-개발자로 이어지는 수평의 모바일 생태계를 만든 것이죠. 안드로이드의 구글 역시 수평적인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고객은 개발자가 만들어놓은 장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앱을 찾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개발자 역시 더는 통신회사 눈치를 보지 않고 자기 철학에 맞는 앱을 만들었습니다.
우리나라 기업은 수직적인 비즈니스모델에 강합니다. 협력업체나 하청업체를 통해 자사에 필요한 부품이나 콘텐츠를 금방 만들어냈습니다. 이런 식의 수직 형태는 속도 면에선 효율적이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나 제품을 만들어내지는 못합니다. 선진 모델을 추격하기엔 좋은 시스템이지만, 새 모델을 만들어나가는 데는 한계가 있는 시스템입니다. 
4월에 모바일 간편결제(페이) 현장을 취재하러 중국 항저우와 선전을 다녀왔습니다. 중국에선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었습니다. 두 회사는 여러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며 은행·보험·배달·운송 등의 기업과 함께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었습니다. 외국 진출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국내에서는 이런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찾아보기 힘듭니다. 은행·신용카드·정보기술(IT)기업·제조업체가 마그네틱, QR코드 등 여러 결제 처리 방식을 놓고 주도권을 벌이고 있습니다. 마치 중국 춘추전국시대 ‘춘추5패, 전국7웅’처럼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한 경쟁에만 집착하는 모습입니다. 
그 옛날 통신회사처럼 자신만의 영토를 갖고 그 안에서 봉건사회를 만들려는 듯합니다. 자신이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손잡고 수평적 관계를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래야 고객에게도 이익이 되니까요. 10여 년 전 우리나라 통신기업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아이폰으로 ‘훅’ 갔습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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