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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브랜드의 성공과 실패 조건
[국내이슈] 브랜드 전략의 중요성
[108호] 2019년 04월 01일 (월) 김유경 ykkim@hufs.ac.kr

국내 신발 기업 1호 스포츠 브랜드 ‘르까프’를 운영한 화승이 내수 부진 등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2019년 1월31일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반면 휠라코리아는 2000년대 초반 파산 위기까지 몰렸으나, 이후 브랜드 이미지 쇄신으로 매년 매출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르까프와 휠라 브랜드가 다른 길을 걷게 된 이유는 기업 브랜드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다.

김유경 한국외국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 한국에서 브랜드에 의미를 부여해 가치로 승화시킨 장수 브랜드로 오리온 초코파이 ‘정’을 단연 꼽는다. “누군가와 나눠 먹는 것, 과자 이상의 따뜻한 정을 초코파이로 주고받는다”는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한 결과다. 연합뉴스
기업 흥망성쇠는 브랜드 관리 성과에 달렸다. 하루에도 수천 개 브랜드가 피고 지는 선진국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다. 적어도 100년을 구가해야 장수 브랜드로 꼽는 미국과 30년이라는 한 세대조차 시장에서 생존하기 힘든 한국 사례는 조건부터 차이가 크다. 1886년 탄생한 코카콜라와 1908년 설립한 컨버스가 대표적이다. 
 
  장수한 브랜드 성공 요인
① 혁신적 브랜드 전략
장수 브랜드는 흔히 브랜드 성공 사례로 통한다. 한국에서는 박카스, 새우깡, 칠성 사이다, 초코파이 등이 장수 브랜드로 꼽힌다. 이들이 성공한 이유는 뭘까. 첫째, 혁신적인 브랜드 전략으로 소비자의 필요와 욕구를 명확히 충족했다. 
2014년 국내 카드업계를 선풍적으로 개혁한 현대카드를 보자. 당시 사상 초유의 카드사 정보 유출 사태로 침잠해 있던 카드시장에 과감하고 혁신적이며 차별화된 전략으로 등장한 현대카드는 명확한 대상을 겨냥해, 시장의 룰을 깨는 크리에이티브 전략으로 기존 카드 시장에 개혁의 칼날을 매섭게 들이댔다. 이른바 ‘메이크 브레이크 메이크’(Make break make) 콘셉트로 카드 시장을 선도하면서 급기야 ‘슈퍼매치’ ‘슈퍼콘서트’ ‘컬처 프로젝트’ 등으로 카드 브랜드로서는 상상하지 못한 혁신적인 문화 브랜딩으로 최고의 마케팅 효과를 거뒀다. 
현대카드는 글로벌 시장의 괴짜 리처드 브랜슨 회장의 버진 브랜드 행보와 비견된다. 버진은 ‘브레이크 더 룰’(Break the rule·Iconoclasm, 전통을 거부하는 성상 파괴주의)을 핵심 메시지로 내세우며 기존 시장의 구태와 인습을 개혁하려는 시도로 글로벌 시장에서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② 명확한 아이덴티티
명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성하는 핵심 가치를 소비자에게 올바로 전달했다. 브랜드에 의미를 부여해 가치로 승화한 장수 브랜드로 초코파이의 ‘정’(情)을 단연 꼽는다. “누군가와 나눠 먹는 것, 과자 이상의 그 따뜻함이 오고가는 것… 어쩌면 사람들은 정을 주고받는 거야. 그래, 정이다. 오리온의 초코파이로 정을 주고받자.” 오리온은 초코파이를 가진 것만으로도 명확하고 강력한 콘셉트를 설정했다. 다른 회사에서 만든 초코파이는 ‘모두 상자에 들어 있는 과자’지만, 오리온 초코파이는 사는 행위부터 정의 ‘의미’를 부여했다. 오리온은 ‘정 캠페인’을 1989년부터 벌였다. 결국 ‘정’이란 핵심 가치는 소비자의 나눔 생활을 시대정신으로 표현하는 동력이 되면서 장수 브랜드로 지위를 선점할 수 있었다. 
 
③ 포트폴리오와 과학적 관리
브랜드 포트폴리오 구축과 꾸준한 과학적 관리에 성공했다. 브랜드 포트폴리오란 다양한 브랜드 간의 관계와 역할을 설정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것을 말한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않는 지혜를 기업이 도입한 것이다. 이 원칙을 잘 지켜온 국내 브랜드로 태평양, 대상, 삼성, 현대자동차 등의 기업 브랜드와 그 하위 브랜드를 꼽는다. 기업 브랜드 아래 수백 개 하위 브랜드를 일사불란하게 관리하는 브랜드 가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기업 브랜드 태평양을 선두로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설화수, 헤라 등을 개별 브랜드화해 체계적으로 브랜드 자산을 관리한 사례는 단연 돋보인다. 이는 수백 개의 브랜드를 합리적으로 관리해온 미국 디즈니사의 브랜드 포트폴리오 전략과 유사하다.   
 
④ 브랜드 전략의 일관성
브랜드 전략의 일관성을 유지해 명확한 브랜드 자산으로 관리했다. 국내 최장수 브랜드 동화약품의 부채표 가스활명수는 액체 소화제 시장에서 점유율 3분의 2를 차지한다. 120년에 걸쳐 ‘국민 소화제’로 신뢰와 사랑을 받아온 브랜드로 선진국의 장수 브랜드 조건을 갖춰가고 있다. “시대는 변해도 늘 그 자리에” 소비자 마음에 만병통치약으로 자리잡은 소화제는 대한민국 브랜드의 난공불락 성공 사례다.
 
⑤ 리브랜딩과 리포지셔닝
마지막으로, 극한 시장에서 리브랜딩(Rebranding)과 리포지셔닝
(Repositioning)을 잘 활용했다. 완벽한 시장 탈환에 성공한 사례로 휠라(FILA)를 들 수 있다. 1911년 이태리아 휠라 형제가 만든 이 브랜드는 휠라코리아에 인수되며 한국 브랜드로 리브랜딩된다. 과거 오래된 이미지를 벗고 가성비를 앞세워 10~20대 새로운 대상을 공략해 초대박 브랜드로 거듭났다. 2018년 일명 ‘어글리슈즈’라는 ‘디스럽터2’를 출시해 그해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로 이름이 났다.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유통 전략을 전면 수정하고 다양한 유명 브랜드와 협업하면서 중년과 젊은 세대 모두를 아우르게 된다. 결국 휠라는 2016년 1조원 미만이던 매출이 최근 3조원에 육박하는 쾌거를 이룰 정도로 성공했다.
 
 
 
▲ 브랜드의 진정성과 정체성을 상실한 채 성공 기반만 과도하게 확장해 몰락의 길을 걸은 전형적인 사례로 2008년 혜성처럼 등장한 ‘카페베네’가 있다. 연합뉴스
  단명한 브랜드 실패 요인
이런 장수 브랜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더 크고 새로운 원칙을 못 지켰을 경우 실패 사례로 전락한다. 국내 의류·신발 등 패션 브랜드가 대표적이다. 리, 쓰리세븐, 조다쉬, 스톰, 292513, 안전지대, 마르조, 애녹, OZOC, 카운트다운, 브렌따노 등을 들 수 있다. 
모든 브랜드는 시장 수명주기 흐름에 따라 영고성쇠의 길을 걷기 마련이다. 문제는 시장 진입과 퇴출이 비정상적인 기간에 이뤄지거나, 경쟁 요인을 극복하지 못하고 브랜드 관리에 철저하지 못하면 실패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특히 한때 번영을 누리던 브랜드의 급작스러운 몰락은 충격적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① 브랜드 정체성 상실
브랜드의 진정성과 정체성을 상실한 채 성공 기반만 과도하게 확장해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경우가 전형적이다. 2008년 혜성처럼 등장해 맛, 유럽식 카페 분위기, 한국식 사랑방의 완벽한 조합으로 국내 소비자에게 큰 사랑을 받은 카페베네를 보자. 한때 점포 수가 2014년 국내 최대인 900여 개까지 확장될 정도로 늘어나 스타벅스를 위협하기도 했다. 하지만 브랜드 힘을 과신한 나머지 무리한 점포 확장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진출 등 글로벌화 전략으로 2016년 설립 6년 만에 130억원 넘는 적자를 기록하며 실패의 길을 걷게 된다. 반면 국내 커피 브랜드 이디야(EDIYA)는 스타벅스보다 많은 매장을 국내에 갖고 있으나, B급 입지를 점령하면서 무리한 확장이 주는 손실을 보전하고 있다. 특히 가성비를 앞세워 소리 없이 강한 브랜드의 진정성으로 소비자에게 신뢰를 얻고 있다. 

② 무리한 투자와 사업 확장
후발 주자로서 과잉경쟁에 무리한 투자와 사업 확장은 전형적인 브랜드 실패 사례다. 1990년대 정보기술(IT) 산업 융성기에 등장한 팬택은 초기 대형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발 빠른 인수·합병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유사한 기능을 가진 3개 브랜드(큐리텔·스카이·팬택)가 동시에 나와 중복 투자와 브랜드 자기잠식(Cannibalization) 위험에 노출되면서 삼성, LG, 모토롤라 등 대형 기업의 정글 속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만다. 결국 여러 번의 회생과 몰락을 반복하면서 팬택은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만다. 
 
③ 브랜드 경쟁관계의 몰이해
기존 시장과 브랜드 경쟁 관계의 생리에 대한 몰이해로 예고된 실패를 하는 경우다. 한마디로 시장 진입에 대한 바른 준비와 이해가 부족했다는 얘기다. 과거 1998년 범양식품에서 론칭했다가 20여 년의 부침 끝에 시장에서 사라진 콜라 독립전쟁 ‘815’를 기억해보자. 국내에서 거대 기업 코카콜라에 맞선 애국심 마케팅으로 입지를 다진 815 콜라는 단기간에 시장점유율이 급상승했다. 새 브랜드 등장은 젊은층의 큰 호응을 얻었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확산됐다. 그러나 애국심 마케팅에 의존한 이 브랜드는 소비자에게 식상함을 안겨주면서 맛에서 회의적인 평가가 터져나왔다. 급기야 원조 코카콜라가 원액 공급을 중단하고 직접 국내시장에 진출하면서 범양의 815 브랜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불행하게도 거대 공룡 코카콜라에 맞서던 토종 콜라의 야심은 브랜드 자산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요컨대, 브랜드 흥망은 곧 기업 영고성쇠 과정과 맥을 같이한다. 브랜드 관리 불변의 법칙에 순응하지 못하면 실패하고, 그 원칙을 준수하는 브랜드는 성공한다는 교훈을 알아야 한다. 경쟁이 치열한 현재 시장구조에서는 부침을 겪되 오래 견디는 브랜드가 진정한 강자다. 1900년대 초 미국에서 주목받던 100개 브랜드는 100년이 지난 현재까지 85% 넘는 생존율을 보였다. 100년은 채 안됐지만 애플, 맥도널드, 배스킨라빈스31, 스타벅스, 나이키, 캘빈클라인 등은 장수 브랜드의 가능성을 보이며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철저히 시장 원칙을 지켰고 브랜드 관리를 중시했던 결과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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