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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행·산업은행 추진 금융위 반대, 기재부 뒷짐
[국내이슈] 금융권에 노동이사제 도입될까
[108호] 2019년 04월 01일 (월) 정혁준 june@hani.co.kr

정혁준 편집장

 
▲ 기업은행·산업은행 등 금융권에서 노동이사제 도입을 놓고 진통을 겪고 있다. 한겨레 자료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 등을 통해 2018년부터 공공기관 감사 독립성 강화 및 노동이사제 도입”.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가 발표한 122쪽 분량의 ‘100대 국정과제’ 24쪽에 나오는 내용이다. 
 
이 노동이사제 도입이 국책은행 중심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회사 직원이 추천한 사람이 이사회 등 회사 경영에 참여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경영진을 견제·감시하고 기업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
 
2018년 금융권에서 채용 비리와 대출금리 조작 같은 대형 사건이 터지면서 사외이사가 경영진 견제와 감시 기능을 제대로 못한다는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노동이사제 도입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노동이사제는 독일·스웨덴·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 운영하고 있다. 노동이사제가 활발하게 운영되는 나라는 독일이다. 독일에서 노동이사(노동자 대표)는 비상근 이사지만 의결권이나 발언권에서 다른 이사와 동등한 권리를 지닌다. 유럽과 달리 미국에는 명문화된 법규가 따로 없다.
 
현재 우리나라 금융권에서 추진하는 노동이사제는 엄밀한 의미에서 ‘노동자 추천 이사제’다. 기업 의사결정에 의결권이 있는 사외이사를 노동조합이나 노동자가 추천하는 사람으로 선임하는 걸 말한다. 노동이사제와 비교해 다소 완화된 형태의 경영 참여 방식이다.

기업·산업은행 도입 추진
노동이사제 도입을 놓고 진통을 겪는 금융기관은 IBK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2월25일 박창완 금융위원회(금융위) 금융발전심의회 위원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금융발전심의회는 1986년부터 우리나라 금융정책 방향을 설정하는 일을 맡아왔다. 박 위원은 경남은행 노동조합 위원장, 금융노조 부위원장, 금융위원회 금융혁신위원 등을 했다. 박 위원은 2017년 금융위 혁신위원 당시 금융회사의 노동이사제 도입 필요성을 주장하며 이를 금융혁신안에 담았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3월11일 이사회를 열고 노동조합이 추천한 박창완 위원을 배제하고, 신충식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김세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를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기업은행은 국책은행이어서 시중은행과 달리 주총을 거쳐 사외이사를 선임하지 않는다. 기업은행 정관 제38조를 보면, 사외이사는 경영·경제·회계·법률, 중소기업 분야에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가운데 은행장 제청으로 금융위가 임면한다고 나와 있다. 금융위가 두 후보를 사외이사로 임명하면, 노동이사제는 사실상 무산된다. 
 
기업은행 홍보팀은 노동이사제와 관련한 김도진 기업은행장의 의견을 묻는 기자의 전자우편에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이름을 밝히지 말라고 한 기업은행 관계자는 “노조는 사외이사 후보 추천 권한이 없다”며 “노동이사제를 도입하려면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정부 의지만 있다면 정관 개정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이 가능하다”며 “노동이사제 도입이 최종 무산될 경우 정관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KDB산업은행에서도 노동이사제가 이슈가 될 전망이다. 산업은행 노동조합은 2월28일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고, 사 쪽과 노사협의를 할 때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에 노조 대표를 포함하도록 요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노동조합은 4월에 노동이사를 외부에서 공모한 뒤, 5월에 검증 절차를 거쳐 임추위와 금융위에 추천을 요청할 계획이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3조를 보면, 임추위 위원은 이사회가 선임하고, 위원은 법조계·경제계·언론계·학계·노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선임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산업은행은 임추위가 사외이사 후보자를 추천하면, 산업은행 회장이 제청하고 금융위원회가 임면한다. 
 
금융권에선 산업은행에서 노동이사제 도입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이 노동이사제에 배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가 노조 추천 인사를 사이외사로 선임할 때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역할이 컸다. 2018년 7월 금호타이어는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추천을 받아 산업은행이 제청한 노동법학자 최홍엽 조선대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민간 기업에서 첫 ‘노동이사제’가 도입된 사례로, 이 과정에서 이 회장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위·금감원, 반대 기류
김대업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노사협의회 때 노동이사제 도입을 요구할 계획”이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된 이동걸 회장이 대통령 공약 사항인 노동이사제를 반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홍보실은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해 답변하지 않았다.
 
노동이사제가 정치권으로 확산될지도 주목된다. 민병두 국회 정무위원장(더불어민주당)은 2월19일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금융의 공적 기능에 비춰 기업은행 등 금융 공기업부터 노동자추천이사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8년 7월 노동자추천이사제 도입을 담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경영계 의견을 지지하는 자유한국당은 노동이사제에 반대한다. 
 
금융위에서도 노동이사제에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월18일 기자간담회에서 노동이사제와 관련해 “근로자 권익 보호 측면에서 은행은 임금이나 복지 등 근로 여건이 다른 산업보다 훨씬 양호하다”며 “금융권에서 먼저 도입할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동안 노동이사제 도입을 요구했던 윤석헌 금융감독원장도 3월14일 기자간담회에서 “노동이사제는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역할을 하는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대안이라는 점에 공감한다”면서도 “이런저런 상황으로 사회적 수용 정도가 높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에서도 국회 법안 통과를 이유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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