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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뒷걸음질 주범 수출 주도 성장모델
[Issue] 흔들리는 독일
[108호] 2019년 04월 01일 (월) 자크 아다 economyinsight@hani.co.kr

“독일 기업은 심연으로 떨어질 것이다.” 독일산업연맹 디터 캄프 회장은 독일 기업이 받을 노딜 브렉시트의 영향을 설명하면서 직설적으로 말했다. 2017년 독일의 영국 수출은 중국 수출과 거의 비슷한 850억유로(약 109조원)다. 독일에 영국은 미국(1120억유로), 프랑스(1060억유로), 중국에 이어 네 번째로 중요한 수출시장이다. 두 나라의 경제적 통합은 단순한 교역 차원을 넘는다. 1200억유로에 이르는 독일의 영국 투자 규모만 봐도 추측할 수 있다. 독일의 중국 투자는 760억유로였다. 직접 수출 외에 수출기업이 공급업체 전체에 끼치는 영향까지 고려하면 독일 경제의 영국 시장 노출 정도는 독일 GDP의 5%에 이른다.

3월29일까지 영국과 유럽연합(EU)이 합의 도출에 실패해 영국이 그대로 EU를 탈퇴하면, 영국과 EU의 무역관계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칙만 적용받을 것이다. EU와 터키, 가나 사이의 무역 관계에 비해 EU와 영국 양쪽 모두에 더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의미다. 관세 재도입으로 독일의 영국 수출이 장기적으로 57%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한 연구소도 있다. 특히 자동차와 화학 산업에서 영국과 독일을 연결하는 가치사슬이 해체될 수 있다. 다른 연구소는 브렉시트로 독일에서 일자리 10만 개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했다.

 

자크 아다 Jaques Adda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독일 북부 엠덴시의 폴크스바겐 공장 부근 항구에서 수출용 차량을 화물선에 싣는 작업이 한창이다. REUTERS
독일 경제가 수상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들은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2019년 독일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내려잡고 있다. 2018년 중반 이후 독일은 유럽에서 이탈리아 다음으로 경제 전망이 가장 비관적인 나라가 됐다. 실제 2018년 12월 연간 제조업 생산 증가율은 -4%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2012년 이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수치다. 특히 신규주문지수(-7%)나 기업신뢰지수 같은 경기선행지수의 급락은 2019년 초에도 경기침체 위협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또다시 하락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1월 말 독일 정부는 2019년 성장률 예상치를 1.8%에서 1%로 낮췄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예상치인 1.3%, 1.1%보다도 낮은 수치다.  
 
독일 경제가 2018년 3분기에 마이너스성장률(-0.2%)을 기록한 것은 경기변동 탓이라는 설명이 있다. 이런 가설은 느리지만 확실하게 근거를 잃어가고 있다. 당시 경기침체 징후는 일시적 생산 감소에 따른, 무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치부됐다. 이른바 ‘디젤 게이트’(폴크스바겐 스캔들) 이후 EU 집행위가 새 자동차 승인 시험을 도입하면서 2018년 6~7월 독일 자동차 생산량이 38%나 급락했고, 라인강 수위의 전례 없는 하락이 하천 운송과 주변 공장의 공업용수 수급에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시적 경기변동?
그러나 독일 경제 악화는 2018년 초부터 유로 지역 전체에 영향을 끼친 일련의 흐름과 관련 있다. 예상보다 뚜렷한 중국 경기의 둔화로 촉발된 경기침체 불씨는 미국의 강경 일변도 무역정책으로 더욱 확대됐다. 2018년 하반기 미국은 중국 무역제재를 시작하고 유럽 자동차 산업에도 위협을 가했다. 최근 몇 달 동안 영국의 정치 상황이 완전한 혼돈으로 치달으면서 ‘노딜 브렉시트’(영국의 합의 없는 EU 탈퇴) 가능성이 커진 것도 한몫했다. 
 
중국의 경기둔화는 중국 경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신흥국가 경제도 둔화하고 있다. 중국은 이제 세계무역에 큰 영향을 끼친다. 2018년 말 세계무역은 마이너스성장률을 기록했다. 게다가 세계 최대 경제대국 사이에 무역전쟁의 암운은 투자자들 결정에도 영향을 끼쳐 투자 위축을 부른다. 유럽 차원에서도 브렉시트가 공식화하면 영국에 대한 관세가 재도입된다. 영국 경제를 유럽 대륙과 연결하는 수많은 가치사슬의 약화, 심지어 해체로도 이어질 수 있다.
 
▲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이 2019년 1월18일 베이징에서 열린 독일-중국 고위 재무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3대 수출시장인 중국의 경기둔화로 독일 경제는 적잖은 타격을 입었다. REUTERS
세계 수요에 대한 취약성
독일 경제는 세계 수요 변동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수출이 독일 GDP의 거의 절반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 이후 독일은 폭발적으로 늘어난 중국 수요의 덕을 톡톡히 입은 국가 가운데 하나다. 중국 수요 증가는 2013년 전까지는 주로 투자와 수출로, 이후부터는 소비가 독일 경제를 이끄는 동력 가운데 하나였다. 중국에 진출한 독일 기업만 5천 개에 이른다. 독일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다른 유럽 국가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 2017년 독일은 유로 지역 가운데 중국 수출의 54%를 차지했다. 프랑스의 5배에 이르는 수치다. 좀더 일반적으로 말해, 독일 수출은 신흥국가 수요, 그 가운데서도 설비재와 자동차 수요에 부합했다. 이것이야말로 2000년 이후 다른 모든 선진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이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독일이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중국 경제의 갑작스러운 둔화와 수요 감소는 논리적으로 독일 수출 물량과 생산에 영향을 끼친다. 2018년 중국의 자동차 신규 등록 건수는 30여 년 만에 처음 감소했다. 이는 2018년 하반기 독일의 수출 급락으로 이어졌다. 몇몇 연구에 따르면, 다른 유로 지역 국가보다 독일에서 중국 경기변동의 영향이 2배 이상 크다. 자동차산업은 독일 GDP의 14%를 차지한다. 게다가 유럽 자동차산업에 관한 미국 무역의 위협과 노딜 브렉시트 우려는 기업신뢰지수 폭락을 초래했다. 여기에 이미 경기침체가 시작된 이탈리아의 상황이 더욱 악재로 작용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경기부양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이 나섰다. 그는 독일 경제가 완전고용 상태이며 임금도 연간 3%씩 상승하고 있으므로 내수 증가가 현재의 일시적 충격을 해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숄츠 장관은 심지어 소속 정당인 사회민주당의 경기부양책 요구도 거부했다. 전임자인 기독교민주연합 출신 볼프강 쇼이블레처럼 현재의 둔화가 독일 기본법에 명시된 예산 규칙을 준수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우려한 것이다. 
 
공공부채 증가를 제한하는 것이 목적인 이 예산 규칙에 따르면 독일의 구조적 재정 적자는 GDP의 0.35%를 넘을 수 없다. 경기변동 요인을 제외한 구조적 재정 적자는 일반적으로 실제 경제성장률이 잠재 성장률과 동일할 때 재정 적자를 의미한다. 물론 독일의 공공지출 증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회통합, 인프라(기반시설), 주거 등 분야에서 공공지출이 늘어날 수 있다. 디지털 경제는 독일이 심각하게 뒤처진 분야기도 하다. 그런데도 독일 국채 수익률이 0에 가까운 현 상황(따라서 투자자 돈을 끌어오는 데 거의 비용이 들지 않는 상황 -편집자)을 이용해 적극적 경기부양책을 펼칠 것으로 현 정부에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지금의 경기둔화가 진작에 끝났어야 할 예외적 경기확대 국면의 종말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순한 경기변동을 넘어 수출 주도 성장모델의 종말을 뜻할 수 있다. 중국의 내수시장 집중 정책과 적극적 수입 대체 전략은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을 넘어 세계경제 전체를 새로운 시대로 이끌고 있다. 중국 성장은 더 이상 세계무역의 성장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과 중국 경제발전 전략의 변화가 합쳐지면서 독일 수출 주도 성장모델의 미래에도 어두운 구름이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몇 년 안에 독일은 2008 ~2009년 금융위기 이후 담당해왔던 유로 지역 성장동력 구실을 더는 수행하지 못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1995~2005년 그랬던 것처럼 유럽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저축 증가로 이런 상황이 더 나빠질지도 모른다. 설상가상으로 물가상승률 하락은 다른 유럽 국가와 독일의 경쟁력 격차를 더욱 심화해 이들 나라가 물가 억제 정책을 쓸 수밖에 없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다. 유로 지역 국가들이 경기부양책을 쓸 수 없는 상황에 몰리는 것이다. 
 
* 2019년 4월호 종이잡지 87쪽에 실렸습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9년 3월호(제388호)
Allemagne: la fin de la prospérité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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