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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텔 물은 누구 것인가
[Focus] 네슬레 생수 논쟁 - ① 배경
[108호] 2019년 04월 01일 (월) 바바라 수프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스 비텔 지역 경제는 네슬레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네슬레가 비텔에 무슨 짓을 하는 것일까? 온천수 지역인 비텔의 지하수가 말라가지만, 네슬레는 물을 계속 사용하겠다고 주장한다. 네슬레 평판도 땅에 떨어졌다.

바바라 수프 Barbara Supp <슈피겔> 기자
 
 
▲ 네슬레의‘비텔 미네랄 워터’공급지인 프랑스 비텔 지역의 지하수가 점점 말라가고 있다. 비텔 홈페이지
 
과거 불루미에 가문이 회사를 경영했던 시절, 비텔시 주민이 길가 밀짚더미에 “물을 그만 뽑아내라”고 써서 항의한 적은 없었다. 엘리트 계층에 항의하기 위해 노란 조끼를 입지도 않았다. 자세히 쓴 항의서를 올릴 인터넷도 없었다.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고 사람들 참을성도 없어졌다. 비텔시도 이를 느끼고 있다.
 
비텔시에 몰아친 소용돌이
은쟁반에 담긴 커피를 마시는 94살 불루미에는 매우 편안해 보였다. 1968년 그는 처음으로 생수를 플라스틱병에 담아 팔았다. 병에 담긴 생수 산업으로 미네랄 워터 시장을 완전히 뒤바꿨다.
불루미에가 ‘비텔 미네랄 워터’ 회장이었을 때는 많은 것이 쉬웠다. 사람들이 그의 결정을 받아들이거나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당시 비텔에는 자본주의가 들어와 있었지만, 그건 불루미에가 결정하는 자본주의였다.
현재는 훨씬 복잡한 자본주의가 들어왔고, 네슬레는 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어쩌면 아닐 수도 있지만 말이다. 여기에는 크리스토프 클로츠가 있다. 불루미에는 “그가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부인도 “옳은 말이다. 그는 자신 방식대로 일을 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클로츠가 보주 지역의 얼어버린 들판 위를 무거운 부츠를 신고 거닐고 있다. 그는 아무 거리낌 없이 “네슬레에서 일한다”고 말했다. 클로츠는 키가 크지 않았지만 어깨가 넓어 무거운 부츠가 부담스러워 보이지 않았다. 그는 무거운 부츠를 신는 부류의 사람들이 관심 있는 주제를 얘기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후반에는 경제, 환경, 민주주의, 지질학 등의 주제에 대해 얘기했다. 
비텔시에 소용돌이가 몰아치기 시작한 것은 2018년 1월이다. 언론에서는 ‘주민은 물을 지키고 싶어 한다’(<르 몽드>), ‘주민과 네슬레 사이에서 일어난 수원 싸움’(<웨스트 프랑스>)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물 부족 사태의 주범
비텔은 프랑스 동부에 있는 온천 지역으로, 5천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평온했던 곳이 갑자기 국제적 분쟁이 벌어지는 지역이 됐다. 이 지역 물은 누구 소유인가? 비텔 시민이 사용해야 하는 지하수 수위가 갑자기 줄어들었다. 2017년 비텔에서는 83만㎡ 물이 사라졌다. 그중 74만㎡를 네슬레가 가져갔다. 네슬레는 이 물을 가져가 독일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 팔았다.
네슬레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식음료 회사다. 큰 부분을 차지하는 생수사업이 전세계적으로 공분을 사고 있다. 네슬레를 비판하는 이들은 이 회사가 수돗물을 식수로 쓸 수 없는 이들을 대상으로 이득을 취하고 있을 뿐 아니라, 물이 부족한 사태에도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 네슬레가 물을 부족하게 만들어놓고 피해자들에게 물을 병에 담아 판다는 것이다.
2012년 개봉한 <병에 담긴 생명> (Bottled Life: Nestle’s Business with Water)이라는 다큐멘터리에서, 네슬레는 나이지리아나 파키스탄 등지에서 물을 훔치는 도둑놈으로 그려졌다. 네슬레는 이런 비판을 자사 홈페이지에서 부인했지만, 평판은 나아지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있었던 네슬레에 대한 보이콧은 이제 비텔과도 관련돼 퍼지고 있다.
네슬레 행적에 관한 비판적인 질문에 주로 답하는 사람은 크리스토프 클로츠다. 클로츠는 네슬레 대변인이 아니라, 농학자이자 생물학자다. 네슬레 자회사인 아그리베르(Agrivair)를 이끌고 있다. 아그리베르는 물과 샘물 보호를 담당한다. 그는 자연·농업·관광을 하나의 환경시스템으로 본다. 이는 네슬레 입장이기도 하다. “만일 이 세 가지 중 하나를 따로 떼어내면 엉망이 될 것이다. 네슬레가 비텔 지역을 떠난다면 급격한 변화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말 이건 협박이 아니다. 그런 결과가 온다는 걸 얘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상황을 잘 안다.”
지질학적으로 보면 이 지역에는 지하 200m에 몇백만 년 된 사암층이 있고 여기에 지하수가 흐른다. 이 지하수를 놓고 분쟁이 일어난 것이다. 네슬레가 ‘비텔’ 상표를 붙여 독일로 수출하는 바로 그 물이다. 문제는 비텔 주민도 같은 사암층에서 물을 끌어온다는 사실이다. 이 지하수가 줄어들어 몇십 년 전부터 수위가 내려가고 있다. 해마다 약 36cm까지 줄어드는 것이 확인됐다. 정치적으로 판단하자면, 이제는 무언가 조치를 취해야 하는 지역이 된 것이다.

해마다 줄어드는 지하수
클로츠는 “해결책이 있다. 베겔과 이야기해보라”고 말했다. 레진 베겔은 “네슬레를 쫓아내라고? 그건 너무 급진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베겔은 네슬레에 대한 평판을 알고 있다. 행정 중심지인 에피날에 있는 지방의회 의원실 책상에서 우리를 맞이한 베겔은 날카로워 보였다. 그녀는 매우 바빴다. 베겔은 지방의회 의원이자 지역 수자원위원회(CLE) 대표다.
베겔은 이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 이는 인권의 문제다. 유엔은 물 권리는 인권이라고 선언했다. 물은 일반적인 무역상품일 수 있을까? 누가 우선순위에 놓여야 하는가? 주민인가, 기업인가? 보주 지역 땅 밑의 물은 누가 얼마만큼 가져야 하는가?
비텔이 위치한 보주 지역은 습도가 높아 비가 자주 온다. 모두가 마실 수 있을 만큼 물은 충분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상황이 바뀌었다. 너무 많은 물이 퍼 올려져, 뽑아낸 양보다 다시 채워지는 양이 더 적었다.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해마다 네슬레는 생수에 대해 이 지역에 1400만유로(약 18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내고 있다. 그중 400만유로가 비텔 지역 예산으로 사용된다. 그리고 약 1천 개 일자리를 이 지역에 제공하고 있다. 이 지역에는 농업, 관광업, 몇몇 치즈 생산공장 외에는 일자리가 없었다.
수자원위원회에서 대다수는 하나의 해결책에 동의하고 있다. 네슬레가 계속 물을 뽑아 상품화해도 된다는 것이다. 주민이 사용하는 물은 동쪽으로 15km 떨어진 곳까지 파이프라인을 설치해 끌어오면, 네슬레가 이를 금전적으로 지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먼 곳에서 물을 끌어온다고 해도, 주민이 사용하는 물값은 오르지 않을 것이다.
레진 베겔은 이것이 합리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환경단체연합이 수자원위원회에 끼어들지만 않았어도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수자원위원회에는 기업과 담당 공무원 외에도, 소수이지만 목소리가 큰 환경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 지역에 적합한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는 동시에 이를 통해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환경단체 우아조나투르의 베르나르트 슈미트가 말했다. “당연히 윤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은퇴한 의사로 비텔에 살고 있는 그는 지역 수자원위원회의 일원으로 베겔을 힘들게 하고 있었다. 그는 “주민한테서 물을 빼앗고 플라스틱병에 넣어 독일로 수출하는 게 당연한 일인가?”라고 물었다. “베를린에도 안전한 수돗물이 있지 않나? 병에 든 생수도 있을 것 아니냐?”
 
정치권과 유착 의혹  
그는 비텔을 국제적인 싸움의 한 부분으로 봤다. 2월 중순에는 캐나다와 브라질에서 온 사람과 함께 네슬레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임을 주최했다. 모임에서는 주민 권리와 인권, 기후변화, 부정부패 등에 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슈미트는 수자원위원회의 전 회장, 즉 베겔의 전임 회장과 전 네슬레 경영자의 이름이 똑같다(동일 인물)는 점을 알아냈다. 안티코르라는 단체도 나서기 시작했다. 현재 당국이 이를 조사하고 있다. 이 사건은 낭시 검찰에 배정됐다. 물 권리를 주장하는 네슬레 계획에, 허용되면 안 되는 힘이 끼어들었던 것일까? 아직 판결이 나지 않아 사람들 의심만 더 커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것에 의문을 다는 것도, 아무것도 믿지 않기도 어렵다. 믿을 만한지 시험하기도 어렵다. 혐의를 묻는 것도 어렵다.
여기서 더 생각해볼 것이 있다. 어떻게 공공재산인 물이 개인 손에 넘어갔을까? 비텔에서는 19세기 중반부터 공공재산이 상품으로 팔렸다. 기업가가 하나의 롤모델로 등장한 시기였다. 기업가들은 전세계를 기업가정신을 펼치는 무대이자 상품이 이동하는 경로로 봤다. 공공재 개념은 실제 세계에서 아련하게 사라졌다.
74살 자클린 베리에는 “그때는 지금과 다른 자본주의였고 활기가 넘쳤다”고 말했다. 그녀는 자신이 디자인한 비텔 지방박물관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이 박물관은 자본주의 역사와 여러 세대에 걸쳐 비텔을 바꿔놓은 불루미에 가족의 역사를 동시에 담고 있었다.
루이스 불루미에는 옥시타니아 지방(프랑스 루아르강 남부 지역으로 오크어 방어를 쓰는 곳) 출신 변호사였다. 신장병으로 고생하던 그는 비텔 옆 지역 콩트레크세빌에 휴양을 왔다. 하지만 콩트레크세빌의 물을 잘 마실 수가 없었다. 그는 물이 솟아오르는 수원이 딸린 늪지로 된 비텔 농장을 샀다. 1854년엔 시테테르말이라는 온천을 열었다. 그전에 비텔은 농업과 레이스 공업이 약간 있을 뿐 무척 가난한 지역이었다.
그 아들들이 살던 시대는 화려했다. 간, 동맥 관련 병이나 통풍 등을 치료하기 위해 부자들이 기차를 타고 오면, 호텔 소유 마차로 이들을 비텔 휴양지로 데려왔다. 물을 마시면서 갤러리를 거닐고 여기서 사업, 정치, 결혼을 논의했다. 요양 산업이 하락세에 들어서자, 창업자 조카 손주였던 불루미에는 클럽 메디테라네를 비텔로 유치했다.
 
 
▲ 네슬레 생수가 만들어지는 공장 안에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춤추는’ 기계뿐이다. REUTERS
생수 판 불루미에 가문
일찍이 1855년 불루미에 가문은 도자기에 물을 담았다. 1875년에는 컨베이어벨트 비슷한 것을 도입했다. 1968년 불루미에는 향유 회사인 레지에르에서 영감을 받아 물을 플라스틱병에 담기 시작했다. 1년 뒤, 네슬레는 이 회사 지분 30%를 사들였다.
베리에 부인이 보여주는 유리장에는 옛날 생수병들이 보물처럼 전시돼 있다. 이는 불루미에 가문의 발명 정신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 가문의 기업가정신은 경제 분야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들은 정치에도 발을 들였다. 여러 세대에 걸쳐 불루미에 가문을 이끈 사람은 비텔시 시장이 되곤 했다.
1992년 네슬레가 ‘비텔 미네랄 워터’를 인수했을 때 모든 것은 종말을 맞았다. 더 이상 이 도시의 수호자는 없었다. 누군가 자신들의 자식이 직업 연수생으로 들어가기를 원할 때 추천서를 써줄 수 있는 사람이 사라졌다. 항상 무슨 일이든지 답해주던 사람이 사라졌다고 베리에 부인이 말했다.
다른 시대, 다른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만일 베리에 부인이 현재 비텔을 지배하는 자본주의를 설명하려 한다면, 이제는 생수병들을 전시할 것이 아니라 자동화 기계를 전시해야 할 판이다. 네슬레 생수가 만들어지는 공장 안에서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컨베이어벨트 위에서 ‘춤추는’ 기계뿐이다. 고도로 조직화된 기계가 병을 만들고 소독하고 생수를 채우고 겉면에 라벨을 붙인다. 그다음 상자에 담아 포장하고 운반대에 얹어 배달 차량에 싣는다. 공장 안에서 사람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 2019년 4월호 종이잡지 71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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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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