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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뮬싱’으로 고통받는 양들의 비명
[Trend] 메리노울 채취 이면
[108호] 2019년 04월 01일 (월) 지모네 잘덴 economyinsight@hani.co.kr

메리노울(Merino wool·메리노라는 품종의 양털)은 보드라운 소재의 천연 제품으로 의류에 주로 쓰인다. 하지만 스웨터와 아웃도어 점퍼를 생산하기 위해 양 수백만 마리가 고통받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대형 패션 브랜드 역시 양들이 겪는 고통을 줄이기 위해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지모네 잘덴 Simone Salden <슈피겔> 기자

 

 
▲ 한 모델이 메리노울 소재의 크루넥 스웨터(오른쪽 둘째)를 입고 있다. 메리노울은 고급 양복과 스웨터, 아웃도어 의류 소재로 쓰인다. REUTERS

메리노 양은 이렇게 완벽한 털을 갖고 있다. 메리노울 두께는 16.5~24µm에 불과하다. 독일 북부에서 사육되는 양의 털과 사람의 머리카락은 메리노 양의 털보다 2배가량 두껍다. 메리노울은 고가 남성 양복, 겨울 스웨터, 아웃도어 의류에 쓰인다. 수요가 많은 메리노울의 가격은 지난 5년 동안 2배나 뛰었다. 수요가 공급을 훨씬 앞지르기 때문이다. 독일은 메리노울 주요 수입국이다. 

인간이 보들보들하고 따뜻한 옷을 입는 사이, 엄청나게 많은 동물이 고통받고 있다. 패션업계는 이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다. 양들이 고통받는 사실을 아는 소비자도 거의 없다. 

그나마 스웨터 소재가 어디서 나왔는지에 관심을 갖는 극소수 소비자도 옷의 원료 소재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공급업체 연결망을 정확히 알고 있는 패션업체 역시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 문제에 관심 보이는 패션업체도 대부분 표면적으로만 인지하고 있을 뿐이다. 


잔혹하게 도려내는 항문 가죽

양들의 고통은 고급 메리노울의 88%가 만들어지는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시작된다. 오스트레일리아에는 메리노 양 740만 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메리노 양은 수백 년 동안 목장에서 길러진 덕택에 주름이 많아 최고급 울이 만들어진다. 하지만 이 주름 때문에 기생충에 취약하다. 파리가 접힌 축축한 피부에 알을 까고, 부화한 구더기는 살아 있는 양의 피부조직을 좀먹는다.

이 때문에 오스트레일리아 메리노 양의 90%는 뮬싱(Mulesing)이라는 강제 시술을 당한다. 뮬싱은 어린 양의 항문 주위 가죽을 도려내는 것이다. 양의 네 다리가 금속 봉 사이에 끼워지고 엉덩이를 위로 한 상태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누운 상태에서 진행된다. 뮬싱 과정에서 양 꼬리가 잘리거나, 수컷 양이 거세되는 일도 많다. 이 모든 잔인한 과정이 보통 마취 없이 진행된다. 뮬싱 시술을 받는 양들의 비명은 한번 들으면 절대 잊히지 않을 것이다. 

외딴 초원에서 무리 지어 방목되는 어린 양에게 뮬싱은 대체로 인간과의 첫 접촉이라 할 수 있다. 동물보호단체 피어 포텐(Vier Pfoten, Four Paws)의 한나 체들라허는 “양들은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많은 스트레스를 느낀다”고 말했다. “메리노울은 피로 얼룩졌다.” 그는 몇 년 전부터 뮬싱 반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양 사육 업계는 문제가 심각하다.” 

시술 고안자 존 뮬스 이름을 딴 뮬싱은 수많은 국가에서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하지만 오스트레일리아 양 사육업자는 여전히 뮬싱 시술을 고수한다. 최악의 통증은 피하고 빠른 상처 치유를 돕는 국부 마취제 투여 등 양을 위한 대안은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다. 위험한 구더기증(Myiasis)에 내성이 있는 메리노 사육법도 있다. 하지만 최대 1만 마리를 소유한 양 사육업자들은 양떼를 메리노 사육법으로 구더기 내성이 있는 양으로 선뜻 바꾸려 하지 않는다. 독일의 돼지 새끼 거세와 비슷하게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뮬싱 역시 전통과 경제성의 이유로 정당화되고 있다.

 
▲ 동물복지에 소비자의 관심이 늘면서 패션 브랜드 업체들도 ‘뮬싱 프리 메리노울’을 선언하고 있다. 하지만 울 공급 경로를 파악하고 추적하기란 쉽지 않다. REUTERS

동물복지에 눈뜨는 소비자

알디쥐트(Aldi-Süd), 베네통, 치보(Tchibo) 등의 기업은 몇 년 전부터 오스트레일리아산 메리노울을 취급하지 않고 있다. 치보의 지속가능성 매니저 슈테판 디르크스가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양모산업 역시 동물보호단체들이 말하는 대로 뮬싱에서 탈피하는 길을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치보에서는 ‘뮬싱 프리 메리노울’ 수요가 분명히 있다.”

소비자도 제품 원산지에 점점 민감해지고 있다. 보드랍고 따뜻한 스웨터를 생산하기 위해 양이 고통받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소비자 플랫폼 유토피아(Utopia) 연구조사에 따르면, 의류 생산 여건을 중요하게 여기는 독일 국민은 아직 전체 인구 4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의류 원산지를 의식하는 소비자는 점점 늘고 있다. 기센대학 소비 연구원 벤케 그보츠드츠는 “사람들이 ‘동물복지’에 점점 눈뜨고 있다. 케이지(우리) 달걀이나 가죽 의류를 둘러싼 논란이 이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동물복지에 민감한 고객을 신경 쓸 수밖에 없다. 특히 젊은 고객일수록 의류 원산지를 따진다.

<슈피겔>과 <슈피겔TV> 공동 연구에 따르면, 뮬싱 프리 울을 취급하는 의류 기업과 브랜드를 소비자가 알기 어렵다. 실제 소비자 자격으로 아디다스부터 자라에 이르기까지 34개 유명 패션 브랜드 업체에 뮬싱 프리 울의 사용 여부를 물었더니, 2곳이 “오스트레일리아산 울을 쓰지 않는다”고 답했다. 6곳은 “앞으로 뮬싱 프리 울을 취급하겠다”고 했다. 10곳은 “뮬싱 울을 취급하지 않는 공급업체를 신뢰한다”고 했다. 

질문에 답을 거부한 기업도 있었다. 5곳은 직접적인 답변을 피했다. 4곳은 답변 자체를 하지 않았다. 메리노울 공급업체를 알려준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아디다스는 “우리는 공급업체에 뮬싱을 하지 않는다는 확답을 요구한다”고 답했다. 뮬싱 프리 울 취급 여부를 어떻게 확신하냐는 질문에 “자체 생산기지와 외부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건강·안전·노동법·환경보호와 관련해 명확한 규정을 세웠고, 명확한 노동 기준이 적용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아디다스의 규정과 기준 등에서 동물복지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아디다스 외에 여러 기업이 “뮬싱 프리 인증을 받았다”고 답했다. 대형마트 체인 리들(Lidl)은 “의류별로 뮬싱 프리를 확인하는 국제유기섬유인증(GOTS ·Global Organic Textile Standard)을 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스프리(Esprit)는 2017년부터 ‘책임 있는 울 기준’(RWS·Responsible Wool Standard) 인증을 받은 하청업체에서만 울을 매입한다고 했다. RWS 역시 뮬싱 프리 인증이다. 하지만 2019년 초 에스프리 누리집을 보면, 에스프리가 취급한 울 중에서 RWS 인증을 받은 비율은 1%가 채 되지 않고, 2022년까지 RWS 인증 울 비율을 50%까지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오스트레일리아 메리노 양의 90%는 구더기증을 예방할 목적으로 뮬싱 시술을 강제로 당한다. 뮬싱은 마취 없이 어린 양의 항문 주위 가죽을 도려내는 시술로 잔인하기 짝이 없다. REUTERS

뮬싱 여부 가리는 인증 유명무실 

베를린에 있는 사단법인 소비자 이니셔티브 총괄담당 게오르크 아벨은 “메리노울과 뮬싱 여부를 가려주는 인증은 거의 홍보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 단체는 소비자에게 뮬싱 인증 정보를 전달하는 인터넷 포털(https://label-online.de)을 운영한다. “소비자는 진지하게 뮬싱 프리 울을 찾지만, 관련 업계는 뮬싱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지 않는다.”

이 단체가 최근 39개 기업에 ‘메리노울과 뮬싱’ 주제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메리노울 원산지를 최초 생산 농가까지 역추적할 수 있다고 답한 기업은 4곳에 불과했다. 질문에 회신한 20개 기업 중에서다. 3곳은 아예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글로벌 섬유산업이 전세계 어디에서나 그런 것처럼 메리노울도 공급망이 광범위하고 불투명하다. 소비자가 자신이 산 옷이 생산국에 남긴 친환경 ‘발자국’ 마크 정보를 얻을 경로가 없다. 아동노동, 저임금, 강 오염, 열악한 공장 등은 주요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생산된 울은 타스마니아 농장에서 시작해 시드니 양모 거래소로 이어진다. 시드니 양모 거래소에서 양모 원료 형태로 유럽으로 수출되는 물량은 11%에 불과하다. 오스트레일리아 양모 4분의 3은 중국에서 가공된다. 해당 양모가 뮬싱 프리인지 역추적할 수 있는 제조단위번호(batch number)가 양모에 붙어 있기는 하지만, 수많은 공장에서 원료 형태 양모가 수톤(t) 규모의 생산단위로 혼합된다.

전세계 양모 생산량 대부분은 중국 상하이 방적공장에서 실로 가공된다. 상하이 방적공장에서 두꺼운 실패는 이탈리아나 체코 등지의 직조 공장으로 운송된다. 이후 직조된 양모는 주로 아시아 등지에서 스웨터로 만들어져 컨테이너 선박에 적재돼 유럽으로 간다.

하이케 헤스 천연섬유경제연합회장에 따르면 각 의류는 기업 40~50곳을 거치면서 완제품으로 생산된다. 천연섬유경제연합회는 양모 관리·감독에 중점을 두는 기업을 대변한다. 일부 틈새 공급업체는 오스트레일리아 양 사육 농장과 독점 공급계약을 한다. 일부 브랜드 업체는 뉴질랜드나 남미산 뮬싱 프리 메리노울만 취급한다. 헤스 회장은 “대형 패션 브랜드는 그런 식으로는 메리노울 수급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시장에 공급되는 뮬싱 프리 메리노울 공급량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물론 울름대학의 지속가능한 기업경영연구소 마르틴 뮐러는 메리노울 공급량이 너무 적다는 것은 기업들이 내세우는 허울 좋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섬유산업에서 글로벌 공급망은 당연히 극복해야 할 도전이다. 다른 산업과 비교해 특별히 더 복잡다단한 것도 아니다.” 

마르틴 뮐러의 연구소는 최근 메리노울 지역 공급망을 검증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검증 대상은 슈베비셰알프 고원지대에서 사육되는 양과 지역 염색공장, 방적공장, 직조공장에서 도나우알프 지역의 소규모 패션 브랜드 제조공장까지 이른다. 

 

도입 예정인 ‘녹색 단추’ 인증 기대

슈베비셰알프에서라면 손쉽게 역추적이 가능한 것이 물 건너 대륙에서는 훨씬 어려워진다. 뮐러는 “오로지 뮬싱 프리 양모만을 쓰라는 규정은 전체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의무계약조항이 돼야 하며, 의도만 좋은 자율 사항으로는 저렴한 스웨터 가격 협상을 앞두고 흐지부지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이를 반영해 복잡다단한 섬유 인증 체계에 길잡이 역할을 할 ‘녹색 단추’(Der Grüne Knopf) 인증이 조만간 도입될 예정이다. 게르트 뮐러 연방개발장관은 2019년 녹색 단추 인증을 도입할 계획이라면서도 정확한 시점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녹색 단추 인증 도입 시점은 내부적으로 계속 미뤄지고 있다. 뮐러 장관은 새 인증 발급에 높은 수준의 조건을 내걸었다. “녹색 단추 인증은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고 투명하며 검증 가능할 뿐만 아니라, 공정하고 친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생산된 의복에 국한한다.” 녹색 단추 인증은 최종 완성 단계에서 양모 등 원자재에 대한 명백한 기준을 적시해야 한다.

내부자 전언에 따르면 구체적인 동물복지 기준은 아직 검토된 바 없다. 뮐러 장관은 일단 녹색 단추 인증을 시범사례 형태로 시장에 도입할 계획이다. 하지만 인증 기준 준수 여부를 어떻게 관리·감독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 녹색 단추 인증은 뮬싱과 관련해 현재까지는 결정적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게오르크 아벨은 “독일은 미국 다음으로 두 번째로 큰 섬유 수입국”이라며 “뮬싱과 관련한 소비자의 식견과 영향력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스트레일리아산 메리노울과 관련해 기업과 고객이 막강한 시장권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메리노울 문제도 실상은 아주 단순하다고 덧붙였다. “소비자의 구매 행위가 바로 성명서인 셈이다.” 

* 2019년 4월호 종이잡지 48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7호 

Das Schreien der Lämmer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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