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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암 제초제 집단소송 ‘휘청’
[집중기획] 독이 된 비즈니스
[107호] 2019년 03월 01일 (금) 프랑크 도멘 등 economyinsight@hani.co.kr

가정상비약 ‘아스피린’으로 유명한 독일 제약회사 바이엘이 2018년 6월 71조원(약 640억달러)을 들여 미국 농업생명기업 몬샌토를 전격 인수했다. 150여 년 전통을 자랑하는 의약업계 선두업체가 종자기업을 인수해 농업과 과학, 생명과 의학을 아우르는 ‘종자 공룡’ 회사로 외연을 확대했다. 하지만 ‘과욕’은 ‘화’로 되돌아왔다. 발암물질이 든 제초제 ‘라운드업’을 둘러싼 피해 농부들의 집단소송과 이에 대한 패소 우려로 바이엘 주가가 곤두박질하는 등 심각한 경영 위기에 직면했다. 대규모 감원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앞날이 밝지만은 않다.  _편집자

프랑크 도멘 Frank Dohmen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아르민 말러 Armin Mahler <슈피겔> 기자
 
   
▲ 2016년 5월 바이엘 그룹 회장에 취임한 베르너 바우만은 몬샌토 인수를 적극 추진했고, 현재 이로 인해 위기에 봉착했다. 베르너 바우만 회장(왼쪽)과 바이엘 감독위원회의 베르너 베닝 회장이 2018년 5월25일 독일 본에서 연례 주주 총회 전 악수를 나누고 있다. REUTERS
베르너 바우만 바이엘 최고경영자(CEO)의 세계에서 진실은 1차원적이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자신의 세계는 팩트와 학술적 사실, 연구서, 감정보고서를 토대로 한다. 따라서 바우만 CEO는 글리포세이트가 안전하다는 사실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현재 논란이 된 글리포세이트 성분을 함유한 제초제를 만든 미국 기업 몬샌토를 “지금이라도 언제든지 다시 어떤 조건도 달지 않고 합병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바이엘 주변 세계는 글리포세이트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다. 글리포세이트에 독성이 있고, 몬샌토를 ‘악의 화신’으로 바라보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몬샌토의 새 소유주인 바이엘은 암에 걸린 수천 명의 농부로부터 집단소송을 당했다. 투자자들은 바이엘 주식 같은 고위험군 유가증권을 투자 포트폴리오에 넣기를 꺼린다. 2018년은 바이엘 그룹의 155년 역사에서 가장 힘든 해였다. 2019년에는 더욱 힘들어질 수도 있다. 어쩌면 바이엘 그룹 전체가 위험에 처할 수도 있다. 
 
몬샌토 71조원에 인수
바우만 CEO는 “라이프는 점점 위태로워지고 있다. 기업에서나 개인의 삶에서나 우리는 매일 위험을 감수한 결정을 내린다”고 말한다. 그는 몬샌토 합병과 관련해서도 “온갖 이미지 리스크는 적극적으로 정의되고 평가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바이엘은 그룹 차원에서 몬샌토 합병에 따른 이미지 리스크는 결국 무시해도 될 만큼 미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바이엘 감사회는 독일 경제 역사상 최고가인 640억달러(약 71조원)에 이르는 합병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그런데 2018년 여름 몬샌토 합병 이후 바이엘 그룹 시가총액은 무려 300억유로 이상 급락했다. 몬샌토를 대상으로 한 첫 소송에 패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후 바이엘 경영진은 주주를 안심시키는 데 사력을 다했다. 바이엘은 구조조정을 단행해 대대적인 일자리 감축을 시도했다. 기업 지분을 매각하고 심지어 자사주 매입 계획도 발표했다. 흔히 자사주 매입은 좋은 투자처를 찾아 헤매는 자금 사정이 넉넉한 기업만 누리는 사치로 알려졌다. 여하튼 지금까지 바이엘이 펼친 다양한 분위기 반전 시도는 좀처럼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추후 집단소송에서도 바이엘이 계속 패한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그것도 지금처럼 단순히 1심이 아닌 2심, 3심에서 패소한다면 말이다. 바이엘 주식은 투기꾼들 먹잇감이 되고, 그룹 전체보다 각 사업부문 가치가 더 높은 바이엘의 그룹 분리를 노리는 주주행동주의의 타깃이 될지도 모른다. 바이엘 그룹의 분리는 가장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독일 그룹의 종말을 의미한다. 
 
바이엘 경영진과 감사회 책임자들은 합병 대상이던 몬샌토를 정말 꼼꼼히 검토했는지, 합병에 따른 법적·이미지 리스크를 과소평가하지 않았는지, 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과대평가하지 않았는지 자문해야 한다.
 
발암물질 글리포세이트
바이엘 그룹을 감독하는 감사회 회장인 베르너 베닝(72)의 거대한 집무실은 레버쿠젠 옛 본사 건물에 있다. 그는 2002~2010년 바이엘 그룹 CEO를, 2012년부터 감사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이 기간에 바이엘은 화학 부문과 플라스틱 부문을 따로 떼내어 상장했으며, 몬샌토 합병을 추진했다. 
 
베르너 베닝 회장은 “지금까지 정말 많은 일을 경험했기에 지금 상황은 기시감이 들 정도”라고 태연하게 말했다. “현 상황은 콜레스테롤 감소제 리포바이(Lipobay)를 복용한 환자 일부가 사망하면서 바이엘에 닥친 위기 상황과 유사하다.” 바이엘 그룹 CEO에 막 임명됐던 베닝이 처음 맞닥뜨린 시험대였다.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하는 리포바이는 2001년 상당한 부작용으로 시장에서 철수돼야 했고, 당시 바이엘은 부작용에 시달리는 수천 명의 당사자에게 집단소송을 당했다. 바이엘 주가는 일시적으로 10유로(약 1만2천원) 수준으로 급락했으며, 주거래 은행들은 신용 한도 조정을 거부했다. 
 
그럼에도 베닝 감사회 회장은 현 상황이 당시와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한다. “크롭사이언스(Crop Science·작물학)와 컨슈머헬스 사업부를 토대로 하는 라이프 사이언스 그룹이 아주 건실하다. 바이엘 그룹의 재정 역시 탄탄하며, 그룹 경영 전략도 어느 애널리스트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정도로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더 나아가 베닝 감사회 회장은 “반대파들이 대표적인 합병 실패 사례인 다임러크라이슬러 사건을 몬샌토 합병과 비교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우리는 여느 평범한 경쟁업체를 합병한 것이 아니다. 성장하는 시장인 농업 부문에서 선도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최상의 농업기업을 인수했다.”
 
하지만 한때 최상의 농업기업이었던 몬샌토의 이미지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함유된 몬샌토 제초제 ‘라운드업’(Roundup)은 암을 유발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몬샌토 사업모델도 논란이 되고 있다. 몬샌토는 글리포세이트에 내성을 가진 종자도 재배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농부들은 몬샌토 종자를 심은 거대한 경작지에 대량의 제초제 라운드업을 마음 놓고 뿌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미국 농부들이 몬샌토의 유전자조작 종자를 사용하려면 매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래서 몬샌토는 농부들을 종속시키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다. 
 
2015년 3분기 바이엘 경영진 쪽에 몬샌토와 협력·인수 가능성을 모두 검토해보라는 주문을 한 당사자는 베닝 감사회 회장이었다. 당시 농업은 거센 변화 물결을 외면할 수 없는 지점에 있었고, 다른 기업과 협력하거나 인수·합병하는 것을 논의하지 않는 기업을 찾기 힘들었다. 결국 소수 거대 기업이 농업시장을 지배할 것이 분명했다. 베닝 감사회 회장은 “바이엘 그룹이 농업시장 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중요한 화두였던 시기”라며 그때를 회상했다.
 
   
▲ 한 농부가 발암물질로 의심받는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함유된 제초제 ‘라운드업’을 밭에 뿌리고 있다. 몬샌토는 이 제품을 사용한 뒤, 암에 걸린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에 직면했다. REUTERS
‘리포바이’ 악몽과 흡사
당시 신젠타는 켐차이나와, 다우케미컬은 듀폰과 합병했다. 바이엘 그룹도 무언가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몬샌토 안에서도 바이엘의 농화학 부문과 합치자는 논의가 있었다. 그러던 중 바이엘 그룹 경영진이 몬샌토의 허를 찔렀던 것이다.” 
 
몬샌토 합병을 둘러싼 다른 버전의 스토리도 있다. 베르너 바우만 CEO의 전임자인 네덜란드 출신 마르인 데커스는 몬샌토 합병을 검토했지만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이유로 거부했었다. 제약회사 화이자는 당시 몬샌토가 바이엘을 합병할 경우 이후 바이엘 그룹의 전문의약품 사업부를 인수할 계획이었다. 
 
베닝 감사회 회장과 바우만 CEO는 단 한 번도 화이자와 관련해 논의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 둘은 마르인 데커스 전 CEO가 몬샌토 합병을 거부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전 회장의 2016년 4월 갑작스러운 사임은 몬샌토 합병 계획과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데커스 전 CEO는 이에 대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았다. 
 
2016년 5월10일 오랜 멘토인 베닝 감사회 회장에 의해 바이엘 그룹 CEO로 선임된 바우만은 미국 세인트루이스로 날아가 몬샌토의 휴 그랜트 CEO에게 합병액을 제시해 그해 9월 합의했다.
 
이후 상황은 베닝 회장과 바우만 CEO가 생각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연구보고서에서 글리포세이트가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결론 내렸다. 이후 미국 변호사들은 몬샌토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할 원고들을 찾아나섰다. 지금까지 소송에 참여한 원고만 거의 1만 명에 이른다.
 
제초제 피해자 소송 패소
2018년 8월10일 몬샌토에 대한 법원의 최초 판결이 나왔다. 법원은 몬샌토가 운동장 관리인 드웨인 리 존슨에게 3900억달러를 배상하고, 별도로 2억5천만달러 벌금을 부과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원고 드웨인 리 존슨은 자신이 암에 걸린 원인이 글리포세이트 성분이 함유된 몬샌토 제초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2심에서 벌금이 3900만달러로 크게 줄었지만, 몬샌토가 발암 원인을 제공했다는 유죄판결에는 변함이 없었다.
 
평소 바우만 CEO은 매우 침착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2018년 12월 초 영국 런던에서 열린 바이엘 그룹의 ‘캐피탈 마켓 데이’(Capital Market Day) 행사에서 금융 애널리스트들과 투자가들에게 자신을 소개할 때 다소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여러분의 실망은 우리의 실망이기도 하다. 바이엘 그룹 주가 추이가 아주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바이엘 주가 폭락의 주요 원인인 글리포세이트 희생자임을 자처하는 원고들의 소송에 대해서는 “모두 근거가 없으며, 법정 소송에 결연히 대처하겠다”고 짤막하게 논평했다. 
 
바우만 CEO의 대책 없는 낙관주의는 발표된 대책만큼이나 투자자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주주들도 서류상의 논리적 전략과 금융 수치가 기업의 성공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것쯤은 잘 안다. 유니언인베스트먼트의 펀드매니저 잉고 슈파이히는 “인구구조 변화에서 볼 때 크롭사이언스에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논리적일 수도 있다”면서도 “그런데 바이엘은 하필 업계의 문제아를 합병했고,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과 기업 이미지 리스크를 과소평가한 것이 확실하다”고 지적했다.
 
잉고 슈파이히 등 펀드매니저들은 투자 결정에서 경제적 관점과 아울러 환경·인권·사회적 기준 등을 고려한다. 기업에서 고객이 입을 건강상 위험이 커지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기업 이미지 리스크도 투자 결정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잉고 슈파이히는 “우리가 420억유로를 투자하는 지속가능성 펀드에서 바이엘 주식은 모두 매각했다”고 말했다.   

* 2019년 3월호 종이잡지 16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2호
Gift fürs Geschäf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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