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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단적 결정에 투자자도 외면
[집중기획] 부메랑 된 인수·합병
[107호] 2019년 03월 01일 (금) 프랑크 도멘 등 economyinsight@hani.co.kr

프랑크 도멘 Frank Dohmen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아르민 말러 Armin Mahler <슈피겔> 기자

   
▲ 미국의 종자회사 몬샌토를 인수한 것과 관련해 제약회사 바이엘 직원들이 2018년 12월3일 독일 부퍼탈에서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REUTERS

기업 투자는 지속가능성을 중시한다. 세계적으로 23조유로(약 2경9176조원)가 이 기준에서 투자되고 있고, 이와 관련한 시장이 급속히 성장하고 있지만 바이엘 그룹은 이 자금 흐름에서 거의 배제돼 있다. 지속가능성 기준을 고려하는 주식 바로미터인 ‘다우존스 지속가능성 지수’에서 바이엘은 제외된 상태다.

투자자와 자산 매니저를 대상으로 기업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신용평가사 ISS-외콤(oekom)은 바이엘의 지속가능성을 몬샌토 합병 이전부터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ISS-외콤의 크리스티나 뤼터는 “바이엘이 문제가 있는 농산품으로 벌어들이는 매출 비율이 오히려 늘어났다”고 전했다. 뤼터는 바이엘 경영진이 문제가 있는 농산품을 바라보는 관점과 특히 제초제 라운드업 관련 소송을 꼬집어 지적했다. “바이엘은 자사 제품의 건강 리스크를 털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몬샌토 인수 뒤 시총 급락
바이엘은 기존 투자자 사이에서도 신용을 잃었다. 기존 투자자들은 베르너 바우만 최고경영자(CEO)와 베르너 베닝 감사회 회장을 위시한 경영진이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몬샌토 합병을 강행하려 한 것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펀드사 DWS의 좋은 기업경영 및 감사회 전문가인 크리스티안 슈트렝거는 “바이엘 경영진은 몬샌토 합병 의견을 주주에게 묻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주주로서는 밤에 제약업체와 잠자리에 들었는데 아침에 눈떠보니 옆에 농업·화학 업체와 누워 있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그 결과는 처참했다. 현재 바이엘 그룹 시가총액은 몬샌토 합병에 든 금액 수준으로 급락했다. 슈트렝거는 “바이엘 경영진이 자사 매각에만 혈안이 됐던 몬샌토 경영진의 말을 너무 믿었다”고 비판한다. 반면 휴 그랜트 몬샌토 CEO는 자사 매각으로 무려 1억2천만달러(약 1350억원)를 벌어들였다고 했다.
 
바이엘은 몬샌토와 라운드업이 이미 오래전 대기업의 고삐 풀린 탐욕의 상징이 되어버렸다는 사실도 간과했다. 프랑스와 독일 등의 시각에서 몬샌토는 오염되고 유전자가 조작된 식료품, 단일경작, 종 다양성 감소 등 수익만 좇는 일그러진 농업을 상징한다. 
 
바이엘은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인정하지 않았다. 실제 바이엘 그룹에서 독일 농업 사업부를 총괄하는 헬무트 슈람은 “특정 인구 계층이 비판적으로 바라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특정 결정을 건너뛸 수는 없다”고 단호히 말한다.
 
농업학 박사 출신 슈람은 전형적인 ‘바이엘맨’이다. 바이엘에 입사한 지 30년째인 슈람은 오랫동안 터키·영국·미국 등에서 해외근무를 했다. 그는 몬샌토 합병을 경영 관점에서 논리적 귀결이었다고 판단한다. 화학 부문에서 시작한 바이엘 그룹이 몬샌토 합병으로 생화학이라는 새로운 부문의 노하우를 얻었다는 것이다. “바이엘은 몬샌토와 합병해 더 혁신적으로 거듭났다.” 
 
헬무트 슈람은 “글리포세이트가 베이킹파우더보다 독성을 덜 함유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또 그는 화학 없는 농업은 존재할 수 없다고 확신한다. 친환경농업이 더 나은 농산물을 저절로 보장하지 않으며, 오히려 수확량을 최대 50% 감소시킨다고 설명한다. “그런데도 대체 어떻게 친환경농업으로 전세계를 먹여 살리겠다는 건가?”
 
뒤셀도르프 자연보호단체 분트(BUND)에서 농업정책을 담당하는 랄프 빌케는 헬무트 슈람의 이런 논리를 비도덕적이라고 지적한다. 빌케는 기아의 원인이 자연재해, 전쟁, 빈곤 등 완전히 다른 데 있다고 본다. 제초제를 과도하게 살포하는 산업화된 농업체제보다 소농이 주를 이루는 농업체제에서 ‘식량 안보’ 수치가 특히 높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빌케 등 바이엘 비판자들은 온갖 연구보고서와 당국의 승인에도 글리포세이트 안전성을 신뢰하지 않는다. 이들은 “글리포세이트가 암을 유발하지 않는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연구보고서가 50여 개에 불과하다는 것을 바이엘도 최근 인정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또 “농화학 제품의 승인 절차는 관련 업체 입김에 좌우되고, 독일연방리스크평가연구소 역시 몬샌토 자료를 자체 성명서에 그대로 받아쓰지 않았느냐”고 했다.
 
빌케 역시 글리포세이트 사용이 농부들에게 얼마나 유혹적인지 잘 알고 있다. 글리포세이트 사용법이 너무나 간단하고 저비용이기 때문이다. 
 
   
▲ 캐나다 매니토바주 카먼에 있는 몬샌토 연구 농장. REUTERS
지속가능성 요원한 농업
클라우스 콤베르크는 바이엘 그룹의 모범적인 농부다. 전세계를 돌아다닌 콤베르크는 수년 전부터 아들과 함께 독일 뒤셀도르프 인근 메트만에서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300여헥타르(ha) 규모의 농장에서 밀, 유채, 보리, 사탕무를 경작한다. 가축은 기르지 않는다. 콤베르크가 말했다. “농부는 좋은 직업이다. 현재 나와 아들은 농장을 충분히 경영할 수 있는 수준이다.”
 
콤베르크의 농업은 종자, 수확, 들판, 초원 관리라는 전통적 농업 방식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비싼 농기구들은 그의 자부심이다. 컴퓨터와 위성항법장치(GPS)로 가동되는 완전자동식 콤바인은 외부 도움 없이도 경작지에서 스스로 일한다. 거대한 특수 타이어가 달린 트랙터에는 초미세 계량 설비로 실제 필요한 만큼만 경작물에 거름, 영양제, 살충제를 뿌리는 폭이 수m에 이르는 분무기가 달렸다. 경작물에 필요한 양은 토양의 화학적 분석을 거쳐 측정된다. 
 
콤베르크는 “고가의 농기구, 자동화, 유전자조작 종자, 화학약품 없이는 현재 정착한 지역에서 농업으로 더 이상 수익을 낼 수 없다”고 말한다. 그러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경작지는 너무 협소하며, 식료품 가격이 너무 낮다는 것이다. “글리포세이트 등 제초제를 쓰지 않고는 다른 대안이 없다.”
 
하지만 콤베르크조차 몬샌토 경작 방식에는 분명한 태도를 취한다. “유전자조작 종자는 내 농가에 들어올 수 없다.” 그는 유전자조작 종자에다 맞춤형 농약까지 쓴다면 “농부들이 소수 대기업에 위험한 수준으로 의존적이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국과 남미에서 농부들은 대기업에서 가격, 수확량, 경작 방법까지 세세하게 지시를 받는다. 농부에게는 영양가 하나 없는 경작지에도 잘 자라는 종자가 점점 줄어들면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내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농업 방식이다.” 콤베르크는 머리를 흔들었다. 
 
분노한 활동가들, 회의적이거나 적대적인 여론, 불안해하는 농부들과 관련해 바우만 CEO는 “호의적이거나 회의적인 모든 이해단체와 적극적으로 대화에 나서겠다”며 “바이엘에 필요한 신뢰 구축에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투명성과 개방성만이 유일한 답”이라고 말했다.
 
바우만 CEO 역시 이것이 쉽지 않다는 걸 잘 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정치적 캠페인의 희생자라고 생각한다. 식량이 사람들의 주머니를 쉽게 여는 주제이기 때문에 일부 비정부기구(NGO)들이 의식적으로 식량을 캠페인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NGO들은 오로지 시민의 이해관계만 대변하기 때문에 시민에게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바우만 CEO는 “바이엘은 식품 안전성에 가장 우선순위를 둔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바우만 CEO는 소송과 관련해서는 낙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바이엘 전문의약품 사업부는 집단소송 경험이 있고, 이 노하우를 글리포세이트 집단소송에 십분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드웨인 리 존슨 소송에선 이런 방면에 경험이 없는 몬샌토 법무팀이 담당했다. 
 
   
▲ 2018년 5월25일 독일 본에서 개최된 바이엘의 연례 주주 총회를 앞두고, 활동가들이 독일의 제약·화학 회사 바이엘과 미국의 종자·농약 회사 몬샌토의 합병에 항의하고 있다. REUTERS
줄줄이 예정된 소송들
다음 두 소송은 2019년 2월과 3월에 열린다. 상반기에 3~4개, 하반기에 10여 개 소송이 줄줄이 예정돼 있다. 바이엘은 이외에 수만 개 소송을 대법원까지 갖고 가게 될 것이다. 바우만 CEO는 “우리는 긴 호흡으로 대처한다”고 했다. 최악의 경우 몇 년에 걸쳐 나쁜 뉴스가 터지고 거액 손해배상까지 감수해야 할 것이다. 
 
바우만 CEO의 계획대로 기업 비용과 소송비가 절감되고 수익성이 증대된다면, 바이엘 주가는 중기적으로 회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문제가 심각하다. 시장조사업체 번스타인리서치의 비말 카파디아는 “주주행동주의 투자자들이 달려들어 바이엘 그룹을 분리시키려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헤지펀드 엘리엇이 바이엘 그룹 분리를 위해 지분을 매입했다는 소문이 2018년 말에 파다하게 퍼졌다. 엘리엇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베르너 베닝 감사회 회장과 바우만 CEO 모두 지금까지 엘리엇 관계자 그 누구로부터도 연락받은 일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당장 엘리엇의 바이엘 그룹 분리 계획이 비현실적이다. 카파디아는 “몬샌토와의 통합은 복합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며, 바이엘 그룹을 동시에 분리하는 것은 위험천만하다”고 했다. 바이엘과 몬샌토 양쪽이 안고 있는 상당한 부채를 어떻게 나눌 것인지도 민감한 문제다. 독일에서 적대적 합병을 어렵게 만드는 공동결정권(직원 2천 명 이상 대기업은 경영전략이나 임원 인사에 결정권을 갖는 감사회 인원 절반을 노동자 쪽에서 구성해야 하는 규정 -편집자) 장애물도 넘어야 한다.
 
바이엘 그룹에서 공동결정권을 상징하는 인물은 올리버 쥘케다. 1985년 바이엘에 입사한 화학 숙련공인 쥘케는 경영 참여 근로자 대표 기구의 대표이자 감사회 부회장이다. 감사회는 바이엘 그룹 전세계 직원의 10%에 해당하는 1만2천 개 일자리 감축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쥘케는 이를 ‘바이엘 방식’(Bayer-like)이라 평했다. “인력 감축을 놓고 회사 쪽과 오랫동안 협상했고, 오랜 기간에 걸친 ‘바이엘 문화’에 해당하는 해결책을 결국 찾았다.”
 
바이엘 경영진은 7년 이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경영 참여 근로자 대표 기구 쪽에 약속했다. 쥘케는 “우리는 책임감 있게 행동하므로 사람들은 두려움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닥쳐올 소송 쓰나미와 주가 폭락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며, 몬샌토 합병은 여전히 옳은 결정이었다”고 전했다. “바이엘 그룹이 몬샌토를 합병하지 않았다면, 바이엘의 크롭사이언스 사업부 본사가 지금쯤 미국에 있었을 것이다.”
 
쥘케는 주주행동주의에 대해서도 두려움이 없다. 경영진과 감사회가 불화를 겪는 기업에서만 주주행동주의가 활개를 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주주행동주의는 이런 기업에서만 감사회 이사 자리를 움켜쥘 수 있고 기업 파괴를 할 수 있다. 이것은 바이엘에서는 불가능하다.”
 
바이엘 그룹은 기업 분리 시도에도 단호한 입장이다. 베닝 감사회 회장은 “바이엘 그룹의 분리는 기업가치를 파괴할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제 다시 싸워야 한다.”  

* 2019년 3월호 종이잡지 21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2호
Gift fürs Geschäft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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