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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타클로스 같은 이상향의 존재
[Life] 아마존이 바꾼 삶- ① 의미
[107호] 2019년 03월 01일 (금) 기도 밍겔스 economyinsight@hani.co.kr
아마존은 우리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나. 아마존은 우리가 신뢰하고 열광하는 사이 우리도 모르게 스스로 금치산자(심신 상실 상태로 자기 재산의 관리·처분 금지를 선고받은 자)가 되도록 방임하고 있다. 네 가지 모순으로 은밀하게 이뤄지는 ‘셀프 금치산화’ 과정을 중간 점검했다.
 
기도 밍겔스 Guido Mingels <슈피겔> 기자
 
   
▲ 제프 베이조스가 설립한 아마존은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애초 온라인 서점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일상에서 필요한 모든 물건을 파는 거대한 존재가 됐다. REUTERS
독일 브레머하펜에 사는 남성이 네 살짜리 아들의 실수로 아마존의 인공지능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를 통해 미니초콜릿케이크를 주문했다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끊임없이 질문을 던질 나이의 아이는 아마존의 에코 스피커를 아주 좋아했던 것 같다. 호기심 가득한 아이는 나이 많은 형과 대화하는 것처럼 기계에게 달과의 거리, 소방수 샘 아저씨(유아용 애니메이션 <출동! 소방관 샘>의 주인공) 나이 등을 물었다. 그중에는 이런 질문도 있었다. “알렉사, 케이크 한 개에 얼마야?”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다
알렉사가 답했다. “아마존 초이스 케이크는 하나우 미니케이크 쇼코누스 170g 1개 포장 가격이 총 5.99유로입니다. 지금 케이크를 구입하시겠습니까?”  아이는 아주 좋아하며 “네!”라고 대답했다. 곧 알렉사는 “귀하께서 주문하신 상품이 발송되었습니다”라고 했다.  
 
깜찍한 일화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부모가 음성인식 구매 서비스에 핀(PIN·간편비밀번호) 코드를 입력하도록 설정하면 된다. 이 일화는 아마존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고객, 이상적인 물물교환이 어떤 것인지 명확하게 보여준다. 쉽고, 빠르고, 생각 없는 거래 말이다.   
 
아마존은 우리 주변, 언제 어디나 존재한다. 동시에 점점 더 시야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된다. 지금도 마우스를 몇 번 클릭하거나, 스마트폰을 몇 번 터치하면 원하는 물건을 살 수 있다. 앞으로는 키워드를 말하고 알렉사를 부르기만 해도 된다. 주문 상품의 배송 현황을 확인하고 싶을 때도 “알렉사, 내 물건이 어디 있지?”라고 묻기만 하면 쉽게 음성으로 확인할 수 있다. 쇼핑 과정은 점점 더 쉽고, 간단하며, 장벽이 없어지고 있다.
 
이런 구매 방법은 매우 쾌적하고 유혹적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아마존은 군대에 이어 두 번째로 신뢰를 보여주는 기관이라고 한다. 미국인은 정부와 언론보다 아마존을 훨씬 신뢰한다는 것이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 같은 쇼핑 대목에 아마존이 우리에게 어떤 비용을 절감해주고 있는지 소비자는 명확하게 느낀다. 배송비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아마존 프라임 회원이라면 배송비를 면제받는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독일 온라인 소비자의 35%, 미국 가정 중 64%가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에 가입해 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는 아마존을 통해 구매 행위 자체와 그에 수반되는 모든 불편을 피할 수 있게 됐다. 물물교환이라는 근본적인 자본주의 활동이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눈에 띄지 않는 아주 사소한 행위로 전락했다. 자녀의 선물을 사기 위해 집을 나설 필요도 없다. 레고 블록으로 만든 성, 인형, 장난감 소방차 이 모든 것을 집으로 배달시킬 수 있다. 자동차에 탈 필요도, 교통 정체 한가운데에서 오도 가도 못할 필요도, 사람들로 가득 찬 도심으로 나갈 필요도 없다. 끔찍한 쇼핑몰에 들어가거나 보기 싫을 정도로 화려하게 꾸민 상점을 지나갈 필요도, 계산대에서 줄 서서 기다리거나 과로한 점원의 불친절에 화낼 필요도 없다. 미국 뉴스매체 <뉴욕타임스>의 한 여성 칼럼니스트는 최근 자신이 경험한 일에 관한 글을 기고했다. “8살 아이에게 ‘산타클로스를 믿느냐’고 묻자, 아이가 ‘산타클로스는 아마존’이라고 대답했다”는 일화다. 
 
   
▲ 아마존의 인공지능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 물건을 주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대화도 가능하다. REUTERS
사랑하고, 두려워한다
아마존에서 구매한 내역을 들여다보면, 개인의 삶에 대한 역사이자 한 소비자의 일기를 볼 수 있다. ‘아, 강아지한테 벼룩이 생겼지. 털을 다 밀어야 했어. 강아지가 추워 떨기에 반려견 옷을 샀다.’ ‘환경에 해를 끼치는데다 사악하게 비싸기까지 한 네스프레소 캡슐커피를 또 샀네?’ ‘전등 코드는 왜 샀지? 도대체 그것은 지금 어디에 있는 거야?’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사람이 된 미국인 제프 베이조스가 1990년대 중반에 세운 아마존은 현재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잘 알려진 대로 처음에는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했고, 20여 년이 흐른 최근에는 모든 물건을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 아니 그 이상이 됐다. 마치 미래를 예언하듯이 야심차게 세계에서 가장 큰 강의 이름을 따라 명명된 아마존은 실제 어디에나 도달하고, 모든 것을 휩쓸어가는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원한다면 다른 곳에서는 사지 않고, 오직 아마존에서만 물품을 구입하면서 살 수도 있다(‘아마존 프레시’에서는 샐러드도 배송한다). 무한한 선택 가능성을 추구함으로써 아마존은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 것이다. 아니다. 이 말은 틀렸다. 아마존은 우리에게 여전히 자유를 허용한다. 우리 스스로 아마존에 종속되는 것이다. 자신에게 물어보자. 아마존 없이 살 수 있는가? 살 수 있다고? 좋다. 그렇다면 아마존 없이 살고 싶은가?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는다는 아마존의 첫 번째 패러독스(역설)는 아마존 고객의 내적 갈등, 위선과 상응한다. 우리는 아마존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아마존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쥐꼬리만 한 보수를 받으면서 말도 안 되는 시간에 물건을 배송해야 하는 아마존 택배 기사들을 안타까워하면서도, 금세 또 상품을 주문한다.
 
우리는 아마존 노동자의 파업 기사를 읽으면서도 주문한 상품이 제때 도착할 것인지만 걱정한다. 아마존을 둘러싼 논쟁, 즉 아마존의 세금 회피 전략, 경쟁 기업에 대한 파급효과, 아마존의 반노조 정서 소식을 들으면서도 물건을 구입할 때 그 사실에 그다지 개의치 않는다. 우리는 오래된 쇼핑 거리의 작고 예쁜 가게가 없어지는 것을 슬퍼하지만, 아마존 최저가의 두 배 가격으로 물건을 파는 이 가게에 단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다.
 
우리는 의심하면서도 기쁘게 아마존이 일상을 얼마나 파고드는지, 프라임 회원인 우리를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경쟁 기업에서 멀어지게 하는지 지켜보고 있다. 아마존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Netflix)의 대안으로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를,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의 대용품으로 아마존 뮤직을, 사진 저장 공간을 무제한 제공하는 아마존 포토로 클라우드를 제공한다.
 
‘메아 막시마 쿨파’(Mea maxima culpa·‘내 큰 탓이로소이다’라는 뜻, 가톨릭 미사 기도문). 아마존을 비판하는 칼럼을 완성한 날 아침, 기자의 집 문 앞에 아마존 배송품이 놓이는 일도 충분히 가능하다.   
 
* 2019년 3월호 종이잡지 25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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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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