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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예속돼야 무한한 자유
[Life] 아마존이 바꾼 삶- ② 종속
[107호] 2019년 03월 01일 (금) 기도 밍겔스 economyinsight@hani.co.kr
기도 밍겔스 Guido Mingels <슈피겔> 기자
 
   
▲ 아마존은 아마존 페이로 자체적인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대출해주며, 각종 금융 서비스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보건과 의료보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아마존은 슈퍼마켓, 우체국, 은행, 고용주, 학교, 결제 수단, 언론, 의료보험 등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려 한다. REUTERS
아마존 역사에서 현재는 일종의 하프타임(전반과 후반 사이 쉬는 시간)으로 봐야 한다. 아주 간단한 구문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시장의 절반이다. 미국은 물론 독일에서도 온라인 상거래의 절반 정도가 아마존에서 이뤄진다. 독일인들이 온라인에서 쓰는 유로화 절반, 미국인들이 전자상거래에 사용하는 달러화 절반이 거대한 아마존의 강으로 흐른다. 아마존은 책, 장난감, 전자제품, 레저용품을 비롯한 다양한 물품 분야에서 독보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독립 판매자에게는 자신 상품을 아마존 시장에 제공하는 것 말고는 고객을 확보할 다른 방법이 없다. 
 
시장을 지배하고, 대체한다
언론인 조지 패커는 아마존에 대해 이렇게 썼다. “유명한 베이조스 전기 제목 <아마존, 세상의 모든 것을 팝니다>와 달리, 아마존은 ‘모든 것을 파는 가게’(The Everything Store)가 아니라 그 자체로 ‘모든 것‘(Everything)이다. 아니라면 최소한 그것을 향해 가고 있다.” 아마존은 오래전부터 단순한 소매상이 아니었고, 여전히 더 많은 것이 되고자 하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에도 뛰어들었고, 성공적으로 TV 프로그램과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아마존은 기술 권력이다. 아마존은 스마트 스피커, 태블릿PC 같은 디지털 기기를 개발한다. 거대한 데이터 저장소이기도 하다. 아마존에서 임대한 서버는 글로벌 클라우드 컴퓨팅 용량의 3분의 1을 제공한다. 넷플릭스, 우버, 에어비앤비 등의 기업은 물론 미국 정보기관도 아마존의 데이터 클라우드를 이용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동영상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Twitch)를 보유한 아마존은 광고 권력이기도 하다.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온라인 광고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아마존은 택배회사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기존 물류 업체와 함께 누구라도 택배기사가 될 수 있는 일종의 상품용 우버 서비스 ‘아마존 플렉스’(Amazon Flex)를 론칭했다.  
 
아마존은 은행처럼 아마존 페이로 자체적인 결제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출을 해주고, 각종 금융 서비스도 제공한다. 베이조스의 제국에는 2013년 인수한 신문 <워싱턴포스트>도 속해 있다. 학교가 되고 싶은 아마존은 교육 소프트웨어에 투자하고 있다. 최근에는 보건 분야에도 손을 뻗고 있다. 의료보험서비스를 준비 중이고, 2018년에는 온라인 약국 필팩(PillPack)을 인수했다.   
 
아마존은 슈퍼마켓, 우체국, 은행, 고용주, 학교, 결제 수단, 언론, 의료보험 등 삶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룬다. 많은 사회 인프라의 구성 요소가 점점 더 민간 기업 손에 들어간다. 그중 일부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구상은 이미 다 해뒀다. 기술 세계에선 이를 ‘생태계’라 한다. 아마존 생태계는 고객이 더 이상 빠져나갈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해질 것이고, 고객도 아마존 생태계에서 벗어나기를 원치 않게 될 것이다.
 
독일의 실리콘밸리 전설 피터 틸이 유명한 말을 했다. “경쟁은 패자들이나 하는 짓이다. 기업의 진정한 목표는 독점 기업이 되는 것이다.” 목표에 이르기 위해 가야 할 길은 아직 멀지만 방향은 명확해 보인다. 미국의 아마존 전문가 스테이시 미첼은 이렇게 말한다. “거대 정보기술(IT) 기업 아마존이 공개된 시장에서 법 기준에 따라 거래되는 민주적·정치적 경제에서 근본적으로 멀어지고 있으며, 미래에는 상품 교환이 아마존 규칙에 따라 사적 영역에서 이뤄지게 하려 한다.”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에서 경쟁업체 제품보다 자체 생산한 상품에 특혜를 줄 수 있다. 아마존은 경쟁업체의 시장 조건을 결정하고, 수수료로 경쟁업체 매출에 일종의 세금을 부과해 자사 상품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미첼의 결론은 “아마존이 시장을 지배하는 것뿐만 아니라 시장을 대체하려 한다”는 것이다. 

   
▲ 아마존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 물건 구입을 넘어 우리가 일상에서 아마존에 의존하는 일이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REUTERS
반란은 일어나기도 일어나지 않을 수도 
내 사무실은 외풍이 심한 목재 건물이다. 발 온열기를 샀다. 벼룩이 생긴 강아지의 털을 깎다가 면도기가 고장 났다. 팀 우는 그의 새 책에서 아마존과 다른 IT 대기업을 해체하자고 제안하는 법학자다. 아마존을 비판하는 책을 읽으려는 사람은, 그 책을 당연히 아마존에서 구입한다(아마존은 유통 수수료를 얻는다). 팀 우는 “아마존이 경쟁에서 분리되도록 놔두지 않으면, 미국 경제를 지속적으로 손상시킬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런 생각은 팀 우만이 하는 것은 아니다. 
 
아마존에 대한 공공연한 불쾌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몇몇 미국 정치인이 ‘독점금지법’을 입에 올리며 아마존과 다른 신진 독점기업에 규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미 하원은 새로운 반독점법위원회를 구성했다. 소속 위원인 민주당의 키스 엘리슨은 “대규모 독점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아마존에 대한 반감은 미국 정계의 좌·우파를 가리지 않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최근 독점 규제 조처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경제적 측면에서 아마존은 이제 경쟁자가 없다. 스스로 실책으로 무너지기에도 규모가 너무 커졌다. 완전히 새로운 의미로 실패하기엔 너무 커져버린 것이다. 아마존에 유일한 미래 위험 요소는 입법부, 즉 정치권이다.
 
하지만 2018년 미국에서 벌어진, 아마존이 계획하는 새로운 본사 2곳(HQ2)의 유치 전쟁에서 보듯 아마존은 정치권도 복종시킬 수 있다. 지역사회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자금을 끌어들일 목적으로 수많은 미국 도시가 수개월간 더 나은 세제 혜택과 기타 특혜를 약속하며 “제발 우리 도시로 오라”고 아마존에 애원했다. 결국 아마존은 중서부 위기의 지역을 활성화하는 데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아마존을 가장 필요로 하지 않는 후보지인 워싱턴과 뉴욕을 선택했다. 미래에 있을지 모를 정치권의 정책 공격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워싱턴에 머물기로 한 것이다.
 
과거 20세기에 미국은 거대 기업을 해체하거나 합병하는 방식으로 거대 기업이 출현하는 것을 매번 방해했지만 이제 이런 방식은 인기가 없어졌다. 하지만 해당 법률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리고 얼마 전부터 경쟁적으로 아마존을 규제하자는 아이디어가 관심을 받고 있다. 그중 하나가 아마존을 자체적인 소매업과 제3자를 위한 디지털 시장 두 부문으로 나누는 것이다. 그 결과 만들어지는 플랫폼은 전기회사나 상수도 공급업체처럼 기초생활 인프라 공급자로 규정하고, 국가가 모든 시장 참여자가 동일한 조건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자는 내용이다. 정말 이런 일이 일어날까. 국가가 행하는 압력이 그렇게 커질 수 있을까.
 
최근 전세계적으로 논란이 되는 가짜뉴스, 선거 개입, 인터넷상의 데이터 오용으로 거대 IT 기업에 대한 신뢰가 손상됐다. 실리콘밸리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큰 위기였지만 아마존은 별 피해를 입지 않았다. 대중의 분노는 일차적으로 페이스북과 구글에 집중됐다.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큰 희망을 품지 않고 특정 기술 네트워크가 고객을 착취하기 시작할 경우, 고객이 그 기술 네트워크에서 떠날 방법이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썼다. 그렇다. 도움이 될 것이다. 아마존은 고객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고객은 최저가와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반품 권리를 보장해주는 곳으로 모인다. 즉, 아마존으로 모인다. 
 
아마존과 우리의 관계가 이렇게 종속적이 된 이유는, 우리가 아마존 세계에서 스스로를 소비자와 서비스 이용자로만 인식하는 것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라고 스테이시 미첼은 믿는다. “하지만 우리는 생산자이자 고용노동자다. 우리는 가치도 창출해야 한다. 구매만 할 수는 없다.”  
 
아마존의 승리 행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올해 크리스마스에도 분명 새로운 매출 기록을 세울 것이다. 스스로 빠져나오길 원하지 않는 한, 우리는 아마존 세계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언젠가 디지털 플랫폼에만 의지해서 사는 것이 가능해진다면, 아마 그 디지털 플랫폼은 아마존일 것이다. 
 
* 2019년 3월호 종이잡지 28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5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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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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