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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통폐합으로 채무 해결 모색
[Focus] 커지는 도시 빈부 격차- ② 대응
[107호] 2019년 03월 01일 (금) 알렉산더 융 economyinsight@hani.co.kr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슈피겔> 기자

   
▲ 독일에서는 개인의 성공과 삶의 질이 거주 지역에 좌우될 정도로 도시 간 빈부 격차가 크다. 베를린의 알렉산더 광장에서 돈을 요구하는 노숙인. REUTERS

도시 간 경제력 수준을 구분하는 경계는 옛 동독과 서독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을 비켜간다. 옛 동독 지역 자치단체들이 재정적으로 열악한 경우가 잦고, 세수입이 통일 이후 28년이 지난 현재도 서독 지역의 60%를 넘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동독 지역에 과도한 채무가 있는 지자체 역시 드물다.

재정 문제가 있는 도시는 과거 서독의 경제 동력 중심지였던 독일 남서부 지역에 분포돼 있다. 주로 루르 지방에서 자를란트에 걸친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자를란트 도시의 주민 1인당 채무율은 바덴뷔르템베르크주 도시의 5배에 이른다. 채무 대다수는 현금대출(Cash Loan)이라는 이름으로 통장에 기입된다. 처분신용(Disposition Credit)과 유사한 개념으로, 보통 단기간 지급되는 대출금이다. 해당 도시들은 그나마 이런 방법을 써야만 겨우 지급능력을 보유할 수 있다. 

현금대출은 과거엔 예외에 속했지만, 요즘은 일상적이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대출 폭이 70억유로에서 500억유로(약 63조6천억원)로 엄청나게 불어났다. 라인, 루르, 자르 지방 시장들은 겨우 입에 풀칠하며 사는 살림에 익숙해졌다. “세계화에 치어 실패한 사람들에게는 금융 문제가 심각하다.” 카이저슬라우테른공과대학 경제학과 마르틴 융케른하인리히 교수가 말했다. 
 
지방자치단체 전문가인 융케른하인리히 교수는 거의 날마다 연구 대상을 바로 눈앞에서 본다. 카이저슬라우테른 역시 과거 하겐과 마찬가지로 공업도시로 명성이 높았던 곳인데, 오늘날엔 독일에서 통틀어 1인당 채무가 가장 많은 자치단체로 전락했다. 세계화 속에서 구조 변화의 도전을 심하게 받은 도시의 경우, 각 시청은 복지기금 지출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융케른하인리히 교수는 “바로 이것이 도시들이 채무 문제를 안게 된 핵심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연방정부와 주정부는 어린이 후원, 난민 보조, 전일제 학교 등 지자체에 새록새록 새 의무를 부과한다. 의무에 상응할 만한 재정 지원, 예를 들어 빈민 거주지에 관한 사안이라면 집세나 난방비 같은 비용을 내주지 않으면서 말이다. 온당한 일이 아니다. 국가조직에 관한 헌법 중 하나인 ‘연계성 원칙’(Connectivity Principle)에 어긋난다. 이 규칙에는 ‘주문하는 자가 낸다’고 쓰여 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이 조항을 못 본 척하고, 바로 이 때문에 해당 도시들은 불만이 많다.” 
 
지방자치단체가 곤란한 처지에 놓인 데는 몇몇 시장과 시의원이 일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융케른하인리히 교수는 “사태를 그저 수수방관한 이도 꽤 있다”고 귀띔했다. 감시 기제가 모든 주정부에서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는 건 아니다. “자치단체 감시를 맡은 직원이 스스로 ‘한눈파는 감시관’이라고 농담처럼 자기를 소개한 적도 있다. 연방정부와 주정부, 자치단체와 상관없이 절망적인 재정 상태의 책임을 떠나서 일단 현금대출에 의존했다면 지출 명세 결정의 자유는 이미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 독일 전역 70여 개 자치단체가 ‘채무 빠져나오기’ 운동연합을 결성하는 등 재정 악화를 타개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REUTERS
시민 집단행동 나서
“자유롭게 지출 내용을 선택할 여지라고요? 그런 건 완전하게 제로였어요.” 브레머하펜 인근 게스틀란트시의 시장인 토르스텐 크뤼거가 말했다. 그는 2005년부터 시장으로 재직했다. 초창기에는 오늘날 게스틀란트의 일부인 랑겐에서 직무를 시작했다. 당시 랑겐 재정은 파산 일보 직전이었다. 돈이 부족하지 않은 구석이 없었다. 폭풍이 불면 시청 건물 창틈을 수건으로 틀어막아야 했다. “볼펜을 그 틈에 끼워넣을 때도 있었다.”
 
주민 3만3천여 명이 사는 게스틀란트는 4년 전, 랑겐과 베데르케자, 그 외 다른 14개 마을을 병합해 만든 인위적인 행정구역이다. 지역 넓이로 보면 게스틀란트는 독일에서 열 번째로 큰 도시다. 드레스덴, 뮌헨보다 순위가 높다. 그런데 지리상으로 보면 이 도시 중심부는 전부 풀밭이다. 여러 도시를 하나로 통합한 이유는 금융위기 때문이었고, 통합 뒤에야 비로소 금융위기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랑겐과 베데르케자는 우선 니더작센주와 이른바 ‘미래 계약’을 맺었다. 주정부가 현금대출의 4분의 3(총 2005만유로)을 책임지고, 대신 각각의 도시는 향후 10년간 다시는 채무를 지지 않을 의무를 부여했다. 그런 다음 자치단체들을 모두 ‘게스틀란트’로 묶었다. 게스틀란트는 이때 만들어진 이름이다. 이렇게 하여 이 도시들은 비용을 절약했지만, 대신 주정부로부터 더 많은 지시와 감독을 받아야 한다.
 
총지휘는 올해 52살인 크뤼거 시장이 맡았다. 그는 이 지역을 움직이는 동력이다. 크뤼거 집무실 벽에 “수행 능력의 비밀은 하려는 의지에 있다”는 문구가 걸려 있다. “하루 16시간 일할 때도 가끔 있다. 처음 시장에 선출됐을 때, 까칠까칠한 도배용 벽지를 바닥에 펼쳐놓고 그 위에 사인펜으로 그날 해야 할 일을 써내려갔다.” 가로등 전구를 발광다이오드(LED)로 바꾸는 것에서부터 재정 상태나 주소별로 주민 나이를 매일 검토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도입까지, 그가 해야 할 일은 많았다. 크뤼거 시장은 이 작업을 가능케 하는 자신만의 점검 프로그램을 ‘인구학-조종실’이라고 부른다. 
 
북해 인근 도시에는 일반적으로 젊은 인구층이 희박한 편이다. 게스틀란트는 이 추세와 반대로 오히려 젊은이 수가 늘고 있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선전한다. 크뤼거 시장은 이 도시를 가족이 살기 좋은 장소로 만드는 일에 주력하고 있다. 건축용 대지 가격은 저렴하고, 어린이집은 깨끗하게 수리됐으며, 초등학교가 새로 지어지고 있다. 2015년 병합 이래 이 지역 주민은 2천 명 늘어났다. 이 모든 것은 ‘세금 증가는 세수 증가를, 세수 증가는 경제력 상승을 가져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게스틀란트는 4년 전부터 현금대출을 더 이상 받지 않는다. 니더작센과 맺었던 10년 계약도 이보다 먼저 해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크뤼거 시장은 이와 별개로 확실하게 채무 상환 작업을 계속하겠다고 장담했다. “내가 여기 앉아 있는 한, 우리는 이 작업을 계속할 것이다.”
 
게스틀란트 사례는 금융 상태가 호전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 해당 지역 주민의 참여 의사가 공고하고, 외부에서 지원이 더해진다면 말이다. 에른스트앤드영 자문회사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자치단체 책임자들 네 명 중 한 명은 자력으로 채무를 전부 탕감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았다. 그렇기 때문에 몇몇 주에선 원조 프로그램을 의무화했다. 헤센주 정부는 헤센 금고를 통해 산하 자치단체 중 179개가 채무를 상환하도록 돕고 있다. 자를란트 역시 2018년 11월 채무 상환 계약을 통과시켰다. 
 
   
▲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들이 성공적으로 채무를 상환하기 위해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REUTERS
‘채무 빠져나오기’ 운동연합
독일 전역 70여 개 자치단체가 ‘채무 빠져나오기’ 운동연합을 결성했다. 그중에는 뮐하임안데어루르, 보훔, 부퍼탈, 루트비히스하펜도 포함됐다. 이들은 뜻을 함께하는 900만 명의 시민을 대표한다. 전반적인 재정 사면, 즉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기존 채무를 하나의 기금으로 묶어서 부담하라는 것이 이 단체의 요구다. 이는 채무 삭제 요구와 흡사하다. 융케른하인리히 교수는 이 전략이 적절하다고 본다. 다만 지원 조건으로 다시 채무를 지지 않도록 하는 엄격한 의무가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채무를 성공적으로 상환하려면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그들의 사회적 의무에 좀더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융케른하인리히 교수는 “요즘은 재정 상태가 가장 나쁜 자치단체가 가장 무거운 재정적 짐을 떠안고 있다”며 “이런 불균형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9년 봄, 관련 위원회 산하 6개 연구단체가 베를린에서 이들의 제안을 발표하고, 7월엔 그에 따른 결과가 발표될 것이다. 자치단체, 주정부, 연방정부 각각의 이익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기란 간단한 일이 아니다. 독일 시의회의 상임이사 데디는 “이에 대해 분명 여러 가지 토의가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 데디는 여기서 반드시 ‘채무 상환 프로그램’이 요구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약 주정부가 자치단체의 복지 분야 지출 부담을 장기적으로 경감시킨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 내용은 장기 실업자 거주비 지원처럼 아주 구체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자치단체가 채무를 줄일 수 있다.” 
 
이와 별개로 주정부도 산하 자치단체들에 대해 의무를 져야 한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정계에서는 자치단체에 대해 520억유로 상환 의무, 하겐에 대해서는 1100만유로의 빚에서 해방시킬 기금 결성을 논의하고 있다. 게르버스만은 “현재 논의되는 것 이상의 탕감을 받기는 쉽지 않다고 본다. 하지만 기존 채무를 기금으로 묶어 새로 시작하는 기회를 줄 것”이라며 “이런 도움 없이 새롭게 시작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재정적 위기에 놓인 독일 대부분 도시에 공통으로 해당되는 현실이다. 어느 자치단체도 혼자 힘만으로 시가 처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없다. 대출이자가 저렴한 지금이 채무를 변제하기에 유리한 시점이다. 그럼에도 채무가 완전히 상환되기까지는 한 세대 전부, 약 3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거대한 채무의 산이 자리잡을 때까지 걸렸던 기간과 거의 맞먹는다.   

* 2019년 3월호 종이잡지 63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9년 4호
Ratlos im Rathaus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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