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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 변화에 소극적 유행 주도권 잃고 휘청
[Business] 위기의 H&M- ① 실태와 현황
[107호] 2019년 03월 01일 (금) 지모네 잘덴 economyinsight@hani.co.kr
스웨덴의 의류소매업체 헤네스앤드마우리츠(H&M)는 과거 패션업계의 유행 속도를 결정했다. 지금은 고객들이 멀어지고 있다. 다른 패션 브랜드들이 더 빠르게 움직여 유행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H&M에 근본적 쇄신이 필요하다. 
 
지모네 잘덴 Simone Salden <슈피겔> 기자
 
   
▲ 스웨덴 최대 의류업체 헤네스앤드마우리츠(H&M)는 현재 1947년 창립 이래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다. H&M의 매출은 줄어들지만 라이벌 업체인 스페인 기업 자라(Zara)의 수익은 늘어나고 있다. REUTERS
비스듬하게 자른 앞머리를 한 20대 여성이 진지한 눈빛으로 말했다. “세상을 변화시키고 싶어서 H&M에서 일한다. 오늘 지금 여기에 있는 이유다.”  
 
스웨덴 의류소매업체 헤네스앤드마우리츠(Hennes & Mauritz)가 기자, 패션 블로거, 국내외 인플루언서(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 등을 독일 지사가 있는 함부르크로 초대했다. 회사의 여러 좋은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다. 이날 H&M은 새로운 지속가능성 보고서와 고객이 의류를 싸게 사서 입고 쉽게 버리는 물건이 아니라 가치 있는 것으로 느끼게 하겠다는 프로젝트 ‘테이크 케어’(Take Care)를 발표했다. 우연히 이 행사에 초대돼 H&M 직원들이 하는 말만 들은 사람이라면, 이 행사 주최 쪽이 매년 저가 티셔츠 수백만 벌을 시장에 토해내는 패스트패션(Fast Fashion·최신 유행을 반영해 빠르게 제작·유통하는 의류 사업 모델로 스파(SPA)라고도 함) 기업이 아니라 비영리법인이라고 착각했을 것이다.
 
초록·빨간·노란 스무디가 제공되고, 청중은 초록·빨간·노란 쿠션 의자에 앉았다. 행사장 내부는 밝은 톤의 목재가구와 화분, 푹신한 쿠션으로 장식된 북유럽 스타일의 로프트(Loft·공장이나 창고 등을 개조해 만든 탁 트인 거주 공간)를 모티브로 꾸며졌다. 기자들은 메모하고, 인플루언서들은 사진을 찍었다. 
 
패션업계의 명암
패션업계는 세상에서 지저분한 업계 중 하나다. 산업 분야에서 가상과 실재가 이토록 일치하지 않는 곳은 드물다. 한쪽에 패션잡지, 스타일링된 모델, 새롭게 바뀌는 트렌드가 있는 반면 다른 쪽에는 오염된 하천, 저임금 노동자, 점점 더 빠르게 폐기되는 의류가 있다.
 
이 행사에서도 벌어진 틈이 여실히 느껴졌다. 만일 고객이 정말 H&M의 ‘테이크 케어’ 제품을 입고, 업사이클(재활용 제품에 디자인과 활용성을 더해 가치를 높이는 것)을 하며, 옷장 속 안 입는 옷을 교환한다면 H&M은 곧 파산할 것이다. 그래서 이날 밤 행사는 한 편의 블랙코미디 같았다. 진심으로 원해서 하는 소리인가? 모순이 느껴졌다.  
 
지속가능성 보고서는 행사 당일 오전 미리 고객에게 전자우편으로 보내졌다. 정해진 시간이 되어야 열어볼 수 있도록 잠금 설정이 된 채였다. 하지만 그 수고를 생략해도 될 뻔했다. 행사에 참가한 사람들 중 작은 글씨로 인쇄된 100쪽 분량 첨부 문서를 읽기는커녕 열어본 이도 많지 않아 보였다. 비판적인 질문은 거의 없었고, 있더라도 H&M 쪽 관계자는 옅은 웃음으로 답변을 피했다. 2030년까지 모든 제품에 지속가능한 자원으로 만든 소재만 쓰겠다는 목표를 반복해 강조하면서 ‘왜 재활용 소재 사용률이 0.5%로 줄어들었는지’ ‘왜 재활용이 거의 불가능한 폴리에스터 소재 함량을 제품에 표시하지 않는지’ 등의 질문은 교묘히 피해갔다. 
 
H&M의 지속가능성 부서 책임자인 안나 게다는 “오, 좋은 질문이다. 감사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마치 그녀는 질문자가 자신의 세련된 복장을 칭찬하는 것에 답변하는 것처럼 응대했다. 더 나아가 친환경 문제 몇 가지를 제외하면 H&M의 현재 상황이 더할 나위 없이 좋기라도 한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녹록지 않은 현실
현재 스웨덴 최대 의류업체 H&M은 1947년 창립자 엘링 페르손이 스웨덴의 작은 도시 베스테로스에 헤네스 상점을 연 이래 가장 큰 위기를 겪고 있다.  
 
2018년 초 H&M 매출액이 급격히 하락한 것이 시발점이다. 주요 경쟁 라이벌 업체인 스페인 기업 자라(Zara)의 수익은 늘어나는 반면, H&M은 오래전부터 수익이 줄어들고 있었다. 수개월 동안 계속 하락했던 주가는 2018년 3분기에야 비로소 반등세를 보였다. 이 모든 문제의 해결 관건은 그해 크리스마스 시즌 판매량에 달려 있었다. 
 
창립자 손자이자 3세대 경영자인 칼요한 페르손(43)은 “우리는 2016년에 만족하지 않았고, 2017년에도 전혀 만족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2009년 전부터 H&M을 이끄는 페르손은 현재 위기와 깊은 관련이 있다. H&M이 패션 분야뿐 아니라 고객 구매 성향 등 많은 트렌드를 놓친 것이 그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H&M만 카를 라거펠트와 협업하는 것이 아니라 알디쥐트(Aldi-Süd·독일의 저가 할인 매장 ALDI의 남부 지역 법인)에서도 예테 요프(독일의 유명 디자이너)가 디자인한 옷을 판매한다. 
 
H&M은 기존의 굼뜬 패션업계를 공격했다. 지금은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오프라인 경쟁업체인 프라이마크(Primark·아일랜드 스파 업체)는 제품 가격이 더 쌀 뿐만 아니라 H&M 못지않게 유행에 민감하게 대응한다. 무엇보다 H&M은 온라인 경쟁업체인 찰란도(Zalando·독일 온라인 의류 쇼핑몰)와 아마존을 과소평가했다. H&M의 온라인 쇼핑몰은 높은 배송비와 느린 대응으로 고객을 화나게 만들고 있다. H&M이 진출한 전세계 71개국 중 24개국은 온라인 쇼핑몰조차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H&M은 스스로 만들어낸 패션업계의 새 물결에 휩쓸려 떠내려가고 있다. 과거 의류업계는 계절별 신제품을 내놓았다. 그러다 H&M을 비롯한 패스트패션 회사들이 신제품을 점점 더 빠르게 매장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때로는 매주 새로운 제품이 진열대에 전시됐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경쟁업체도 제품 출시 속도를 높였고, 이제는 H&M이 그 뒤를 힘겹게 좇아가는 형국이다.
 
   
▲ H&M의 위기는 빠르게 변하는 패션시장과 소비자의 구매 성향 등 트렌드를 놓친 창립자의 손자이자 3세대 경영자인 칼요한 페르손에게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 REUTERS
운명을 바꿀 2019년 
페르손의 아버지 스테판은 가족과 함께 주식 지분의 46%, 의결권의 74%를 가졌다. 감독이사회 의장인 그는 아직까지 아들 행보를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 불만을 계속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페르손은 이른 시일 안에 성과를 내야 한다. 어떤 이들은 2019년이 그에게 운명의 해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유리한 점은 페르손이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가졌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가 핵심 브랜드인 H&M을 너무 많이 바꾸려는 게 아닌가, 너무 많은 변화를 한꺼번에 일으키는 게 아닌가 하는 점이 문제로 보이기도 한다.
 
주요 브랜드 H&M 매출이 줄어드니 새로운 브랜드를 만든다, 현대적이고 디지털화된 매장을 만들어 주요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한다, H&M을 지속가능한 패션산업의 선도 기업으로 만든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이용해 기업을 디지털 트렌드세터로 만든다. 이것이 모두 페르손이 하려는 일이다. 그는 과연 이 엄청난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아니, 이미 시도하기엔 늦은 것이 아닐까?
 
H&M의 모든 직원은 그를 ‘칼요한’이라 부른다. 스톡홀름에 있는 본사 엘리베이터로 가는 길에 그를 만나는 직원은, 이 사람이 정말 시가총액 250억달러(약 28조1천억원) 기업 회장인지 다시 한번 쳐다볼 것이다(너무 수수해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로 안 보인다는 뜻 -편집자). 페르손이 이렇게 보이는 데는 회사 복장 정책 탓이기도 하다. H&M에선 모든 임원이 H&M에서 판매하는 양복을 입는다. 직위에 따라 H&M의 프리미엄 브랜드 코스(COS) 제품을 입기도 한다. 게다가 페르손은 ‘수수함’을 자신의 패션 코드로 선택한 것 같다. 슬림핏 양복과 흰색 와이셔츠를 입고, 넥타이를 매지 않고, 흰색 스니커즈를 신은 그는 최고경영자이기보다는 오히려 직원처럼 보인다. 
 
임직원이 자신이 파는 브랜드 옷을 입는 전통은 오랫동안 H&M과 잘 맞았다. 회사와 동질감을 형성하는 데도 기여했다. H&M에서 일한다는 것은 오랫동안 스웨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세련된 이미지로 여겨졌다. 게다가 매우 안정적인 일자리였다. 
 
하지만 이제 그 이미지에 손상이 갔다. 잠재적 구직자들이 회사 상황을 신중하게 검토한다. 이런 분위기는 바로 이 시점에 필요한, 새 아이디어를 가진 직원을 찾는 일을 더욱 어렵게 한다. 업계 관계자는 “H&M은 변화를 잘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했다. 수십 년 동안 이 회사는 지속가능한 인사 계획(한번 고용하면 정년까지 보장한다는 ‘평생직장’을 뜻함 -편집자)을 추진했고, 본사에서 오래 일한 임원진을 쉽게 내쫓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좋은 정책이다. 하지만 정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할 때는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새 경영진을 뽑아야 한다.” 그런 결단을 내리지 않는 것은 내·외부적으로 좋은 신호가 아니다.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진정으로 변화를 원하는지 모든 사람이 의문을 품게 만들기 때문이다.  

* 2019년 3월호 종이잡지 68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45호
Im Schleudergang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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