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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브랜드와 콘셉트 매장 체질 개선 승부수
[Business] 위기의 H&M- ② 자구 노력
[107호] 2019년 03월 01일 (금) 지모네 잘덴 economyinsight@hani.co.kr
H&M은 큰 성공을 거둔 여타 기업들과 같은 운명을 겪고 있다. 승자가 되는 것에 익숙해져서 패배에 대응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 위기에 대처하는 방법부터 힘들게 배워야 한다.
 
지모네 잘덴 Simone Salden <슈피겔> 기자  
 
   
▲ 현재 홈(HOME), 코스(COS), 앤드아더스토리즈(&Other Stories) 등 9개 브랜드를 가진 H&M은 주가 하락과 매출 감소를 계기로 새 브랜드 론칭 속도가 빨라지는 등 위기를 타개하려 노력하고 있다. REUTERS
H&M 광고 캠페인이 사람들의 시선을 강타하던 시절이 있었다. 검은색 속옷을 입은 미국 텍사스 출신 스트리퍼 애나 니콜 스미스나 수영복을 입은 미국 드라마 <SOS 해상구조대> 스타 패멀라 앤더슨의 사진이 인쇄된 H&M 광고 포스터를 벽에서 떼어가는 사람이 많았다. 미국 의류업체 빅토리아시크릿 모델 하이디 클룸의 광고 포스터가 처음 나왔을 때는, 버스 정류장과 광고 게시판에 붙은 포스터를 떼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H&M 매장에서 광고 포스터를 팔기도 했다. 
 
그런 황금기는 지나갔다. 지금은 클라우디아 시퍼 대신 유튜브 스타 다기 베와 제휴한다. H&M에서 새 광고 캠페인을 시작해도 그다지 화제가 되지 못한다. 의도치 않게 잘못된 방향으로 화제가 된 경우는 있다. 2018년 1월 H&M 온라인 쇼핑몰에 ‘정글에서 가장 멋진 원숭이’(COOLEST MONKEY in the jungle)라는 문구가 쓰인 후드티를 입은 흑인 어린이 모델 사진을 게시했다. 이 사진은 전세계 누리꾼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선 H&M이 인종차별을 한다며 분노한 시위대가 H&M 매장을 공격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H&M은 곧 사과문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지 손상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스웨덴 일간지 <스벤스카 다그블라데트>(Svenska Dagbladet)는 관련 기사 제목을 ‘브랜드 재앙’이라고 붙였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H&M은 애니 우를 다양성 관련 책임자로 임명했다. 애니 우는 “우리는 모든 직원의 다양성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변화를 위한 움직임
이처럼 명백하게 잘못된 결정으로 매출이 감소해 H&M 기존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 페르손 시니어는 2018년 초 열린 회사 실적을 발표하는 ‘캐피털 마켓 데이’(Capital Markets Day)에서 투자자에게 “우리는 더 개방적이 되어야만 한다는 점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제 실적 발표 기자회견은 스웨덴어뿐만 아니라 영어로도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진작부터 당연한 일이지만, H&M에서는 꽤나 파격적인 변화다. 
 
외부인의 시각에서는 영어 기자회견조차 작은 진전처럼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오랫동안 H&M에서 일한 직원에게는 큰 변화로 느껴지는 일이다. 어쨌든 새로운 개방성은 이 기업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었다. 심지어 H&M의 성역이라 할 수 있는 디자인센터, 스톡홀름 본사에 있는 일명 ‘화이트룸’도 일반인에게 개방됐다. 예전에는 패션잡지 기자만 이 장소에 들어올 수 있었다. 
 
스톡홀름 본사 2층 공간은 도서관, 패션 박물관, 디자인 공방이 혼합된 곳이다. ‘영감 도서관’에는 천장까지 높이 치솟은 책장에 두꺼운 그림책이 가득 꽂혀 있다. 재즈, 튤립, 공룡에 관한 책도 있다. 어린이옷 디자이너도 다음 컬렉션을 위한 아이디어를 어디에선가 찾아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색상 도서관’에는 H&M에서 썼던 모든 색상이 견본 원단 형태로 보관된다. 여기에 시즌마다 약 300개 견본이 더해진다. 빈티지 의류로 가득 찬 방에서는 벼룩시장에서 나는 것 같은 냄새가 난다. 이곳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 비행복과 번쩍이는 금속 장식이 가득 달린 이브닝드레스도 걸려 있다. ‘영원을 위해 만들어진 패션’(Mode, für die Ewigkeit gemacht·직역하면 ‘패션, 영원을 위해 만들어진’이다. 유명 디자이너의 명언이거나 유명한 광고 문구로 추정된다. -편집자)을 실현하는 곳인 셈이다.
 
   
▲ 한때 H&M의 광고 캠페인이 사람들의 시선을 강타하던 황금기가 있었다. 모델 사진이 인쇄된 H&M 광고 포스터를 버스 정류장과 벽 등에서 떼어가는 일이 빈번해 매장에서 광고 포스터를 팔기도 했다. 지금은 H&M에서 새로운 광고 캠페인을 시작해도 그다지 화제가 되지 못한다. REUTERS
아마존 방식 도입
수석디자이너 안소피에 요한손(55)은 31년 전 매장 판매원으로 H&M에 첫발을 디뎠다. 지금은 약 300명으로 구성된 디자인팀을 이끌고 있다. 요한손은 “패션 업계는 엄청나게 변화했다. 물론 H&M 고객도 바뀌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과거 H&M의 젊은 고객이 이제 나이가 들었다. 현재 H&M 그룹은 총 9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그중에는 H&M 홈(HOME), 코스(COS), 앤드아더스토리즈(& Other Stories)도 있다. 
 
H&M 주가 하락과 함께 새 브랜드 론칭 속도가 빨라졌다. 2017년 여름 이후 H&M은 세 가지 콘셉트를 동시에 시작했다. 프리미엄 브랜드 아르켓(Arket)으로 유행을 타지 않는 고가 제품 판매 전략을 시도했다. 아르켓 매장 중 몇몇은 카페도 함께 운영한다.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론칭한 브랜드 나이든(Nyden)은 축구선수 제롬 보아텡, 영국 여성 팝가수, 일본 타투이스트와 제휴했다. 어파운드(Afound)는 일종의 H&M 그룹 할인판매 전담 브랜드지만, 다른 브랜드 제품도 매장에서 판매한다.
 
요한손은 “새 브랜드가 기존 고객을 잡아둘 뿐만 아니라 직원 유출을 막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창조적인 인재를 회사에 잡아두기 위해서다. 요한손이 덧붙였다. “틈새시장을 발견하면, 경쟁업체에 넘겨주지 않는다. 새 브랜드로 얻을 새로운 노하우와 신선한 아이디어는 결국 메인 브랜드인 H&M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새 브랜드들은 H&M 그룹 전체 매출의 약 7%를 차지하고 있다. 2020년까지 점유율을 2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이런 브랜드는 선단의 소형 선박일 뿐이다. 요한손은 “H&M은 우리 그룹의 메인 브랜드로 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H&M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다. 메인 브랜드를 새로운 시대로 끌어들여야 한다. 하지만 새 시대를 주도하는 주인공은 H&M이 아닌 다른 기업이다. 예를 들어 거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은 상품 선택과 가용성에 대한 고객 요구를 급격하게 변화시켰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은 고객을 신과 같은 위치에 올려놓았다. H&M은 지금까지 이를 해내지 못했다. 
 
판매 공간이 제한되고 운영 시간이 정해진 오프라인 매장도 고객의 새로운 요구에 부응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는 미래의 의류 매장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안나 틸베르크 판차르(46) ‘래버러토리’(The Laboratory·연구소) 팀장은 현재 이 문제를 숙고하고 있다. 연구소는 14명으로 구성됐다. 이 팀은 ‘완벽한 이웃의 매장’(den perfekten Nachbarschafts-Shop·H&M의 매장 콘셉트 이름으로 보임 -편집자)을 디자인했다. 판차르는 “우리는 항상 매장 전체를 고객의 시각에서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아마존과 같은 방식이다.
 
고객 시각에서 접근 
이 고찰 결과물이 스톡홀름 시내 외스테르말름 지구 칼라플란에 새로 문을 연 H&M 매장이다. 이 지역은 젊은 가구가 많이 살고 있는데다 중앙 지하철역 상가 근처에 있어 매일 출퇴근하는 사람 수천 명이 매장 앞을 지나간다. 
 
‘래버러토리’ 팀원은 지역주민과 이들의 쇼핑 습관에 대한 자료를 모았다. 예를 들어 이런 것이다. 누가 어떤 물건을 언제 구입하는가? 구입 경로는 온라인인가, 오프라인인가? 어떤 물건이 반품되는가? 소비자가 거주하는 집은 어떻게 생겼는가?  
 
“처음 알게 된 점은 고객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트렌드를 중요시하고, 전혀 다른 시각에서 우리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었다.” 칼라플란 H&M 매장의 여성 매니저가 설명했다. 그녀가 흰색 하이힐 펌프스(끈이나 고리가 없고 발등이 깊이 파인 여성용 구두)를 손으로 가리켰다. 예를 들어 아침 8시 출근길에 마지막 남은 팬티스타킹의 줄이 나갔을 때와 같은 순간에 필요한 매장이라는 것이다.
 
칼라플란 매장에서 H&M을 연상하게 하는 것은 제품에 부착된 라벨뿐이었다. 바닥은 흰색 마루이고, 테이블 위에는 꽃이 꽃힌 화병이 놓여 있다. 선반에는 색상이 조화로운 옷가지 몇 벌과 그와 잘 어울릴 법한 액세서리가 진열돼 있다. 탈의실 벽에 걸린 흑백사진은 미술관에서 주기적으로 대여해 교체하는 작품이다. 원하면 이 사진도 살 수 있다.  
 
“우리는 상품 구색을 극단적으로 줄이고, 다른 브랜드 상품을 팔기도 한다.” 연구소 팀장 판차르가 로레알과 니베아 화장품을 진열한 계산대 옆 매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일부 고객은 어차피 이 화장품을 구입한다. 그렇다면 우리 매장에서 사도 크게 상관없지 않은가?”
 
   
▲ 프랑스 파리 시내에 위치한 H&M 매장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REUTERS
변화의 중심 칼라플란 매장  
칼라플란 매장에서는 어떤 요소도 우연이 아니다. 매장에는 수백 개 센서가 설치됐다. 판매되는 모든 의류에 추적 시스템이 달려 있어, 누가 어떤 상품을 언제 어디에서 손에 잡았다가 다시 놓거나 구입하는지를 알 수 있다. 이 데이터를 통해 자동으로 상품 재고가 보충된다. 매장 책임자는 매장 근처에 사는 단골 고객에게 매달 뉴스레터를 발송한다.
 
아르티 자이그하미(47) H&M 데이터분석·인공지능 부서 책임자는 “컴퓨터가 데이터를 수집해 제공하지만, 이를 분석하고 결과를 도출해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인간”이라며 “결국 부가가치 창출은 인간과 기계의 협력으로 일어난다”고 말했다.
 
자이그하미가 이끄는 기술부서는 얼마 전까지 컴퓨터 마니아 몇 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지금은 200명 넘는 직원들이 음성 제어 방식 거울과 고객이 집에서 자신의 사이즈를 잴 수 있게 해주는 ‘퍼펙트 핏’(Perfect Fit) 같은 툴(도구)을 개발하고 있다. 고객은 이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온라인에서 디지털 분신인 자신에게 옷을 입혀볼 수 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H&M의 인력은 부족하지 않지만 전체 사업을 디지털화하려는 의지가 부족하다고 말한다. 자이그하미의 의견은 다르다. “어떤 발전은 수용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칼라플란 매장은 앞으로 방향성을 보여주는 콘셉트 매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문제는 현재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매장이건, 홍콩에 있는 매장이건, 독일 오스나브뤼크에 있는 매장이건 전세계 4300개 이상의 H&M 매장이 전부 비슷하게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새 매장 콘셉트는 각 지역과 해당 지역의 고객 취향에 맞춰졌기 때문에 기존 매장 인테리어와 달리 복제가 불가능하다. 칼라플란 매장과 같은 사례를 완벽하게 재현하려면 매장이 있는 곳마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매장 인테리어와 상품 구색을 개별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H&M 소유주 가족이 그에 필요한 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감독이사회 의장 스테판 페르손의 개인 재산은 140억유로(약 17조8천억원)로 추정된다. 소유주 가족이 과연 이 콘셉트 매장 확장에 거금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까?  

* 2019년 3월호 종이잡지 71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45호
Im Schleudergang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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