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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발목잡은 단말부문 기업분리로 힘겹게 떼내
[Business] 중국 TCL 이야기- ① 사업분할
[107호] 2019년 03월 01일 (금) 허우치장 등 economyinsight@hani.co.kr
허우치장 侯奇江 취후이 屈慧 <차이신주간> 기자 
 
   
▲ 2019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소비자가전박람회장에 설치된 TCL 홍보관에 QLED 8K 텔레비전이 전시돼 있다. REUTERS
2019년 1월7일 TCL그룹 주주총회에서 단말 사업부문 분리 안건이 높은 표차로 통과됐다. 리둥성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아픈 몸을 이끌고 참석해 연신 기침을 쏟아내며 마무리 인사를 끝냈다. 그에게 의미가 남다른 날이었다. 지난 4년 동안 추진한 CSOT(華星光電)와 TCL 전자단말 사업부문 분리 계획이 성공한 것이다. TCL그룹 상장사는 전자가전에서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업체로 변모했다.
 
한 달 전인 2018년 12월7일, TCL그룹이 스마트단말과 부대사업부문을 47억6천만위안(약 7900억원)에 경영진이 포함된 컨소시엄에 매각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시장에서는 ‘TCL을 헐값에 매각한다’ ‘상장사 자산을 빼돌린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61살인 리 회장은 주주와 투자회사, 언론을 찾아다니며 상황을 설명하고 자신의 생각을 이해해달라고 촉구했다.
 
TCL그룹은 1981년 광둥성 후이저우시 지자체 주민 공동 소유의 집체기업으로 출발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위탁경영’을 시도했다. 당시 39살이던 리 회장이 그룹 회장 겸 총재로 취임했다. 이후 경영진의 지분 참여에 이어 전략적 투자자를 유치하고 상장 등 자본운용을 통해 국유법인의 지분 비율을 줄여나갔다. 2005~2015년 리 회장의 TCL그룹 지분은 평균 5.3%를 유지했다. 2017년 5월, 리 회장은 주톈롄청(九天聯成)을 비롯한 TCL그룹 주주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국유자본인 후이저우시투자유한공사 지분을 추월해 최대주주가 됐다. 2018년 9월30일을 기준으로 리 회장이 포함된 컨소시엄의 지분은 11.07%로 늘었고, 정부 지분은 6.48%로 내려갔다.
 
TCL이 걸어온 길
지난 30여 년 사이 TCL은 전자제품을 만들던 작은 공장에서 세계적 소비자가전 제조사로 성장했다. 휴대전화와 가전제품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로 분야를 확장했다. 최근 스마트단말과 반도체·디스플레이 사업부문 실적이 큰 격차를 보이자 TCL그룹은 난처한 처지에 놓였다. CSOT를 핵심으로 하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부문이 그룹 순자산의 80%, 순이익의 90%를 차지했다. 스마트폰, TV, 백색가전은 점차 힘을 잃었다. CSOT는 스마트단말 사업부문 때문에 자본시장에서 디스플레이 제조사로서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다. 또 경쟁사에 비해 고객이 편중돼 중립적 공급업체로서 외부 시장을 개척하는 것도 힘들었다. 
 
디스플레이 업계 선두인 BOE(京東方)는 주가수익률이 20배에 이르지만, CSOT가 소속된 TCL그룹은 10배에 머물렀다. 스마트단말 부문에 속한 TCL스마트폰은 화웨이, 샤오미, 비보, 오포 등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다. TV 부문은 해외시장 실적이 나쁘지 않지만 이익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세계적으로 시장이 축소되는 위험에도 대비해야 한다. 가전에선 하이얼(海爾)이나 메이디(美的)를 따라가지 못했다. 
 
TCL그룹 매출은 2014년 처음 1천억위안을 넘었다. 이후 계속 하락했고 순이익은 2년 뒤 절반으로 줄었다. 변화를 간절하게 추구한 리 회장은 기업 분할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2014년과 2016년에 그룹 상장사에서 CSOT를 분리하려 했다. 하지만 감독 당국과 시장에서 우량 자산을 매각한다는 지적을 받아 무산됐다. 이번에는 A주 상장사에 CSOT를 남기고 실적이 부진한 스마트단말 사업부문을 떼내는 방안을 선택했다. 이 결정은 주주총회를 통과했지만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 많이 남았다.
 
2014년부터 실적이 하락세를 보이자 리 회장은 “가장 큰 문제는 역시 사람”이라며 “경영진의 진부한 생각이 시대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반성했다. 2016년 그룹 내부에서 몇 달 동안 논의한 끝에 CSOT와 스마트단말을 분리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리 회장은 “경영 방식이 다른 두 사업을 하나의 관리 체계로 통합해 절차가 복잡했고, 경영 효율성이 떨어졌다”고 밝혔다. 내부적으로 사업부서 간 이해관계를 조율하기도 힘들었다. 최근 CSOT는 실적이 좋은 반면 TCL그룹은 부진했다. 그런데도 그룹 집행위원회 구성원들이 그룹 성과지표(KPI)에 따라 상여금을 받았으니 CSOT 최고경영자는 당연히 부당하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리 회장은 말했다.

   
▲ TCL에 인수된 블랙베리의 글로벌부문 대표가 2018년 1월 뉴욕 맨해튼에서 홍보 행사를 열고 신형 스마트폰 블랙베리 키2를 소개하고 있다. REUTERS
부문 간 알력
TCL그룹은 2009년부터 반대 의견이 있음에도 디스플레이 사업에 거액을 투자했다. 2012년부터 성과가 나타나 중국에서 BOE 다음으로 큰 패널 제조사로 성장했다. 2013~2017년 매출이 155억위안에서 305억7천만위안으로 늘어 연평균 복합성장률 18.4%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3억2천만위안에서 49억4천만위안으로 57.8% 늘어났다. 2017년 반도체산업이 호황을 누리자 CSOT는 생산라인을 최대한 가동해 매출 304억8천만위안을 달성했다. 영업이익이 114억9천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1.1% 늘었다. 반면 같은 해 통신 사업부문은 20억위안 적자였다. 상장사 전체 이익은 26억6천만위안에 그쳤고, CSOT의 실적 호조에 따른 주가 상승 효과는 없었다.
 
TCL그룹 고위 관계자는 “스마트단말과 CSOT 실적이 엇갈렸지만 상장사의 실적으로 합산되자 평균에 그쳤고 주가가 오르지 않아 스톡옵션 제도가 실효성을 잃었다”며 “CSOT 직원들은 자기가 지은 밥을 자기가 먹기 원하지 ‘한솥밥’(大鍋飯)을 먹기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 2017년 하반기에 TCL그룹은 CSOT 직원들이 보유하던 지분 1.86%를 인수했다.
 
스마트단말 사업부문도 자기들이 손해라고 생각했다. 지난 8년 동안 TCL그룹은 증자 등을 통해 네 차례에 걸쳐 162억3700만위안(약 2조7천억원)을 조달했다. TCL그룹 고위 관계자가 말했다. “조달한 자금 중 일부를 모듈산업 단일화에 투입했고 나머지는 전부 CSOT에 썼다. 소비자대상(2C) 사업이 성장하려면 사람과 돈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사람은 상여금을 받지 못하고 돈은 CSOT가 삼킨 셈이다. 그 결과 TCL그룹 내부에서 자원을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해졌고 CSOT에 편향적이 됐다. 디스플레이는 기술과 자금 집약형 산업이기 때문이다.”
 
스마트단말과 디스플레이 사업이 혼합된 TCL그룹은 자본시장에서도 성격이 모호했다. 애널리스트들은 TCL그룹의 어느 분야에 집중해야 할지 난감해했다. 현재 A주 시장의 가전업체들은 주가수익률이 낮은 편이다. 하이센스(海信)와 그리(格力), 미디어의 주가수익률은 각각 6.17, 7.62, 10.23이다. 반면 디스플레이 제조업체인 BOE와 선톈마(深天馬)는 20.31과 17.03으로 훨씬 높다. TCL그룹의 최근 주가수익률은 10으로, 가전기업과 비슷한 수준이다. 
 
TCL그룹 관계자는 “업무가 혼합돼 있고 시가총액이 높지 않으며, 자원을 얻기 위한 비용이 많이 들고 주식 발행 또는 다른 방식의 자금조달 효율이 낮다. 비싸게 얻은 자원으로 경쟁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떨어지고 주주에게 돌아가는 수익도 낮다. 이 현상은 선순환을 이루기 힘들다”고 말했다.
 
2018년 3월 말 기준으로 CSOT는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123억1100만위안을 투입했고, 앞으로 787억위안(약 13조원)을 추가로 투자해야 했다. 2018년 4~12월, 2019년 투자 규모가 각각 301억9800만위안, 193억1300위안이다. 2018년 중국과 미국의 무역마찰이 악화되자 리둥성 회장은 중국 반도체산업이 역사적인 기회를 맞이했다고 판단했다. CSOT가 순조롭게 자금을 조달할 길을 터줘야 한다는 것이다.

   
▲ 리둥성 TCL그룹 회장이 2017년 4월 홍콩에서 열린 포럼에 참석해 휴대전화 업계 전망과 그룹의 구조개편 계획을 얘기하고 있다. REUTERS
거듭된 우여곡절
리둥성 회장의 처음 계획은 CSOT를 분리해 상장하는 것이었다. 2014년 3월 선전시 국유투자공사가 TCL그룹에 선전방직주식유한공사의 지분 26~29%를 넘겨주고, CSOT 반도체 사업부문이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의향을 밝혔다. 2016년 8월에도 선전방직을 통해 우회상장하는 방안이 다시 거론됐다. 이때 CSOT와 선전중대산업발전기금, 삼성디스플레이의 공동투자로 세계 최초 11세대 액정패널 생산라인을 건설하기 위한 계약을 했다. 전체 투자액이 465억위안, 자본금이 215억위안이었다. 세 주주가 각각 114억위안, 80억위안, 21억위안을 출자했다.
 
CSOT가 두 차례나 선전방직을 통한 우회상장을 준비했고 기업가치 등 거래 조건에 모두 합의했는데도 결국 실패한 것은 증권감독위원회의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감독 당국은 A주 상장사가 주요 자산을 분리한 뒤 다시 상장하는 것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증감위는 어떤 방식으로 CSOT를 분리하고 우회상장을 하더라도 결국 한 기업이 보유하던 자산을 동일한 자본시장에서 두 번 상장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TCL그룹은 공개 모집한 자금을 대부분 CSOT에 투입했고 CSOT가 순자산의 80%, 순이익의 90%를 차지해 증감위의 분리상장 요건에 부합하지 않았다.
 
CSOT의 우회상장이 불발되자 리둥성 회장은 단말 사업부문을 홍콩에 상장된 회사로 통합할 생각이었다. TCL그룹에는 모두 5개 상장사가 있다. TCL그룹이 최대주주인 자회사가 3개다. 대형 디스플레이 제조사 TCL전자, 스마트홈 등 관련 제품의 ODM(제조업자개발생산) 제조사 퉁리전자(通力電子), 중소형 액정모듈 제조사 CDOT(華顯光電)다. 중소·벤처 전용 장외거래시장인 신삼판(新三板)에 상장된 한린후이(翰林匯)도 있다. 리 회장은 스마트단말 사업을 TCL전자로 보내면 또 한 기업이 두 부문을 경영하는 셈이어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TCL그룹의 스마트단말 사업부문은 TCL전자, TCL통신, 가전그룹으로 나뉜다. 통신사업은 블랙베리와 TCL휴대전화, 알카텔 등 세 브랜드를 포함하는데 경쟁력이 강한 편이 아니다. 2017년 출하량이 4388만 대에 그쳤고 20억위안 적자를 기록했다. TCL전자와 가전그룹은 이익률이 낮지만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다면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청산하고 TV와 가전 사업부문을 분리할 순 없었을까? 리 회장은 “그 방법도 고민했지만 결국 선택하지 않았다”며 “지금 휴대전화 사업부문을 없애면 적자를 피할 수 있지만 미래에 전략적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모바일스마트단말은 산업 가치사슬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부분이고, 스마트폰 시장은 규모가 스마트TV의 8배, 수익창출 능력이 TV의 20배에 이른다. 
 
자금조달 고비 넘겨
시장조사업체 AVC(奧維雲網)의 둥민 부총재는 “TCL이 세계 3위 TV 브랜드로 성장했고 2위로 도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이나 LG처럼 TV와 스마트폰의 멀티스크린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는 전자제품 브랜드다. 산업 가치사슬의 자원을 통합할 수 있고 세계시장 진출도 가능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쉽게 매각할 수 없는 사업부다.
 
2018년 상반기에 TCL그룹은 스마트단말 사업부문을 분리할 계획을 세우고 자산평가와 자금조달을 추진했다. 리 회장은 2018년 상반기에 많은 투자자 관심과 투자 약속을 받았지만 금융환경이 급변하면서 자금조달이 힘들어졌고 투자자들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결국 투자가 조금 부족했고 지인들에게 도와주는 셈 치고 눈 딱 감고 투자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말했다.  
 
2018년 12월7일 TCL그룹은 구조개편 계획을 공개했다. 경영진과 전략적 투자자가 TCL지주회사를 설립하고 47억6천만위안으로 TCL그룹의 소비자가전 등 단말 사업부문을 인수한다는 내용이다. 구조개편 계획에 따르면 TCL지주회사의 주주는 모두 9명이다. TCL그룹 경영진을 대표하는 리다톈청과 리다즈후이가 33.33%의 지분을 보유한다. 쑤닝이거우와 후이저우국유자산관리유한공사가 각각 25%와 15%를 갖고, 나머지는 선전시국유자산펀드를 비롯한 펀드사 소유다. TCL그룹 경영진이 TCL지주회사의 최대주주라는 의미다.  

* 2019년 3월호 종이잡지 75쪽에 실렸습니다.

ⓒ 財新週刊 2019년 제2호
李東生闖關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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