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이슈
     
고철쓰레기를 새 차처럼 판매
[Issue] 소비자 우롱한 폴크스바겐- ① 배신과 기만
[107호] 2019년 03월 01일 (금) 라파엘 부슈만 등 economyinsight@hani.co.kr
정식으로 양산되기 전 시험 제작되는 자동차는 폐기되거나 전면적 보수를 거친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은 내부 문서에서 드러났듯이 시험 제작 차량 수천 대를 검사도 거치지 않은 채 고객에게 팔았다.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그룹 회장은 2016년부터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라파엘 부슈만 Rafael Buschmann 
위르겐 달캄프 Jürgen Dahlkamp
지몬 하게 Simon Hage 
귄터 라치 Gunther Latsch
요르크 슈미트 Jörg Schmitt 
게랄트 트라우페터 Gerald Traufetter <슈피겔> 기자
 
   
▲ 폴크스바겐의 2013년 모델인 골프7은‘파일럿 자동차’가 판매된 대표적 사례다. REUTERS
자동차 잡지는 쓰레기를 가장 세련되게 보여주는 매체다. 차세대 폴크스바겐 골프 사진이 실린 최근호 역시 쓰레기를 내세운 것이나 다름없다. 2019년 출시되는 제7세대 BMW3 시리즈도 고철덩어리이기는 마찬가지다. 제4세대 아우디 A3도 폐차장으로 가야 할 차종이다.
 
잡지에서 보여주는 자동차는 주로 공장에서 생산되기 1~2년 전 시험 제작한 차량이다. 이 시제품은 번쩍번쩍 빛나는 외양을 자랑한다. 독자는 이 사진을 보고 꿈에 그리던 자동차에 가까운지, 더 기다려 차를 사야 할지 가늠한다. 반면, 사진 모델로 나온 자동차의 성능은 실제 공장에서 생산돼 판매되는 자동차에 현저히 뒤처진다. 
 
시험 제작 자동차의 수명은 짧다. 계기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고, 결함이 있어 운행 자체가 위험하다. 어떤 고객도 이런 차 구입을 원치 않는다. 시험 제작 차량 대부분은 고철 쓰레기로 처리된다.
 
자동차 제조회사들은 시험 제작 자동차를 폐기한다고 단언한다. “오직 대량생산에 들어가기 바로 전 단계인 ‘제로시리즈’ 차량만이 판매돼 길거리에서 운행된다.” 제로시리즈를 파는 자동차회사도 드물다. 제로시리즈 차량은 철저한 검사와 수리를 거쳐 정품 기준에 맞게 만들어질 때만 판매가 가능하다.
 
이 원칙을 지키지 않는 회사가 있다. 폴크스바겐이다. 내부 문서에 이런 내용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디젤자동차에 대해 거짓말을 일삼았던 폴크스바겐은 2006년부터 1만7천 대의 시험 제작 자동차를 제대로 검사하지 않은 채 시장에 내놓았다. 이 중에 정말 위험한 자동차가 있을지도 모른다. 폴크스바겐조차 몇몇 차량이 어떻게 조립됐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결함이나 과실이 어떤 위험을 초래할지 전혀 알 수 없다. 이런 자동차가 전세계에서 팔렸지만 구매자는 자신이 어떤 차를 운전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 이들은 자신의 자동차가 모든 검사를 거쳐 기능에 결함이 전혀 없는 일반 제품으로 출고된 줄 알고 있다.
경쟁사들은 폴크스바겐이 저지른 이런 행태에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입을 모았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절대 사실일 수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이 스캔들은 2016년부터 폴크스바겐 이사회에서 지속적으로 다룬 주제였다. 당시 이사회 의장은 현 폴크스바겐 회장인 헤르베르트 디스였다. 그는 2016년 중반부터 꾸준히 이 스캔들을 보고받았다. 확인된 바로는 2018년 8월에도 해당 보고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의심이 가는 자동차들을 당장 회수하는 대신 현재까지 그 차들이 계속 운행되도록 방치했다. 디스가 이 문제 해결 방안을 찾으려는 건 명백한 사실이나, 비용이 최소화되기를  원한다. 
 
   
▲ 폴크스바겐이 운행이 불가능한 결함이 있는 ‘파일럿(시험 제작) 차량’을 시중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REUTERS
시험 제작 자동차 판매
2018년 5월, 폴크스바겐은 문제 있는 차량을 환매하기로 결정했다. 대상 차량이 최소 5555대에 이른다. 애초부터 시장에 내놓을 수 없는 차량으로 현재 확인이 불가능한 상태라는 진단이 내려졌다. 폴크스바겐 내부에서 차를 산 이들에게 얼마를 지급할 것인지 결정하는 데도 시간이 걸렸다.
 
폴크스바겐은 자동차 소유주들에게 ‘리콜01C5’라는 편지를 보냈다. 편지에서 차량 상태를 “어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모호하게 언급했지만, 폴크스바겐은 그 자동차를 환매하겠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우리는 이러한 상황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사죄하는 바”라고 썼다.
 
‘파일럿(시험 제작) 자동차’라는 말은 편지 어디에도 나오지 않았다. 심각한 사고 위험이 있다는 것도 알리지 않았다. 어리둥절한 고객이 인터넷에서 유럽연합 위원회의 경고 사이트를 찾아본 뒤에야, 발견된 지 2년이 지나 보고된 이 사태를 알게 됐다. 이 모든 것은 ‘디젤 게이트’ 이후 디스가 폴크스바겐 수장이 된 뒤에도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음을 뜻한다. 디스 회장은 새로운 스타일, 투명성, 정직함을 주장했지만 정작 그때가 되자 머무적거리며 시간만 끌고 있다.
 
이 일에 대한 기록을 보면 2016년 7월13일 처음 적색경보가 울렸다. 감사 보고서에는 폴크스바겐이 시험 제작 자동차로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잘 설명돼 있다. 결과가 너무 심각해서 감사관들이 조사를 마치기도 전에 ‘중대한 조사 결과 보고서’라는 제목으로 전달할 정도였다. 디스 회장과 폴크스바겐 이사회 5명이 이 보고서를 받았다. 폴크스바겐그룹 전체 감사를 맡았던 힐트루트 베르너의 손에도 들어갔다. 현재 그녀는 폴크스바겐 이사회에서 ‘정직하게 사업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업무를 맡고 있다. 이 보고서는 ‘기밀’로 분류됐다. 문서엔 ‘여러 부서가 참여해 급박하게 조처해야 하는 사안’이라는 부제목도 달렸다.  
 
보고서 두 번째 페이지에는 빨간 경고등 그림이 붙어 있다. 폴크스바겐에서 ‘매우 중요한 사안’임을 의미한다. 세 번째 페이지에는 “문제가 있는 파일럿 자동차가 검사와 수리를 거치지 않고 판매됐다”고 쓰여 있다. 폴크스바겐이 결함 있는 자동차를 거리에서 활보하게 한 것이다. 이런 자동차를 발견한 곳은 독일 내 폴크스바겐 정비소들이었다. 2015년 8월까지 정비기술자들이 더는 고칠 수 없고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도 없다고 두 손 두 발 다 든 자동차가 31대 발견됐다. 정비기술자들이 가진 고장 진단 장치 역시 이상하게 작동했다. 차량들을 인지하지 못했고, 무엇이 문제인지도 집어내지 못했다.
 
브리깃M이 소유한 2013년 모델인 골프7은 시험 제작 자동차가 판매된 대표적 사례다. 그녀는 차를 정비소에 가져간 뒤에야 당장 대대적인 수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브리깃M은 이 차를 타고 휴가를 가려 했으나, 내비게이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차는 무려 69일 동안 정비소에 있었다. 차를 수리하는 동안 빌린 차량 비용만 1510유로(약 192만원)였다. 라디오와 내비게이션을 완전히 바꿔야 했기에 수리비로 2070유로가 나왔다. 
 
사태 심각성 알고도 ‘은폐’
하지만 이조차 소용이 없었다. 새 라디오와 내비게이션 역시 작동하지 않았다. 정비소의 소프트웨어가 생산번호를 가진 자동차만 인식하기 때문이다. 생산번호는 정식으로 생산된 자동차에만 부여된다. 상황이 이러했음에도 자동차 영업소들은 폴크스바겐이 시제품 자동차를 팔았다는 사실을 전혀 떠올리지 않았다.
다른 시제품 차량에서는 내비게이션이나 스피커만 문제가 아니었다. 2009년 폴크스바겐은 기자회견을 위해 제6세대 골프 17대를 제작했다. 이 차량들에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daptive Cruise Control) 기술이 적용됐다. 하지만 여기서 사용된 크루즈 컨트롤은 실제 거리에서 운행하도록 허가되지 않았다. 이 시스템은 다른 차량과의 거리를 측정하고 충돌을 방지하는 기능을 한다.
 
감사 보고서에는 “출고되기 전 17대 전부 시스템이 교체된 것은 아니다”라고 돼 있다. 심지어 “차량 3대는 현재까지 구매자들이 운행하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다른 자동차회사들은 폴크스바겐이 한 일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짓이라고 입을 모은다.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정식 출시되기 전에 제작한 자동차들을 완전히 폐기한다고 했다. 포드는 시험 제작 자동차 대부분은 고철덩어리로 전락한다고 전했다. 아주 예외적으로 소수의 자동차가 대학교나 정비학교에 보내져, 학생과 직업교육생들이 분해해 수업에 활용할 수 있게 한다. 
 
이 업체들과 달리 폴크스바겐은 시험 제작 자동차를 과감하게 시장에 내놓았고 이 사실을 모르는 고객들이 구매했다. 어떤 차가 팔리고 어떤 차가 폐기돼야 하는지는 ‘폴크스바겐그룹 물량 매뉴얼’에 따른다. 매뉴얼에는 “손으로 만드는 시작차(혹은 프로토타입 차량)는 고철처리장으로 간다. 기계 생산 시험 차량도 똑같이 처리해야 한다”고 쓰여 있다. 프로토타입 차량은 자동차가 정식 출시되기 8개월 전에 기계로 만들어보는 첫 자동차를 말한다. 다음 단계인 ‘양산 시험 자동차’도 매뉴얼에 따르면 폐차장으로 가야 한다. 양산 시험은 출시 6개월 전에 자동차를 어떻게 조립할지 시험해보는 것이다. 양산 시험 자동차가 품질점수 3을 받으면 생산 시험이 끝난다. 
 
* 2019년 3월호 종이잡지 87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50호
Geheimsache Gurke
번역 이상익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라파엘 부슈만 등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