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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기 차량 알고도 운행 묵인
[Issue] 소비자 우롱한 폴크스바겐- ② 적반하장
[107호] 2019년 03월 01일 (금) 라파엘 부슈만 등 economyinsight@hani.co.kr
라파엘 부슈만 Rafael Buschmann 
위르겐 달캄프 Jürgen Dahlkamp
지몬 하게 Simon Hage 
귄터 라치 Gunther Latsch
요르크 슈미트 Jörg Schmitt 
게랄트 트라우페터 Gerald Traufetter <슈피겔> 기자
 
   
▲ 폴크스바겐은 2006년부터 2016년 판매 중단 방침이 내려질 때까지 10년간 1만7천여 대의 파일럿 차량을 고객에게 팔았다. REUTERS
폴크스바겐이나 오펠 직원들은 ‘제로시리즈’ 자동차의 폐기를 너무 아깝다고 생각한다. 그 대상이 새 제품 출시 석 달 전에 만들어졌고, 품질 점수 1을 받은 자동차인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종종 이런 자동차는 폴크스바겐 직원에게 인수되고 새 자동차가 어떻게 운행되는지 공장에 보고한다. 그다음 이 차들을 팔아 돈을 버는 것이다. “시험 제작 자동차들은 기본적으로 고객에게 적합하고 판매해도 된다.” 폴크스바겐 매뉴얼에 이렇게 명시돼 있다. 
 
오펠은 제로시리즈 자동차 중에서 고객에게 판매한 제품들은 정품과 100% 품질이 같다고 보장해준다. 폴크스바겐은 다르다. 적어도 2016년에는 그룹 내 누구도 고객에게 어떤 제로시리즈 제품이 팔리고, 그 차에 어떤 결함이 숨겨졌는지 정확히 몰랐다.
 
“이제까지의 원칙, 즉 제로시리즈 자동차를 시장에 내놓아 팔아도 된다는 원칙을 우리는 더 이상 지지할 수 없다.” 감사회가 이렇게 지적한 뒤, 2019년 9월부터 폴크스바겐은 시험 제작 자동차의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정비소에 문의된 문제 있는 자동차의 경우, 폴크스바겐이 다시 사들이고 있다. 가장 먼저 폴크스바겐은 자동차 7대를 환매했는데 이 중에 브리깃M의 자동차도 포함됐다. 브리깃M의 견해를 듣기 위해 그녀에게 전화했는데 대화는 아주 짧았다. 그녀는 폴크스바겐이 제시한 조건에 만족했고, 더 이상 말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 폴크스바겐 쪽에서 이 사안에 대해 고객과 언론 등이 주목하지 못하도록 확실한 수를 쓴 것으로 보인다. 
 
2016년 10월21일 폴크스바겐 감사회는 최종적으로 그들의 주요 보고서를 제출했다. 40쪽에 이르는 보고서 내용은 끔찍했다. 2013년부터 2015년까지 폴크스바겐은 시험 제작 자동차로 1억2천만유로(약 1529억원) 정도를 벌었다. 사전 예방 법칙은 무시된 채였다. “정식 시리즈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차량에 장착된 채 고객에게 인수됐을 위험이 있다”고 감사회는 지적했다.
 
감사관들은 폴크스바겐의 이런 차량에 중대한 취약점이 있다고 증언했다. 정직하게 사업해야 하는 책임을 제대로 자각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이 보고서 내용은 최고경영진에게 전해졌다.
 
2006년부터 2015년까지 폴크스바겐에서는 파일럿 자동차 4만6천 대가 만들어졌다. 이 중 적어도 1만6236대가 새 자동차 혹은 중고 자동차로 시장에 나왔다. 2016년 9월 판매가 중단된 뒤에도 600대 정도가 팔렸다. 감사관들은 2010년부터 2015년까지 9063대를 ‘확실하지 않은 제작 상태’를 지닌 위험한 차량이라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전자기기 쪽에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서 이 차량은 절대 판매가 허가되면 안 됐다. 전자기기를 하나하나 검사해야만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대부분은 제로시리즈 차량이었다. 초기 시험 단계인 ‘기계 생산 시험 차량’이나 ‘양산 시험 차량’ 88대도 시장에 나왔다. 폴크스바겐이 이 차량들을 컴퓨터 시스템으로 정확히 골라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부 기준에 따르면 이 차들은 무조건 폐기 처리 대상이다. 

   
▲ 파일럿 차량은 전자기기 결함으로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커서 절대로 판매가 허가돼선 안 된다. REUTERS
‘결함 차량’ 1만6천여 대 도로 누벼
감사회가 증거 조작을 잡아낸 경우도 있었다. 공장들은 손으로 파일럿 차량의 차체 번호를 정식 시리즈 출시 날짜에 맞춰 고쳐 적었다. 실제 제작된 날짜를 감춘 것이다.
 
“감사회 평가 기준에서 보면, 제작 식별 번호를 조작한다는 것은 부적절한 일이다. 그래서 이 과정을 허가한 어떤 결정이나 문서화된 지시도 우리에게 보고될 수 없었을 것이다.” 감사 보고서 내용이다. 폴크스바겐 쪽은 현재 차량 번호 조작은 절대 없었다고 주장한다.
 
감사관들은 폴크스바겐이 지닌 어두운 면을 하나 더 발견했다. 폴크스바겐은 공장에서 불합격을 받은 차량 가운데 500대만 자체 폐기할 수 있다. 다른 3천 대는 개인이 운영하는 폐차장으로 보내진다. 이 폐차 업체들은 차량을 폐기해 돈을 벌 뿐만 아니라 부품을 떼어내 팔기도 한다. 이는 정식 허가된 일이다. 하지만 폴크스바겐 규정에 따르면, 정품 부품이 아니면 판매가 불가능하다. 
 
실제 상황에선 완전히 달랐다. 아이러니하게도 부품을 떼어내 팔려는 폐차 업자가 어떤 것이 정품 기준에 맞는지 아닌지를 결정해야 했다. 감사회는 이렇게 지적했다. “폐차 업자들이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정품 기준에 맞는지 검사하는 일을 완벽히 이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검사할 수 있는 도구를 제대로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사회는 폴크스바겐에 생산품 배상 책임 위험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경고했다.

문제 차량 운행 알고도 2년간 묵인
감사 보고서는 폴크스바겐 브랜드 매니저인 헤르베르트 디스에게까지 도달했다. 그는 위기관리팀을 구성했다. 임무는 해묵은 문젯거리는 제거하고, 미래에 화가 될 만한 것들을 막는 거였다. 혹은 폴크스바겐의 목표대로 ‘고객에게는 제대로 된 차량, 폴크스바겐에는 확실한 매출 보장’을 하겠다는 취지다.
 
디스는 몇백만유로를 벌어들이는 파일럿 자동차 판매를 중단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동시에 의심스러운 자동차 운행을 중단시키고 싶지도 않았다. 대신 폴크스바겐그룹은 전략을 세워 이런 자동차들 정보를 수집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고객들은 계속 문제의 차량을 운행했다.
 
이렇게 대책 없이 시간만 흐르자, 2018년 8월 감사회는 다시 보고서를 올렸다. 이 보고서 역시 디스에게 전달됐다. 그사이 그는 폴크스바겐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폐차 업체들이 위험성 높은 부품들을 파는 문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았다. 대신 위기관리팀은 2010년과 2015년 사이에 제작된 자동차 9063대를 대부분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제는 파일럿 자동차가 정비소에 들어오면, 항상 태스크포스(TF)가 출동해 사태를 처리한다.” 2018년 9월 마침내 폴크스바겐은 독일연방교통청에 이 상황을 알렸다. 독일연방교통청은 폴크스바겐이 극단적으로 승인 규제를 어긴 것에 경악했다. 독일연방교통청 공무원들은 폴크스바겐 감사회에 보고서를 요구했다. 그리고 의무적으로 리콜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유럽연합에 알렸다. 연방교통부 장관은 “이런 자동차들은 운행을 허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 자동차들은 절대 판매돼서는 안 되며 유효한 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뜻이다.

고객들, 환매 방식에 ‘불평’
폴크스바겐 쪽은 자신들이 거의 모든 일처리를 제대로 해왔다고 우긴다. 시험 제작 자동차를 파는 것이 원칙적으로 허가됐고, 다른 업체에서도 널리 퍼진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내부적으로도 첫 번째 경고가 나오자마자 재빠르게 일을 해결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의심이 가는 자동차들은 모두 점검을 마친 뒤에야 공무원과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변명했다. 리콜 역시 위험 가능성을 완전히 없애려는 사전 예방적인 접근에서 실시한다고 했다. 폴크스바겐은 지금까지 정품이 아닌 장치로 일어난 사고는 한 건도 없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환매 프로그램은 현재 60여 개국에서 차량 5555대에 진행되고 있다. 그중 3897대는 독일에 있었다. 골프 1006대, 폴로 457대, 티구안 368대가 포함됐다. 환매 방식에 대해 폴크스바겐은 세밀하게 계획을 세웠다. 무엇보다 비용을 적게 들여야 했다. 인터넷 논쟁에서 자동차 소유주들은 폴크스바겐이 중고차 가격으로 환매하려는 것에 불평을 늘어놓았다. 
 
현재 시중 가격이 아닌 폴크스바겐은 원래 ADAC(Allgemeine Deutsche Automobil-Club·독일 운전자를 지원하는 조직)에 등록된 중고차 가격에 25~100%의 웃돈을 주는 식으로 환매 가격을 책정했다. 보고서에는 차량 소유주가 계속 불평한다면 폴크스바겐은 적어도 독일에서 차량 소유주를 궁지에 몰아넣을 수도 있다고 명시됐다. 연방교통청에 “운행을 정지시켜달라”고 신고하면 된다는 식이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이 가장 선호하는 것은 환매를 새로운 차량 판매와 연계하는 것이다. 정품 생산 전에 만들어진 쓰레기 차량을 1년 넘게 운행한 고객은 환매액을 즉시 또 다른 폴크스바겐 차량을 사는 데 쓸 수 있다. 불행하게도 이 고객들은 지난 여름 공터에 줄지어 서 있던 제로시리즈 5천 대 가운데 한 대를 사는 데 그 돈을 쓸지도 모른다. 그 차량들도 여러 검사를 거쳐야 하는 규정을 무시한 채 판매될 가능성이 없지 않으니 말이다. 

* 2019년 3월호 종이잡지 90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50호
Geheimsache Gurke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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