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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캄보디아 구애, 우리에겐 기회
[세계는 지금]
[107호] 2019년 03월 01일 (금) 김도현 709436@kotra.or.kr

김도현 KOTRA 캄보디아 프놈펜무역관 과장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2019년 1월21일 베이징의 국빈관 조어대에서 훈센 캄보디아 총리를 만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의 캄보디아 사랑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는 2019년 1월20~23일 사흘 동안 베이징을 공식 방문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캄보디아는 중국에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40억위안(약 6500억원)을 지원받기로 합의했다. 더불어 중국은 캄보디아산 쌀 쿼터를 연간 30만t에서 10만t 늘어난 연간 40만t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전체 인구의 70%에 이르는 캄보디아 농민의 민심 챙기기에 여념이 없는 훈센 총리를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세심한 배려까지 보여준 셈이다. 2016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캄보디아 방문 이후 3년간 이뤄진 약 6억달러(약 6700억원) 지원에 이어 또다시 대규모 지원을 약속함으로써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도 흔들림 없는 캄보디아 사랑을 보여줬다.

훈센 총리, 중국 통한 돌파구 모색
2018년 7월 총선 전후 훈센 총리는 제1야당인 구국당을 해체하고 주요 정치인의 정치활동을 금지하는 등 야권을 압박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인권 문제를 이유로 캄보디아에 제공하던 무관세 혜택인 EBA(Everything But Arms) 철회를 검토하고 있다. 만약 EBA가 철회되면 캄보디아 전체 수출의 70%에 이르고 노동인구 100만 명이 종사하는 의류·신발 임가공 수출에 직접적 타격이 예상돼, 캄보디아 경제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도 군사적 지원을 비롯한 각종 지원사업들을 중단하며 캄보디아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서방세계 압박에 훈센 총리는 “캄보디아의 자주성을 침해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외적으로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해 돌파구를 찾는 눈치다. 특히 2019년 1월 중국 방문을 통해 추진된 캄보디아-중국 자유무역협정(FTA)이 눈에 띈다. 이미 아세안-중국 FTA가 체결된 상황에서 추가 논의된 것으로, 이는 서방세계 관세를 통한 무역 압박을 대중국 수출 확대로 해결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다. 
 
1월17일 유럽연합이 캄보디아 쌀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훈센 총리의 중국 방문 직후) 시점에 발표된 중국의 쌀 수입 쿼터량 확대는, 캄보디아 정부가 중국과 긴밀한 협력으로 서방세계의 압박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EBA 철회 등 최악의 상황이 닥치더라도 이로 인한 부정적 여론과 경제 악화를 단기적으로 중국과의 경제적 교류 강화로 극복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캄보디아가 서방세계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이 필요하다면, 중국 역시 캄보디아가 절실한 상황이다. 남중국해 분쟁을 아세안 차원에서 대응하는 것을 막고, 중국 주도의 신 실크로드 전략인 ‘일대일로’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하다.
 
2018년 종신 집권 기틀을 마련한 시진핑 주석에게 남중국해 영향력 확대와 일대일로는, 종신 집권 당위성을 확보하고 내부 불만을 종식하기 위해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국가적 사업이다. 하지만 남중국해 분쟁에 미국이 적극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있고, 일대일로가 중앙아시아와 동남아 여러 국가에서 삐걱대면서 중국은 캄보디아 같은 절대적인 우방이 절실한 상황이다.
 
캄보디아를 찾는 중국 관광객의 폭발적 증가는 경이로울 정도다. 2016년 70만 명에서 2017년 120만 명, 2018년는 200만 명까지 급증했다. 2년 만에 관광객이 세 배 수준으로 늘면서, 캄보디아의 연간 전체 방문객 600만 명의 30%를 차지하는 동시에 외국 관광객 수 1위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사업이나 기타 목적으로 진출하는 중국인 수도 2014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이들은 노동자 수천 명을 고용하는 제조업부터 개인이 운영하는 식당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캄보디아 내 거의 모든 경제활동에 침투하고 있다. 
 
중국은 캄보디아에 대한 투자도 주도하고 있다. 캄보디아투자청 자료에 따르면, 캄보디아가 해외로부터 받는 전체투자(FDI·Foreign Direct Investment)의 76%가 중국 투자다. 투자 대상은 기존 제조업 투자에서 건설업, 인프라, 금융업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건설업의 경우 중국 투자가 해외 건설투자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캄보디아 국토부 담당자에 의하면 토지 소유를 위해 중국인이 현지 법인을 만들어 투자한 경우가 많아 실제 중국 투자 비율은 80~90%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투자·원조로 날개 단 중국 상품
원조 분야 역시 중국은 주요 원조 국가인 일본이나 한국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2019년 발표된 추가 지원에 따라 그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질 전망이다. 
 
중국의 캄보디아에 대한 대규모 건설·인프라 투자와 원조는 중국 대형 건설·토목 업체의 진출을 비롯해 전력, 중장비, 건설자재 등 연관 상품과 업체의 진출에 마중물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해당 프로젝트에 필요한 인력까지 중국에서 데려오면서 중국인들의 캄보디아 이민까지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산 생활용품, 식품, 소비재, 기호품 등의 수입량도 꾸준히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의 활발한 투자와 지원에 힘입어 캄보디아 경제는 매년 7%씩 고도성장하고 있다. 한국 기업 처지에서는 이 상황이 반갑지 않다. 반사이익도 크지 않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건설·인프라 부문에서 한국 기업의 진출과 건설자재·장비의 수출 성장이 크게 기대되지만, 발주처 대부분이 중국 기업이나 중국인이어서 한국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중국인들은 자국 제품 충성도가 매우 높다. 더욱이 기존에 한국 기업이 간간이 수주하던 크고 작은 현지 건설 프로젝트도 중국 기업이 경쟁에 참여하면서 견제를 받는 형국이다.
 
중국의 물량 공세 속, 기회를 잡아야
중국의 물량 공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캄보디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무역과 현지 경제활동에서 고전할 수밖에 없다. 캄보디아에 대한 정치적·경제적 중요성이 다르므로 한국 정부와 기업이 직접 중국과 경쟁을 벌이는 것도 불가능하다. 거스를 수 없는 대세를 바꾸기보다는 그 추세를 파악해 틈새시장을 공략해 기회를 노려야 한다. 
 
먼저, 경제 발전으로 향상된 구매력을 가진 캄보디아인들의 한국 제품에 대한 관심이 대폭 늘고 있다. 생활소비재, 음료, 식품, 화장품, 자동차 등은 수출을 기대해볼 만한 대목이다. 인구가 1500만 명인 국가에서 2억 캔을 팔아 캄보디아 국민음료로 자리잡은 박카스가 기록한 폭발적인 수출 증가가 대표적이다. 관광산업이 성장해 한국의 중고 버스와 승합차가 많이 팔리고, 건설업 신장으로 신규·중고 건설장비 등 전통적인 수출 강세 품목의 소비도 늘고 있다. 
 
캄보디아에선 지속적인 한류 열풍으로 한국 제품의 인식이 높다. 반면 그동안 낮은 구매력으로 저질의 중국 제품이 오랫동안 수입되면서 중국 제품 인식은 좋지 않은 편이다. 다행히 한국 상품은 매년 7% 안팎의 경제성장 덕분에 캄보디아인의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다. 가격은 다소 비싸지만 품질은 중국산을 압도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제품으로 인정받아 충분히 구매할 가치가 있는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매년 200만 명이나 유입되는 중국인 관광객과 이민자·투자자를 잠재고객으로 생각한다면 캄보디아는 한국 기업에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캄보디아 1인당 국민소득의 6배로 절대적으로 구매력이 높다.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역사는 캄보디아 진출보다 훨씬 더 오래돼 중국 소비자에 대한 노하우도 많이 쌓은 상태다. 중국에서 성공했던 한국의 상품이나 서비스로 캄보디아를 방문하거나 정착하는 중국인들을 공략한다면 승산이 있다는 뜻이다. 중국보다 시장이 협소하지만, 의외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낼 수도 있다.
 
중국 사업체나 부동산 노려볼 만
2007년을 전후해 많은 한국 기업이 캄보디아에 진출해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2008년 세계 금융위기로 줄줄이 철수한 적이 있었다. 대다수 한국 기업이 소유한 프로젝트와 부동산 등을 현지 기업과 중국·일본 기업 등에 매각했으나 일부 기업은 살아남았고, 2010년 이후 캄보디아 경제가 다시 고도 성장하면서 큰 이익을 얻었다. 만약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중국 투자가 크게 줄어들거나 투자금 회수가 본격적으로 이뤄진다면, 우리 기업은 유망한 현지 중국 사업체나 부동산을 인수·합병(M&A)해 장기적 관점에서 기회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박카스 같은 히트상품을 만들어낸 성공 사례가 있었다. 국내 중소·중견 기업들이 유망한 현지 중국 사업체와 부동산을 인수·합병해 캄보디아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할 날을 기대해본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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