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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 실종 뒤 들여온 TV
[포토 인]
[107호] 2019년 03월 01일 (금) 곽윤섭 kwak1027@hani.co.kr
곽윤섭 한겨례 선임기자
 
   
 
백남준이 1988년 텔레비전(TV)으로 설치한 <다다익선>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상징과도 같았으나 이제 더는 비디오아트로 작동하지 않는다. 
 
동네에 TV 있는 집이 손꼽을 정도였던 1960년대 후반, 우리 집에도 TV가 없었다. 숨바꼭질, 구슬치기, 딱지치기, 십자가생 등 흙먼지 나는 공터에서 하는 놀이가 무진장 많았으니 그게 아쉽지는 않았는데 슬금슬금 또래 친구 입에서 귀에 익지 않은 낱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마린보이, 요괴인간 벰·베라·베로, 사파이어왕자 등이었던가? 나도 (또래들 대화에) 빠질 수 없었고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집에 TV 없는 아이가 TV를 볼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50원을 내면 만화책 5권과 만화방 TV를 볼 수 있는 비닐 쿠폰을 받는 것, 다른 하나는 친구 집에서 TV를 보는 것. 공짜니 후자를 더 선호했다.
 
인기 프로그램은 모두 저녁 시간대에 방송했기에 아슬아슬한 적이 많았다. 어느 날 프로그램 한 편만 보고 집에 가야 했으나 그냥 친구 집에 죽치고 앉아 두 편까지 다 보고 말았다. 다들 여유가 없었던 시절, 저녁 먹는 시간에 다른 집에 앉아 있는 것은 금기였다. 우리 집에서 난리가 났다. 밥때가 됐는데 막내가 집에 없다! 형들과 누나들이 총출동해 나를 집으로 압송(?)했다.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버지가 (가볍게) 사랑의 매를 들었다. 어린 나이니 가볍지 않았지만 워낙 큰 잘못을 해서 크게 울지도 못했다. 아버지도 마음이 가볍진 않았던 모양이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집에 TV가 들어왔다. 형·누나들이 막내에게 고마워하던 기색이 지금도 기억난다. 
 
50년이 흘렀다. 식구가 TV 앞에 앉아 함께 저녁 먹던 시절은 이제 돌아오지 않는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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