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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과 뉴욕
[Editor's Letter]
[107호] 2019년 03월 01일 (금) 정혁준 june@hani.co.kr

정혁준 편집장

   
 

“최고의 시절이자 최악의 시절, 지혜의 시대이자 어리석음의 시대였다. 믿음의 세기이자 의심의 세기였으며, 빛의 계절이자 어둠의 계절이었다. 희망의 봄이면서 곧 절망의 겨울이었다. 우리 앞에는 무엇이든 있었지만 한편으로 아무것도 없었다. 우리는 모두 천국 쪽으로 가고자 했지만 우리는 다른 방향으로 걸어갔다.” 찰스 디킨스가 쓴 소설 <두 도시 이야기> 첫 부분입니다. ‘최고’와 ‘최악’, ‘지혜’와 ‘어리석음’, ‘믿음’과 ‘의심’, ‘빛’과 ‘어두움’. 상반되는 단어를 배치해 강렬한 인상을 줍니다. 소설은 18세기 프랑스혁명 당시 파리와 런던이라는 ‘두 도시’를 배경으로 합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21세기에도 ‘두 도시’는 있습니다. 슈퍼스타 도시와 그렇지 않은 도시입니다. 미국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같은 곳이 바로 슈퍼스타 도시입니다. 금융회사와 벤처기업이 몰려 있는 이곳에 고학력 인재와 엘리트 계층이 모여듭니다. 그렇지 못한 도시는 쇠락합니다. 미국의 대표적 공업지대였지만 철강·자동차 같은 제조업이 무너지면서 낙후한 중서부 지역인 ‘러스트 벨트’(Rust Belt)에 있는 도시가 대표적입니다.
 
그렇다면 슈퍼스타 도시에 사는 사람은 모두 잘살고 있을까요? 아닙니다. 금융 부문과 잘나가는 정보기술(IT)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은 고임금을 받았지만, 일자리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대부분 월마트와 맥도널드로 상징되는 서비스 분야에서 저임금을 받으며 일해야만 했습니다.
 
이런 슈퍼스타 도시에, 한 슈퍼스타 기업이 이슈를 만듭니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1위를 다투는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맞짱 뜨는 기업. 네, 그렇습니다. 제프 베이조스의 아마존이 바로 그 기업입니다. 아마존은 슈퍼마켓, 우체국, 은행, 결제수단, 언론, 의료보험 등 삶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서비스하는 기업입니다. 아마존강처럼 여러 도시를 하나로 훠이 이어나가듯 그들은 온라인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런 아마존이 제2본사를 세우겠다고 하자, 미국 238개 도시가 유치 지원서를 냈습니다. 여기에는 슈퍼스타 도시 뉴욕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마존의 뉴욕행은 물거품이 됐습니다. 아마존은 그 이유로 “지역 정치인들이 반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를 지켜본 많은 국내 언론은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적인 보도를 내놨습니다. 정치인들이 연봉 1억원 이상 받을 수 있는 2만5천여 명의 일자리를 걷어차버렸다는 것도 강조했죠. 하지만 뉴욕시는 아마존에 30억달러(약 3조4천억원)의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습니다. 그 돈을 가난한 사람을 위한 주택 지원과 대중교통 시스템 확충에 쓰면 어떨까요? 
 
뉴욕이 아마존을 선택하지 않은 점을 보면서, 디킨스의 소설 첫 문장을 떠올립니다. ‘뉴욕 아마존에서 근무하는 사람에게 최고의 시절이자 지혜의 시대, 빛의 계절일 수 있겠지만, 그 사람을 상대로 월마트와 맥도널드에서 일하는 사람에겐 최악의 시절이자 어리석음의 시대, 어둠의 계절일 수 있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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