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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감 없었던 듣보잡 증오 인플루언서로 유명세
[People] 자이르 보우소나루의 생애와 이력 ①
[106호] 2019년 02월 01일 (금) 마리안 블라스베르크 등 economyinsight@hani.co.kr
마리안 블라스베르크 Marian Blasberg
옌스 글뤼징 Jens Glüsing <슈피겔> 기자
 
   
▲ 2019년 1월15일 브라질리아의 플라나우투 궁전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총기 규제를 완화하는 법령 서명식에 쓸 펜을 보여주고 있다. REUTERS
2018년 10월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가 있기 일주일 전 일요일, 자이르 메시아스 보우소나루 대선 후보가 자신의 집 테라스에 서 있다. 군대에서 대위로 전역한 그는 초록색 티셔츠를 입었다. 둘째 아들이 그를 마주 보고 서 있다. 그는 둘째 아들을 군대식으로 “2번”이라고 부른다. 여기까지 보면 이 장소에 마치 둘만 있는 듯하다. 
 
둘째 아들이 스마트폰 카메라를 아버지를 향해 들고 있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돼 인터넷에 올려진 동영상 배경에 빨랫줄과 둘둘 감긴 노란색 정원 호스가 보인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도 들린다. 보우소나루가 자세를 가다듬고 있다. 그가 연설을 시작하니, 목소리가 인근 마을까지 울려퍼진다. 
 
보우소나루는 브라질 땅이 지구상에서 가장 비옥하고 이곳에 사는 민족은 세상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대선 경쟁 후보인 페르난두 아다드를 향한 공격으로 화제를 바꿨다. 아다드가 소속된 노동당은 브라질에서 지난 10년 이상 정권을 잡았다. 그가 스마트폰을 바라보며 외쳤다. “듣고 있나, 아다드? 우리 고향은 우리 것이다!” 보우소나루는 흥분할 때면 중얼거리듯 말하는 습관이 있다. 그가 포효하는 소리에 이웃 몇 명이 휴대전화로 연설 모습을 찍었다. 동영상 속 그는 이른바 ‘체육관 연설’을 야외에서 연습하는 아마추어 배우처럼 보인다. 
 
“역사상 전무후무한 숙청이 있을 것이다.” 보우소나루가 말을 이어나갔다.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빨갱이 도적들이 우리 법을 따르지 않으면, 그들을 감금하거나 조국에서 추방할 것이다.” 그의 얼굴에 초조한 웃음이 번진다. 이내 전직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로 화제를 돌린다. 룰라는 2018년 4월 브라질 남부 파라나주 쿠리치바에서 감옥살이를 시작했다.
 
“듣고 있나, 룰라? 브라질에는 부패한 술주정뱅이를 위한 자리는 없다. 머잖아 아다드가 네 감방으로 들어갈 것이다. 너희는 서로를 좋아하니까 감방에서 함께 도미노 게임과 체스나 두면서 썩어버려라!” 이상하고 섬뜩한 장면이지만,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연극 리허설이 아니다. 리우데자네이루의 보우소나루 저택에 울려퍼지는 연설은 상파울루의 한 대형 화면에서 생중계되고 있다. 대형 화면 앞에서 수천 명이 “신화! 신화!”를 연이어 외치고 있다. 
 
“숙청, 빨갱이 도적들, 감방에서 썩다.” 보우소나루의 연설은 조금의 편집도 없이 생중계되고 있다. 좌파를 향한 조건반사적 증오, 민주주의와 민주적 절차·기관에 대한 멸시 등 날것 그대로의 증오와 경멸이 여과 없이 대형 화면에 비쳤다. 보우소나루의 연설은 전쟁 선포였다. 
 
2018년 10월 극우 성향 반동 정치인 보우소나루에게 한 표를 던진 브라질 유권자라면 자신이 어떤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았는지 몰랐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완전히 의식하지 못했을 수 있지만, 어찌됐건 브라질 국민은 그를 대통령으로 원했다. 
 
보우소나루의 대통령 당선은 1980년대 중반 군사독재 종식 이후 어떤 사건보다 브라질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최근 브라질에서는 과거 오랫동안 상상조차 못했던 것들이 논의되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원주민 거주용으로 지정된 토지를 외국 광산업체에 개방하고, 이른바 착한 시민들이 빨갱이 도적들로부터 스스로를 지킬 수 있도록 브라질 국민을 무장시키겠다고 발표했다. ‘무토지 농민운동’(Landless Workers’ Movement) 등 사회단체를 테러조직으로 분류할 계획도 밝혔다. 2019년 2월1일 브라질 연방의회에 입성할 그의 셋째 아들은 최근 공산주의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주장했다.
 
   
▲ 2019년 1월1일 브라질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 자이르 보우소나루가 부인 미셸과 함께 참석하고 있다. REUTERS
과거와 달라진 새로운 현실
지금까지는 논의만 무성하지만, 보우소나루의 계획은 분명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언론사와 대학 관계자들이 한껏 움츠러들고, 원주민들은 중무장을 하기 시작했다. 동성애자는 거리에서 스킨십을 자제했다. 보우소나루가 ‘올바른 시민들’이라 하는 사람들이 브라질 전역에서 인민재판을 자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우소나루 자택을 지나며 기쁨의 경적을 울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이들의 공격을 두려워하고 자신이 혹시 지난 몇 년간 브라질 변화의 흐름을 알지 못한 것은 아닌지 자괴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브라질이 직면한 새로운 현실이다. 보우소나루는 2019년 1월1일 브라질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여성·흑인·동성애자 모욕 이력
보우소나루는 브라질 정계에 항상 있었던 인물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그가 대중의 머리에 각인됐다. 국회에 입성해 27년간 의정 활동을 해왔음에도 보우소나루는 쉽게 흥분하는, 존재감이 미미한 의원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여성·흑인·동성애자를 모욕하는 말과 군부독재 시절 고문을 일삼았던 장군들을 영웅으로 치켜세운 의원으로 대중에게 인식돼 있었다. 
 
반면 인터넷에선 증오심으로 가득한 SNS 발언에 “좋아요”를 눌러주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보우소나루는 자신의 존재감을 쌓아나갔다. 가상세계에서 그는 브라질 적폐를 속 시원하게 언급하는 ‘올바른 대위’로 칭송된다. 그는 동영상에서 브라질의 도덕적 가치가 땅에 떨어진 것을 비판하고 브라질 사회에 횡행하는 부패와 폭력을 강하게 질타해 대중에게 ‘사이다’라고 박수를 받았다. 
 
보우소나루가 새 물결을 대변하는 목소리라는 징후는 거리에서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누구도 이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했다. 실제 그를 진지하게 여긴 사람은 거의 없었다. 수천 명에 불과하던 팔로어 수가 몇 년 만에 5700만 명의 유권자로 폭발적인 결집을 한 과정을 아무도 설명하지 못한다. 
 
보우소나루는 대체 어떤 사람인가. 그의 행적을 좇는 여행은 리우데자네이루의 주의회 건물 6층에서 시작됐다. 한 주의원 사무실 입구에 스카이다이버가 구름 사이를 나는 모습을 담은 흑백 포스터가 붙어 있다. 유리 진열대에는 군대 차량 모델과 자기로 만든 군화 한 켤레가 진열돼 있다. 보우소나루 첫째 아들 플라비오(37)가 브라질리아로 이전하기까지 이 사무실을 쓴다. 플라비오는 보우소나루의 아들 중에서 가장 온건파로 분류된다. 그는 법학을 전공한 뒤 브랜드 초콜릿을 파는 작은 가게를 시작했다. 그때만 해도 플라비오가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으리라고 짐작하지 못했다. 지금 그는 매달 한 번 사격클럽에서 형제들을 만나 사격 연습을 한다. 
 
첫째 아들이 보우소나루의 법적 문제에 자문을 했다면, 둘째 아들은 웹사이트 콘텐츠를 맡았다. 영어를 잘하는 셋째 아들은 대선 동안 스티브 배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전 백악관 고문과의 연락을 담당했다.
 
“우리는 지금 역사적 순간을 보고 있다.” 첫째 아들은 지난 선거 과정에서 스마트폰을 삼각대에 고정하고 카메라를 켜서 아버지가 말하는 모습을 며칠간 촬영했다. 아버지의 여러 일화를 책으로도 엮었다. 그는 아버지를 가난한 집안 출신이 인내와 원칙주의를 발판 삼아 최고 정점까지 오른 정치인으로 그렸다. 책 제목은 <신화 혹은 진실>이다. 신화와 진실의 시작과 끝이 전혀 분명하지 않지만 말이다. 
 
   
▲ 보우소나루가 브라질 대통령에 공식 취임한 날, 지지자들이 플라나우투 궁전 밖에서 환호하고 있다. REUTERS
엘도라도의 대혼돈 기억
첫째 아들은 존재하지 않는 1960년대 세상 이야기부터 꺼냈다. 자이루 보우소나루는 상파울루 내륙지방 열대우림에 있는 소도시 엘도라도에서 자랐다. 이곳 주민들은 커피나 바나나를 경작했다. 자칭 치과의사였던 보우소나루 아버지는 노새를 타고 방방곡곡 돌아다녔다. 그의 어머니는 성경으로 다섯 자녀를 키웠다. 보우소나루는 다리가 야자 새순처럼 길고 하다. 
 
보우소나루가 15살이었을 때, 악명 높은 좌파 저항운동가 카를루스 라마르카가 경찰들과 대치 끝에 총을 쏘는 순간 보우소나루가 살아왔던 작고 평화로운 세계는 대혼돈에 빠졌다. 당시 학교에 있었던 보우소나루는 이 사건에 깊은 충격을 받았다. 군인 수백 명이 진압을 위해 마을로 들어왔다. 현지 숲을 앞마당처럼 잘 알고 있던 소년 보우소나루는 나침반으로 수색 군인들에게 현지 지리를 꼼꼼하게 알려줬다.
 
당시 공산주의자들이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고 첫째 아들은 말했다. 반면 군부독재는 공공치안을 복구했고, 군부는 도로를 만들어 소도시 엘도라도를 외부 세계와 연결했다. 군대 아카데미는 어린 보우소나루와 같은 빈곤층에게 세상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문이었다. 보우소나루가 엘도라도를 떠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가 엘도라도를 단 한 번도 과거로 떠나보내지 않았다고 많은 사람은 생각한다. 보우소나루의 사고는 모두 엘도라도 시절의 기억을 깨우는 것에 초점이 맞춰 있다. 카를루스 라마르카 사건은 이후 보우소나루의 행보를 이해하는 열쇠가 된다.
 
두 번째 중요한 사건은 보우소나루가 스카이다이버 제복을 벗고 오랜 시간이 지나서 일어났다. 당시 그는 국회에 마련된 방송사 카메라 앞에서 브라질을 뒤흔들었던 극악무도한 범죄에 대해 견해를 밝히고 있었다. 한 청소년이 다른 청소년을 죽인 잔인한 사건이었다. 살해된 청소년의 여자친구도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다. 보우소나루가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에게도 성인과 마찬가지로 엄격한 법 집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하자, 노동당 소속의 마리아 두 로사리우 연방의원이 말을 잘랐다. 보우소나루 같은 정치인 입에서 나온 공격적인 말이야말로 청소년 폭력을 부추긴다고 로사리우 연방의원은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자 보우소나루가 흥분해 방송사 카메라를 똑바로 쳐다보며 소리쳤다. “이 장면 녹화하시오! 로사리우 의원이 나를 강간범이라고 했다.” 그리고 로사리우 의원 쪽으로 몸을 돌려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죽어도 당신을 강간하지 않을 것이오! 당신은 그럴 가치조차 없기 때문이오.”
 
로사리우 의원과 설전 
로사리우 의원이 보우소나루 뺨을 때리려 하자, 보우소나루가 팔을 뻗어 로사리우 의원을 힘껏 때렸다. 이 장면은 보우소나루를 하룻밤 사이 브라질의 유명인사로 만들었다. 보우소나루의 첫째 아들이 몸을 의자에 기대며 말했다. “이 사건 이후 언론이 아버지를 인지하게 됐다.”
 
보우소나루는 여성에게 공공의 적이 되었다. 그리고 인종차별주의자이자 동성애혐오자, 파시스트가 되었다. 첫째 아들이 텔레비전 토론 방송에서 탈수 증상을 보이자, 의사 출신 공산당 소속의 한 여성 후보가 무대 뒤에서 아들에게 응급처치를 해주려 했다. 하지만 보우소나루는 그 여성 후보가 아들을 독살하려는 것이라고 믿었다. 보우소나루는 첫째 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안정을 유지해라, 큰아들. 팔굽혀펴기 10회면 다시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첫째 아들은 자신의 책에서 로사리우 연방의원과 충돌한 사건을 가리켜 아버지가 정당방위를 했을 뿐이라는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예의범절을 재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우소나루는 군대에서 제명됐던 적이 있다. 그 이유에 대해 첫째 아들은 일반 군인에게 굶어 죽지 않을 만큼의 임금을 주는 당국에 저항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의정 활동 27년 동안 2개 법안만 발의한 것에 대해서는 법안 발의보다 동료 의원들의 프로젝트를 막는 것이 더 중요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연방의회에서 따돌림을 받았던 이유 역시 다른 정당의 부패한 의원들과 거리를 두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 사진에서 보우소나루가 연방의회의 텅 빈 본회의장 연단에 서 있다. 보우소나루는 연합군이나 권력 없이 브라질리아를 외로이 떠도는 위성이었다. 대통령에 당선된 지금도 이전과 달라진 게 없다. 그를 바라보는 세상의 시선이 달라졌을 뿐이다. 
 
* 2019년 2월호 종이잡지 48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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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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