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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진보시킨다는 믿음은 허상
[Special Report] 인터넷이 망가졌다- ① 소수의 이익 독점
[106호] 2019년 02월 01일 (금) 토마스 슐츠 economyinsight@hani.co.kr
디지털 시대, 무궁무진한 정보로 무장한 인터넷이 필연적으로 인간의 삶과 사회를 진보시킬 것이라는 믿음이 깨지고 있다. 사용자와 콘텐츠가 많아질수록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수 대기업의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고 있다. 악의적으로 정보를 왜곡한 가짜뉴스의 범람, 소수의 정보·이익 독점,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 훼손 등이다. 인터넷이 더 자유롭고 경제를 끌어올려 삶을 개선하기는커녕, 비계급적이고 불평등한 세계를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_편집자
 
토마스 슐츠 Thomas Schulz <슈피겔> 기자 
 
   
▲ 2018년 11월27일 영국 런던 의회에서 개인정보 유출 관련 청문회가 열렸다. 이날 증인으로 채택된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가 불참한 것에 정치적 압력 단체 활동가가 ‘페이크북’이라 쓰인 옷을 입고 비난하고 있다. REUTERS
2018년 11월6일, 도널드 트럼프 시대에 처음으로 새 의회를 선출하는 미국 중간선거일이었다. <CNN>은 “민주주의는 구원받을 것인가?” 물었고, <뉴욕타임스>는 “세계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경고하는 등 며칠 전부터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  
 
사람들이 예측하지 못한 것은 이날 트럼프뿐만 아니라 마크 저커버그의 미래도 결정된다는 사실이다. 최근 실리콘밸리는 워싱턴 정가보다 더 긴장된 분위기였다. 여당인 공화당이 다시 의회 다수를 차지할 것이냐와 별개로 선거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가짜뉴스 폭격이 이어질 것인가. 러시아 요원들이 선거에 개입할 것인가. 조작 기계인 소셜미디어가 또다시 민주적인 의사결정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방해받을 것인가. 중간선거 주간은 페이스북과 트위터에 매우 중요했다. 디지털 시대의 첫 20년이 끝나가는 시기에 “인터넷이 무조건 인간을 진보시킬 것이라는 세계관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임기는 디지털 시대의 전환기, 각성과 실망의 시기와 일치한다. 인터넷이 인류를 더 자유롭고 경제를 끌어올려 삶을 개선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페이스북(소셜네트워크서비스)은 선동가들에게 도움이 되고, 에어비앤비(공유주거 서비스)는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을 불러오고, 우버(공유차량 서비스)는 교통 혼잡을 증가시키고, 애플(이동통신)은 아이들을 스마트폰 중독으로 만든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회는 분열되고 소수 기업이 디지털화의 이익을 독점하고 있다. 
 
미래를 기만하는 디지털
최근 몇 달 동안 정치인, 경제학자, 사회학자, 프로그래머, 경영자들이 놀라울 정도로 일치단결된 전선을 형성했다. 무언가 크게 잘못돼가고, 빠르게 방향을 전환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너무 늦기 전에, 많은 것을 약속했던 디지털화된 미래가 모두를 기만하기 전에 말이다. 
 
하룻밤 사이, 지난 20년간 어디에서나 보이던 희망찬 디지털 시대의 사도들이 사라졌다. 기업에 고용됐거나 스스로 나서 인터넷의 선하고 낙관적인 미래를 전파하던 이들이 지금은 거의 발언하지 않거나, 발언하더라도 과거와 180도 달라진 주장 때문에 실망과 경악을 감추지 못한다. 
 
많은 인터넷 시대의 선구자들이 드러난 현실 앞에서 자기 의심에 빠져 말을 바꾸거나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과거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 창시자 팀 버너스리는 “인터넷이 인류를 진보시키지 못하고 실망시켰다”고 말했다. 아이폰 공동 개발자는 자신의 창조물이 마약처럼 사람들을 중독시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고백했다. 트위터 공동설립자인 에브 윌리엄스는 “인터넷이 망가졌다”고 말했다.  
 
구글에선 최근 수개월간 기업 전략에 반대하는 직원들이 탄원서와 항의서를 내고 동맹파업을 하며 투명하고 신중한 새로운 구글을 요구하고 있다. 수십 년간 진보와 기술 발전의 글로벌 기관지였던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 <테크놀로지 리뷰>는 ‘기술이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민주주의를 구할 방법은 무엇인가’를 표제 글로 실었다.   
 
아직은 인터넷에서 이런 변화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기 힘들다. 너무 많은 일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정치인은 규제하려 하고, 이용자에게는 신뢰를 상실했고, 직원은 꿈꾸던 이상을 잃었다. 경제학자들은 디지털 혁명이 더 큰 번영과 경제성장을 가져올 수 있을지 의심한다. 
 
   
▲ 디지털 혁명이 더 큰 번영과 경제성장을 가져올지 경제학자들이 의심하기 시작했다. 구글 등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정보와 이익을 독점하기 때문이다. REUTERS
통제와 감시 도구로 전락
중국에서는 서구권 영향을 강하게 받은 현대 첨단기술 산업의 대안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 공산당과 재계 권력자들은 자유와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하면, 데이터와 인공지능으로 훨씬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안다. 실리콘밸리만 이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다. 인터넷 시대에 다음 단계는 미국 캘리포니아가 아니라 중국 세계관이 지배할 수도 있다. ‘(빅)데이터를 가졌는데 굳이 민주주의가 필요한가?’라는 모토에 따르는 시대다.  
 
선한 인터넷 신화는 지난 20년간 정보기술(IT) 기업이 쉽게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줬다. 인터넷 규제, 국가와 정치의 간섭에서 자유로워야 제대로 작동하고 자유와 번영을 증진하는 힘을 펼칠 수 있다는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페이스북과 구글에 대한 규제는 정보의 자유 자체를 제한하며, 위험하고 비민주적인 개입을 감행하는 것이었다. 인터넷이 탁월한 통제·감시 도구이자 사실을 조작하고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기에 이상적인 수단이라는 의견은 유럽이나 독일의 시각에서는 왜곡된 관점으로 간주됐다.
 
지식인, 기술 마니아, 정치인이 제시한 디지털 비관주의의 기원이 미국이라니 놀라울 뿐이다. 한때 디지털화 선두 주자로 각광받았고, 소셜미디어로 미국 대선 캠프를 조직했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제 “페이스북과 구글을 ‘대체 현실’을 구축하는 위험한 복점(두 공급자가 경쟁적으로 동일 상품을 제공함) 기업”이라고 본다. 오바마는 MIT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기업이 운영하는 비즈니스 모델, 알고리즘, 메커니즘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눌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정치학자 헨리 키신저마저 “인공지능으로 계몽의 종말이 다가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승자가 모든 걸 독점
IT 대기업 본사에서는 올바른 전략을 세우기 위해 고심한다. 자기비판을 토대로 새롭게 시작해야 하나, 아니면 하던 대로 계속 수정·보완해야 하나 갈림길에서 말이다. 페이스북은 더욱 통제, 중앙화·집중화를 강화하는 방식을 택한 듯하다. 이 전략에 반대해 얼마 전 인스타그램 두 창업자가 마크 저커버그와 갈등을 빚었다. 페이스북 회장이 강하게 간섭하자, 두 사람은 흔들리는 모기업을 떠났다.
 
이에 반해 구글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는 구글을 ‘더 사려 깊게’ 운영하려는 모양새다. 그는 컴퓨터 기술이 교차점에 서 있다면서 특별한 ‘책임’을 말한다. 애플 CEO 팀 쿡은 기업 이익을 늘리는 데만 도움이 되는 거대한 양의 개인 데이터를 갖춘 데이터 산업단지에 대해 경고했다. “미국에도 유럽식 모델에 기반한 개인정보보호법이 필요하다.”
 
쿡은 “애플에서는 새 제품을 만들 때마다 ‘이 제품을 긍정적으로 이용할 방법과 그것을 강화할 방법’을 고민한다. 반대로 부정적으로 쓰는 방법과 그것을 막는 방법도 깊이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가 제안하는 ‘생각해서 개선하기’도 정답으로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디지털화가 기존 산업사회를 파괴한다는 사실은 이제 확실해졌다.
 
분권화되고 비계급적이고 평등한 세계라는 인터넷 시대의 약속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미 오래전부터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는 점점 더 중앙집중화되고 소수가 이를 지배한다. 불평등이 늘고 있다. 
 
1~2년 전에야 확실하게 드러난 디지털경제의 실체는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세계다. “전부는 아니라도 대부분을 승자가 독식하는 시장”이라고 MIT 교수이자 디지털경제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인 에릭 브리뇰프슨은 말했다. “진작부터 이렇게 될 것을 짐작했어야 한다. 사용자와 시장을 전혀 규제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맡긴다는 신자유주의적인 방식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소수의 거대 기업을 만들어냈다.”  
 
* 2019년 2월호 종이잡지 58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44호
Das Internet ist kaputt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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