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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과 자유 실천하는 초심 찾아야
[Special Report] 인터넷이 망가졌다- ② 민주주의 위협
[106호] 2019년 02월 01일 (금) 토마스 슐츠 economyinsight@hani.co.kr
토마스 슐츠 Thomas Schulz <슈피겔> 기자 
 
   
▲ 중국 저장성 항저우에 위치한 알리바바그룹 본사. REUTERS
지난 20여 년간 온갖 칭송을 받았던 디지털 혁명이 정말 모두를 더 큰 번영으로 이끄는가. 아니면 몇 명의 주머니만 아주 많이 채워주는가.
 
디지털 세계의 원래 목표는 한두 명만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부자로 만들어주는 게 아니라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었다. 이는 논리적인 것처럼 보였다. 증기기관과 전기가 생산성을 높였던 것처럼 노동자는 새로운 온라인 도구를 이용해 더 많은 일을 함으로써 국내총생산이 늘어나고 나라 전체에서 삶의 수준이 향상된다.  
 
하지만 디지털 생산성 도약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반대다. 예를 들어 독일에선 1970년대에 연간 경제성장률이 4%에 이르렀고, 1990년대에도 2%는 유지했다. 현재는 1%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아날로그 세계만을 위해 만들어진 왜곡된 통계 때문이라고 말한다. 전 독일경제자문위원회 위원 베른트 뤼루프는 “통계 시스템이 부상하는 디지털 세계의 무료 비즈니스 모델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경제학 교수 에릭 브리뇰프슨 같은 전문가들은 신기술로 거대한 효율성 향상이 앞으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전동화 같은 과거의 기술 도약도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30년 가까이 걸렸다. 생산구조를 서서히 재조직해야 하기 때문이다. 
 
   
▲ 2018년 8월3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엑스포 앤드 콘퍼런스’에 참가한 텐센트 부스 앞을 한 관람객이 걸어가고 있다. REUTERS
매킨지글로벌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러한 느린 확산이 경제의 모든 분야에서 완료돼야 선진국에서도 다시 생산성이 매년 2%씩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특히 독일 경제가 수혜를 입어 앞으로 몇 년 안에 경제성장률이 2.5% 증가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독일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디지털화에 나서기만 한다면 말이다. 
 
어쩌면 이는 희망찬 꿈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한 가지 문제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계의 디지털경제는 기존 경제 시스템과 다르게 움직이고, 새로운 권력의 중심에 서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선진국에 속하지 않는 기업은 5%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5년까지 미국이나 유럽보다 중국이 총자산 10억달러 이상인 기업을 더 많이 가지게 될 것이다. 중국의 정보기술(IT) 대기업인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는 경쟁 상대인 서방국가를 추월하고 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워싱턴에서 많은 이들이 긴장하고 있다. 이는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시스템 경쟁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국가자본주의가 서구의 시장자본주의보다 더 많은 경제적 부를 생산할 수 있을까? 중국이 서구 국가보다 더 나은 인터넷 시대의 세계상을 가지고 있는가?
 
징조는 보인다. 디지털화의 다음 단계는 인공지능이 결정할 것이고, 이 분야는 ‘데이터를 가장 잘 수집하고 이용하는 자가 시장을 지배한다’는 원칙이 지금보다 더 적용될 것이다.  
 
게다가 서방세계에선 디지털 비관론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고 있지만, 중국에서 정보 수집은 지적 토론의 주제가 아니다. 얼굴 인식은 새로운 주력 기술이고, 중국에서는 많은 이가 “사생활, 개인의 자유, 민주주의적 가치에 대한 논의에 방해받지 않고 더 빠르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확신한다. 글로벌 디지털 지배권을 쟁취하는 길이 훤히 뚫려 있는 것처럼 보인다.
 
   
▲ 2018년 11월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바이두 월드 콘퍼런스’ 행사장을 한 관람객이 걸어가고 있다. REUTERS
중국 재진출 고려하는 구글
구글은 중국 재진출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2010년 구글은 중국 정부의 사전 검열에 반발하며 중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지금은 중국 정부가 못마땅해하는 웹사이트와 조회 결과를 걸러내는 중국 버전의 구글 검색 앱을 시험 중이다. 시대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구글은 스스로 검열할 준비가 돼 있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구글이 정말 중국 앞에 머리를 조아리게 된다면, 이는 디지털화의 다음 단계에 대한 신호탄이 될 것이다. 
 
이 정치·경제적 위협 시나리오는 중국 시스템에 대항해 서방세계의 가치 체계를 디지털 구조에 체계적으로 뿌리내리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미국이 더 근본적으로 고찰하는 계기가 됐다.  
 
오랫동안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고문으로 일한 외교 문제 전문가 캐런 콘블루는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 정부가 인터넷이 스스로 수리할 수 있다는 테크노 유토피아적인 환상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고 썼다. 그 대신 “인터넷이 민주적 가치를 손상시키지 않고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콘블루는 새로운 정치 규제가 시급하며 인터넷 창설이 그에 적합한 모델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다. 개방성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미국 서부 해안(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를 의미)에 있는 많은 기술 사상가들은 이런 전략적 고려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들은 규제를 받기보다 수정된 비즈니스 모델, 기술 솔루션, 개선된 신규 플랫폼으로 인터넷을 개혁하고 싶어 한다. 
 
트위터 공동설립자 에브 윌리엄스는 “10년 전에는 스팸메일도 큰 문제였다. 우리는 기술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터넷을 구원하는 방법에 관한 선언문을 작성했다. “근본적 문제는 인터넷 사용자로서 모든 것이 무료라는 사실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온라인 세계는 광고로 지탱되기에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것이 중요하다. 이 세계에서 진실과 품질은 부차적인 문제다. 이것부터 바뀌어야 한다. 
 
월드와이드웹을 발명한 팀 버너스리는 최근 자신의 계획을 발표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독점기업의 권력을 빼앗고 ‘좋은 쪽으로 다시 방향을 바꾸려면’ 인터넷을 분산시켜야 한다. 때가 무르익었다”면서 그는 “인터넷이 권력자의 이익에 따라 그들의 의제로 조종하는 불평등과 분열의 기계가 되었다”고 말했다. 
 
버너스리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MIT 전문가를 비롯해 초창기 인터넷 활동가들과 공동으로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을 개발했다. 기업이 아닌 사용자가 데이터를 소유하는 플랫폼으로, 사용자는 자신의 데이터를 누가 어디에 써도 되는지를 결정할 수 있다. 플랫폼 자체도 분산돼 있다.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으며, 독점될 수도 없다. 
 
좋은 생각 같다. 과거 인터넷 초기 시대의 르네상스처럼 들린다. 하지만 이 시기는 지나갔다. 인터넷은 상업화됐고, 다음 세대로 주도권이 넘어갔다. 버너스리의 아이디어가 실현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는 “미래가 여전히 과거보다 훨씬 굉장해질 것이다”라고 강조하지만, 예전의 행복감(euphoria)을 다시 살리려는 시도는 그저 과거에 대한 향수로 들릴 뿐이다.  
 
* 2019년 2월호 종이잡지 62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44호
Das Internet ist kaputt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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