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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민족·다문화 천의 얼굴… 성향 파악 먼저
[세계는 지금] 스페인
[106호] 2019년 02월 01일 (금) 이성학 spelee@kotra.or.kr
이성학 KOTRA 스페인 마드리드무역관 과장
 
   
▲ 스페인 마드리드 사람들이 방키아은행 앞을 지나가고 있다. 마드리드는 이주민이 많아 지방색이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REUTERS
스페인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 중에서 자신이 생각한 것과 사뭇 다른 스페인 모습에 놀라거나 당혹스러워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방송매체 등을 통해 갖게 된 고정관념 때문인지는 몰라도, 스페인은 1년 내내 햇빛이 쨍쨍하고, 스페인 사람은 마냥 쾌활하며 놀기 좋아하고, 점심 식사 뒤에는 시에스타(낮잠)를 즐기며, 투우에 열광하고 플라멩코를 즐겨 출 것이라고 생각한다.
 
획일화된 이미지
스페인은 전형적인 다민족·다문화 국가다. 이베리아족, 켈트족, 칸타브리족, 아스투레스족, 바스크족 등 다양한 민족이 기원전부터 이베리아반도에 터를 잡고 각자 고유 문화를 만들어냈다. 수세기에 걸쳐 로마제국과 이슬람제국 지배권에 있으면서 다양한 언어, 학문, 기술, 예술 등이 융·복합됐기 때문이다. 이뿐 아니라 중남미 지역과 역사·사회문화적 인접성으로 중남미 출신 이민자 200만여 명이 스페인에 거주하고 있다. 
 
스페인은 유럽에서도 지방색이 뚜렷한 국가로 손꼽힌다. 한반도의 약 2.5배에 이르는 지역에 크고 작은 왕국이 공존했다. 이들 간의 지리적 제약과 빈약한 교통 인프라, 자연환경 차이로 다양한 생활양식과 고유한 문화가 형성됐다. 15세기 말 이베리아반도 지역에서 주류 세력이던 카스티야 왕국과 아라곤 왕국 통합을 기점으로 스페인은 점진적으로 단일국가 모습을 갖춰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공식 언어가 다섯 개가 될 정도로 각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의 고유한 문화와 역사에 자부심이 크다.
 
다양한 민족과 문화
스페인 사람 대부분은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은 한, 자신이 태어난 고향을 떠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스페인 사람은 외지인이 자신을 단순히 ‘스페인인’으로 여기기보다는, 자신이 태어난 지역 사람으로 인식해주길 원한다. 특히 카탈루냐나 바스크같이 분리독립을 추구하는 성향이 짙은 지역일수록 자신이 스페인인으로 불리는 것을 불쾌히 여기는 일이 많다.
 
지역에 따라 스페인 사람이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 사전에 파악하는 것은 여행뿐만 아니라 사업 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 물론 특정 지역 사람이 모두 같은 성격일 것이라는 섣부른 일반화의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되지만, 지역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알아두면 사업 파트너와의 대화에서 상대방 성향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진지하고 사무적인 분위기의 스페인 북부 지역 사람에게 쾌활한 방식으로 대화를 풀어나가려 한다거나, 유쾌하며 친근한 소통을 중시하는 남부 지역 사람에게 진중한 모습만 보이려 하면 상대의 호감을 얻을 수 없다.
 
마드리드 | 개방적, 잘난척쟁이
마드리드는 스페인의 수도인 만큼 토박이보다는 이주민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 타 지역에 비해 지방색이 뚜렷한 편은 아니다.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과 공존해 국제화 수준도 높다. 새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거부감이 적어 마드리드 사람은 대체로 개방적이다. 하지만 타 지역보다 소득수준이 높고 수도에 살고 있다는 자부심이 커, 타 지역 사람한테 ‘잘난 척이 심하다’거나 ‘사치스럽다’는 평을 듣는다.
 
카탈루냐 | 철저함, 인색, 성실
바르셀로나를 중심으로 한 카탈루냐 지역은 로마시대부터 지중해 항구도시로서 각광받아, 스페인에서 무역과 제조업, 금융업 등이 가장 발달한 지역으로 손꼽힌다. 따라서 타 지역 사람은 카탈루냐인이 셈에 능하며 성실하지만, 씀씀이에 인색하며 이기적이라고 평가한다. 최근 특징 중 하나는 카탈루냐에 분리독립주의가 대두하면서 자신이 카탈루냐인이 아닌 스페인인으로 불리는 것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는 사람이 크게 늘어난 점이다.
 
안달루시아 | 유쾌함, 게으름, 느긋함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 플라멩코, 투우, 끝없이 이어진 해변 등 스페인의 고정 이미지는 안달루시아의 대표적인 모습이다. 그래서인지 안달루시아인은 대체적으로 유쾌하며, 친절하고 매사에 느긋하다. 이런 성격으로 게으르며 노는 것만 좋아한다는 이미지가 굳혀 있다.
 
스페인 중부(카스티야) | 진지함, 냉정함
마드리드가 산골마을에 불과했던 16세기 이전부터 톨레도나 바야돌리드와 같이 이미 여러 대도시가 형성됐던 카스티야라만차, 카스티야레온 지역 주민은 스페인의 진정한 가치와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고 생각해 자부심이 대단하다. 이 지역 사람들은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편이며, 매사에 진지해 다소 차가워 보인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아라곤 솔직함, 고집불통, 외부인에 우호적
아라곤 지역은 과거 카스티야 왕국와 함께 이베리아반도를 호령했던 아라곤 왕국의 가장 핵심적인 지역이다. 이곳 주민은 앞뒤가 다르지 않고 진실하며 점잖다고 인식된다. 반면 자신이 한번 마음먹은 것에는 주변 사람들 말을 잘 듣지 않는 고집쟁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아라곤은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길목에 있는 주요 교통 물류 거점으로 외부인 방문에 우호적이다.

바스크 | 호탕함, 폐쇄적, 강직함
스페인 북부 산간의 바스크 지역은 기원을 알 수 없는 선주민과 어떤 어족에도 속하지 않는 언어 에우스케라(Euskera)를 쓴다. 한때 분리주의를 요구하는 테러리스트 단체였던 ETA가 약 반세기 동안 활동했던 특이한 지역이다. 그럼에도 금융, 제조, 철강산업 등이 발달해 스페인에서 경제 수준이 월등히 높은 곳이다. 과거 전투민족으로도 이름을 떨쳤던 이들은 꾸밈이 없고 성격이 거칠지만 근면성실하고 강직하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부모나 조상이 바스크인이 아니라면 혼인을 거부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외부인에게 매우 폐쇄적이라고 한다. 실제 이 지역 유명 축구 구단인 아틀레틱 빌바오는 바스크 지방에서 태어났거나 조상이 바스크인이거나 바스크 유소년 축구클럽 출신인 선수만 기용하는 순수혈통주의를 유지하고 있다.
 
갈리시아 | 성실함, 폐쇄적, 우유부단
스페인 북서부 지역에 있다. 경제적으로 다소 낙후된 갈리시아 주민은 성실하고 애향심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역사적으로 외부인과 교류가 많지 않아 폐쇄적이며 의심이 많고 우유부단한 이미지가 강하다. 특히 자신의 행동이나 의견을 확실히 보이지 않아, 스페인 사람 사이에서 어리숙하다는 놀림을 받기도 한다.
 
   
▲ 마드리드 콜론 광장에 스페인 국기가 펄럭이고 있다. 스페인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가 결합돼 지역색이 뚜렷하다. REUTERS
지방색은 단순 참고만 해야
이처럼 스페인 각 지역 주민의 다른 성향은 절대적이지 않으며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도 없다. 누구보다 차갑고 냉철한 안달루시아인도 있고, 놀기 좋아하며 쾌활한 바스크인도 분명 있을 테니 말이다. 따라서 지역에 따른 성향 구분은 단순 참고만 할 뿐 절대적 진리로 받아들이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 물론 필자도 스페인 여러 지방을 여행했을 때 이런 고정관념과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비슷한 느낌을 받는 일이 종종 있었다. 그러니 스페인 방문을 앞두고 있다면 목적지의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쯤은 알고 가는 것이 대화의 실마리를 풀고, 방문 목적을 이루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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