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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모호 속 금리 인상 ‘저울질’
[Finance] 미국 연준은 지금
[106호] 2019년 02월 01일 (금) 윤석천 maporiver@gmail.com
윤석천 경제평론가
 
   
▲ 2018년 12월19일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 중개인이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소식을 전하는 방송 뉴스를 들으며 굳은 표정으로 주가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REUTERS
월가는 물론 세계 금융시장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유턴에 환호하고 있다. 미국 주식시장은 2018년 3분기부터 이어진 하락세를 멈추고 반등했다. 이 추세는 연준이 마지막으로 금리를 올린 12월20일 직전 시작해 1월 중순 현재까지 계속됐다. 글로벌 주식시장도 비슷한 양상이다. 연준이 금리를 더 이상 올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기 때문이다. 연준 통화정책이 긴축이 아닌 완화로 바뀌리라는 기대가 금융시장을 밀어올리고 있다. 월가가 이런 판단을 하는 이유로 경기침체 우려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압박 등이 거론된다. 더 결정적인 이유가 두 가지 있다.
 
초과지급준비금
먼저, 초과지급준비금 이자다. 지급준비금이란 급작스러운 상황으로 대규모 자금인출사태(뱅크런)가 생길 때를 대비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한 돈을 말한다. 지급준비금 이상으로 맡긴 돈이 초과지급준비금이다. 
 
이 돈에 대해 연준은 시중은행에 이자를 내야 한다. 2006년 법안이 통과돼 2008년부터 이자 지급을 시작했다. 초저금리 영향으로 2016년 1월까지 금리는 0.25%에 불과했다. 현재 연준이 계속 금리를 올려 2.20%까지 높아졌다. 문제는 초과지급준비금 규모다. 무려 1조6600억달러(약 1870조원)에 이른다. 이자율이 연 2.20%니 이자가 연간 365억달러다. 시중은행이 앉아서 버는 이 돈은 결국 국민 세금이다.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연준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올리면 보통 초과지급준비금 이자율도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시중은행이 대출을 늘릴 필요가 줄어든다. 떼일 위험이 있는 대출보다 훨씬 안전한 초과지급준비금으로 운용하면 되기 때문이다. 연준의 통화정책이 의외의 방향으로 작용해 시중은행 배만 두둑하게 할 우려와 함께 세금 낭비에 대한 비난이 커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추가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준의 금리 인상에 초과지급준비금이 걸림돌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때문에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못한다고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다. 초과지급준비금 이자는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결정한다. 초과지급준비금 이자를 덜 올릴 수도 있다. 실제 2018년 6월과 12월에는 이 이자율을 기준금리 인상폭인 0.25%포인트가 아닌 0.20%포인트만 올렸다.
 
FOMC 의사록 
월가가 추가 금리 인상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또 다른 근거는 FOMC 의사록의 변화다. 2018년 12월 열린 FOMC 의사록이 지난 1월9일 공개됐다. 여기에 새 용어가 출현했다. 바로 ‘인내심’이다. 정확히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점으로 미뤄 추가 금리 인상에 인내심을 가질 여건이 마련됐다”는 표현이다. 현학적 수사를 걷어내고 해석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심하지 않아 추가 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의미다. 
 
연준 의장을 비롯해 위원들은 반복적으로 인내심이란 단어를 언급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2019년 1월4일 세계 경제학계 최대 행사인 전미경제학회 연례총회에 참석해 “올해 통화정책을 상황에 따라 신속하고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으며, 물가가 안정적인 상황이면 금리정책에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매파 성향의 시카고·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 역시 금리 인상의 속도 조절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연준 내부 무게중심이 비둘기파 성향으로 쏠렸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월가의 분석도 비슷하다.
 
연준이 매파적이냐 비둘기파적이냐 하는 것은, 단순히 위원 개인 성향의 문제가 아니다. 성향보다 더 중요한 것은 위원들의 현실 인식이다. 성향은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이 때문에 개인 성향을 따져 연준의 향후 방침을 전망하는 것은 어리석다. 사람이 아닌 상황을 믿는 게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방법이다. 연준의 방향을 가장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방법은 연준 위원의 의사 표시라고 할 수 있는 FOMC 의사록을 분석해보는 것이다. 
 
매파 성향을 대표하는 단어는 ‘스트롱’(strong)이다. “실질GDP 성장세가 강하다” “일자리가 강하게 늘어나고 있다” “가계 소비는 강한 페이스로 계속 증가 중이다” 같은 표현이다. ‘강하다’는 표현에는 정상 수준을 넘어서는 ‘과열’ 요소가 있다는 뜻이다. 정상으로 진정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는 뜻을 함축한다. 통화정책을 논의하는 공개시장위원회에서 이 용어를 쓰는 것은 과열된 경제를 누그러뜨리는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한다고 할 수 있다.
 
2013년부터 2018년 12월까지 의사록을 살펴보면 재미있는 점이 눈에 띈다. ‘스트롱’ 사용이 2018년 들어 폭발적으로 늘어 8월 정점에 이른다. 무려 32번이나 썼다. 이후 세 번에 걸친 의사록에서 그 빈도는 줄어든다. 2018년 12월 의사록에서 언급 횟수는 25번이다. 여전히 2013~2017년 평균보다 많다. 당시엔 평균 약 9번이었다.
 
이것이 말하는 사실은 명확하다. 연준 위원들은 여전히 미국 경제 전반이 ‘강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추가 금리 인상을 논의 테이블에서 완전히 치워버린 게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도 인내심을 강조하는 이유가 있다. 
 
   
▲ 제롬 파월 미국 연준 의장이 2019년 1월10일 워싱턴에서 열린 이코노믹클럽 오찬 대담에 참석해, 연준은 인내심을 갖고 있으며 경제 전망이 나빠지면 단기간에 정책기조를 바꿀 수 있다고 밝혔다. REUTERS
인내심과 모호함 
통화정책 변화는 시장에 전이되지 않으면 아무런 효용 가치가 없다. 금리를 낮췄는데 자산 가격이 오르지 않고 신용 창출이 미진하다면 정책은 실패한 것이다. 반대로, 금리를 올렸는데도 인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다면 그 또한 실패다. 통화정책 효과는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에 판단된다. 문제는 정책 효과가 나타나는 데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종의 시간 지체 현상이 일어난다. 보통은 12~18개월이라 하지만 얼마든지 길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통화정책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측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런 이유로 연준에서 인내심이라는 단어를 썼다고 할 수 있다. 당장 통화 완화 정책을 편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인내심을 갖고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일어날지, 아니면 거대한 위험 조짐이 보일지 말이다. 연준은 얼마 동안 기다릴 것인가. 적어도 몇 개월은 될 것이다. 이 기간에 경기가 좋아진다면 긴축 기조를 유지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땐 정말 통화정책을 유턴시킬 것이다. 그것이 연준 의사록에 담긴 방침이다.
 
이런 분석이 말해주는 것은 하나다. 애매모호함이다. 파월 의장은 연준이 양적완화로 사들인 자산을 계속 줄여나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중앙은행의 대차대조표가 현재보다 더 작아질 것”이란 발언을 통해 그런 의지를 보였다. 긴축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다만 2018년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선 “올해 경기 전망이 매우 강한지 아닌지에 달렸다”며 즉답을 피했다. 긴축과 완화적 통화정책 사이 어딘가에 그의 지향점이 있다고 하겠다.
 
여기에 연준 고민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긴축으로 풀린 돈을 거둬들여야 한다. 하지만 자산시장 붕괴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 전반은 여전히 ‘강해’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시장의 히스테릭한 반응이 뻔해 주춤거린다고 할 수도 있겠다. 
 
오늘날 통화정책이 과연 얼마나 효과적일지 의문이다. 연준은 미국 경제가 보이는 강한 회복세 배경에 자신들이 결정한 통화정책이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국외자가 보기엔 미국 경제의 회복이 가능했던 것은 통화정책이 아닌 달러 패권의 힘 때문이었다.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 통화정책 효과 역시 미진하다. 유럽중앙은행, 일본은행, 인민은행 등은 통화정책으로 쓰러지는 경제를 겨우 지탱해왔을 뿐, 완연한 경기회복세를 만들어냈다고 자신할 수 없다.  
 
붕괴를 막아냈지만 그 대가는 너무 크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세계는 다시 부채의 늪에 빠졌다. 부채는 실질소득이나 성장률보다 훨씬 빠르게 늘었다. 이는 언제든 다시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중앙은행도 이런 위험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긴축 방침으로 돌아서지를 못한다. 진퇴양난. 그것이 오늘날 중앙은행들이 놓인 현실이다. 통화정책은 마법의 지팡이가 아니다. 그렇다면 2008년 금융위기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어쩌면 통화정책은 현실 경제를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가 아니라 고통을 줄이는 진통제에 불과할 수도 있다. 미국 연준 통화정책이 갈 곳을 잃은 모양새를 보이는 건 그것을 상징한다. 
 
* 윤석천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금융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금융 관련 책들을 썼으며, 특히 외환과 관련해 많은 강의를 해왔다. <한겨레> ‘세상읽기’를 연재했으며, 현재 팍스TV <이슈포커스>에 출연하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를 그리워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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