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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외교 관계 안정은 경제협력 시금석
[세계의 창] 2019년 한-중 경제협력 전망
[106호] 2019년 02월 01일 (금) 양평섭 psyang@kiep.go.kr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 소장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12월29일(현지시각)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신년 다과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2019년 건국 70주년을 맞아 개방을 확대할 것임을 밝혔다. 연합뉴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로 급속히 냉각됐던 한-중 관계가 2018년에는 정상으로 회복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중국 통계를 기준으로 양국 교역 규모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면서 3천억달러(약 336조원)를 넘어섰다. 전세계적으로 양자 간 교역 규모가 3천억달러를 넘어선 사례는 5건에 불과하다. 주요 2개국(G2)인 미-중 교역 규모가 세계 최대로 6천억달러를 넘어섰다. 미국과 멕시코, 미국과 캐나다의 교역 규모가 5천억달러를 넘어섰고 중국과 일본, 중국과 한국이 3천억달러를 넘어섰다. 경제가 통합된 유럽 국가의 교역 규모는 2천억달러 수준이다. 교역 규모로 보면 한국과 중국은 분명 중요한 협력 파트너다. 그럼에도 양국 협력 관계가 불안정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더욱이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한국의 대표 기업마저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런 우려는 아마 한-중 경제협력 구조가 부상하는 중국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중국은 세계 최대 제조 대국에서 제조 강국으로, 무역 대국에서 무역 강국으로, 기술 도입국에서 기술 강국으로, 자본 부족국에서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으로 전환되고 있다. 개도국에서 1인당 소득 1만달러의 중진국으로,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 최대 소비 시장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글로벌 규칙의 수용자에서 위안화 국제화와 일대일로(一帶一路) 이니셔티브를 이용한 글로벌 규칙의 제정자로 바뀌어가고 있다.
 
중국의 변화가 주변국인 한국에 기회가 될 수도, 위협이 될 수도 있다. 중국이 경제대국과 무역대국으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한국에는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중국이 제조 대국으로 성장하면서 한국은 중국에 중간재를 공급해왔고, 중국이 수출 대국으로 떠오르면서 가공무역 기지로 중국을 활용해왔다. 중국이 경제 대국에서 경제 강국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또 다른 기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한국 수출이 중국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주력 수출 상품이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 일부 품목에 편중된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중국 변화는 기회와 위협
우선 중국 수출 적정 의존도를 어떻게 관리해나갈지를 고민해야 한다. 2018년 중국이 우리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7%로 홍콩을 포함하면 35%에 이르렀다. 수출 비중이 높다는 것 자체가 문제되지는 않는다. 예컨대 미국이라는 거대 국가를 주변에 둔 캐나다와 멕시코의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6%, 79%다. 다만 한국과 중국이 이미 보완적 협력자에서 보완적 경쟁자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 미국과 북미 지역 국가 간 관계와 다른 점이다. 따라서 더 근본적인 문제는 반도체와 석유화학 제품 이후 새로운 대중국 수출 효자 산업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다.
 
미-중 무역전쟁 대응해야
두 산업에서 이미 중국의 추격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 추세라면 한-중 교역에서 한국이 적자로 돌아설 날도 머잖았다는 위기감마저 든다. 중국이 ‘중국제조 2025’ 전략을 앞세워 미래 산업에서 기술적으로 우리를 추격해 오거나 일부 산업에선 우리를 앞질러 가는 게 현실이다. 다행히 미-중 통상 마찰이 중국의 기술적 추격을 지연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 중국과 기술적 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 즉 초격차 전략을 어떻게 실현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중국의 경제적 부상에 따른 필연적 산물인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가 받을 충격과 기회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미-중 갈등이 단순히 무역 불균형 해소가 아닌 패권 전쟁이라는 점에서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중국이 협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려 하지만 쉽게 답을 찾지 못하는 이유다. 따라서 미-중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과거에 우리가 경험했던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더 큰 위험이 닥칠 수도 있다. 미-중 무역전쟁은 앞으로 수년 동안 한국의 수출을 위협하고, 중국에 있는 한국 기업의 매출과 수익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새로운 수출과 투자 시장을 개척하려는 노력을 배가해야 하는 이유다. 
 
다른 면에서 보면 미-중 무역전쟁은 중국 개방을 가속화함으로써 한국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미-중 마찰에서 해결책의 하나로 중국이 개방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시장 개방은 관세 인하, 서비스·금융 시장 개방, 외국인 투자 제한 축소 또는 폐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등 전방위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중국이 내수 소비 중심의 성장 전략을 강화하면서 한국에는 소비재 수출을 확대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선진국들이 중국 기업에 의한 자국 기업의 인수·합병(M&A)을 제한하면서 중국 기업이 한국으로 눈을 돌리게 될 것이다. 중국 시장 개방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 한국에 가장 요구되는 것은 이런 기회를 우리 것으로 만들기 위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2019년은 한-중 경제협력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3천억달러 교역 규모에 맞는 새 협력 패러다임을 구축하고, 미-중 마찰 장기화와 중국 부상에 따른 위협에 대비하는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앞으로 2~3년 골든타임에 우리가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한-중 관계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사드 경험에서 보았듯이, 양국 정치·외교 관계 안정은 경제협력의 시금석이다. 경제 외적인 요인으로 경제협력이 타격받는 것을 막기 위한 다양한 협의 채널도 마련해야 한다. 
 
* 남·북·미 관계 개선, 점차 심화되는 보호무역주의와 미·중 통상 갈등, 4차 산업혁명에 따른 경제구조 변화 등 세계경제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와 선제적 정책 대응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글로벌 경제 분야에서 국내 최고 전문 인력을 갖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세계의 창’을 통해 전세계 경제 이슈와 해법을 보여준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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