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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에 서술어를 ‘응답하라’
[정혁준의 비즈니스 글쓰기]
[106호] 2019년 02월 01일 (금) 정혁준 june@hani.co.kr
정혁준 편집장
 
   
▲ 이미지투데이
 
“서비스업체가 신속히 제품을 수리하거나 교환받도록 조처해주시기 바랍니다.”
 
2007학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나온 문장이다. 이 문장에는 오류가 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맞혀보자.
 
▷서비스업체가 신속히 제품을 수리하게 조처해주시기 바랍니다.
▷서비스업체가 신속히 제품을 교환받도록 조처해주시기 바랍니다.
 
앞 문장은 이렇게 문장 2개로 나눌 수 있다. 처음 문장은 문제가 없다. 서비스업체가 제품을 수리하게 조처해달라는 내용이다. 두 번째 문장은 어색하다. 서비스업체가 제품을 교환받도록 조처해달라는 거다. 제품을 교환받는 건, 소비자다. 정확히 표현하려면 ‘교환받도록’은 ‘교환해주도록’으로 고쳐야 한다. 이런 내용을 반영해 처음 문장을 고치면 이렇게 된다.
 
▷서비스업체가 신속히 제품을 수리하거나 교환해주도록 조처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해야 정확한 문장이 된다. 서비스업체가 제품을 빨리 수리해주거나 수리가 힘들면 교환해주도록 해달라는 내용이다.
 
맨 처음 문장은 주어와 서술어가 서로 어울리지 않아 문법에 어긋났다. ‘서비스업체가 제품을 수리하다’는 주어와 서술어가 서로 맞았지만, ‘서비스업체가 교환받도록’은 주어와 서술어가 서로 맞지 않았다. 
 
문장에서 앞에 나온 말에 맞게 뒤에 나오는 말을 적절하게 쓰는 걸 ‘호응’이라고 한다.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주어와 서술어는 호응해야 한다. 문법 용어로 쓰면 주어-서술어 일치, 또는 주어-서술어 호응이다.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지 못하는 이유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서다. 주어를 쓴 뒤 관형어와 목적어를 쓰고 나서 서술어를 쓰다보니 주어를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말의 특징은, 주어가 모든 사람이 알 만한 것이거나 연이어 나올 때 주어를 생략한다. 주어가 생략될 때 서술어와 호응을 맞추지 못하기도 한다.
 
주어와 서술어를 맞추려면 문장을 쓸 때 사람과 사물 가운데 어떤 것을 주어로 잡을지 분명히 해야 한다. 그다음에 주어에 맞게 글을 쓰는 게 중요하다.
 
“나는 너보다 키와 몸무게가 더 나간다.” 이 문장은 어떤가? 문장을 두 개로 나눠보자. ‘나는 너보다 키가 더 크다. + 나는 너보다 몸무게가 더 나간다.’ 이 두 문장을 하나로 합치다보니, 문장이 어색해진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주어와 서술어가 일치하지 않는 데 있다. 몸무게는 더 나갈 수 있지만, 키는 더 나갈 수 없다. 키에 맞는 서술어를 써줘야 바른 문장이 된다. “나는 너보다 키가 크고 몸무게가 더 나간다.”
 
“이 사과는 다른 사과보다 맛과 영양가가 훨씬 높다.” 이 문장에서 ‘영양가가 많다’는 말이 되지만, ‘맛이 많다’는 어색하다.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맛은 좋거나 나쁜 거지, 많거나 적은 게 아니다. 이 문장도 고쳐보자. “이 사과는 다른 사과보다 맛이 좋고 영양가가 훨씬 높다.”
 
호응을 못하는 유형
주어와 서술어가 바르게 호응하는지 확인하려면 주어와 서술어만 읽었을 때 이해가 되는지 따져봐야 한다.
 
“나는 팀장이 되기 위해선 성실해야 합니다.” 주어는 ‘나는’이다, 서술어는 ‘합니다’다. ‘나는’과 ‘합니다’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나는 팀장이 되기 위해선 성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고쳐야 맞는 문장이다.
 
이처럼 문장에서 호응이 안 되는 경우를 유형에 맞춰 나눠보자.
 
#주어가 하나, 서술어가 두 개인 문장
“너는 과욕을 너무 부려 그 일을 못 맡기겠다.” 한눈으로 보면 잘못된 문장처럼 보이지 않는다.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는지를 눈여겨보자. 오류가 보인다. 주어가 빠져 있다.
 
‘너는’이 주어 아니냐고? 맞다. 이 문장에서 ‘너는’은 주어다. 하지만 또 다른 주어가 필요하다. 사실 이 문장은 다음 문장처럼 주어가 빠져 있다. “너는 과욕을 너무 부려 (내가) 그 일을 못 맡기겠다.” 이 문장에는 ‘내가’라는 주어가 들어가야 한다. 문장 주어 ‘너는’과는 다른 ‘내가’도 주어로 써야 한다. 그래야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한다. 뒤에 들어가야 할 주어를 빼버리니 문장이 꼬였다. 
 
만약 ‘내가’라는 주어를 뺀다면 문장을 아래처럼 고쳐야 한다. “너는 과욕을 너무 부려 (너는) 그 일을 못 맡을 것 같다.” 이 문장은 서술어 ‘못 맡기겠다’를 ‘못 맡을 것 같다’라고 고쳤다. 피동형 문장으로 고쳤다. 전체 문장의 주어와 뒤에 나오는 주어가 같다. 그러니 뒤에 나오는 주어를 생략해도 된다.
 
주어와 서술어는 문장에서 고갱이(핵심)다. 문장을 이루는 뼈대다. 주어와 서술어가 제대로 서야 그 문장 안에 들어가는 목적어, 부사어, 관형어가 제대로 활약할 수 있다.
 
#주어가 둘, 서술어가 하나인 문장
주어가 생략된 문장에서 서술어를 맞추는 방법을 알아봤다. 이번엔 반대로 주어가 두 개나 들어간 문장을 한번 보자.
 
▷검찰은 김씨가 공직자로서의 직위를 이용해 70여 차례 걸쳐 불법으로 대출받게 해준 뒤 사례비 명목으로 5천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주어는 ‘검찰’이다. 서술어는 ‘혐의를 받고 있다’다. 문장이 이상하다. ‘검찰이 ~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직이 혐의를 받는 게 이상하다. 왜 이런 문제가 일어났을까? 문장이 길어서다. 문장을 짧게 쓰면 이런 문제를 줄일 수 있다.
 
주어가 하나일 때, 서술어가 하나일 때는 쉽게 주어와 서술어를 일치한다. 하지만 주어가 생략되거나 주어가 두 개인 복잡한 문장일 경우 헷갈리기 일쑤다.
 
주어와 서술어가 어긋나지 않게 하려면 문장을 간결하게 써야 한다. 문장이 길어지면, 주어와 서술어 간격이 벌어진다. 그러다보면 주어와 서술어가 호응하지 않는 일이 생긴다.  
 
* <한겨레> 사회부에서 1년 동안 같이 일한 기자이자 소설가인 김훈의 글을 보면서 글쓰기에 절망했다. 내 기사를 읽고 “일제강점기 때 많은 문인이 엄청난 비유로 당시의 시대를 말했던 그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아준 독자를 생각하며 지금도 글을 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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