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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본가를 통해 보는 자본주의의 민낯
[경제와 책]
[106호] 2019년 02월 01일 (금) 노승영 noh@socoop.net
노승영 번역자
 
<자본가의 탄생>
그레그 스타인메츠 지음 | 노승영 옮김 | 부키 펴냄 | 1만8천원
 
2018년 9월 권오현 삼성전자 회장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것을 보며 나는 ‘삼성전자 회장이 썼으니 당연하겠지’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기업가, 자본가가 정치가보다 더 중요한 (적어도 그렇게 느껴지는) 시대가 아닌가.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 현상을 당연하게 여기는 스스로가 이상했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말의 힘, 글의 힘은 정치가·종교인·학자의 입과 손끝에서 발휘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대체 언제, 어떻게 자본가가 세상의 중심이 되는 시대가 만들어졌을까? 
 
   
 
<자본가의 탄생>을 처음 만났을 때 나는 의외의 곳에서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은 기분이었다. 이 책의 원제는 ‘The Richest Man Who Ever Lived’, 역사상 가장 부유한 사람이다. 그래서 당연히 사업을 잘하는 비결, 돈을 잘 모으고 불리는 방법을 역사 속 인물에게서 찾는 책인 줄 알았다. 웬걸, 이 책은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흥미진진한 인물의 삶에서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와 그 핵심 행위자인 ‘자본가’에 대한 이해로 이끄는 독특한 책이었다.
 
사실 이 책의 주인공 야코프 푸거는 적어도 내게는 낯선 인물이었다. 역사책을 읽으며 언젠가 지나가듯 들어봤던 것 같지만, 메디치나 로스차일드나 록펠러처럼 ‘자본가’ 하면 떠오르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런데 곧 이 인물이 근대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데 유용함을 알게 되었다. 근대 세계로 문을 열었던 굵직한 사건, 합스부르크 제국 건설, 마젤란 항해, 복식부기와 재무제표 보급, 가톨릭교회 대금업 합법화, 마르틴 루터 종교개혁, 독일 농민전쟁 뒤에 모두 야코프 푸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 인물 평전을 읽었을 뿐인데 흩어져 있던 여러 사건이 한 줄기로 꿰어지고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생각해보는 놀라운 경험이었다.
 
푸거를 수많은 역사적 사건의 한가운데로 이끈 것은 바로 돈이었다. 정확히는 부를 향한 끝없는 갈망이었다. 돈을 편하게 먹고사는 수단으로 여겼다면 푸거는 직물매매업이라는 가업을 물려받은 시점에 이미 그것이 가능했다. 그것만으로도 독일에서 꽤나 큰 부자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 만족하지 않았다. 당시 화폐의 주원료인 은과 전쟁의 핵심 수단인 대포의 주원료인 구리의 독점을 노렸다. 푸거의 삶은 막대한 부의 비밀을 깨닫도록 해주었다. 당대 핵심 자원과 기술, 즉 그 사회의 ‘병목’에 해당하는 상품을 독점하라. 생각해보니 삼성, SK 등도 별로 다르지 않았다. 그것을 추동하는 건 끝없는 부에 대한 갈망이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것은 양면이 있음을 푸거의 삶이 잘 보여준다. 돈이 되겠다 싶은 일은 불가능해 보일지라도 어떻게든 이루려 하기에 혁신을 낳기도, 보통 사람이 지닌 윤리 따위는 가볍게 무시해버리기도 한다. 푸거는 막대한 금전적·정치적 위험 때문에 누구도 엄두를 못 내던 대규모 구리 산업을 아르놀트슈타인에 성립시켰다. 그러나 푸거가 운영하던 광산의 노동자들은 혹독한 노동환경에서 신음해야 했음에도, 푸거는 자신이 누구에게도 폐를 끼치지 않고 돈을 벌었다고 믿었다. 부 자체를 추구, 그것을 위해 온갖 형태의 ‘투자’, 부를 쌓기 위해 한 일을 한 치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모습까지. 가히 현대적 자본가의 원형이었다.
 
마지막으로 푸거의 삶은 왜 끝없는 부를 탐하는 자본가가 결국엔 정치권력과 결탁하는지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자원 독점은 정치권력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당장 푸거만 해도 그가 지닌 광산 채굴권과 소유권에 대해 다른 자본가들이 문제를 제기했고, 귀족과 왕족에게 대출해주고 그 대가로 이자나 그 이상의 권리를 얻는 것이 기독교 윤리에 위배된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푸거는 이를 어떻게 이겨내고 재산을 지켰을까? 간단하다. 제도를 결정하고 운영하는 사람들, 즉 황제·귀족·교황·주교를 돈으로 설득했다. 종교개혁, 농민전쟁, 금융 합법화 등은 모두 그 과정의 산물이었다. 
 
결국 <자본가의 탄생>이라는, 어찌 보면 원제에서 한참 벗어난 제목에는 이렇게 이 책을 읽은 편집자의 이해가 짙게 반영됐다. 한 자본가의 인생에서 자본가란 어떤 사람들이고, 그런 사람들이 중심에 있는 체제는 어떤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그런 세계는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번역자라는 직업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 책이었다. 
 

 
●인사이트 책꽂이

   
 
신뢰의 법칙
데이비드 데스테노 지음 | 박세연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 1만6천원
교차로에 선 당신은 길을 건너려는 참이다. 멀리서 자동차가 달려오고 있다. ‘마티즈’라면 안심하고 길을 건너시라. ‘페라리’라면 일단 멈춰보시라. 실제 미국 캘리포니아대 연구팀이 실험한 결과, 사회경제 지위가 높을수록(비싼 차일수록) 법규를 더 무시했다. 책은 사회심리학자가 밝히는 신뢰와 마음의 작동 방식을 보여준다.
 
 
 
 
   
 
한계를 넘는 기술
구디엔 지음 | 김희정 옮김 | 흐름출판 펴냄 | 1만5천원
“사회 흐름을 꿰뚫으며 기회를 포착하는 기술을 길러라.” 중국에서 출간되자마자 30만 부 넘게 팔린 이 책의 저자가 말한다. 저자는 평범한 사람에서 출발해 중화권 최대 자기계발 코치로 성장한 이다. 그는 책에서 개인 노력에만 기대지 않고 사회 변화를 면밀하게 관찰하며 그 변화 속에서 자신만의 기회를 잡아낼 눈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공학이 필요한 시간
이인식 외 19인 지음 | 다산사이언스 펴냄 | 1만8천원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유전자공학 등 여러 기술 용어를 일상에서 자주 만난다. 하지만 기술이 많이 나올수록 사람은 이 기술을 더 낯설어한다. 이런 상황에서 공학과 과학 전문가 19명이 공학기술 현주소를 보여주는 책 45권을 뽑아 서평집을 냈다. 책은 우리나라가 도전해야 할 20가지 첨단기술을 소개한다.
 
 
 
 
   
 
노마드 비즈니스맨
이승준 지음 | 라온북 펴냄 | 1만5천원
노마드는 유목민을 뜻한다. 노마드 비즈니스맨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면서 남들만큼 버는 사람을 말한다. 저자는 저절로 돈이 벌리는 시스템을 만들라고 말한다. 해답은 네이버 카페, 유튜브, 카카오스토리채널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 찾는다. 플랫폼에서 적게는 몇만 명에서 많게는 10만, 20만 회원을 보유하는 방법을 찾으라고 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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