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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미해진 소득주도성장 전략 부재·긴축의 벽 넘을까
[Cover Story] 홍남기-김수현 체제 경제정책 전망
[105호] 2019년 01월 01일 (화) 박종오 pjo22@edaily.co.kr
박종오 <이데일리> 기자
 
   
▲ 2018년 12월10일 청와대에서 홍남기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이 임명장을 받기 위해 대기하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오른쪽), 김현철 경제보좌관과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이 출범했다. 집권 3년차 ‘제이노믹스’(문재인 대통령의 경제정책)를 이끄는 것은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직전 장하성 실장과 김동연 부총리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 등을 놓고 엇박자 논란을 빚다가 성과 없이 물러났다. 2기 경제팀 어깨가 무겁다. 
 
“소득주도성장 정책 변화 없다”
일단 지향점은 분명하다. 김 실장이 2018년 11월 정책실장 임명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공식화했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함께 추진해 궁극적으로 포용국가를 달성한다는 방향은 명확하다.” 기존 정책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얘기다. 
 
일부 속도 조절은 한다. 홍 부총리는 취임 전부터 “최저임금이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인상돼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정책 수정을 시사했다. 정부는 2019년 초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꾸기로 했다. 최저임금위원회 안에 설치하는 별도 위원회가 이듬해 임금 인상 상한선을 제시하면 노사 대표가 그 범위 안에서 임금을 정하는 방식이다. 큰 폭의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커지고 저소득층 일자리가 줄었다는 비판을 고려해서다. 
 
노동시간 단축도 시행을 늦춘다. 주당 노동시간이 52시간을 넘어도 당분간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평균 노동시간만 주 52시간으로 맞추면 문제 삼지 않는 탄력근로제의 경우 단위기간을 기존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 기업 요구를 받아들인 조처다. 
 
실제 경제정책은 ‘투자 활성화’에 초점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 기조는 소득주도성장이다. 소득주도성장은 경제활동으로 생기는 전체 소득 중 노동자(특히 저소득층)가 가져가는 소득 몫을 늘려 가계 소비를 촉진하고 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것이 뼈대다. 기존 정책 기조를 이어간다는 2기 경제팀은 정작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어떻게 보완하고 발전시킬지 청사진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2기 경제팀이 발표한 ‘2019년 경제정책 방향’은 투자 활성화를 한가운데 뒀다. 경기가 가라앉고 일자리 증가 규모가 쪼그라들자 기업과 정부 투자 확대로 경기 방어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국내 투자가 그간 양호한 모습을 보인 것은 박근혜 정부의 건설 경기 부양과 반도체 특수 덕분이었다. 이 효과가 꺼지자 급히 팔을 걷어붙였다. 
 
세부 정책도 단기 부양책이 많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개발에서 걸림돌을 치워주는 등 기업 민원을 해결해 투자를 확대한다는 정책의 원조는 이전 정부의 ‘무역투자진흥회의’다. 정부 예산 조기 집행, 공기업 투자 확대 등도 정권마다 써먹는 단골 메뉴다. 
 
기획재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3.1%였던 한국 경제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증가율)이 2018년 2.6~2.7%로 내려갔다고 추산했다. 2019년에는 이보다 사정이 더 나빠지리라는 전망이 확산되자 단기 경기 지표 관리에 힘 쏟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주상영 건국대 교수(경제학)는 “한국은 자본 축적 수준이나 인구 구조 등을 고려할 때 저성장의 하향 추세로 가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분배를 개선하고 유효수요를 확대하면 하강 추세가 완화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추세를 반전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물론 단기 경기 관리도 중요하다. 경기 둔화는 특히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에게 치명적이다. 다만 소득주도성장 전략으로 한국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겠다던 1기 경제팀 약속은 흐지부지됐다. 2019년에 경제 성적표를 잘 받는 것이 정책 목표라는 것은 그만큼 정부 시야가 좁아졌다는 의미다. 한 경제 부처의 고위 관계자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대출 규제로 눌러놓은 집값이나 자영업의 어려움 등은 언제든 다시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도 “요즘 관료들이 다들 코앞만 보고 일한다”고 개탄했다.
 
   
▲ 2018년 8월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국 소상공인 최저임금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국민대회가 열렸다. 연합뉴스
복지 증대 등 소득주도성장 추진력 감소
2기 경제팀 정책에서 소득주도성장은 일단 우선순위가 뒤로 밀렸다. 증세와 정부 지출 확대를 통한 사회안전망과 복지 강화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뒤따르는 주요 의제도 추진 동력이 약해졌다. 
 
현 정부의 경제가 말로만 소득주도성장을 추진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돈을 풀어 유효수요(구매력이 뒷받침되는 수요)를 확대하자는 정부가 거꾸로 거시경제 관점에서 총수요와 경기를 위축시키고 역진성을 강화하는 긴축정책만 대부분 펼치고 있다”며 “재정 당국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중앙은행은 정책 금리를 올리고 금융 당국은 대출 규제를 대폭 강화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비판했다. 
 
그동안 1기 경제팀이 추진한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대표 정책은 시장 안에서 노동자 등 가계의 소득 증가 문제를 해결하려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 결과는 2기 경제팀에 큰 숙제를 남겼다. 가구주가 임금노동자인 노동자 가구의 가계소득은 2018년 3분기(~9월)까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6% 넘게 늘며 뚜렷한 개선 방향을 보였으나, 가구주가 무직이거나 자영업자인 노동자 외 가구의 경우 소득이 되레 줄어들어서다. 특히 소득 하위 20%인 노동자 외 가구의 가계소득(명목소득 기준)은 2018년 10% 넘게 급감했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 등 시장 규제 중심의 정책은 일자리가 없는 고령층 등 저소득 취약계층의 소득 감소와 분배 악화라는 역설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최저임금은 2019년에도 전년보다 10.9% 올라 그 부담이 여전하다. 2기 경제팀이 단순 속도 조절 외에 이런 문제와 맞닥뜨려 시장에만 부담을 떠넘기지 않고 취약층 소득 보조 등 정부 역할을 강화하는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1기 경제팀처럼 정책 추진 동력을 잃는 것도 시간문제다. 
 
관리형 한계, 좌우 양쪽 비판 가능성
2기 경제팀은 앞으로 좌우 양쪽 진영의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도 크다. 김 실장과 홍 부총리를 잘 아는 경제 관료나 전문가는 둘을 “합리적이다” “성실하다” “정책 조율에 능숙한 관리형”이라고 평가한다. 2기 경제팀은 전임 장하성 실장이나 김동연 부총리처럼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으리라는 얘기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정책의 선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런 조짐은 벌써 나타난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경제학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지만 2기 경제팀은 여전히 궤도를 수정하겠다는 의지가 명확하지 않다”면서 “궤도를 수정하겠다는 메시지를 경제주체에게 정책을 통해 정확하게 전달하고, 노동 비용 증가나 기업 투자 부진 등의 문제에도 좀더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보 성향의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부)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병행해야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자영업자에게 집중되지 않는데 지금은 천장을 막아놓고 방바닥만 올라오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대기업의 초과 이윤이 하청업체와 자영업자 등 아래로 흐를 물꼬를 트지 않고 저소득층 임금만 올리는 정책을 펴서는 을과 을의 싸움만 부추길 뿐이라는 주장이다. 전 교수는 “경제민주화는 쏙 빼놓고 임금 인상 속도가 빠르다는 말만 하는 것은 사실상 소득주도성장을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입체적인 경제민주화 정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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