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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하인의 귀환 불평등 온상 된 재가서비스
[Issue] 프랑스 재가서비스 재정 지원 논란
[105호] 2019년 01월 01일 (화) 자비에 몰레나 economyinsight@hani.co.kr
자비에 몰레나 Xavier Moléna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프랑스 파리 마르스 광장에서 나이 든 여성이 은퇴한 노인을 휠체어에 태워 산책시키고 있다. 프랑스에선 노인과 유아 돌봄 등 재가서비스 지원이 확대돼왔다. REUTERS
재가서비스는 겉으로만 보면 오늘날 꼭 필요한 서비스다. 우선 일자리가 필요한 수백만 명이 있다. 프랑스는 고령화사회로 진입해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점점 높아진다. 독거 노인과 재가 장애인을 돕거나 아이들을 돌보는 서비스가 필요하다. 가정은 일상생활에서 이런 도우미 서비스를 필요로 하지만, 만만치 않는 비용과 행정 과정 탓에 사람을 고용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 
 
만약 정부가 서비스 비용 일부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이런 가정을 돕는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정부는 일석삼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점점 더 시급해지는 사회 필요에 부응하고, 실업을 줄이며, 가사노동에서 미신고 고용을 줄일 수 있다. 재가서비스가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변화한 것도 바로 이런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재가서비스 촉진 정책은 사회복지수당, 행정 단순화, 재정적 유인 요소를 통해 재가서비스 이용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재정적 유인 요소는 부가가치세율 인하, 사회복지 부담금 면제, 세금 감면 등을 포함해 범위와 종류가 확대돼왔다. 프랑스 회계감사원에 따르면 재정·사회복지 총지출액이 2014년 65억유로(약 8조3250억원)에 이르렀다. 이런 엄청난 물량 공세가 고용 창출 측면에서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제대로 평가된 적은 드물다.
 
경제학자 클레몽 카르보니에와 정치학자 나탈리 모렐이 최근 발간한 <하인의 귀환>에서 설명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두 저자의 결론은 그야말로 적나라하다. 그동안 재가서비스 부문이 급속히 성장한 것은 사실이다. 이 부문 종사자 수는 약 120만 명에 이른다. 이는 상당 부분 고령화와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라는 프랑스 인구의 구조적 변화나 불평등 심화로 설명된다. 2000년대 이후 부유층 소득이 크게 늘면서 재가서비스 수요도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부유층 지원 쏠려
두 저자는 정부 재정지출이 순수하게 해당 부문 고용 창출에 끼친 영향을 측정하려고 했다. 신규 창출 일자리와 과거 미신고 일자리(세금 감면이 없었더라면 신고되지 않았을 고용)를 합친 전체 고용에 끼친 영향을 측정한 것이다. 결과는 명료했다. 세금 감면 자체의 고용 창출 효과는 미미했다. 
 
저자들에 따르면, 1992년 가사노동 고용주를 위해 최대 3800유로(약 487만원), 지출의 50%까지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한 조처는 1억유로(약 1280억원) 재정지출을 일으켰지만, 전일 노동 기준 2만7556개 일자리를 만들었을 뿐이다. 일자리 1개에 3만9천유로가 든 셈이다. 다른 예로 2003년 세금 감면 상한선을 6900유로에서 1만유로로 인상한 조처가 있다. 8800만유로가 들었으나 일자리는 고작 553개가 생겼다. 일자리 1개당 무려 16만유로가 든 것이다!
 
저자들 계산 결과, 정부가 직접 자금을 조달해 재가서비스를 제공할 때 필요한 연간 비용은 일자리 1개당 3만유로 미만이다. 세금 감면을 통한 재가서비스 일자리 창출 비용은 몇 배나 더 든 것이다. 프랑스 고용노동부 조사통계국(DARES) 계산에 따르면, 2012년 재가서비스 관련 지출을 신고한 가계 가운데 소득 상위 10%가 전체 세금 감면 혜택의 43.5%를 차지했다. 반면 소득 하위 20%는 어떤 혜택도 받지 못했다. 저자들은 세금 감면 혜택 상한선 인상이 재가서비스 일자리 창출보다 부유층 지원 효과가 훨씬 크다고 설명한다.
 
정책 수혜자 불균형은 재가서비스 영역이 확대되면서 더욱 악화됐다. 현재 재가서비스는 26개 활동 부문을 아우른다. 이 가운데 과외, 정원 조경, 세탁물 배달 등은 애초 재정 지원의 근거였던 사회적 필요와는 거리가 있다. 안락함을 위한 소비, 나아가 사치성 소비에 해당한다. 재가서비스 영역 확대는 그동안 정부 정책이 얼마나 일자리 창출에만 초점을 맞춰왔는지 보여준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보조금 지급이 미숙련 단순노동자들을 위한 경제활동을 발생시킨다는 단순한 사실만으로 사실상 부유층 지원인 이런 정책이 정당화됐다. 일종의 ‘낙수효과’ 담론이다. 알다시피 낙수효과는 대부분 현실성이 없다. 2015년 재가서비스 54%는 안락함이나 사치 성격이었다. 반면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는 38%, 모성 보호 지원과 아이 돌봄은 8%에 지나지 않았다. 
 
   
▲ 프랑스 보르도 지역 빨래방에서 중년 여성이 세탁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프랑스에선 정부의 재가서비스 지원이 확대되면서 정원 조경과 세탁물 배달 등 애초 취지와 거리가 있는 서비스 지원에 정부 지출이 크게 늘었다. REUTERS
불안정 고용의 함정
또 다른 문제는 창출된 일자리 질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프랑스노동총동맹(CGT)에서 재가서비스를 연구해온 스테판 퓌스텍은 개인 자격 고용주와 노동자의 임금협약은 노동법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전일 노동자의 주당 최대노동시간(40시간)과 반일 노동자의 최저노동시간 관련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 부문에서 많은 노동자가 여러 명의 고용주와 계약하고, 계약상 노동시간은 몇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한 고용주의 집에서 일을 끝내고 다음 고용주의 집으로 움직이는 데 걸리는 시간이 상당하지만 이동 시간은 계약에서 제대로 고려되지 않아 임금이 매우 낮다. 
 
더구나 이들 노동자는 관절염이나 우울증 같은 질환을 자주 앓는다. 다른 부문과 달리, 재가서비스 종사자의 건강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이들은 문제가 생겨도 제대로 권리를 주장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근로감독 시스템의 한계와 단체협약 취약성 때문이다. 실제 근로감독관은 사업장이 아닌 개인의 주거 공간에 들어갈 권한이 없다.
 
이처럼 재가서비스는 ‘불안정 고용의 함정’에 빠졌다. 정부 지원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특히 직업훈련 부재와 연공서열 경시는 이들이 호구지책에 가까운 재가서비스 노동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전망을 어둡게 한다. 최대 피해자는 단연 여성이다. 재가서비스 종사자의 과반수가 여성이다.
 
퓌스텍은 이들 중 상당수가 나이 든 여성이라고 강조한다. 대부분 자녀 양육이 끝났거나 직장에서 해고당한 뒤 두 번째 일자리로 재가서비스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카르보니에와 모렐도 재가서비스 지원 정책이 ‘양성평등 제고’라는 애초 목표와 반대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비판한다. 고숙련 여성 가사노동 부담을 저숙련 여성에게 이전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치권을 중심으로 세금 감면 수혜자 사이의 불평등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또 지난 몇 년 동안 세금 감면 혜택이 축소됐다. 하지만 재정 지원책이 정책 수혜자와 그가 고용한 노동자 사이의 불평등을 낳는다는 문제는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재가서비스 성장이 이런 ‘신종 하인’ 고용 형태로 진행돼야 할 필연적 이유는 없다. 사회학자 카미유 푸니는 유럽의 일자리 양극화 연구에서 덴마크와 핀란드에선 재가서비스의 일자리 질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두 나라에서 재가서비스 노동자들은 견고한 단체협약 혜택을 누리고, 프랑스나 스페인에서 재가서비스 부문의 특징인 일자리 분절화 위험을 피할 수 있다. 아마 지자체 차원에서 재가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력과 관련 있을 것이다.
 
제3의 길
카르보니에와 모렐은 순수하게 사회적 필요에 부응하기 위한 정책(아이 돌봄과 노인·장애인 등 지원)과 고용 정책을 분리할 것을 제안했다. 후자에 대한 세금 감면 상한선을 크게 내리고, 절약한 재정지출을 복지서비스 구축이나 정부의 재가서비스 직접 제공에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이들은 말했다. 특히 빈곤층 가정을 위해 국공립 보육시설을 늘리면 프랑스 교육제도의 명백한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는 결국 재가서비스 일자리의 질을 제고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결론적으로 재가서비스는 교육·소득 불평등, 양성평등, 교육정책 개혁, 일자리 양극화와 관련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프랑스 사회를 움직이는 체제 전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 2019년 1월호 종이잡지 94쪽에 실렸습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8년 12월호(제385호)
Le retour de la domesticié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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