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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효과 큰 문화상품 소비 지원
[Culture & Biz] 독서·공연비 소득공제
[105호] 2019년 01월 01일 (화) 김윤지 yzkim@koreaexim.go.kr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 성탄절을 앞두고 세종시 국립세종도서관 로비에 1천여권의 책으로 만든 ‘책 트리’가 설치돼 도서관을 찾은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새해가 왔다. 늘 새해가 되면 올해엔 꼭 이뤄보리라 세우는 목표가 있다. 체중 감량, 복근 만들기, 금연 같은 하드웨어 영역의 목표가 대부분이지만, 독서 같은 소프트웨어 영역의 목표도 자주 나온다. 2018년 연말정산에서 도서·공연비 소득공제 항목을 발견한 사람이라면 ‘독서와 공연 보기’를 목표로 하면 어떨까 생각했을 수 있다. 이는 신용카드 등으로 책을 사거나 공연을 볼 때 쓴 금액의 30%를 최대 100만원까지 공제해주는 제도다. 2018년 7월 처음 도입돼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모두가 공제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총급여가 7천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 가운데 신용카드·현금영수증 사용액이 총급여의 25%를 넘을 때만 가능하다. 예를 들어 연봉 4천만원인 사람이 신용카드로 2천만원을 썼다고 가정할 때, 최저 사용 기준인 1천만원(4천만원×25%)을 넘은 부분(1천만원)에 대해 일반 신용카드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15%를 적용한 150만원이 공제액이 된다. 적용 소득세율이 15%라면 150만원×15%인 22만5천원 정도의 세금을 감면받는다.
 
그런데 이 사람의 신용카드 사용액 가운데 도서·공연비 100만원이 포함됐다면 공제액이 조금 더 늘어난다. 도서·공연비 100만원에 대해선 공제율 30%를 적용해 30만원(100만원×30%), 나머지 금액에선 135만원(900만원×15%)이 공제돼 공제액이 165만원으로 늘어난다. 같은 세율로 계산하면 165만원의 15%인 24만7500원을 감면받을 수 있다. 이전보다 2만2500원 정도 세금이 더 줄어드는 셈이다.
 
계산식을 보는 순간, 이미 마음을 접은 사람도 있을 터다. 소득구간과 세율, 소비 규모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극적으로 큰 혜택을 바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산식이 복잡해 절세 효과도 바로 알기 어렵다. 이 탓에 출판계에선 좀더 간결한 ‘세액공제 15%’를 주장해왔다. 도서 구매와 공연 관람에 100만원을 썼다면 내야 할 세금에서 15만원을 바로 빼주는 방식이다. 현재 제도보다 이해하기 쉽고, 혜택도 더 크다. 
 
이런 제도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책을 사거나 공연을 보는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기 때문에 심리적 측면에서 더 효과가 있어 보인다. 수치로도 효과는 드러난다. 가장 큰 온라인서점인 예스24의 2018년 3분기 상품 매출액은 전 분기보다 9%, 전년 동기보다 13% 늘어났다. 
 
소득공제 또는 부가세 인하
책·공연 등 문화상품 소비에 혜택을 주는 제도는 유럽 등에서 오래전부터 시행해왔다. 소득공제 방식 외에도 문화상품의 부가가치세 인하나 문화상품 바우처 제공 등이 활용된다. 정부가 빵이나 옷 같은 생필품이 아닌 문화상품 소비에 지원하는 이유에는 몇 가지 공유된 논의가 있다. 첫째, 문화상품의 긍정적 외부효과 때문이다. 외부효과란 어떤 경제주체의 행위가 다른 경제주체에 기대하지 않은 혜택이나 손해를 일으키는 효과를 말한다. 혜택이 생기면 ‘긍정적’ 외부효과, 손해가 생기면 ‘부정적’ 외부효과라 한다.
 
책을 사면 긍정적 외부효과가 있다. 책 구입을 지원하면 구매자는 책을 통해 지식과 문화적 소양을 높인다. 이렇게 향상된 교육 효과가 책 구매자에게만 오롯이 돌아가는 게 아니다. 책 구매자는 본인이 얻은 지식과 문화적 소양을 어떤 형태로든 공동체에 환원할 가능성이 크다. 책을 직접 사지 않은 사람에게도 긍정적 외부효과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런데 구매자만 한정해 생각하면 책 구입의 즉각적 효용이 높지 않을 수 있다. 최근 많은 행동경제학에서 밝히듯, 인간은 미래에 일어날 일에 매우 높은 할인율을 적용한다. 즉각 보상이 없는 행위의 효용을 작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재화라는 것을 알면서도 소비를 꺼릴 수 있다. 책도 그런 재화로 분류된다. 
 
이런 영향으로 바람직한 양보다 적게 소비되는 재화가 생기게 마련이다. 근대 재정학의 창시자로 일컫는 리처드 머스그레이브는 이 재화를 ‘가치재’라 부르고 정부가 소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방주사, 의무교육 등은 긍정적 외부효과가 강하지만 개인에게만 맡기면 과소소비가 될 수 있다. 머스그레이브는 정부가 이런 재화의 소비를 권장하거나 강제해 적정량으로 생산·소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보았다. 책 구입 보조금이나 세금혜택 등은 ‘가치재 지원’ 논리에 따른다.
 
특히 책 같은 문화상품은 소득탄력성과 가격탄력성이 높아 정부 지원 효과가 크다. 소득이 조금만 오르거나 가격이 조금만 내려도 소비량이 많이 늘어난다. 일반적으로 ‘사치재’가 이런 성격을 띤다. 예컨대 생필품은 소득이 오르거나 가격이 내려갔다고 해서 소비량이 크게 늘지 않는다. 이미 필수량을 구매해, 싸다고 해서 더 살 게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품은 소득탄력성과 가격탄력성이 낮다. 반면 생필품이 아니면 소득과 가격에 따라 소비가 크게 달라진다. 책이나 문화상품이 이런 사치재로 분류된다. 비싸고 사치스러운 재화가 아니라, 소비탄력성이 큰 재화라는 뜻이다. 
 
   
▲ 국세청의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가 시작돼 직원들이 서울 종로세무서 상황실에서 안내책자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가치재이면서 사치재
스페인의 프리에토-로드리게스 등이 유럽연합(EU) 지역을 대상으로 한 실증연구에서도 책 소비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유럽 가구에서는 소득이 1% 늘어날 때 책 구매는 1.37%, 영화·박물관 등 관람은 1.75%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가격이 1% 오를 때 책 구매는 1.65% 줄고, 영화·박물관 등 관람은 1.23% 줄었다. 다른 생필품 등과 비교할 때 소득탄력성과 가격탄력성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이 논리를 종합하면, 문화상품은 가격을 조금만 보조해주면 소비가 늘고 기대효과도 클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탄력성이 낮다면 지원을 해도 소비 증진 효과가 크지 않겠지만 다행히 책은 가격탄력성이 크다. 책 구매는 긍정적 외부효과까지 있어 정부 지원액보다 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논의를 바탕으로 유럽에서는 책과 같은 문화상품에 최저 부가가치세율을 적용하는 형태로 문화소비를 지원해왔다. 오랜 기간 집행해온 정책이기에 이쯤 되면 기대효과가 궁금하다. 덴마크의 보로비에츠키 등이 1993~2013년 유럽연합 28개국 데이터로 추정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적어도 책 소비를 부추기는 효과는 컸다.
 
조사 기간 유럽의 평균 부가가치세율은 20%, 책의 평균 부가가치세율은 7% 안팎으로 나라별, 시기별로 세율이 계속 변했다. 이들은 책의 부가가치세율이 나라마다 시기마다 변동했다는 점에 착안해 세율 변화에 따른 책 소비량 증감을 측정했다. 물론 나라별 인구, 국내총생산(GDP), 교육수준 등 책 소비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모두 통제한 순수한 부가가치세율의 효과를 추정한 것이다. 
 
그 결과 책 부가가치세율이 1%포인트 떨어지면 책값이 평균 2.6% 낮아지고 책 소비는 2.7%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측정 가구들의 평균 도서 구매액은 1년에 102유로, 책 1권의 평균 가격은 21유로(약 2만7천원) 정도였다. 따라서 세율이 1%포인트씩 낮아질 때마다 평균 책값은 약 0.5유로 떨어졌고, 가구의 1년 책 소비액은 3유로 정도 늘어났다. 사치재의 경우 가격 하락 비율보다 소비량이 더 많이 늘어난다는 이론에도 부합했다. 
 
물론 이 정책도 생각할 점은 많다. 책 같은 문화상품은 교육수준과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많이 소비하는 특성이 있다. 문화상품을 소비하려면 일정 수준의 지식과 소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상품 소비 지원 효과는 이른바 중산층 이상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그래서 이 제도가 저소득층에는 더 불리하다는 평가도 있다. 
 
적극적 지원 바람직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원 계층을 선별하는 바우처 방식이 제기되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이 주장에 따라 차상위계층에게 문화 바우처를 주고 있지만 늘 평가가 좋은 것은 아니다. 문화 소비를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계층에게 혜택을 제공한다는 이유에서다. 이 계층에게는 문화보다는 생필품이 더 절실하다는 논리다. 
 
문화상품 소비 지원은 문화산업에 지원하면서 문화 격차를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긍정적 외부효과까지 꾀하는 아주 복합적인 정책이다. 산업 지원과 복지, 교육, 경제 효과까지 모두 기대하다보니 평가자마다 들이대는 잣대가 다르다. 집에 책을 쌓아놓기만 해도 아이들 교육에 이롭다는 단순한 논리로 이야기하기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하지만 적어도 21세기에는 보도블록을 교체하는 것보다 훨씬 더 기대할 게 많은 정책이다. 그런 정책이라면 실험하는 마음으로 한번 확대해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 김윤지 연구위원은 한겨레신문사에서 발행한 경제주간지 <Dot21> <Economy21>에서 산업부·경제부 기자를 했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성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정보기술(IT) 산업, 문화콘텐츠 산업, 중소기업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연재를 통해 문화산업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하고 접근해갈 계획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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