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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산율과 힘겨운 싸움
[세계는 지금] 싱가포르
[105호] 2019년 01월 01일 (화) 김병권 bkkim@kotra.or.kr
김병권 KOTRA 싱가포르무역관 관장  
 
   
▲ 한국과 싱가포르는 비슷한 인구정책을 시행해왔음에도 출산율 저하의 극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연합뉴스
선진국과 신흥개발국에서는 날로 떨어지는 출산율이 골칫거리다. 한 세대 전까지만 하더라도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란은 한 세대 전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이 8명이었지만, 지금은 1.66명으로 급락했다. 전세계에서 인구 감소 현상이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는 오직 아프리카 대륙 저개발국뿐이다.
 
현재의 인구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다. 합계출산율이 최하위권에 머무는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마카오 등은 초저출산 수준인 1.2명이다. 이보다 다소 높은 국가는 이탈리아, 스페인, 포르투갈, 그리스, 폴란드 등으로 1.30~1.35명이다. 일본의 합계출산율조차 1.40명이다. 특히 한국과 싱가포르는 합계출산율 조사 대상 200여 개국 중 꼴찌 자리를 두고 해마다 서로 다투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2017년 자국의 합계출산율을 1.16명으로 확정 발표했다. 이 수치는 7년 연속 최저치 기록을 경신한 것이다. 싱가포르 인구 담당 주무장관인 조세핀 테오 장관이 의회에서 질타를 받았다고 한다. 한국의 2017년 공식 합계출산율은 1.05명이었다. ‘2018년 9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3분기 합계출산율은 이보다 더 떨어진 0.95명으로 집계됐다. 
 
인구학자들은 인류가 20세기 고도 경제성장을 이뤄냈으나, 21세기 들어 인구의 급격한 변화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보장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한다. 기존 경제학적 패러다임 관점에서 보면 경제성장이 지속되려면 인구와 그 비율이 적정하게 유지돼야 한다. 현재로서는 인구 감소 현상이 인류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출산율 저하와 급격한 고령인구 증가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합계출산율 최하위권 불명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의 2016년 합계출산율 중 현재 인구 유지 수준을 상회하는 나라는 이스라엘, 멕시코, 터키 3개국뿐이다. OECD 회원국 평균 합계출산율 1.68명을 밑도는 국가도 네덜란드, 독일, 체코, 그리스, 포르투갈, 한국 등 무려 19개국에 이른다. 2018년 11월 발표된 월드뱅크(World Bank)의 2016년도 합계출산율 통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선진국인 프랑스, 아일랜드, 스웨덴,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영국과 미국 등은 1.80~1.96명이다. 유럽연합 회원국 중에서 복지 수준이 높다는 노르웨이, 덴마크, 벨기에, 핀란드 등은 1.65~1.72명이다. 유럽연합 회원국 중에서 2010년대 초반 경제위기를 심각하게 겪었거나 경쟁에서 밀리는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등이 1.35명 이하다. 아시아의 한국, 싱가포르, 대만, 홍콩, 마카오 등의 합계출산율도 1.2명 이하로 최하위권이다.
 
한국과 흡사한 출산장려 정책
인구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 현상의 원인을 교육과 소득 수준 향상, 남녀 양성평등에서 찾는다. 경제 발전으로 사회 구성원의 소득이 높아져 교육받을 기회가 보편화됐고, 특히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면서 출산율 저하를 가져왔다고 본다. 
 
한국과 싱가포르는 비슷한 인구정책을 시행해왔음에도, 출산율 저하의 극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싱가포르는 1966년부터 가족계획을 세워 산아제한 정책을 펼쳤다. 1986년 합계출산율이 1.43명까지 떨어지자 1987년 출산친화 정책으로 전환했다. 정책 도입 직후 합계출산율이 1.96명까지 반등했으나, 1990년대 후반부터 1.5명 미만으로 하락하면서 현재 수준인 1.16명까지 떨어졌다. 한국에서도 인구의 현상 유지 이하로 출산율이 떨어지기 시작한 해가 1983년이었다. 그럼에도 1995년까지 ‘산아제한’ 정책을 펼치다 그 이듬해에야 ‘출산장려’ 정책으로 전환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1987년 도입한 출산친화 정책이 별 효과를 보이지 않고 합계출산율이 계속 떨어지자, 2001년 예산을 대폭 확대해 ‘결혼·출산 지원 패키지’를 도입했다. 출산과 양육에 친화적인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면 그 결과가 출산율 제고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 아래 사회·경제·문화·인프라 등의 개선을 목표로 정책을 시행해왔다. 2004년에는 일터와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도록 펀드도 별도로 조성하면서 기본 계획이 실행되도록 다양하게 지원했다. 이 펀드는 출산이나 양육에 비용을 직접 지원하지는 않았지만 출산 장려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측면에서 현재까지 우호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출산율 저하의 주요 원인이 젊은층의 결혼 기피 현상에 따른 가임여성의 만혼에 있다고 진단한다. 여성 결혼적령기인 25~29살의 미혼율이 2007년 60.9%에서 68.1%로 대폭 높아졌고, 여성 초혼 시기인 30~34살의 미혼율도 32.8%로 3.9%포인트나 높아졌다. 
 
미혼율이 높은 것은 남성도 마찬가지다. 싱가포르 남성의 25~29살 미혼율은 80%고 30~34살에서도 40%에 이른다. 여러 민족으로 이뤄진 싱가포르에서 중국계 남성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남성이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 본다. 또한 교육수준이 높은 여성이 직장 경력 단절을 우려해 결혼을 기피한다고 진단하기도 한다. 
 
합계출산율 제고 목표 1.4~1.5명
싱가포르 고용시장은 인력이 부족해서 외국인 노동자에게 의존하고 있으니 내국인은 완전고용에 가깝다. 전체 여성의 사회 진출 비율은 60%를 상회하고 결혼적령기 여성은 90%에 이른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만8천달러에 육박하고 공공주택(HDB) 구입이나 교육비 부담도 그리 높지 않다. 인구정책 담당자 입장에서는 출산율 저하의 진짜 요인이 무엇인지 찾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싱가포르 당국은 수요자 입장에서 집 걱정 없이 결혼하고 돈 걱정 없이 아이를 낳고 양육할 수 있도록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다. 
 
젊은 세대 다수가 결혼을 희망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대규모 예산을 가족정책에 투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신혼부부의 공공주택 구입 시기가 대략 4년인데 앞으로 2.5년으로 단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직장일과 육아가 더욱 견고히 이뤄질 수 있도록 각종 제도가 마련돼 시행되고 있으며, 의료비 부담도 대폭 낮추고 있다. 다양한 지원책은 한국과 비슷하나, 한국이 포기한 합계출산율 제고 목표 1.4~1.5명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결혼 기피 현상에 높아지는 미혼율
반면 한국의 출산장려 정책은 2006년부터 약 116조원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출산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정부도 이런 비판에 저출산 대책을 전면 수정해 2018년 말 처음으로 ‘성평등 구현’을 정책의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저출산 대책의 기본 골격을 ‘성평등 구현’을 통한 대책으로 패러다임 자체까지 바꾼 것이다. 세부 계획으로는 아동수당 6살 미만 아동 전 계층 지원, 취학 전 아동 의료비 제로화, 국공립 어린이집과 유치원 조기 확충, 난임시술 본인 부담 경감과 지원 대상 확대,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사업장 확대 등 다양한 정책을 도입할 예정이다. 
 
한국과 싱가포르 정부의 출산장려 정책은 일부 차이가 있을 뿐 부진한 성과까지 비슷하다. 두 나라 모두 젊은 세대의 결혼 기피 현상이 저출산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객관적 여건은 한국 젊은 세대의 미래가 싱가포르 세대의 미래보다 더 암담하다. 완전고용에 가까운 싱가포르에 비해 한국은 청년실업 해소에 허덕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사교육비 부담이 한국보다 훨씬 낮다. 신혼부부의 주택 구입 부담도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정도 차이는 있으나 두 나라 모두 고용·교육·소득에서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소득수준의 양극화가 젊은 세대의 결혼과 출산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것이 한국에서는 심하고, 싱가포르에서는 좀 덜할 뿐이다. 일부 학자는 출산율 저하가 여성의 사회 진출에 원인이 있다기보다 가사분담률과 관련 있다고 지적한다. 사회 변화에 가족제도 변화가 따라가지 못하는 지체 현상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다. 실제 남성의 가사 참여율이 높은 프랑스, 스웨덴, 영국 등은 합계출산율을 높게 유지한다. 반면 남성의 가사 참여가 저조한 스페인, 이탈리아, 한국, 일본 등은 출산율이 극히 낮다. 어느 정도 맞는 이야기다. 
   
필자는 한국과 싱가포르 사례에서 볼 때, 초저출산 요인이 더 근본적인 곳에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우리에게는 싱가포르의 젊은 세대가 결혼의 객관적인 조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결혼 전 주택 구입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결혼을 늦추는 일이 많고, 경력 단절을 우려해 결혼을 아예 포기하는 여성도 있다. 효율과 경쟁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가치관이 젊은 세대의 결혼관까지 크게 변화시킨 것이다. 
 
출산율 목표보다 삶의 질 높여야
이것이 싱가포르 출산율 저하의 더 근본적인 요인이 아닐까. 가뜩이나 남과 비교하는 체면문화에서 자라온 싱가포르의 젊은 세대가 또다시 자본주의 가치관의 희생양으로 한 세대를 보내면서 주체성이 더욱 빈약해진 것은 아닐까. 과도한 경쟁문화가 젊은 세대에게 결혼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게 하고, 비록 결혼했더라도 출산 결정을 어렵게 하는 것은 아닐까. 결국 이런 결혼 가치관의 변화가 합계출산율을 초저출산 수준까지 이르게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 정부가 출산율 목표에 급급하지 않고 모든 세대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 새롭게 채택한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은 적합한 패러다임의 변화라고 생각한다. 다만 실효적인 시행 계획을 입안하고 실행하는 것이 더욱 절실하다 하겠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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