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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신화를 버려야 미래가 보인다
[경제와 책]
[105호] 2019년 01월 01일 (화) 홍성국 hyean.skhong@gmail.com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전 대우증권 최고경영자

<수축사회>
홍성국 지음 | 메디치 펴냄 | 1만8천원
 
혹시 ‘인간사료’라는 말을 들어보았는가? 인간사료는 건빵과 같은 대용량 과자류로 무척 싸다. 1㎏에 5천~8천원 수준인데 가난한 1인가구 취업준비생이 많이 사간다고 한다. 네이버 쇼핑에서 인간사료를 검색하면 1만3천여 개 상품이 나온다. 반면 정관장 상표로 판매되는 반려견용 피부미용 치료제는 6년근 홍삼이 함유돼 60g에 2만2천원이나 한다. 월평균 반려동물 양육비가 13만원이나 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 바로 옆에서 벌어지고 있다.
 
   
 
2016년 촛불혁명 당시 유행한 구호가 “이게 나라냐?”였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을 빗댄 말이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념을 떠나 한국이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러나 다른 나라도 별반 차이는 없다. 2017년 유엔난민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이나 경제적 이유로 외국이나 국내 다른 지역으로 피란한 난민은 6850만 명으로, 전세계 인구 100명 중 1명이 난민인 시대가 오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미래가 항상 밝고 성장할 것이라는 희망 속에서 살아왔다. 현실이 어렵더라도 이 시간이 지나면 삶이 향상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미래가 암울하고 불확실해졌다. 전세계적으로 기술과 경제 이권을 둘러싼 싸움이 점점 더 첨예해지고 종교와 패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는 전쟁 직전의 불안감을 고조시킨다.
 
전문가들은 “다른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면…”이라는 문구를 즐겨 쓴다. 전문가뿐 아니라 보통 사람도 이미 주어진 기초 환경을 기반으로 미래를 살핀다. 이런 식의 예측은 과거에도 잘 맞지 않았지만 21세기 들어 적중률이 더 낮아지고 있다. 아예 엉뚱한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그 이유는 분석 기초가 되는 조건이 과거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나는 이를 세계가 ‘수축사회’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제로섬(어떤 시스템이나 사회 전체의 이익이 일정해 한쪽이 득을 보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상태) 투쟁을 원인으로 본다.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이후 세상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파이’가 커지는 팽창사회였다. 그러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팽창 요인이 반대로 파이를 축소하기 시작했다. 인구 감소와 생산성의 획기적 증대로 공급과잉, 역사상 최고 수준의 부채 등으로 더 이상 성장이 어려워졌다. 이는 자연스럽게 권력과 부의 양극화를 가져왔다. 지금 모든 국가에선 역사상 가장 심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양극화에 대한 저항도 치열해지면서 우리는 이전 시대보다 더 많이 격렬하게 싸우고 있다. 상대방의 파이를 빼앗기 위한 ‘너 죽고 나 살자’식 제로섬사회가 보편적 현상으로 굳어지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노란조끼’ 시위, 한국의 유치원 갈등, 미-중 주요 2개국(G2) 패권 대결도 결국 줄어드는 파이를 차지하기 위한 제로섬게임으로 해석된다. 서로에게 적(敵)이 되고 있다. 경제로만 범위를 한정해보면 자동차, 조선, 자영업 등은 이미 수축사회형 산업이다. 반면 4차 산업혁명 영역은 팽창사회형 산업이다. 대부분 산업은 수축사회를 앞두고 제로섬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쯤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 교정이 필요하다. 기초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에 제로섬 전투에만 몰입하면 안 된다. 제로섬사회 이후에 올 끔찍한 수축사회에 대비해야 한다. 살아가는 방식도 완전히 전환돼야 한다.
 
수축사회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나는 사회적 자본이라는 원론적인 방안을 제시한다. 사회적 자본이란 사회 안에서 법치·질서·자선·상호부조 같은 도덕적 측면의 사회 기반을 의미한다. 사회적 자본이 풍부한 국가는 양극화나 다양한 갈등을 사회가 스스로 치유한다. 사회 근간이 무너지는 상황에서는 사회문화 수준을 높이는 원론적인 해법을 기반으로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단기적인 땜질식 처방보다는 한방(韓方)적 처방으로 사회의 작동 방식을 새롭게 바꿔야 한다.
 
지금 세계는 과거와 전혀 다른 세상으로 끌려 들어가고 있다. 최근 벌어지는 모든 갈등과 변화는 수축사회에 진입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으로 보인다. 당장의 갈등보다 좀더 멀리 그리고 깊게 세상을 바라본다면 위기 속에서도 대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자본이라는 터전에 수축사회를 전제로 한 거대한 전환을 더는 미뤄서는 안 된다. 
 

 
●인사이트 책꽂이

   
 
포워드 2019 미래를 읽다
차두원 외 지음 | 한스미디어 펴냄 | 1만8천원
책은 미래 성장동력이 될 정보통신 분야의 핵심 기술과 산업 분야 전문가 9명이 협업한 결과물이다. 가상현실·모빌리티·미디어·디지털 헬스케어·빅데이터·사물인터넷·소셜로봇·인공지능·커머스·블록체인, 이 10개 분야를 대상으로 글로벌 시장의 변화와 우리나라 현황을 분석했다.
 
 
 
 
 
   
 
최고의 브랜드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이와이 타쿠마·마키구치 쇼지 지음 | 이수형 옮김 | 다산북스 펴냄 | 1만5천원
기업과 관련한 짧은 이야기는 막대한 돈을 들인 광고보다,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이는 홍보보다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저자들은 그동안 마케팅 전략서에서 잘 다루지 않았던 ‘재미있는 스토리’에 주목했다. 기업 강점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누구한테나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를 ‘심볼릭 스토리’(Symbolic Story)라 이름 붙여,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동자가 원하는 것
리처드 프리먼·조엘 로저스 지음 | 이동한 옮김 | 후마니타스 펴냄 | 2만1천원
미국 하버드대 경제학과 리처드 프리드먼 교수가 1994~95년 노동자 2400명을 조사한 뒤 펴낸 책 <노동자가 회사에 바라는 거의 모든 것> 개정 증보판이다. 책을 보면 경영진 생각과 달리 노동자는 회사 경영에 더 참여하고 싶어 하고 더 노조를 바랐다. 노동계 생각과 달리 노동자는 사 쪽과 더 협력적인 관계를 원했다.
 
 
 
 
   
 
제목 하나 바꿨을 뿐인데
김용철 지음 | 봄의정원 펴냄 | 1만3천원
여기 제목 2개를 비교해보자. ‘서울시교육청, 저소득층 학생에 수학여행비 지원’이라는 제목과 ‘돈 없어 수학여행 못 가는 서울 학생 없어진다’. 차이는 무엇일까? 앞 제목은 교육청이 해주는 수혜성 시각에서 나왔고, 뒤 제목은 수학여행을 못 가는 학생 시선에서 비롯됐다고 저자는 말한다. 고정관념을 깨야 창의적인 제목이 나오고, 습관적으로 쓰는 단어의 틀을 깨야 제목이 달리 보인다고 강조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9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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