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커버스토리
     
혁신의 아이콘에서 사기꾼 전락
[Cover Story] ‘화염방사기’ 머스크 진퇴양난- ① 불명예 퇴진
[104호] 2018년 12월 01일 (토) 지몬 하게 등 economyinsight@hani.co.kr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 회장직에서 사퇴한다. 트위터에서 허위 사실로 투자자를 기망하고, 주식시장을 흔들었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제소 뒤 이틀 만이다. 제소 하루 만에 테슬라의 주가가 14% 하락해 약 73억달러(약 8조2천억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하는 등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합의라는 빠른 수습을 택한 결과다. 끝없는 기행과 돌출 발언으로 수시로 ‘오너 리스크’를 일으키지만, 일론 머스크 없는 테슬라는 좀처럼 상상하기 힘들다. 머스크 없는 테슬라호는 순항할까. 그의 퇴진 배경과 테슬라의 미래를 살펴봤다.  _편집자

지몬 하게 Simon Hage 헬레네 라우베 Helene Laube 귀도 민겔스 Guido Mingels <슈피겔> 기자
 
일론 머스크는 전기자동차의 혁명가이자, 화성 개척의 야망을 품은 로켓 개발자다. 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초고속 지하터널을 만들고, 초고속 자율주행차를 운행해 미국 도시 곳곳을 연결하려 한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최고경영자이지만, 때때로 치기 어린 장난과 허튼 생각을 실행에 옮겨 구설에 올랐다.
 
한 예로 2018년 8월7일 로스앤젤레스에서 공항으로 가는 테슬라 운전석에 앉아 그는 트위터에 “테슬라를 주당 420달러(약 47만원)에 비공개 회사로 전환(상장폐지)을 검토하고 있다. 자금은 이미 확보됐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를 주가조작 시도로 판단하고, 그에게 2천만달러(약 226억원) 벌금과 테슬라 이사회 의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2018년 초에는 장난감 기관총처럼 생긴 화염방사기를 팔았다. 머스크의 터널 굴착 회사 ‘더 보링 컴퍼니’(The Boring Company) 로고가 장식된 이 제품은 한정판으로 500달러에 판매됐다. ‘더 보링 컴퍼니’는 구멍을 뚫는 회사라는 뜻이지만 동시에 ‘지루한 회사’라는 의미도 있다. 출시 나흘 만에 2만 개가 팔렸고, 1천만달러(약 113억원) 매출을 올렸다. 머스크가 직접 홍보 동영상에서 카메라를 향해 화염방사기를 뿜으며 환하게 웃는 얼굴로 나와 화제가 됐다. 
 
머스크는 왜 고객을 비웃는 듯한 행동을 할까. 자신의 일탈이 얼마나 용인될지, 누가 그가 팔려는 물건을 사는지 알아보려는 실험일까. 다음에는 수류탄, LSD(강력한 환각제, 즉 마약)가 섞인 뮤즐리(아침 식사용 곡물·과일 가공 식품), 마리화나 화구를 팔지도 모른다. 
 
“머스크를 해임하라”
9월 초 머스크가 조 로건이 진행하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대마초를 피우고 위스키를 마셔 논란이 됐다. 결국 2시간30분짜리 인터뷰는 세계 유수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로건은 “당신에게 노(No)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지금껏 머스크의 행동을 돌이켜보면 대부분 ‘노’라고 말하지 않는 것이 틀림없다. 
 
머스크에게 ‘노’라고 말하는 이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9월27일 머스크와 증권거래위원회 사이에 번개 같은 소송전이 치러졌다. 증권거래위원회는 머스크가 주주를 기만했다는 혐의로 고소했다. 트위터에서 ‘테슬라를 비상장회사로 전환하겠다. 테슬라 상장폐지를 위한 자금이 이미 준비됐다’고 한 주장은 이들이 봤을 때 아무런 근거가 없었다. 증권거래위원회는 소장에서 처벌로 머스크를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서 해임하고, 미국에서 다른 상장회사의 경영자나 임원이 되는 것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테슬라 주가는 14% 급락했다.
 
반항아 길들이기 돌입?
머스크가 제소당한 건 사전에 증권거래위원회가 제안한 더 너그러운 조건의 법정 외 합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틀 뒤인 9월29일 머스크와 증권거래위원회가 전격 합의했다. 70억달러에 이르는 주가 하락에다 수년간 이어질지 모르는 결말이 확실치 않은 법적 다툼을 우려해서다. 이는 테슬라 투자자를 겁에 질리게 하고, 더 나아가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테슬라의 존속에 위협 요소가 될 수도 있다. 합의안은 다음과 같다. 소송을 취하하고, 머스크와 테슬라 법인은 각각 벌금 2천만달러를 낸다. 머스크는 테슬라 CEO 자리를 유지하는 대신 테슬라 이사회 의장에서 사임하고, 앞으로 3년간 의장직을 맡지 않는다. 테슬라 이사회에 독립이사 2명을 새로 선임한다.
 
머스크 퇴장 이후 테슬라는 어떻게 될까. 시선은 두 갈래다. 하나는 “모든 일이 또 한 번 잘 지나갔다”는 시각이다. 그래서 앞으로도 머스크는 이전과 똑같이 행동하면 된다. 머스크가 화염방사기를 몇만 개 더 팔면 경비가 충당돼 ‘일론 머스크 빅쇼’를 계속할 수 있다. 주가 곡선도 곧 이전 수준을 회복할 것이다.
 
다른 시선은 “머스크의 전제군주적 위치가 무너졌다”는 것이다. 누구든 법 위에 설 수 없고, 머스크도 예외가 아니다. 이전보다 더 독립적인 새 이사회에 테슬라는 좀더 평범하고 지루한 회사가 될 것이다. 머스크 영향력이 축소된 것은 더 큰 성공이다. 반항아 길들이기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마크 저커버그와 페이스북을 다룬 영화 <소셜네트워크>(2010)는 오래전에 나왔지만, 머스크를 다룬 영화는 아직 없다. 이해가 간다. 주인공과 줄거리가 너무 믿기 힘들고, 환상적이며, 모든 것이 너무 대단하다. 머스크를 다룬 영화는 필연적으로 문제적 행동을 하는 슈퍼히어로가 주인공인 B급 공상과학영화일 수밖에 없다.
 
1971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태어난 머스크는 어린 시절 자신의 내적 세계에만 몰두해 있었다. 머스크 어머니는 대답을 잘 하지 않는 아들이 청각장애가 있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소년은 책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좋아했고, 12살 때 스스로 컴퓨터게임을 프로그래밍했다. 17살 때 어머니 고향인 캐나다로 이주한 그는, 1990년대 정보기술(IT) 붐 와중에 실리콘밸리에서 인터넷 기반으로 지역정보를 제공하는 집투(Zip2)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4년 뒤인 1999년 컴팩의 자회사인 알타비스타에 집투를 매각했다. 이후 페이팔(PayPal) 공동설립자가 된 그는 단시간에 큰 부자가 됐다. 
 
캐나다 출신 판타지 작가 저스틴 윌슨과 2000년에 결혼해 쌍둥이, 세 쌍둥이 등 다섯 아들을 뒀다. 그 이전에 태어난 아들은 영아 때 사망했다. 민간 우주선 개발업체 스페이스X 설립에 1억달러, 사촌 회사인 태양광발전업체 솔라시티에 1천만달러 이상, 테슬라에 7천만달러를 투자했다.
 
2008년 첫 부인과 이혼한 뒤 영국 출신 배우 탈룰라 라일리와 두 번 결혼하고 두 번 이혼했다. 자신이 타던 빨간색 테슬라 전기차인 스포츠카를 ‘팰컨 헤비’(Falcon Heavy·스페이스X가 제작한 민간 최초의 우주탐사용 로켓으로 2018년 2월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공군기지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됐다) 로켓에 실어 우주로 쏘아 올리기도 했다. 팰컨 헤비는 지금도 우주를 항해 중이다. 
 
2017년 초에는 인공지능에 의한 인간의 노예화를 막기 위해 두뇌와 컴퓨터 간의 인터페이스를 개발하는 회사 ‘뉴럴링크’(Neuralink)를 세웠다. 머스크는 “주당 120시간을 일하고 단 한 번도 휴가를 간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트위터 팔로어가 2280만 명이 넘고, 화성을 지구의 대체 행성으로 식민지화하기를 원한다. 
 
경제의 팝스타, 머스크
머스크를 향한 대중의 인기는 여러 논란이 있음에도 높다. 그가 만든 전기자동차를 사고 싶다고 밝힌 사람도 많다. 2017년 머스크가 최초의 보급형 전기차인 테슬라 모델3을 생산했을 때, 잠재적 구매자 40만 명 이상이 자동차를 실제 보지도 않고 예약금 1천달러를 냈다. 이들 중 다수가 아직까지 새 자동차를 기다리고 있다. 테슬라의 생산력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테슬라와 머스크 지지자들의 충성도는 지금까지 꺾이지 않았다. 
 
기업가, 제품, 고객의 완전한 공생관계는 수년 동안 머스크를 공격이 불가능한 존재로 만들었다. 머스크는 단순한 최고경영자가 아니다. 유일무이한 ‘경제의 팝스타’다. 그의 고객은 아우디 구매자보다 가수 레이디 가가나 칸예 웨스트의 팬덤과 비슷하다. 이들은 자동차나 태양광 패널 지붕이 아니라 메시지, 모험담,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는 약속을 구입한다. 더 나아가 머스크의 조직원이자, 그가 약속하는 더 나은 세계의 주민이 되고 싶어 한다. 
 
머스크를 향한 팬덤은 그가 증권거래위원회에서 고소당한 시기에 인상적으로 드러났다. 증권거래위원회와 합의한 다음날인 9월30일은 3분기 마감일이다. 테슬라는 설득력 있는 실적을 제시하기 위해 되도록 많은 자동차를 고객에게 전달하려 했다. 이를 위해 테슬라 직원만 추가 근무를 한 것이 아니다. 직원들은 무급 자원봉사 부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았다. 캘리포니아와 메릴랜드에서 테슬라 팬클럽 회원들이 자동차 출고 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테슬라 매장에 몰려들었다. 그중 한 명인 미국 동부 연안 ‘테슬라 소유주 클럽’ 회장 앤드루 도언은 <블룸버그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이번 주말이 테슬라만이 아니라 내연기관을 퇴출시키려는 거대한 움직임에 전환점이 됐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다른 산업에서 소비자의 이런 행동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크리스마스 시즌에 자기가 좋아하는 슈퍼마켓이 최고 매출액을 올리도록 자원봉사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은 없다. 새로운 캐비닛이 출시될 때 무료로 조립을 도와주는 경험 많은 이케아 구매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포드, 잡스, 트럼프 
머스크의 비교 대상으로 두 유명인이 함께 거론된다. 위대한 혁신가이자 자동차 대중화 시대를 연 발명가 헨리 포드와 아이팟·아이튠스·아이폰으로 거대한 음반업계와 휴대전화업계를 무너뜨린 실리콘밸리의 마지막 비전가 스티브 잡스다. 머스크는 포드와 비슷한 카리스마를 가졌고, 잡스처럼 기존 자동차업계와 우주선 개발 기업을 공격했다. 
 
머스크가 예측할 수 없고 트위터에 아슬아슬한 글을 올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점에선 도널드 트럼프와도 비교된다. 한때 “단 한 명의 유권자도 잃지 않고 뉴욕 한가운데에서 누군가에게 총을 쏠 수 있다”고 했던 트럼프처럼, 머스크도 오랫동안 자신에게 한계는 없다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마치 원하는 만큼 많은 화염을 방사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최근 머스크의 돌출 행동은 더 과격해졌다. 전화 회의 중 애널리스트가 분기별 수치 세부 내용을 묻자, “쿨하지 않은 멍청하고 지루한 질문”이라고 이들을 모욕했다. 2018년 7월 동굴에 갇힌 타이 어린이들 구조를 도운 영국인 다이버에게 ‘소아성애자’(pedo guy)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이후 해당 표현을 사과했지만 나중에 더욱 강하게 비난을 반복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당했다. 결정적으로 아침 일찍 ‘불명예 퇴진’의 화근이 된, 그 유명한 트윗 글을 게시했다.
 
이런 행동에 비하면 머스크가 독일 자동차산업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일화는 애교에 가깝다. 2015년 9월 폴크스바겐의 디젤자동차 조작 스캔들이 드러났을 때, 그는 폴크스바겐에 악의에 가까운 선전포고 메시지를 보냈다. 볼프스부르크(폴크스바겐 본사가 있는 독일 도시) 엔지니어들이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테슬라의 전기자동차 성능을 보기 위해 시험장을 방문했다. 이들의 도착과 동시에 테슬라의 모든 기능이 정지됐다. 테슬라 엔지니어들이 원격으로 차량 기능을 정지시킨 것이다. 대신 전시된 테슬라 자동차에 ‘디젤게이트’(Dieselgate)라고 쓴 표지판이 있었다. 이 이야기는 폴크스바겐 엔지니어들 사이에 널리 퍼진 이야기다.
 
머스크의 메시지가 ‘디젤게이트’ 단어 뒤에 숨어 있던 셈이다. 독일 자동차업계의 배기가스 조작 사건은 머스크에게 폴크스바겐 같은 자동차 대기업이 지배하던 시대의 종말을 상징한다. 미래는 디젤자동차가 아니라 전기자동차의 것이며, 머스크 자신과 테슬라의 것이다. 머스크는 내연기관에 ‘처참한 패배’를 안겨주겠다고 통고했다. 동시에 그는 “나는 미쳤다”고 선언했다. 때때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면서 그에 반대되는 의견을 함께 말하는 전형적인 머스크의 모습이다. 그는 “이 시대에 자동차회사를 시작하는 것은 바보 같은 일이고, 전기자동차 회사를 설립하는 것은 곱절로 바보 같은 짓”이라고도 했다. 
 
지루하지 않은 테슬라 전기차
머스크가 하는 일과 마찬가지로 그의 전기차 사업은 처음부터 아슬아슬했다. 2003년 설립된 이래 테슬라는 항상 파산 위기에 있었다. 머스크는 새 공장, 자체 배터리 제조, 글로벌 충전소 네트워크 구축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했다. 적대적인 시장 환경에서 올린 주목할 만한 성과다. 다만 아직까지 수익을 낸 적이 없다. 테슬라가 하루에 1600만달러 손실을 내던 때도 있었다. 테슬라에 투자하는 주주와 투자자는 현재를 간과하고 미래를 절대적으로 신뢰해야 한다. 그 때문에 머스크의 실수는 매우 위험하다. 모든 스캔들이 마지막 스캔들이 될 수 있다. 
 
머스크는 수년간 자동차산업 전체를 휘두르는 데 성공했다. 폴크스바겐, BMW, 벤츠도 수십 년 전부터 전기자동차를 시험해왔다. 하지만 고객이 구입하고 싶어 하는 시크하고 스포티하며 100km/h까지 가속을 2.5초에 끝내는 전기차를 생산한 것은 머스크와 테슬라가 처음이다. 품질을 충족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자동차다.
 
지금은 그의 공격을 받은 자동차 대기업조차 그가 해낸 일에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머스크는 오랫동안 조롱의 대상이었다. 벤츠 회장인 디터 체체는 “머스크가 전기차를 ‘뮤즐리와 포기의 자동차’(환경을 위해 성능을 포기하는 친환경 자동차라는 의미로, 뮤즐리는 맛없지만 건강한 음식을 상징한다 -편집자) 이미지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 2018년 12월호 종이잡지 34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41호
Flammenwerfer 
번역 황수경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지몬 하게 등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