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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유혹자의 쇼는 계속돼야
[Cover Story] ‘화염방사기’ 머스크 진퇴양난- ② 테슬라의 앞날
[104호] 2018년 12월 01일 (토) 지몬 하게 등 economyinsight@hani.co.kr
지몬 하게 Simon Hage 헬레네 라우베 Helene Laube 귀도 민겔스 Guido Mingels <슈피겔> 기자
 
   
▲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설립자인 일론 머스크. REUTERS
머스크는 자동차업계 베테랑보다 더 빠르고, 비타협적이며, 아이디어가 풍부하다. 독일 자동차회사가 배워야 할 많은 것이 테슬라에선 오래전부터 자리잡았다. 한 예로, 테슬라 자동차 소프트웨어는 간단히 인터넷으로 업데이트가 가능해 고객이 서비스센터를 방문할 필요가 없다. 수수료를 내면 속도를 올릴 수 있는 서비스 패키지를 내려받을 수 있다. 테슬라 자동차는 지구촌 곳곳의 흔한 자동차 매장에서 판매하지 않는다. 테슬라 매장은 최고의 위치에 있고, 애플 매장처럼 세련되고 고급스럽다.
 
오늘날 머스크의 경쟁자들은 동시에 그의 은밀한 추종자인 경우도 있다. 폴크스바겐 새 회장 헤르베르트 디스도 머스크의 친구다. 머스크의 도발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높이 평가한다. 심지어 협력관계이기도 하다. 폴크스바겐은 과거 자율주행 같은 미래 사업의 조언을 얻기 위해 테슬라 관리자를 고용했다. 그중 한 사람이 마틴 에버하드(58)다.  
 
마틴 에버하드
머스크는 여러 가지 대단한 일을 해낸 사람이긴 하지만, ‘테슬라의 창립자’라고 하기엔 부족한 측면이 있다. 테슬라는 머스크가 관심을 갖기 이전에 이미 존재했다. 마틴 에버하드는 진정한 창립자 중 한 명이자, 엔지니어이자 전기자동차 분야의 개척자다. 
 
에버하드는 2003년 마크 타페닝과 함께 테슬라를 설립했다. 회사 이름도 그의 아이디어였고, 에버하드는 테슬라 최고경영자였다. 1년 뒤에야 머스크가 투자자로 테슬라에 참여했고, 이사회 의장이 되었다. 이젠 증권거래위원회와의 소송으로 머스크가 내려놓아야 하는 직위다.
 
에버하드는 많은 점에서 머스크와 정반대되는 인물이다. 2007년 에버하드는 당시 이사회 의장이던 머스크와의 의견차 때문에 사임했다. 걷잡을 수 없이 비용을 증가시켰다는 비난을 에버하드는 지금까지도 인정하지 않는다. 그 뒤 오랫동안 에버하드는 머스크와 법적·공개적으로 다퉜고, 지금도 그 일을 씁쓸해한다. 사업 파트너 관계를 끝낸 뒤, 두 사람은 수년 동안 적대관계였다.
 
현재 에버하드도 머스크의 팬이다. “20년 전이라면 전기자동차가 미래라고 주장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그렇게 말한다. 초창기 테슬라가 없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머스크라는 이름을 언급하기 꺼렸지만, 에버하드는 테슬라와 창립자, 경영진 찬가를 읊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하지만 변화가 일고 있다. 테슬라가 없었다면 BMW, 폴크스바겐 등 규모가 큰 자동차회사 어느 곳에서도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았을 것이다.” 
 
에버하드의 말을 들으면, 그가 지금도 테슬라에서 일하는 것 같다. 그는 머스크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 아니라 화도 내지 못한다. 에버하드는 테슬라 이야기에서 작은 각주 이상의 의미가 되고 싶어 한다. 아무리 머스크의 일탈 행동을 경멸하더라도 에버하드는 머스크가 그들이 함께 시작한 큰일을 해내기를 바란다. 2년 전 에버하드는 인에빗(Inevit)이라는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더 우수한 성능을 지닌 전기차용 배터리 모듈을 개발하는 회사다. 자동차의 미래가 정말 전기차가 될지는 배터리 기술에서 결정된다.  
 
테슬라를 떠난 뒤 한동안 에버하드는 폴크스바겐에서 일했다. 그가 2018년 디젤 스캔들로 체포 영장이 발부됐던 전 폴크스바겐 회장 마르틴 빈터코른과 나눈 마지막 대화를 떠올렸다. “디젤게이트가 일어나기 훨씬 전 대화를 나눌 때, 나는 전기차 개발에 더 투자하라고 빈터코른을 설득했다. 하지만 그는 디젤을 신뢰하며 ‘클린 디젤’로 배출 기준을 준수하는 데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나는 그에게 ‘깨끗한 디젤’ 자체가 모순이라고 반박했다. 그러자 그는 정말 화를 냈고, 이후 다시 그를 본 적이 없다.”
 
에버하드에게 머스크가 테슬라에 없어도 되는지, 아니면 증권거래위원회의 제재 조처가 적어도 머스크가 이성을 찾는 데 도움이 될지 물었다. 많은 임원과 개인적 친분이 있는 그는 “임원들은 머스크의 오랜 지인이다. 테슬라 이사회가 보완되더라도 머스크에 반대하는 조처를 취하는 상황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했다. “이사회에는 머스크 남동생인 킴벌도 속해 있다. 이사회는 머스크의 성공에 함께 올라타는 것으로 자신의 경력을 쌓은 사람들로 구성됐다.” 
 
   
▲ 2018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타모니카에 있는 테슬라 전시장에 들어가는 고객. REUTERS
아슬아슬한 줄타기
머스크는 증권거래위원회 제재를 받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기분 내키는 대로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2018년 10월1일 아무 언급 없이 힙합그룹 ‘너티 바이 네이처’의 히트곡 <O.P.P.>의 뮤직비디오를 트위터에 올렸다. 머스크는 수수께끼 같은 메시지를 올려 사람들이 그 의미를 알아내기 위해 고심하는 것을 즐긴다. 이 노래의 주제는 배신 혹은 ‘다른 이의 소유물’(Other People’s Property)과의 관계다.
 
3분기가 끝난 다음날, 머스크가 이 노래로 암시했던 것이 무엇인지 알려졌다. 사람들은 ‘O.P.P.’가 ‘Operational Profit Positive’(영업이익 흑자)의 약어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앞서 며칠 전 머스크는 “테슬라가 드디어 수익성에 매우 가까워졌다”고 주장했다.
 
이 트위터 글은 머스크의 일탈 행동과 관련해 두 가지 측면을 보여줬다. 먼저 그가 길들여지는 것을 보려면 좀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테슬라가 손익분기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은 최고경영진에 더 많은 신뢰성을 바라는 대중의 욕구를 강화할 수 있다. 
 
테슬라는 소수 엘리트 시장을 떠나 ‘모델3’으로 대중 시장에 진입했다. 최고경영자가 철이 들어 뒤로 물러나기에 좋은 시점이다. 투자은행 ‘로버트 W. 베어드’의 애널리스트 벤 캘로는 “머스크가 이르면 2~3년 안에 최고경영자 자리에서 사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 근거는 머스크 자신이 전기차와 내연기관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 가격이 동일해질 때까지 머무르겠다고 말한 데 있다.   
 
대중과 언론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머스크를 지켜보는 걸 좋아한다. 반면 회사 내부의 다수는 이제 안정을 원한다. 최근 머스크의 행동이 테슬라에 득보다 손해를 끼쳤다는 시각이 많다. 테슬라의 전 관리직 중 한 명은 “예전 머스크는 자동차와 자신의 비전에 대해서만 말했는데, 최근에는 머스크 자신에 대해서 말한다”고 보고했다. 얼마 전까지 주주와 직원들이 감히 ‘노’라고 말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문화가 증권거래위원회의 제소를 계기로 입 밖에 꺼낼 수 있게 됐다.
 
머스크가 테슬라의 다음 단계에 적합한 최고경영자일까. 그러려면 머스크 스스로 인정한 ‘생산 지옥’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 테슬라는 생산 로봇 작동이 기대에 못 미쳐 노동자를 추가 고용해 자동차 일부를 손으로 조립해야 했다. 그가 적합한 경영자라면 테슬라가 모델3과 함께 빠져 있는 ‘배송 지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어야 한다. 테슬라는 물류 병목 현상으로 완성차를 제때 고객에게 전달하지 못하고 있다. 테슬라에 적합한 경영자라면 저가 모델인 테슬라 3이 겨냥하는 새 고객층이 럭셔리 모델S를 기다려줬던 소수의 부유한 고객만큼 많은 인내심을 보여줄지 고려해야 한다. 전기차가 새로운 일상이 된 현재, 신규 테슬라 고객은 기존 고객보다 평범한 사람이다. 쉽게 화내고 불평불만이 많은, 일반적인 자동차 구매자와 성향이 비슷하다. 지금까지 테슬라에서 노예였던 손님이 왕이 될 수도 있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 리치먼드의 주차장에 세워진 테슬라 전기자동차 모델3. REUTERS
테슬라를 노린다
테슬라 경쟁자들과도 싸워야 한다. 경쟁자들은 이미 준비를 끝냈다. 특히 포르셰의 전기차 공세가 매섭다. 포르셰는 자사 최초의 순수 전기차 타이칸(Taycan)을 2019년부터 생산한다. 예상 구매층은 현재 테슬라의 프리미엄 모델S 구입 고객과 동일하다. 기존 자동차업계도 테슬라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폴크스바겐만 해도 300억유로 이상을 미래 자동차에 투자할 계획이다.
 
머스크의 위치가 순식간에 사냥꾼에서 사냥감으로 바뀌는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모델3이 성공하지 못하면 테슬라는 파산 위기에 처한다. 주가가 하락하면 테슬라는 공격적인 인수·합병 대상이 될 것이다. 새 사업 영역을 찾아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이 뛰어들 수도 있다. 구글은 몇 년 전부터 테슬라가 위기에 처하면 주식을 구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애플도 잠재적 구매자다. 머스크가 공격했던 폴크스바겐이 테슬라를 인수할 수도 있다. 폴크스바겐 전직 경영자 다수가 테슬라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다. 테슬라가 현재의 최고경영자, 즉 머스크를 견디고 살아남을 만큼 충분히 강하다는 것이다. 
 
“그들을 이길 수 없으면 그들에게 합류하라”라는 말이 있다. 폴크스바겐이 테슬라를 인수한다면 아이러니다. 전기차 혁명으로 휘발유자동차 업계를 잠에서 깨운 머스크. 기회 있을 때마다 독일인에게 ‘디젤게이트’를 상기시키며 고소해하던 머스크가 싸움 대상인 기존 자동차 시스템에 테슬라와 함께 삼켜지고 있다. 죽음에 이르는 포옹이나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머스크를 그리워할 것이다. 프리몬트의 테슬라 공장, 호손의 로켓 공장, 네바다의 배터리 공장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서 보면 머스크의 특별한 위치가 보인다. 4대 IT 기업인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에 비하면 그의 회사는 중소기업이다. 다른 업체보다 큰 목소리를 내지만 머스크의 시장점유율은 작다. 그는 실리콘밸리 출신으로 여기에 속해 있지만, 과거와 마찬가지로 주류에서 비켜나 있다.
 
머스크는 어쩌면 주류보다 더 우위에 있는지도 모른다. 빅데이터 논란이 실리콘밸리에 정체성 위기를 가져오고 가짜 뉴스, 데이터 오용, 필터 거품, 인터넷 중독 등 디지털 부작용이 IT 대기업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손상시키는 동안 머스크는 최후까지 신뢰할 수 있는 ‘공상적 사회개량가’처럼 인식된다.
 
머스크는 가면을 쓰지 않는, 정직한 유혹자다. 대중을 웹사이트로 끌어들이고 그곳에서 광고를 팔아 돈을 벌지 않는다. 고객 데이터를 끌어모아 제3자에게 넘기는 방법으로 돈을 벌지도 않는다. 그는 자동차, 로켓, 배터리, 태양광 패널, 터널 같은 제품을 만든다. 많은 기업이 우리를 산산조각 내는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과 대비된다. 디지털 선구자 마크 앤드리슨은 “소프트웨어가 세계를 먹어치운다”고 우려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하드웨어를 방어한다. 그의 쇼는 계속돼야 한다.  
 
* 2018년 12월호 종이잡지 39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41호
Flammenwerfer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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