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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리한 납품단가 요구 ‘화근’
[Special Report] 폴크스바겐과 협력업체의 마찰- ① 갈등의 원인
[104호] 2018년 12월 01일 (토) 지몬 하게 등 economyinsight@hani.co.kr
폴크스바겐이 진퇴양난 처지에 직면했다. ‘디젤 스캔들’ 이후 미국에서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물론, 독일을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디젤 스캔들 책임을 묻기 위한 행동이 가시화되고 있다. 사태의 완전한 해결까지 얼마나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지 가늠할 수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까지 폴크스바겐은 협력업체들로부터 부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부분적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사태까지 맞았다. 폴크스바겐과 협력업체 사이 갈등 원인과 전개 과정, 향후 전망까지 짚어봤다. _편집자

지몬 하게 Simon Hage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슈피겔> 기자
 
   
▲ 폴크스바겐은 ‘디젤 스캔들’ 이후 부품 공급업체에 지속적으로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했고, 프리벤트그룹이 이에 반발해 부품 공급을 중단하면서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 REUTERS
자동차부품 공급업체인 노이할베르크구스(NHG·Neue Halberg Guss)는 전세계 자동차 산업에서 아주 작은 톱니바퀴에 불과하다. 자르브뤼켄과 라이프치히 두 공장에서 직원 2200명이 차에 사용되는 크랭크축, 엔진 고정대를 비롯해 여러 가지 주물 부품을 생산한다.
 
2018년 6월14일 이후 이 회사의 노동자들이 7월30일까지 6주 동안 파업을 벌였다. 작은 톱니바퀴의 균열이었지만, 그 결과 자동차업계 전체가 멈춰버렸다. 자동차 생산회사 오펠(Opel)은 공장 전체에 휴가를 선언했다. 엔진회사 더츠(Deutz)는 생산 중단 위기에 놓였다. 잔디 깎는 기계, 포크리프트, 건설장비 등을 생산하는 아그코(Agco), 키온(Kion), 푸츠마이스터(Putzmeister)등은 엔진을 공급받지 못할 뻔했다.
 
자동차산업은 자동차 제조업체와 하청업체가 복잡하게 맞물려 있다. 톱니바퀴의 균열은 순식간에 업계를 마비시킨다. 공급 부족과 막대한 수익 손실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다. 지난가을 NHG의 생산라인이 또다시 멈췄다. 몇몇 거래처는 선금을 내서라도 부품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NHG는 이미 생산한 물량만 공급할 수 있었다. 동시에 NHG는 파업 등 혼란한 상황에 처한 이 회사를 인수하려는 이들과도 계속 협상해야 한다. NHG가 파산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NHG 사례는 자동차 제조업체와 하청업체가 서로 어떻게 얽혀 있는지, 이들 관계가 얼마나 깨지기 쉬운지 여실히 보여준다. NHG 노동자들의 파업을 촉발한 계기는 자동차업계에선 보기 드물었던 업체 사이의 분쟁이 발단이었다. 납품단가 인하 압박과 이에 반발한 공급 중단을 계기로 10건이 넘는 소송에 휘말렸고, 산업스파이 논란이 불거졌다.
 
분쟁 당사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NHG의 주요 고객이던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생산업체 폴크스바겐이다. 여기에 맞선 업체는 보스니아에 본사를 둔 자동차부품 생산 그룹인 프리벤트를 소유한 하스토어 가문이다. 프리벤트그룹 산하에 NHG도 속해 있다.
 
   
▲ 폴크스바겐은 프리벤트그룹과의 갈등을 계기로 납품업체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골프’ 전기자동차 엔진을 조립하는 노동자. REUTERS
싱글 소싱
폴크스바겐과 하스토어 가문은 오래전부터 대립관계에 있었다. 둘의 대립은 자동차업계 선두인 폴크스바겐이 사업 파트너들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폴크스바겐 내부 문서에 따르면, 폴크스바겐 이사회는 이미 수년 전부터 프리벤트를 협력업체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프리벤트의 존속을 좌우할 수도 있다.
 
폴크스바겐 쪽은 “2015년부터 프리벤트가 신뢰를 저버리는 일을 반복했으며 몇 번이나 자회사들을 통해 공급 중단을 통보했다”며 “결과적으로 우리를 곤경으로 몰아넣었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더 나아가 프리벤트는 말도 안 되는 계약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강요했다.
 
결과적으로 2015~2016년 수억유로의 손해를 봤다는 것이 폴크스바겐의 주장이다. 프리벤트는 폴크스바겐이 특정 부품을 온전히 프리벤트 산하 업체에만 의존하는 ‘싱글 소싱’ 전략을 악용해 폴크스바겐에 무리한 요구를 하곤 했다. 반면 프리벤트는 “그런 조치가 폴크스바겐의 불공정한 행위를 견제하는 경영상의 정당방위였다”고 주장한다.
 
사정이 어찌됐든, 하청업체인 NHG는 폴크스바겐과 프리벤트의 갈등으로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 자동차 제조업체와 하청업체 관계는 유사 이래 평온한 적이 없었다. 자동차 시스템을 공급하는 보슈, 컨티넨탈을 제외하면 폴크스바겐, 다임러, BMW 등은 부품 공급업체보다 규모가 몇 배 더 크다. 그럼에도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중요 부품조차 오직 한 하청업체에서만 납품받는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효율적이긴하나, 하청업체한테 협박당해도 꼼짝 못하는 상황을 만들 수 있다. 특히 폴크스바겐은 유별나게 ‘싱글 소싱’에 집착한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하지만 프리벤트와의 대립에서 보듯, 이 납품방식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폴크스바겐에 원한을 품은 하청업체는 하스토어 가문만이 아니다. 특정 가격에 계약하고도 추가로 부품 납품가를 낮추라고 다시 요구하는 일이 자동차업계에선 허다하다. 폴크스바겐 역시 ‘디젤 스캔들’ 이후 공격적으로 납품가 인하를 압박했다. 디젤 사태로 물어야 하는 엄청난 배상금 일부를 비용 절감으로 충당하기 위해서다. 물론 폴크스바겐은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한다.
 
일반적으로 사업 파트너와의 관계가 악화되면 차후 공급업체 선정에서 열외가 되는 수난을 겪기 마련이다. 폴크스바겐과의 계약으로 매출의 20% 이상을 올리는 부품업체라면 이런 최악의 상황은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자동차부품 회사들은 막강한 자동차회사인 폴크스바겐에 반기를 든 하스토어 가문의 행위를 넋 놓고 바라보고 있다.
 
하스토어 가문의 사업을 전략적으로 키운 건 폴크스바겐이다. 창업자인 니야즈 하스토어는 1980년대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에서 폴크스바겐 모델을 조립하면서 경영진의 신뢰를 얻었다. 그는 프리벤트라는 회사명 아래 하청업체들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고, 동유럽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했다. 보스니아에선 자선가로, 폴크스바겐 본사가 있는 볼프스부르크에선 싼 가격에 좋은 부품을 납품하는 기업가로 알려졌다.

프리벤트그룹은 창업자 니야즈 하스토어가 물러난 뒤 경영원칙이 크게 변했다. 업계는 그의 뒤를 이어 두 아들인 다미르와 케난이 사업을 물려받고 나서 변모했다고 본다. 반면 다미르와 케난은 자동차 관련 유리회사인 리오글라스(Rioglass)를 둘러싼 폴크스바겐과의 분쟁이 변화의 계기였다고 설명한다.
 
경영원칙의 변화
2009년 당시 프리벤트는 폴크스바겐의 구매 담당자였던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가르시아 산츠의 강권에 리오글라스를 인수했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은 약속을 깨뜨렸다. 3년 동안 부품 가격을 더 낮췄고, 그 비용을 고스란히 프리벤트가 떠안았다. 반면 폴크스바겐은 프리벤트의 비난에 “리오글라스를 살리기 위해 부품을 추가 주문까지 했다”고 반박한다.
 
확실한 것은 ‘리오글라스 분쟁’ 이후 프리벤트와 폴크스바겐 구매 담당자인 산츠와의 갈등이 첨예화됐다는 점이다. 2016년에 이어 2018년 초에도 폴크스바겐과 프리벤트 자회사인 자동차 시트 생산업체 카트림과 주물회사인 ES아우토모빌구스 사이에 문제가 불거졌다. 갈등도 더욱 깊어졌다. 재정 압박에 시달리던 폴크스바겐은 납품단가를 일방적으로 낮추는 계약 변경을 단행했고, 이에 반발한 프리벤트 자회사들이 납품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이 사건은 법정까지 비화됐다.
 
결국 폴크스바겐과 두 하청업체는 2018년 8월 보스니아에서 새 납품 주문 계약에 다시 합의했다. 하지만 폴크스바겐은 이 계약을 지킬 의향이 전혀 없었다. 그룹 구매총괄 산츠는 하스토어 가문 사람들과 무언가를 더 하고 싶지 않았다. 산츠는 악명 높던 전임자 호세 이냐시오로페즈의 자리만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그의 정신까지 물려받았다. 1990년대 제너럴모터스에서 폴크스바겐으로 이직한 이냐시오로페즈는 부품 공급업체 사이에서 ‘볼프스부르크의 교살자’로 악명 높았다.
 
* 2018년 12월호 종이잡지 45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43호
Unterm Rad
번역 이상익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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