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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쓰레받기’ 바다 위 플라스틱 없앤다
[Trend] 독이 된 플라스틱 남용
[104호] 2018년 12월 01일 (토) 힐마어 슈문트 economyinsight@hani.co.kr

플라스틱은 150년 전 환경을 보호할 목적으로 발명됐다. 하지만 오늘날 세계는 플라스틱 쓰레기에 파묻혀 질식되고 있다. 연구소와 신생 벤처기업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탈출구를 찾고 있다.

힐마어 슈문트 Hilmar Schmundt <슈피겔> 기자
 
   
▲ 태평양에는 독일 땅의 4배에 이르는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지대가 있다. REUTERS
지금부터 50년 전 우주인 닐 암스트롱이 달에 첫발을 내디뎠다. ‘인간 승리’로 불리는 이 역사적 사건은 인류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화학자와 박물관 전시 담당자에게 일거리를 만들어준 것이 그중 하나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립 항공우주박물관에 전시됐던 당시 우주복이 부식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우주복 표면에 누런 얼룩이 졌고, 악취도 심하다.
 
이 옷의 소재는 플라스틱이다. “22가지 다양한 인공 소재를 합성해 만들었다. 문제는 소재마다 소멸하는 기간이 각각 다르다는 점이다.” 코펜하겐에 있는 덴마크 국립박물관에서 근무하는 화학자 위본네 사소우아가 설명했다. 그는 플라스틱 보존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다. 사소우아 실험실은 플라스틱 발전 과정을 보여 주는 박물관 같다. 플라스틱 역사를 고스란히 읽을 수 있다. “이 물건은 냉장 호스다. 몰랑몰랑해서 잘 구부러진다.” 사소우아가 거의 부스러진 적갈색 부품 하나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아폴로 우주인들은 이 냉장 호스로 피부 위에 물을 뿜어댔다. 고온으로 인한 사망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플라스틱업계에서는 지금껏 “플라스틱은 영구적”이라고 주장해왔다. 오늘날 환경보호론자들도 그렇게 믿는다. 사소우아 생각은 다르다. “플라스틱은 영구적으로 보존할 수 없다. 예를 들어 PVC(염화비닐을 주성분으로 하는 플라스틱 -편집자)만 해도 지금 이 호스에서 보듯 아주 불안정한 소재다.” 
 
   
▲ “바다 스스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청소하게 만든다”는 아이디어로 ‘플라스틱 캐처’를 발명한 ‘더오션클린업’ 대표, 보이안 슬랏. 더오션클린업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자체 소멸 과정 거치는 플라스틱
사소우아는 근래 덴마크 역사에 등장했던 플라스틱 물건에 특별히 관심이 많다. 온갖 색이 어우러진 가구, 꽃무늬가 그려진 화려한 의상, 영화 <스타워즈> 등장인물을 폴리머로 만든 인형 등이다. 폴리머는 탄소 결합을 긴 동그라미 구조로 연결할 때 생성된다. 생명 그 자체인 인간 DNA도 이와 같은 폴리머다. 인공 폴리머 또한 일종의 인공 배양된 유전인자로서 변형-노화-사멸 과정을 겪는다. 인형에 아크릴물감으로 색칠한 그림 역시 자체적으로 연화제를 땀처럼 배출하며 서서히 붕괴한다. 사소우아는 “박물관은 오랫동안 이 문제를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많은 곳에서 사소우아의 지식을 요구한다. 최근 들어 그녀는 여러 환경 연구자의 연락을 받았다. 그녀 연구실을 두드리는 박물관 관계자와 환경학자의 차이점이 있다면, 환경학자들은 합성수지 제품을 보존하려는 게 아니라 파괴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합성수지가 자외선, 수분, 박테리아의 작용으로 무해한 성분으로 분해되기를 바란다. 이러한 개발을 통해 우주복이 무해한 성분으로 부식되기를 원한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바로 ‘소멸 가능한’ 플라스틱이다.
 
지금 지구가 플라스틱의 바다에 익사할 위험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에서만 매년 2700만t이 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쌓인다. 그중 15만t 이상이 바다로 쓸려 내려간다. 약 15만 대의 폐기 자동차에 해당하는 분량이다. 지구 전체 플라스틱 쓰레기 양은 그 30배에 이른다. 그중 절반 이상이 아시아에서 배출된다. 아시아에는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5대 쓰레기 산더미가 있다.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라는 거대 소용돌이가 가장 유명하다. 플라스틱 봉지와 페트병 등 형형색색 플라스틱 조각으로 이뤄진 쓰레기 더미의 크기는 독일의 4배나 된다. 지중해 역시 부분적으로 쓰레기로 뒤덮여 있다. 2018년 9월22일 세계 150개국 생태 운동가들이 ‘국제 연안 정화의 날’(매년 셋쨋주 토요일)을 맞아 연안을 청소했다. 이날은 최소한 육지에서라도 연안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를 수거하는 데 힘을 모으자는 취지로 제정됐다.
 
플라스틱은 어디에나 있다. 심지어 우리 몸 안에도 있다. 아주 작은 플라스틱 입자는 꿀과 소금 안에도 있다. “인류는 지금 전 지구적 규모로 우리가 책임질 수 없는 실험을 하고 있다.” 롤랜드 게이어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생태학과 교수의 경고다.
 
   
▲ 바다 위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으는 플라스틱 캐처. 더오션클린업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자체 소멸 과정 거치는 플라스틱
어쩌다 이런 사태에 이른 걸까? “플라스틱 자체는 문제 될 게 없다. 플라스틱을 버리는 사람의 사고방식이 문제다.” 사소우아가 1940년대 만들어진 머리빗, 브로치, 수저 등의 제품을 애정 어린 손길로 어루만지며 말했다. 그때는 장신구였지만, 지금은 망가진 물건일 뿐이다. 그녀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우선 시선을 과거로 돌려야 한다고 믿는다. 현재 전세계는 지구 생태계 문제로 근심에 사로잡혀 있다. 지구 생태계가 재난 위험에 처해 있다. 
 
1867년 <뉴욕타임스>는 기사에서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상아를 차지하려는 인간의 탐욕이 너무 큰 나머지, 상아 대체품이 발명되지 않는다면 조만간 코끼리는 멸종동물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당시엔 상아로 피아노 건반과 당구공을 제작했다. 한 사업가가 “상아 대체품을 발명한 사람에게 1만달러를 주겠다”고 현상금을 내걸었다. 존 웨슬리 하이엇이라는 젊은 인쇄공이 이 얘기를 듣고, 온갖 재료를 섞어 셀룰로이드(Celluloid)를 만들었다.
 
기술이 만들어낸 기적, 면화약(綿火藥)과 장뇌(樟腦)를 섞어서 만든 이 끈적끈적한 물질 덕분에 세상은 구원을 받은 듯했다. 이를 시작으로 1896년 자연보호를 목적으로 플라스틱 시대가 열렸다. 당시 내걸린 셀룰로이드 광고문에는 “이 제품은 천연자원으로 지구를 약탈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개발됐다. 참으로 마술 같은 물질이 발명됐다”고 쓰여 있다. 효율적인 셀룰로이드는 값비싼 재료를 그대로 모방해, 상아와 같은 용도로 쓰이고 모양까지 임의로 만들어내는 기적 같은 제품이었다. 
 
사소우아의 손에 자개처럼 은은히 빛을 발하는 손잡이가 달린 칼 하나가 들려 있다. 그 손잡이는 셀룰로이드로 만들어졌다. “아름답지만, 안타깝게도 화재 위험이 매우 크다.” 이 칼은 당시 사람들이 당구를 하던 중 귀청을 찢는 굉음을 내며 폭발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 있던 여관 손님들이 놀란 나머지 바로 권총을 뽑아 들었다는 여관 주인의 불만스러운 보고가 기록으로 남아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 제품의 생산자들은 폭발 사태에도 그 위험을 무시했다. 셀룰로이드로 만든 사이비 호화 제품이 일반 대중에게는 매혹적인 물건이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는 이 원조 플라스틱(필름을 말함 –편집자) 위에 꿈을 찍어 영사기에 걸었다. 이 플라스틱을 만들었던 공장과 영사기를 돌렸던 영화관들이 화염에 휩싸이는 사태가 이어졌다. 그 후 플라스틱은 합성수지와 플렉시 글라스, 나일론, 네오프렌 등 끊임없이 새 제품으로 발명됐다. 제2차 세계대전 동안 미국에서는 합성수지 산업이 300%나 성장했다. 
 
“1960년대는 플라스틱 전성기였다. 하지만 진짜 플라스틱 시대는 이제 막 닻을 올린 셈이다.” 사소우아의 진단이다. 1960년 이래 합성수지 제품의 연간 생산량은 30배 증가했다. 당시 덴마크 디자이너 베르너 판톤의 ‘스윙 체어’(Swing Chair) 같은 고전적 예술작품이 탄생했다. 반면 오늘날에는 그저 포장 쓰레기만 범람할 뿐이다. 1인당 연간 220kg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배출하는 독일은 이 방면에서 유럽 최고의 챔피언이다. 합성수지와 인공 섬유를 향한 인류의 사랑은 결국 독이 됐다.
 
   
▲ 1969년 달 착륙 당시 닐 암스트롱 등 우주인이 입었던 우주복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50년이 흐른 지금 그 우주복이 부식되고 있다. REUTERS
바다 쓰레기 해결책 제시한 보이안 슬랏
2018년 9월8일 비영리단체 오션클린업(The OceanCleanup) ‘플라스틱 캐처’가 첫 가동을 했다. 오션클린업은 “바다 스스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청소하게 한다”고 선언해 주목받았다. 이날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행사에 600m 길이의 바리케이드를 인근 바다 위에 띄었다. 이 U자 모양 바리케이드는 태평양 해류에 따라 움직이며 플라스틱 쓰레기를 모을 것이다. 네덜란드 출신 청년 보이안 슬랏(24)은 플라스틱 캐처가 5년 뒤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의 쓰레기 절반을 제거해주기를 바란다. 그는 오션클린업의 창립자 겸 CEO이자, 이 시스템을 만든이다. 
 
해양 연구가들은 이 프로젝트에 회의적이다. 플라스틱 조각 대부분이 이미 잘게 부서져 해저층에 가라앉았을 가능성이 크다. “해저층은 빛과 공기, 열로부터 플라스틱이 보호돼 장기간 같은 상태로 보존되기에 이상적인 조건이다.” 사소우아의 설명이다.  
 
생태학자 게이어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건져올리겠다는 시도가 그저 ‘반창고’처럼 한낱 위로 수단에 불과할 수 있음을 걱정한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육지에서 끌어모아야 한다. 정 필요하다면 플라스틱 세금 부과, 수출 금지, 재활용 비율 높이기 등의 방안을 동원해서라도 말이다.” 하지만 이런 해결책은 대중매체를 통해 널리 알려져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지구 구하기 쇼’보다 훨씬 인기가 없다. 
 
플라스틱 홍수는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유럽이 부지런히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고 있지만, 결국 이 쓰레기 대부분은 소각된다. 유럽의 재활용 산업은 진퇴양난 처지에 놓여 있다. 2018년 10월11일 포르투갈 카스카이스에서 모임을 했던 이 분야 관계자들은 플라스틱 종류를 상품에 분명하게 의무적으로 표기하는 구속력 있는 법안을 요구했다. 제품이 어떤 플라스틱 재료의 조합으로 만들어졌는지 정확히 기재되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어서다. 셀룰로이드나 PVC 같은 고전적 플라스틱일 경우, 사소우아와 같은 전문가라면 연화제를 방출할 때 나오는 식초 냄새 등으로 그 성분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도 현재 플라스틱 중 일부는 적외선분광기(적외선을 그 파장에 따라 분해해 연구하는 장치 -편집자) 없이는 판별이 불가능하다. 여러 재료를 섞어 만든 혼합 포장물이라면 사소우아 같은 전문가조차 분석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사쇼우아는 “되도록 단일 성분으로 이뤄진 플라스틱 제품을 골라 쓰는 편”이라고 했다. 한 번 산 콜라 페트병도 여러 번 사용한다. 이렇게 계속 사용할 경우 유리보다 더 친환경적이다. 최근 그녀는 연구 활동 범위를 덴마크 해변까지 확장했다. 현재는 로스킬데 대학교 환경공학자들과 함께 플라스틱 쓰레기가 햇빛, 소금, 산소를 통해 바닷속에서 작은 가루로 분해될(무해한 분자로 변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하고 있다. “우리는 모두 조립 애호가 하이엇이 셀룰로이드를 발명할 때 그랬던 것처럼, 결과를 모른 채 여러 방향으로 휘저어보고 있다. 다만 지금은 생명의 순환이 머지않아 종말을 고할지도 모른다는 차이점이 있다.”  

* 2018년 12월호 종이잡지 52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38호
Toxische Liebe
번역 장현숙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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