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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인력난에 밀려 단순노동력 대거 수용
[Issue] 일본 외국인노동 정책의 대전환
[104호] 2018년 12월 01일 (토) 박중언 parkje@hani.co.kr
박중언 부편집장
 
   
▲ 타이 노동자들이 일본 중부 군마현의 쇼와 마을에서 배추 수확 작업을 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농업 분야에서도 외국인 단순 노동력을 받아들일 계획이다. REUTERS
일본 사회가 대전환을 앞두고 있다. 반이민 정서가 강한 일본 사회가 법을 개정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이민 허용에 준할 만큼 대폭 문호를 개방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유는 극심한 인력난이다. 이미 2011년부터 인구 감소가 시작된 일본에선 최근 저출생·고령화와 경기 호조로 일손이 턱없이 모자라게 됐다. 그러자 보수우익 성향의 일본 자유민주당 정부가 외국인 받아들이기에 앞장선 것이다. 야당과 언론에서 사실상 이민 허용이라며 문제를 제기해 일본 의회의 관련 법안 심의가 지연되기도 했다. 그러나 자민당 지배 체제가 굳건해 동남아 출신을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의 ‘일본행 러시’는 2019년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개정안 주요 내용
일본 정부는 외국인 체류 자격을 대폭 완화하는 방식으로 법을 고쳐 외국인 노동력을 대거 받아들일 계획이다. 2018년 12월10일까지로 예정된 이번 임시국회에 제출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에 따르면, 두 가지 외국인 체류 자격이 신설된다. ‘특정기능 1호’는 기능실습 과정을 마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다. 일본어와 간단한 기능시험에 합격하면 최대 5년까지 일본에서 일할 수 있다. 가족 동반은 허용되지 않는다. 돌봄, 외식, 건설, 조선, 숙박, 건물청소, 농업 등 14개 업종에 적용될 예정이다.
 
현재 시행되는 기능실습생 제도와 비슷하다. 일본은 1993년부터 기능실습생이라는 이름으로 외국인 단순 노동력을 활용해왔다. 개발도상국 노동자들을 훈련한다는 핑계를 댔지만 값싼 인력 확보가 목적이다. 앞으로는 이런 편법에 의존하지 않고도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더욱이 이 자격이 적용되는 돌봄이나 외식, 농업 등은 특별한 기능실습을 필요로 하지 않는 업종이다. 직종 성격에 무관하게 노동력이 부족한 업종은 얼마든지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셈이다. 현재 기능실습생에겐 체류 3년이 지나면 시험 없이도 이 자격이 주어진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장기 체류가 가능한 ‘특정기능 2호’다. 외국인 노동자가 일정 이상의 기능 수준을 얻으면 체류기간 갱신과 가족 동반이 가능한 자격이다. 이를 통해 일본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외국인 숙련 노동력에겐 취업비자 무기한 갱신과 영주권 취득을 허용할 전망이다. 이 자격이 허용되는 직종에 대해선 건설과 조선을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기술을 익힌 외국인 기능실습생들이 연수기간 5년이 지나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일본 기업들의 큰 불만이었다. 
 
일본은 그동안 기능실습생과 단기 아르바이트 이외의 외국인 단순 노동력 취업은 극도로 제한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치안 등을 고려해, 외국인 노동력 수용은 고도의 전문지식을 보유한 사람들에 한정해왔다”며 “실질적인 단순 노동 분야는 약 70개 직종의 기능실습생을 두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5년간 35만 명 
개정 출입국관리법은 2019년 4월 시행될 예정이다.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은 일본 정부가 앞으로 5년 동안 최대 35만 명의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일 계획이라고 전했다. 연평균 7만 명 정도다. 첫해인 2019년에는 3만3천~4만7천 명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단순 노동력 수요가 가장 많은 분야는 고령화로 일손 부족이 매우 심한 돌봄이다. 이 업종에만 2023년까지 5만~6만 명을 들여올 방침이다. 이어 외식(4만1천~5만3천 명), 건설(3만~4만 명), 건물청소(2만8천~3만7천 명), 농업(1만8천~3만6500명) 차례다. 숙련 기술이 필요한 자동차정비·기계제조·전기전자 등은 단순 노동력의 수요가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이 수치는 관련 업계 요구를 합계한 전망치에 지나지 않는다.    
 
애초 일본 정부는 외국인 노동력 쿼터제 등 수용 규모에 대해선 별도 방침을 마련하지 않았다. 업계 요구를 최대한 들어주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야당 등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대거 입국이 끼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아베 신조 총리는 중의원 본회의에서 “수용자 수의 상한을 정해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상업성에 따르면, 일본 기업의 3분의 2가 인력난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을 구하지 못해 규모를 줄이는 회사도 2018년 상반기 전년 대비 40%나 급증했다. 2019년에만 60만 명 이상 인력이 모자랄 것으로 예상된다. 2023년까지 부족한 인력은 130만~135만 명으로 추산됐다. 일본은 현재 65살 이상 취업자가 800만 명에 이른다. 15~64살 여성 취업률도 70%를 넘어섰다. 게다가 인구가 가장 많은 베이비부머인 단카이 세대(1946~49년생)가 2022년부터 후기고령자(75살 이상)가 된다. 그동안 촉탁 등의 형태로 일하던 직장에서 이들이 완전히 은퇴하는 흐름이 본격화한다. 이렇게 되면 고령 노동력도 줄어 더욱 심각한 인력난이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17년 기준으로, 일본 거주 외국인 노동자는 127만 명이다. 대부분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일하고 있다. 동남아 노동자 비중이 크게 늘었다. <블룸버그재팬>에 따르면, 베트남인이 지난 5년간 연간 40% 이상 늘어 중국인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필리핀인도 연 10% 이상 성장세를 보였다. 숙련 노동자는 24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
 
   
▲ 2018년 11월7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고용노동부, 코트라, 산업인력공단 등이 공동 주최한 ‘2018 일본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면접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유학생 취업 확대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대목은 외국인 유학생 취업과 관련한 규정이다. 앞으로 일본 대학을 졸업한 외국인 유학생이 연봉 300만엔(약 2980만원) 이상 ‘일본어로 원활한 의사소통이 필요한 업무’에 취업할 때는 직종·기간에 관계없이 ‘특정활동’ 명목으로 취업자격을 인정하기로 했다. 법무상 고시를 개정해 2019년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 또한 일본 사회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중대한 변화지만, 외국인 노동자 체류와 달리 의회 논의도 없이 추진되는 것이다. 정부의 고시 개정안을 보면, 전문성을 필요로 하지 않는 현장 업무인 단순 노동도 배제하지 않는다고 경제주간 <도요게이자이>가 전했다.
 
그동안 외국인 유학생이 졸업 뒤 일본 기업에 취업해 취업자격(기술, 인문지식, 국제업무)을 얻으려면 어느 정도 이상의 전문성이 있는 업무, 업무와 학교 전공 사이의 관련성이라는 두 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고시 개정으로 이 요건이 더 이상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애니메이션, 게임, 만화, 일본요리 등 분야에서 일본 전문학교 졸업자 취업 제한도 크게 완화된다. 작품 기획 같은 높은 수준의 업무가 아닌 배경 색칠 등 보조적 업무에서도 취업이 허용된다. 일본 국세청의 2017년 민간기업 급여 실태 조사에 따르면, 근속 1~4년인 일본인의 평균급여는 312만엔(남성은 381만엔)으로 조사됐다. 연봉 300만엔이라는 조건을 넘어선다. 따라서 일본 대학을 졸업한 유학생은 직종과 무관하게 취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가 충분한 논의 없이 법 개정에 속도를 내자 야당에선 ‘졸속’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11월16일 하나시 야스히로 중의원 법무위원장(자민당) 해임결의안을 제출했다. 하나시 위원장이 야당 반대에 아랑곳하지 않고 직권으로 법무위를 열어 개정안 심의에 들어가려 해 제동을 건 것이다. 외국인 기능실습생 실태에 관한 법무성 자료가 오류투성이인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빚어진 사태다. 야당에선 정부의 준비 부실을 이유로 법안 심의를 지연하려 했으나 정부·여당이 강행 태세를 굽히지 않아 정면충돌로 이어졌다.
 
사실상 이민 허용
외국인 노동자들은 체류기간이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가게 돼 있다. 그러나 가족과 함께 10년 이상 장기간 머무는 외국인은 ‘생활인’으로 일본 사회에 정착하게 된다. 일본 사회의 강한 반이민 정서 탓에 정부는 이민은 아니라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상황을 염두에 두고 법 개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법률 전문가는 “지금까지 인정하지 않았던 외국인 단순노동력의 수용이라는 역사적 정책 전환에 따라 일본이 본격적인 이민사회로 진입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그런데도 일본 정부가 ‘이민’이라는 단어를 금기시하고 실질적인 이민의 존재에 눈감아 외국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게 무엇보다 큰 문제다. 외국인 노동자의 대거 입국이 예정됐으나 이들 가정의 교육·의료·복지 문제는 물론 사회통합 정책에 관한 논의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일본 정부가 외국인 노동자의 수용 확대에만 열을 올릴 뿐 그 이후에 대해선 나 몰라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노동력 공급이라는 편의주의식 외국인 노동자 수용이 외국인 차별 의식을 더 강화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재일동포를 포함해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 특히 심한 사회가 일본이기 때문이다. 일본 거주 외국인 비율은 1.7%로, 한국(3.4%)보다도 낮다. 이번 기회에 외국인 정책을 일원화해 담당할 외국인청 신설 등 다른 나라와 같은 체제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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