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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매출·수익 동시 하락 근본적 체질 개선 회의적
[국내이슈] 내우외환 현대차
[104호] 2018년 12월 01일 (토) 권순우 soonwoo@mtn.co.kr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 서울 양재동 현대·기아자동차 사옥. 한겨레
“아~ 이게 뭐야! 3천 개(3천억)?” 2018년 10월25일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자동차 담당 애널리스트가 소리를 지르며 뛰쳐나갔다. 현대자동차가 발표한 2018년 3분기 실적을 확인한 직후다. 글자 그대로 ‘어닝쇼크’였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영업이익은 약 9250억원. 실제 현대차가 발표한 3분기 영업이익은 2889억원으로 예상치보다 70%나 낮았다. 
 
가장 큰 원인은 7천억원에 이르는 ‘품질 비용’이었다. 현대차는 엔진 이상 소음과 진동을 자동차가 스스로 진단하는 ‘노크 센서’를 개발했다. 엔진 탓에 겪은 잇따른 리콜 사태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이에 따른 품질 비용이 3분기에 반영될 줄은 애널리스트들도 몰랐다. 어닝쇼크는 놀랄 일은 맞지만 절망할 일은 아닌 셈이다. 그러나 그동안 워낙 현대차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많았고,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절망적 기운이 시장을 뒤흔들었다.
 
현대차의 고전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한때 27만원까지 갔던 현대차 주가는 1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2018년 현대차의 판매 목표는 755만 대다. 그런데 주가는 300만 대를 돌파했다며 기뻐하던 10년 전 수준까지 뒷걸음친 것이다.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2011년 10.3%를 기록한 뒤 줄곧 하락해 2018년 상반기에는 3.5%까지 추락했다. 글로벌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현대차의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하향 조정했다.  
 
현대차 추락세는 이미 2~3년 전부터 감지됐다. 스포츠실용차(SUV) 열풍의 파괴력을 과소평가한 게 가장 큰 원인이다. 2017년 중순 현대차가 최초의 소형 SUV 코나를 출시했을 때, 정의선 부회장은 “소형 SUV 시장에 다소 진입이 늦은 것은 사실”이라고 전략적 실패를 인정했다. 자동차 하나를 개발하는 데는 4~5년이 필요하다. 2012~2013년의 잘못된 경영 판단이 지금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추락의 신호
미국 시장에서 SUV(픽업트럭 포함) 판매 비중은 2017년 말 기준 65%로 세단(승용차)을 압도한다. 2011년 이전까지만 해도 세단 65%, SUV가 35%였다. SUV 선호도가 높아질 무렵 많은 자동차회사가 다양한 SUV를 개발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그러지 않았다. 
 
현대차는 가성비 높은 세단의 경쟁력으로 세계 5위까지 성장한 회사다.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영업이익률이 최고였던 시점에 가장 경쟁력 있는 차종을 바꾸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손에 쥔 떡을 놓지 못한 기업은 변화의 물결 속에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2017년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69만 대로 전년보다 11% 줄었다. 세단은 무려 21% 줄었고, SUV는 오히려 12% 늘었다. 차종별로 봐도, 가장 자신 있는 모델인 쏘나타가 34% 줄어든 반면 투싼은 28% 늘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익성이었다. 안 팔리는 차를 팔기 위해 파격 할인(인센티브 제공)을 하는 바람에 2017년 미국 현대차 법인은 8700억원 적자를 냈다.
 
2018년부터 소형 SUV 코나와 신형 싼타페가 출시되며 그동안의 부진을 만회하고 있다. 신차의 활약으로 가격 할인폭도 점차 줄이고 있다. SUV 라인업을 보강하기 위해 하반기에 대형 SUV 팰리세이드(가칭)를 투입하고, 2019년에는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첫 SUV도 출시할 예정이다. 뒤늦은 수습이긴 하지만 팔아볼 차가 나왔다는 것만으로도 상황은 나아졌다.
 
   
▲ 현대자동차의 수소전기자동차 ‘넥쏘’. 현대자동차 제공
대책 없는 중국 시장
미국은 차라리 긍정적이다. 중국 시장은 백약이 무효인 듯 절망적이다. 현대차는 2013년 판매 100만 대를 돌파하며 글로벌 자동차업체 가운데 중국 시장에 가장 성공적으로 안착한 회사가 됐다. 공격적으로 사세를 확장해 5개 공장에서 연간 165만 대를 생산할 수 있게 됐다.
 
2017년 현대차의 중국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1%나 줄었다. ‘사드’ (THAAD·고고도미사일방어) 배치로 인한 후폭풍 때문이다. 한국에서 정권이 교체되고 사드는 사람들 머릿속을 떠났는데도 현대차 판매는 회복될 줄 몰랐다. 현대차에는 중국 사람이 좋아하는 저렴한 신형 SUV가 없다. 
 
중국 업체들은 현대차보다 훨씬 싼 가격에 신형 SUV를 쏟아냈다. 중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소형 SUV 바오쥔510 가격은 1300만원인 데 비해 코나는 1800만원이다. 구매력이 약한 소형 SUV 소비자가 500만원이나 더 비싼 코나에 눈길을 줄 리 없다. 코나는 출시된 지 석 달 만에 월 판매량이 65대까지 떨어지는 굴욕을 겪었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에 부는 고급화 바람을 타지도 못했다. 현대차 중국 법인은 베이징자동차와 합작한 회사다. 베이징자동차그룹에는 베이징현대 외에 베이징벤츠가 있다. 벤츠와 베엠베, 아우디는 중국 프리미엄 시장의 70%를 장악했다. 한때 베이징자동차그룹의 최고 효자는 베이징현대였지만 이제는 베이징벤츠로 넘어갔다. 
 
사드 보복 이야기가 나온 지 1년6개월이 지났지만 현대차 판매는 사드 사태 이전인 2016년보다 28%(1~9월 기준)나 적다. 1년에 165만 대를 만들 수 있는 중국 공장에서 2017년 고작 78만 대를 만들었다. 공장 가동률은 40%대까지 떨어졌다. 중국 현지에선 베이징자동차와 현대차의 결별설, 1공장·2공장 폐쇄설 등 흉흉한 소문이 퍼졌다.
 
현대차는 중국 시장 기획부터 연구개발, 마케팅, 판매까지 총괄 책임질 중국사업본부를 독립시키고 부회장이 직속 관리하도록 조직을 정비했다. 또 중국 전용차를 잇따라 출시하며 재기를 노린다. 최근 중국 전용으로 출시한 스포티 세단 ‘라페스타’는 현대차의 새 디자인 방향인 ‘감성적 스포티함’이 반영된 첫 차다. 모바일에 익숙한 중국 20~30대를 공략하기 위해 새로 출시하는 자동차에는 텐센트 QQ뮤직, 바이두의 음성 인식 등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프로그램) 서비스를 담았다.
 
   
 
난제 수두룩
현대차는 문제를 잘 알고 있다. 세계적인 모터스포츠에서도 인정받은 고성능 브랜드 ‘N’과 고급 이미지를 만들어줄 ‘제네시스’를 만든 것도 가성비를 넘어 프리미엄 브랜드로 도약하기 위한 시도다. 수소전기차 ‘넥쏘’를 앞세워 높은 친환경 기술력도 홍보한다. 양적 성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를 위해 2018년부터 생산량이 아니라 판매량만 실적으로 잡기로 했다. 경영의 무게중심을 ‘잘 만드는 것’에서 ‘잘 파는 것’으로 옮기는 과정이다. 2018년은 현대차 설립 이후 처음으로 연간 판매 목표액을 전년도보다 낮춘 해이기도 하다. 
 
현대차에 더 힘든 것은 과거 굴레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성장이 둔화되면서 현대차에 부품을 납품하는 협력업체 300여 곳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다른 자동차 브랜드로 매출처를 다변화한 부품회사는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현대차 전속 납품업체는 대처할 방법이 없다. 현대차로선 허약한 부품 생태계를 챙기자니 자사도 여력이 없고, 버리자니 생태계가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부품업 관계자는 “그동안 판매가 부진해도 현대차가 부품을 받아준 측면이 있다”며 “3분기 실적을 추락시킴으로써 부품업체 스스로 더욱 강해지도록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노조와 적대적 공생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현대차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은 15%를 넘어섰다. 도요타 7.8%, 폴크스바겐 9.5%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매출은 제자리걸음인데 임금은 매년 오르니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 많이 생산하지 않으면 생존이 위험하다. 현대차의 생태계는 자동차 생산을 늘릴 수는 있어도 줄일 수는 없다.
 
순환출자 문제를 해소하는 지배구조 개편도 숙제다. 순환출자는 그동안 총수 일가의 부족한 지배력을 보완해줬지만 더 이상 끌고 갈 수 없는 상황이다. 미래 자동차 시대에 걸맞게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기업과 합종연횡을 하는 것도 폐쇄적인 현대차의 기업문화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 작은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2018년부터 진행되지만 주요한 업체들과 관계 맺기는 시작도 못했다.
 
이런 문제는 대증요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체질의 문제다. 시장은 현대차의 변화를 느끼지 못한다. 체감할 만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도 회의적이다. 한때 시가총액 2위를 차지했던 현대차가 밀리고 밀려 8위까지 내려온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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