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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조직문화와 성차별 해소에 기여”
[국내이슈] 유니폼 폐지 결정한 국민은행
[104호] 2018년 12월 01일 (토) 정혁준 june@hani.co.kr
정혁준 편집장
 
   
▲ KB국민은행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시작은 KB국민은행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직원들의 글이었다. ‘남성직원은 유니폼을 입지 않는데 여성직원만 유니폼을 입는 것은 맞지 않다’ ‘여성직원 모두가 유니폼을 입지 않는다. 직급이 낮은 여성직원만 유니폼을 입는 것은 문제가 있다’ ‘디지털과 정보기술 부서는 자율복장을 하는데 영업부서라는 이유로 유니폼을 입어야 하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는 내용이었다.
 
KB국민은행은 직원들이 제기한 문제를 놓고 사내외 의견을 모으기로 했다. 먼저 2018년 8월24~30일 고객 설문조사를 하고, 8월25일~9월5일에는 전 직원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직원 30%가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찬성 53%, 반대 47%가 나왔다.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지만, 찬성이 절반을 넘어섰다. 허인 KB국민은행장과 박홍배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유니폼을 폐지하자는 데 손을 잡았다.
 
노사는 9월18일 최종적으로 유니폼을 없애는 데 합의했다. 추석을 앞두고 전 영업점에 공문이 배포됐다. 여성직원은 추석 연휴 뒤 첫 영업일인 9월27일부터 2019년 4월 말까지 유니폼과 자율복장 가운데 편한 옷을 선택해 입을 수 있다. 5월부터는 완전 자율복 체제로 전환한다는 게 뼈대였다.
 
대상은 여성직원뿐만이 아니었다. 남성직원을 위한 드레스코드도 있었다. 남성직원 역시 9월27일부터 ‘노타이’(No Tie)와 ‘비즈니스 캐주얼’로 입을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남녀직원 모두 청바지와 라운드티셔츠, 운동화 등 지나친 캐주얼 복장은 피해달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그동안 KB국민은행 대리급 이하 여성직원은 의무적으로 유니폼을 입어야 했고, 남성직원은 넥타이 정장 차림을 해야 했다. 하지만 2019년 5월부터는 모두 폐지된다. ‘직급·성 차별’적이라는 지적을 받던 여성직원 유니폼을 없애기로 한 것은, 제1금융권인 은행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다른 시중은행은 여전히 고객 응대가 중요하다는 이유로 유니폼을 폐지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의 이번 결정이 파격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유다.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하겠다는 뜻을 모은 노사가 손을 맞잡았기에 가능했다.
 
국민은행 직원과 심야 토크
11월16일 어스름이 내리는 저녁,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 KB국민은행에서 일하는 여성직원 3명(김진희·이영은·최수현, 가명)을 만났다. 이들과 유니폼을 없애기로 한 뒤 달라진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유니폼을 없애기로 한 결정에 여성직원과 젊은 직원은 대부분 만족한다고 했다.
 
먼저 유니폼과 자율복을 선택해 입을 수 있는 ‘현재는 어떤지’ 물었다. “기본 복장은 정장으로 입고 있죠. 대신 너무 튀는 캐주얼은 피하는 편이고요. 은행원들이 조금 보수적이잖아요. (웃음) 그래서 좀 어두운 세미 정장을 많이 입는 것 같아요.”(최수현씨)
 
“일부 지점에선 나이가 좀 있는 언니들이 ‘우리는 유니폼만 입자’ ‘우리는 사복으로 가자’처럼 얘기하나봐요. 현재는 과도기라서 그런데, 내년 5월이면 이것도 사라지겠죠.”(김진희씨)
 
이들은 은행 노사가 쉽지 않은 결정을 한 것을 반겼다. “사실 유니폼은 고리타분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은행 관점에선 유니폼을 입은 사람을 보여주는 게 서비스 질을 유지한다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그런 우려가 있음에도 쉽지 않은 결정을 한 것에 많은 동료가 반기고 있어요.”(김진희씨)
 
“은행에서는 직급이 낮은 여성직원만 유니폼을 입어야 했어요. 국민은행에서 유니폼을 폐지한다고 하니 다른 은행에 다니는 친구들이 많이 물어봐요. 이렇게 큰 반응을 불러올 줄은 몰랐어요. 제1금융권에서 이런 일이 처음이니 그런 것 같아요.”(이영은씨)
 
“이전에는 회사에서 유니폼 디자인 시안 5개 정도를 만들어 여성직원들에게 고르라고 했죠. 보기에는 모두 예뻤지만 입기에는 불편했어요. 유니폼을 입는 사람인 여성의 시각에서 만드는 게 아니라, 유니폼을 바라보는 남성 관리자의 시각에서 만들었기 때문인데요. 여성직원이 유니폼을 입었을 때도 고객을 편하게 맞이해야 하는데, 유니폼 디자인이 꽉 쪼이거나 자주 해져서 제대로 일하지 못할 정도였죠.”(최수현씨) 
직급 차별이 없어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영업점에 있다보면, 고객이 유니폼을 입은 여성한테 문의를 하지 않아요. 이유는 ‘내 소중한 돈의 관리에 대해 직급이 낮은 사람과 상담하기 꺼렸기 때문’이죠. 유니폼이 없어지면 그런 편견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것 같아요.”(이영은씨)
 
다른 은행은
앞서 <이코노미 인사이트>는 6월호에 ‘드레스코드에 갇힌 그들’ 3부작 시리즈 첫 회로 ‘차별의 유니폼을 폐지하자’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후 KB국민은행은 유니폼을 없애기로 결정했지만, 여전히 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 등 은행 대부분은 대리 이하 직급이 낮은 여성에게만 유니폼을 입게 한다.
 
은행과 같은 금융권이지만 증권사와 보험사에서는 직급이 낮더라도 유니폼을 입지 않는다. 증권사와 보험사 역시 이전에는 여성직원만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전문성이 떨어져 보인다는 이유와 개인화되는 사회현상을 반영해 유니폼을 없앴다.
 
여전히 일부 은행에선 서비스업에 유니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금융업은 고객에게 단정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줘야 신뢰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젊은 직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국민은행의 한 직원은 “은행은 신뢰감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 신뢰감이 유니폼과 동격화돼버린 게 문제다. 이런 관행을 깨기 힘들었는데, 이번에 국민은행에서 깼다. 생각을 깨는 게 힘들지만, 깨놓고 보면 우리는 ‘왜 못했나’라고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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