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시각
     
갖지 말고 버리자
[정혁준의 비즈니스 글쓰기]
[104호] 2018년 12월 01일 (토) 정혁준 june@hani.co.kr
정혁준 편집장
 
   
▲ 이미지투데이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이 나라가 떨쳐 일어나 진정한 의미의 국가 이념을 실천하리라는 꿈, 즉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는 진리를 우리 모두가 자명한 진실로 받아들이는 날이 오리라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조지아의 붉은 언덕 위에서 과거에 노예로 살았던 부모의 후손과 그 노예의 주인이 낳은 후손이 식탁에 함께 둘러앉아 형제애를 나누는 날이 언젠가 오리라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삭막한 사막으로 뒤덮인 채 불의와 억압의 열기에 신음하던 미시시피주조차 자유와 정의가 실현되는 오아시스로 탈바꿈되리라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저의 네 자식들이 피부색이 아니라 인격에 따라 평가받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날이 언젠가 오리라는 꿈입니다.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I have a dream.)
 
1963년 8월28일 노예해방 100돌을 기념해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평화 대행진에서 흑인 민권 운동가 마틴 루서 킹 목사가 한 연설 제목이다.
 
킹 목사의 연설 제목은 영어로 ‘아이 해브 어 드림ʼ(I have a dream)이다. 우리말로 번역해보자. ‘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가? 좀 이상하다고? 그렇다. ‘나에겐 꿈이 있습니다’로 쓰는 게 우리말다운 표현이다. ‘~를 갖고 있다’는 영어식 표현이다.
 
우리말은 공동체를 보여주는 표현을 자주 쓴다. ‘우리’라는 말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사람은 ‘나’보다 ‘우리’라는 말을 더 흔히 쓴다. 우리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을 얘기할 때 ‘우리 집’이라고 말한다. 아빠도 ‘우리 아빠’, 엄마도 ‘우리 엄마’, 학교도 ‘우리 학교’, 이렇게 표현한다. 
 
영어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 ‘마이 하우스’(my house)라고 한다. 영어는 소유를 나타내는 표현이 발달돼 있다. 내 것과 네 것을 구분한다. 아빠는 ‘내 아빠’(my dad), 친구도 ‘내 친구’(my friend)라고 한다.
 
더 나아가 소유격을 한 번 더 쓰는 이중소유격도 있다. 이중소유격은 소유를 좀더 정확하게 보여주기 위해서 쓴다. ‘왕의 사진’(the kingʼs picture)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 표현은 2개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왕이 갖고 있는 사진’(the picture of the king’s)으로 이해할 수 있다. 또는 ‘왕이 나온 사진’(the picture of the king)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소유격으로만 쓰면 2개 중 어떤 뜻인지 구별하기 힘들다. 소유 개념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이중소유격을 쓰는 것이다.
 
이처럼 영어는 소유 표현이 발달한 언어다. 영어에서 소유, 즉 ‘갖다’를 뜻하는 단어는? ‘have’다. 소유 표현이 발달한 영어에선 ‘have’를 활용한 표현이 무척 많다. 
 
너는 눈이 예쁘다.
(You have beautiful eyes.)
그녀는 마음이 좋다.
(She has a good heart.)
그는 발이 크다.(He has big feet.) 
그녀의 목소리가 좋다.
(She has a good voice.) 
그는 몸매가 좋다.
(He has a nice body.) 
그들은 시력이 좋아.
(They have good eyesight.)
 
이렇게 영어에서는 ‘가지다’로 많은 말을 만든다. 눈을 가지고, 목소리를 가지고, 발을 가지고, 몸매를 가지고, 시력을 가지고, 마음을 가진다.
 
영어를 쓰는 사람은 동사보다 명사를 써서 표현하는 게 좀더 고급스럽다고 느낀다. ‘걷다’를 ‘take a walk’처럼 ‘걸음을 가지다’라고 표현한다. 이렇게 쓰는 걸 고급영어로 생각한다. 
 
이런 ‘have’는 언제부턴가 우리말에 녹아들었다. “내일 저녁에 모임을 갖자.” 이 말 역시 영어식 표현이다. 우리말답게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일 저녁에 모이자.” 이렇게 고쳐야 우리말답다.
 
불필요한 지시대명사도 줄이자
‘have’와 마찬가지로 많이 쓰는 번역투 문장에는 지시대명사가 있다. ‘Mom comes home. She wears pants.’ 이 영어 문장을 번역해보자. 그대로 번역하면 이렇다. ‘엄마가 집으로 들어온다. 그녀는 바지를 입고 있다.’ 영 어색하다. 엄마를 ‘그녀’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우리말 표현은 이렇다. ‘엄마가 집으로 들어온다. 바지 차림이다.’ 두 번째 문장에서 ‘엄마’는 생략됐다. 주어가 같으면 생략하는 게 우리말에서는 더 자연스럽다.
 
영어의 He, She, It, This, That 같은 3인칭 대명사는 우리말로 쓸 때 어색한 경우가 많다. 우리말은 명사를 대신하는 대명사도 그렇게 발달돼 있지 않다. 게다가 3인칭 대명사는 읽은 사람에게 혼란을 준다.
 
‘독일 자동차산업은 일본의 그것보다 경쟁력이 강하다’는 영어식 표현이다. 영어에서는 한 문장 안에 비교해주는 것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자동차가 겹치니까 ‘일본의 그것’이란 표현으로 썼다. 우리는 이런 3인칭 대명사에 익숙하지 않다. 오히려 없는 게 더 간결하다. ‘독일 자동차산업은 일본보다 경쟁력이 강하다.’

‘그는 장점이 있었다. 친절한 성격이 그것이다.’ 이 문장에서 ‘그것’은 빼주는 게 좋다. 여기서 ‘그것’은 ‘She is a beauty itself’에서 나왔다. ‘그녀는 아름다움, 그 자체’란 뜻이다. ‘itself’는 강조를 위해 쓰인 대명사다. ‘친절한 성격이 그것이다’에서 ‘그것’ 역시 강조를 위해 쓴 대명사다. 우리말에서는 대명사를 안 쓰는 게 낫다. ‘그는 장점이 있었다. 친절한 성격이었다.’ 이 두 문장은 한 문장으로 더 줄일 수 있다. ‘그는 친절한 성격이 장점이었다.’

* <한겨레> 사회부에서 1년 동안 같이 일한 기자이자 소설가인 김훈의 글을 보면서 글쓰기에 절망했다. 내 기사를 읽고 “일제강점기 때 많은 문인이 엄청난 비유로 당시의 시대를 말했던 그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라는 댓글을 달아준 독자를 생각하며 지금도 글을 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2월호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