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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임금격차 줄이고 여성 리더십 교육 강화
[Life] 양성평등이 돋보이는 프랑스 기업들
[103호] 2018년 11월 01일 (목) 안 페리즈 economyinsight@hani.co.kr
안 페리즈 Anne Fairis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세계 여성의 날’인 2018년 3월8일 프랑스 여성들이 파리 공화국 광장에서 성 평등을 촉구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몇몇 프랑스 기업은 직장 양성평등에서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이들 기업은 신규 채용, 교육·훈련, 승진, 노동시간에서 적극적으로 양성평등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들 기업이 어떻게 남녀 격차를 줄였는지 살펴보자. 
 
프랑스 CAC40(파리 증시에 상장된 40대 우량기업 -편집자) 기업 이사회 임원 가운데 여성은 고작 14.7%다. 그런데 비상장기업 ‘업’(프랑스 레스토랑에서 쓸 수 있는 식사 쿠폰을 판매하는 기업 -편집자)의 여성 임원 비율은 40%에 이른다. 업은 2013년 직장 내 평등을 담은 첫 번째 단체협약을 체결한 뒤 높은 여성 임원 비율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협동조합으로 출발한 업의 종업원은 현재 3500명 정도다.
 
물론 2012년부터 종업원 50명 이상 기업은 모두 직장 내 평등 관련 단체협약을 맺거나 행동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기업 총임금 1%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물론 업은 법적 의무이기 때문에 단체협약을 맺은 것은 아니다. “단체협약 체결로 직장 내 평등의 환상을 부수고 싶었다. 양성평등은 회사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다. 그렇다고 모든 직원이 양성평등을 생활 속에서 깊이 체화한 것은 아니다. 모든 인사 단계에서 성인지적 검토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업의 인사팀장 플로랑스 캉티에가 설명했다. 
 
직무 분류 재검토
사내 조사 결과, 승진이나 교육·훈련 측면에선 성차별을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직급이 올라갈수록 여성 비율이 낮았다. 또 시간제 노동자 대부분은 여성이었다. 일반 직원은 물론 운영위원, 관리자, 노동자 대표까지 전사 차원의 인식 제고 캠페인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특히 여성의 경력 쌓기를 가로막는 고정관념을 없애는 게 문제였다. 조사 결과 심각한 남녀 임금격차를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업은 이 민감한 주제에 더 진지하게 접근하기로 결정했다. 
 
업은 그동안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측면에서 문제에 접근했다. 학위, 나이, 직업이 임금격차를 보여주는 지표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반면 연공서열과 경력이 좋은 지표가 될 수 있는지에는 의견이 분분했다. 기업에 따라 5~10%로 정해지는 수용 가능한 임금격차율도 도마 위에 올랐다. 남녀 임금을 비교할 때 평균임금과 중앙값 가운데 무엇을 기준으로 할지도 문제였다. 
 
업의 선택은 직무분류표 수정이었다. 객관적 기준으로 직무를 분류하기 위해서였다. 자율성, 책임 정도, 업무 성질은 물론 업무 경험으로 얻은 능력도 직무 분류 기준이 되었다. 업은 이 능력을 학위 수준만큼이나 중요시한다. 사실 동일 가치 노동이라도 학위는 임금격차를 정당화하는 근거가 된다. 이 기준에 따라 직무 전체의 재평가가 진행 중이다. 2017년 이미 여성 직원 5명의 임금이 상향 조정됐다. 지금도 임금은 조정되고 있는데, 현재 부서별 연봉 상위 10%에 드는 직원의 44%는 여성이다. 캉티에 팀장은 “2018년 말로 예정된 다음번 직장 내 평등 협약에선 보수 문제가 우선적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특별예산 배정을 검토하고 있다.
 
임금격차 조정
2018년 초 프랑스 노동부 조사통계국과 모리스 알박스 연구소가 공동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특별예산은 여전히 예외적이다. 이 연구는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예산 배정보다 이의신청이 접수될 때 적절히 조처하는 것을 선호함을 보여준다. 조사 대상 186개 기업 가운데 6곳만이 “임금격차 조정예산 배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그나마 정보통신이나 금융, 일부 대기업 정도만 그렇다.
 
프랑스 국내 종업원 수만 5만9309명으로 업계 1위인 BNP파리바 은행이 선도적이다. 2008년 이후, 2011년과 2012년을 빼면 매년 정당한 근거가 없는 임금격차 해소에 특별예산을 배정했다. 2008~2015년 790만유로(약 104억원)를 들여 모두 7186건의 남녀 임금격차 상황을 해결했다. BNP파리바는 특히 승진 과정에서 임금격차를 막기 위한 운영 지표를 마련했다. 이 회사는 기본적으로 신규 채용 과정에서 비차별과 임금 평등을 보장한다. 또 임금격차 조정 조처가 개별적 임금 인상을 대체하지 않도록 한다. 임금격차 조정으로 발생하는 임금 인상과 승진 등에 따른 임금 인상을 구분하는 것이다. 직무별로 9개 핵심 직위에 대해 남녀 임금격차 상황의 평균 빈도를 조사한다. 평균 보수, 승진율, 임금인상률을 성별과 평균연령별로 비교한다. 
 
더욱이 2015년부터는 남녀 임금인상률 지수가 매년 보수를 결정하는 중요 기준에 포함됐다. 관리자가 자신의 결정 편향을 검토하고 스스로 고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다. BNP파리바 은행의 관리자 상위 5천 명의 연봉 계산에도 적용된다. 이런 적극적인 대응으로 2006년 40.3%(프랑스 국적 직원 기준)였던 여성 간부 비율이 2015년 말엔 48.2%까지 올라갔다. BNP파리바는 현재 27%인 여성 고위 간부의 비율을 2020년까지 30%로 끌어올리는 목표를 향해 정진하고 있다.
 
   
▲ 남녀 임금격차를 줄이는 데 앞장서는 BNP파리바 은행의 장 로랑 보나페 최고경영자가 2018년 8월1일 기자회견에서 2분기 실적 발표를 하고 있다.
일과 가정 양립
화학기업 솔베이의 프랑스 지사는 전체 종업원 5634명 중 76.4%가 남성이다. 그런데도 남녀 임금격차 해소를 넘어 적극적인 직장 내 양성평등 정책을 펴고 있다. 전통적으로 자녀 양육은 남녀 임금격차를 설명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지만, 솔베이 프랑스 지사는 출산과 육아휴직이 팀별 연봉이든 개별 연봉이든 어떤 보수 계산에도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했다. 이는 노동법에 규정된 의무를 뛰어넘는 것이다. 법규에 따르면, 기업은 출산휴직 뒤 복직한 직원도 일반적인 임금 인상 대상에 포함해야 하며, 휴직 기간에 동일 직무의 노동자들이 받은 개별적 인상액 평균이나 기업 전체 인상액의 평균을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솔베이 프랑스 지사는 2017년 말부터 관리자가 직원 교육·훈련 계획을 작성할 때 출산·육아 휴직 뒤 복직하는 직원도 고려하도록 강제했다. 교육·훈련 기간에 여성 직원이 미성년 아동을 돌봄 시설에 맡길 수 있도록 재정 지원을 한다. 교육 프로그램에 여성 직원의 참여를 독려해 남녀 교육 프로그램 참여율 격차를 해소하려면 이런 재정 지원이 꼭 필요하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이 회사의 여성 직원 비율은 약 25%이지만, 2016년 교육·훈련을 받은 직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8.3%에 그쳤다.
 
여성 리더십 교육
전체 직원(4615명)의 79%가 여성인 보험회사 하모니뮤추얼의 ‘기회 평등’ 팀장 노엘라 르코르바지에는 “일·가정 양립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가 따를 때 직장 내 평등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회사는 회의 시간이 통상적 범위를 넘어 길어지면, 직원들에게 자녀 돌봄 비용을 지원한다. 2017년 9월부터 민간 전문업체에 위탁해 시작한 자녀 숙제 온라인 지원 서비스는 신청자가 1천 명이 넘을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2015년 말 하모니뮤추얼은 6일간 리더십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직장 내 평등 협약 교섭 과정에서 강조된, ‘유리천장’을 부수고 여성 간부 수가 직급이 올라갈수록 급격히 줄어드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이 회사 초급 간부의 60%가 여성인 반면, 고위 간부의 여성 비율은 36%에 불과하다. 리더십 프로그램은 6일 중 3일을 개별 코칭에 할애한다. 2017년 이후 리더십 프로그램을 이수한 여성 간부는 20명에 그쳤다. 하지만 회사는 여성 승진을 임원급에만 국한하지 않기 위해 리더십 프로그램 일부를 여성 직원 전체로 확대할 계획이다. 
 
하모니뮤추얼은 직무 다양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채용 정책도 바꾸었다. 3대 주요 직무의 남녀 비율을 3년 안에 10%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적극적인 우대 조처를 도입했다. 르코르바지에는 “하모니뮤추얼에선 남녀 동수로 면접 기회를 제공한 다음, 능력·경험·자격이 비슷하다면 성비가 낮은 성에서 적절한 후보자를 선택한다”고 했다. 결과는 고무적이다. 단체보험 영업 부문에서 여성 간부 수가 2년 전보다 21% 늘었다. 정보통신 부문에서 여성 간부 증가율도 4%에 이른다. 정보통신 부문은 직원의 81%가 남성이다. 이사회 여성 비율도 2015년 33%에서 현재 42%로 늘었다. 
 
* 2018년 10월호 종이잡지 27쪽에 실렸습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8년 9월호(제382호)
Ces entreprises qui jouent le jeu de l’égalité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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