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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없이 임무 수행하는 F35
[Trend] 영혼 없는 학살자- ① 인공지능 무기
[103호] 2018년 11월 01일 (목) 콘스탄틴 폰 하머슈타인 등 economyinsight@hani.co.kr
콘스탄틴 폰 하머슈타인 Konstantin von Hammerstein 
마르셀 로젠바흐 Marcel Rosenbach <슈피겔> 기자  
 
   
▲ 인공지능 등 기술 발전에 힘입어 첨단기술을 갖춘 무기들이 속속 선보이고 있으며, 각국의 무기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REUTERS
5살가량 소녀가 염소 두 마리를 끌고 천천히 산 위로 올라왔다. 염소를 돌보는 마을 아이인 모양이다. 전날 밤 미군 저격수가 잠복했던 암벽을 유난히 자주 쳐다보던 소녀다. 폴 샤르가 망원 조준경으로 소녀를 지켜봤다. 위치가 발각된 것이 틀림없다.
 
미군 병사들은 소녀가 염소를 부르는 휘파람 소리와 비슷한 작은 소음을 들었다. 소녀가 미군 위치를 탈레반(무장 이슬람 단체)에 전달하는 무전기 소리다. 소녀가 사라지자, 이내 탈레반 병사들이 나타났다. 
 
2004년 봄, 아프가니스탄 동부 산악지대에서 벌어졌던 이 사건은 지금도 샤르에게 여러 생각을 하게 한다. 미군은 당시 탈레반 공격을 막아내긴 했지만, 후퇴해야 했다. 그 전날 밤, 샤르 부대원들은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했나를 두고 토론했다. 소녀를 사살해야 했을까? 
 
전시국제법은 전투원의 최저 나이를 규정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행동이다. 누구라도 적대 행위에 가담한 사람에게 총을 쏠 수 있다. 적 위치를 탐색하는 이가 6살밖에 안 된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샤르 부대원 사이에서 소녀를 사살하는 끔찍한 상황은 논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잘못된 일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14년이 지나, 샤르는 다른 문제로 고심 중이다. 아프가니스탄 참전 용사인 그는 현재 자율 무기 시스템, 즉 인간의 개입 없이 적을 해치우는 무인 전투 장비 개발 분야에서 선도적인 전문가다. 기계라면 그 상황에서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샤르는 최근 출간한 저서에서 “법이 허락한다 하더라도, 소녀를 사살하는 것이 옳지 않음을 로봇이 알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드론 공격받은 대통령
무인 전투 로봇이 공상과학소설에만 나올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무기 시스템 자동화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드론이 스스로 이착륙하고, 로봇이 자율적으로 폭발 장치를 감지하거나 차단한다. 알고리즘은 대량 데이터를 걸러내고 목표를 제안할 뿐만 아니라, 그 목표를 가장 효과적으로 타격하는 위치를 찾아낸다. 기계가 인간의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결정을 하는 날이 오는 것도 시간문제다.  
 
2013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서 있는 단상 위로 갑자기 드론이 날아왔다. 2018년 여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야외 연설을 하던 중 폭발물을 실은 드론 두 대의 공격을 받았다. 가까운 미래엔 손바닥만 한 살상용 자율비행 드론이 내부 자료와 공격 대상 얼굴을 비교해 스스로 공격 결정을 내릴지도 모른다.  
 
인공지능 개발에 종사하는 4천여 명의 과학자, 엔지니어, 기업가가 이런 사태를 우려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사람을 해치는 자율 무기 개발, 제조, 유통, 사용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서명자 중에는 구글 딥마인드, 테슬라 설립자 일론 머스크,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도 있다. 
 
미국 보스턴 인근 케임브리지에 있는 비영리단체 생명의미래연구소(FLI)에서 초안을 작성한 이 호소문은 “시민, 정치인, 기업 경영자가 신속하게 수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활용 방식과 그렇지 않은 방식을 구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생명의미래연구소는 인공지능 기술에 내재된 위험을 대중에게 알리려 한다. 인간 생명을 빼앗는 결정을 절대로 기계에 위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스위스 제네바 유엔 본부에선 자율 살상무기 시스템으로 전세계적 군비 경쟁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 획기적인 해결책이 나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멕시코·오스트리아·중국을 비롯한 26개국이 살상로봇 사용 금지를 찬성하지만, 미국·이스라엘·러시아 같은 주요 국가는 이를 반대한다. 
 
독일은 ‘정치적 선언’과 ‘행동 강령’ 제정을 지지한다. 구속력 있는 국제법으로 살상로봇 사용을 금지하라는 요구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말이다. 기독교민주연합/기독교사회연합과 사회민주당(SPD)은 연정 협약에 “우리는 인간 통제를 벗어난 자율 살상무기 시스템을 거부한다. 우리는 이를 전세계적으로 배척하려 한다”는 문구를 넣었다. 안타깝게도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못했다. 
 
새로운 군비 경쟁을 막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점점 더 많은 국가가 전쟁 로봇에 투자한다. 하늘이든, 육지든, 물 아래든 상관없이 군대는 한시라도 빨리 새로운 무인 시스템을 배치하려고 혈안이 돼 있다. 이미 다수는 무장됐고, 이 시스템은 점점 더 자율적이 되어간다. 인간의 개입 없이 혼자 임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 것이다. 
 
30여 개국에서 인간은 비상사태에만 개입해도 될 정도로 빠르게 반응하는 미사일·포격 방어 시스템을 운용한다. 이스라엘은 세계 최초로 완전 자율 살상드론 ‘하피’(Harpy)를 개발했다. 오랜 시간 지정된 지역에서 적 레이더 위치를 탐색하다, 그것을 발견하면 사전 허가를 요청하지 않고 즉시 공격할 수 있다. 
 
한국은 자율시스템 기관총(SGR- A1)을 개발해 휴전선에 배치했다. 제조회사인 삼성테크윈(현재 한화테크윈)은 최종 공격 결정을 인간이 내린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총이 스스로 무단 침입자를 인식·감시·사살할 수 있는 로봇 무기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는다. 러시아군은 시리아에서 처음 무인 전투 차량을 사용했다. 이미 29개국이 무장 드론을 보유했고, 다른 10여 개국도 이를 뒤따르려 한다. 
 
무인 군사 시스템 개발을 촉진하는 두 요소는, 로봇공학의 발전과 인공지능의 부상이다. 기술 발전의 선두에는 군대와 방위산업 기업이 아니라, 수십억달러를 투자해 개발을 추진하는 민간기업이 있다. 인공지능은 무기 시스템을 더 빠르고, 더 영리하고, 더 정확하게 만든다. 반면 인간은 몇 초 안에 거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해 상황을 예측할 수도, 공격자와 목표를 식별해내지도 못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삶과 죽음을 가르는 결정을 기계가 아닌 인간이 내리고 있다. 
 
언제까지 인간이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미래에 기계가 인간의 삶과 죽음을 결정한들 무슨 문제란 말인가? 기계는 분노하지 않는다. 복수심에 불타지도, 지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정확하다. 부수적 피해를 막을 수도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도로를 더 안전하게 만들 수 있다면, 자율무기 시스템이 치르는 전쟁이 더 인간적인 전쟁일 수도 있지 않은가? 
 
독재국가조차 전쟁에서 국민 희생을 정당화하기 힘든 시대다. 기계를 전투에 투입하는 국가들은 자국 병사를 보호하려는 목적이 크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이 전쟁의 끔찍함을 사라지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  
 
스콧 매클라렌은 과거 속에 사는 남자다. 옛 전우들과 모여 앉아, 낡았지만 여전히 우수한 성능을 보여주는 F16 전투기를 타고 수행했던 영웅담을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당시 비행교관은 무모할 정도로 대담한 공중 기동을 선보이는 훈련병 매클라렌에게 ‘상어’(샤크)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그는 ‘스콧 샤크 매클라렌’이라고 수놓은 초록색 비행복을 입었다.  
 
   
▲ 이스라엘 국경 근처에서 인화성 물질이 든 풍선을 매단채 날아가는 무인 드론. 건물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인간을 살상할 수도 있다. REUTERS
‘상어’ 별명을 가진 남자  
다른 관점에서 보면 매클라렌은 현재의 남자이기도 하다. 2년 전 미 공군에서 제대한 뒤 그는 군수업체 록히드마틴에서 개발한 최첨단 5세대 전투기 F35의 시험비행 조종사로 일하고 있다. 
 
미래에는 그가 할 일이 없어질지 모른다. 얼마 전 러시아에서 6세대 전투기 ‘오크호트니크’(Okhotnik) 개발 콘셉트를 공개했다. 러시아 국영통신 <타스>(Tass)는 익명의 러시아 산업계 대리인의 말을 인용해 “모든 임무를 자율조종으로 수행하는 무인 전투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전투기 조종사라는 직업은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일이다. 매클라렌이 근무하는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록히드마틴 생산공장은 과거 나치 독일을 상대하기 위한 폭격기를 생산했다. 지금은 최신 슈퍼 전투기인 스텔스의 외부 도장이 이뤄진다. 도장 재료는 강철보다 단단하고, 알루미늄보다 가볍다. 
 
전투기가 거대한 작업장에서 나오면, 매클라렌이 나설 차례다. 텍사스의 불볕더위 속에서 그는 새 F35 전투기를 활주로 위로 유도한 뒤, 공장 위 하늘에서 동료와 함께 추격전을 펼친다. 군 복무 시절 매클라렌이 조종했던 F16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지만, F35는 완전히 다른 기체다. 최고속도가 마하 1.6(1958㎞/h)인 이 전투기는 풀 네트워킹 시스템과 각종 센서를 갖춘, 날아다니는 컴퓨터다.  
 
조종사 헬멧 가리개에 360도 전 방향 시야 화면이 투영된다. 이 기능은 밤에도 작동한다. 손으로 잡는 두 개의 조이스틱 중 오른쪽 조이스틱으로 전투 중에 폭탄을 투하할 수 있다. 부조종사는 탑승하지 않는다. 부조종사 역할은 눈에 보이지 않는 조수가 수행한다. 전투기에 설치된 카메라, 레이더 장치, 센서가 감지한 정보를 알고리즘으로 분석·처리해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는 ‘퓨전’(융합) 시스템이다. 
 
매클라렌은 “예전에는 내 두뇌가 이 모든 센서 정보를 개별적으로 처리해야 했다. 지금은 ‘퓨전’이 나를 대신한다.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주변 상황을 잘 파악한다”고 말했다. 현재 상업용 제트기의 경우 조종사 없이 자동비행 시스템만으로 비행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적절한 장비를 갖추면 F35는 대부분 전투 임무를 조종사 없이 단독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시스템 조종되는 전투기
지금은 이것이 허용되지 않는다. 미국 현행 군사 원칙은 ‘삶과 죽음에 관한 결정을 인간이 내려야 한다’고 명시한다. 록히드마틴이 광고 영상에서 알고리즘이 친절한 친구이자 도우미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까닭이다. 록히드마틴 관계자는 “로켓 발사 결정권은 계속 인간이 갖고 있고, 그 과정에 항상 인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첨단 전투기 F35 인공지능 성능은 중간 단계 수준에 불과하다. 미 국방부는 구형 F16을 반자동 무인 전투기로 개조해 F35 호위기로 함께 실전에 투입하는 ‘로열 윙맨’(Loyal Wingman)을 구상 중이다. 개조된 F16은 시험비행에서 자율조종으로 방해물을 피하고 목표물을 공격하는 데 성공했다.   
 
록히드마틴은 1940년대부터 그룹 본사와는 별개로 차세대 전투 기계를 개발하는 미래 유닛 ‘스컹크 워크스’(Skunk Works)를 운영 중이다. 만화에 나오는 작은 스컹크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저스틴 테일러는 작은 스컹크 배지를 항상 옷깃에 자랑스럽게 꽂고 있다. 이 부서에서 하는 일은 대부분 기밀이다. 하지만 자신이 담당한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허락되면 테일러는 속사포처럼 빠르게 말을 쏟아낸다.  
 
그에 따르면, 현재 모든 개발 작업이 자율조종과 인공지능에 집중돼 있다. 완전히 새로운 무기 시스템 개발과 동시에 옛 무기 개선도 시도하고 있다. 도입된 지 60년이 넘은 낡은 정찰기 U2도 새로운 소프트웨어와 센서를 설치해, 최신 기술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 
 
록히드마틴은 다른 대형 방산업체와 마찬가지로 계열 벤처투자사를 통해 군사 분야 유망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대부분 로봇과 무인 시스템을 개발하는 회사다. 2017년엔 미국 샌디에이고에 있는 ‘오션 에어로’(Ocean Aero)에 투자했다. 무인 해양 드론 ‘서브마란’(Submaran)을 개발하는 회사다. 해상을 이동할 때는 바람과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며, 수중에서 움직일 때는 소형 잠수함으로 변신한다. 주 임무는 장시간에 걸친 정보 수집과 분석이다. 재생에너지로 작동하는 자율순항 무인 수중 드론은 현재 업계에서 가장 핫한 아이템이다. 모두 이 분야에 발을 걸치려 한다. 록히드마틴 경쟁업체인 보잉, L3도 자율순항 수중 자동차에 투자했다. 
 
이런 움직임 뒤에는 미 국방부가 있다. 수중 드론을 둘러싸고 군사 강대국이 격렬한 군비 경쟁을 벌이고 있다. 2018년 3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 추진 엔진을 장착한 무인 수중 드론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기계는 수개월 동안 잠수할 수 있다. 중국도 자국에서 개발한 ‘수중 글라이더’(무동력 항공기)를 시험하고 있다. 앞서 2016년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기술을 훔칠 목적으로 미군 소유의 수중 드론을 압수한 바 있다.
 
핵 보유국들은 자율 수중 드론이 핵잠수함 함대의 궤적을 추적하고, 유사시 공격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수년 전부터 새로운 수중 로봇이 핵무장 잠수함의 전략적 이점을 훼손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2018년 11월호 종이잡지 44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33호
Killer ohne Seele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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