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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없이 기부하실래요?
[Trend] ‘셰어푸드’의 실험
[103호] 2018년 11월 01일 (목) 마르셀 로젠바흐 등 economyinsight@hani.co.kr

스타트업 ‘셰어푸드’(Share Foods)의 미션은 기부에 관심 없는 독일인에게 기부에 관심을 일깨우는 것이다. 사업모델은 유기농 영양바가 판매될 때마다 불우이웃에게 하루치 식료품을 기부하는 방식이다. 사회적 소비는 가능할까.

마르셀 로젠바흐 Marcel Rosenbach
지모네 잘덴 Simone Salden <슈피겔> 기자
 
   
▲ 셰어푸드의 제품들은 2018년 3월 출시 첫날부터 독일 드러그스토어 데엠(DM)과 거대 유통그룹 레베(Rewe)의 5천 개 매장에서 성황리에 판매됐다. REUTERS
오스트리아 빈 출생의 제바스티안 슈트리커(35)는 전세계를 구석구석 다녔다. 독일인에게 기부 문화를 전파하기 위해서다. 이탈리아 로마, 탄자니아의 최대 도시 다르에스살람에서 직장을 다녔고, 서아프리카에서 지내기도 했다. 그는 2017년 베를린에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셰어푸드’(Share Foods)를 설립했다. 
 
셰어푸드는 현재 베를린 미테 지구의 비좁은 임시 사무실에 거처를 두고 있다. 사무실 벽 진열대에 물병, 영양바, 비누 등이 놓여 있다. 한 여직원이 배송할 물건을 싸고 있고, 바로 옆에서는 개발자들이 제품 개발에 한창이다. 셰어푸드는 평범한 식료품 스타트업이 아니다. 슈트리커 역시 평범한 설립자가 아니다. 물론 여느 기업 임직원처럼 제품을 개발·유통하고, 최대한 많은 제품을 판매해 기업을 성장시키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사회적 소비 실험
셰어푸드가 타 기업과 다른 점은 미션과 동기다. 이들의 목표는 최대 수익 창출과 주식 상장이 아닌, 편리하게 기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독일에서 사회적 소비를 자리잡게 하는 데 있다. 대상은 물, 스낵 등 생필품을 사는 모든 사람이다. 
 
셰어푸드의 원칙은 유기농 영양바가 팔릴 때는 불우이웃에게 한 끼 식사를, 미네랄워터가 팔릴 때는 하루치 마실 깨끗한 물을, 정량으로 나오는 물비누가 팔릴 때는 비누 하나를 기부하는 것이다. ‘고통 없는 기부’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이른바 ‘원 플러스 원’ 방식이다.
 
셰어푸드 쪽은 “판매 제품 품질은 프리미엄급이며, 가격은 유사한 제품보다 더 비싸지 않다”고 설명한다. 취급하는 제품은 물, 식료품, 위생용품 등 생필품이다. 셰어푸드의 사회적 파트너들은 ‘기아 퇴치 이니셔티브’의 하나로 활발하게 활동한다. 그들이 가는 곳이면 어디서든 제품이 판매된다. 판매 수익 일부는 베를린의 노숙자 구호단체 ‘베를리너 타펠’(Berliner Tafel)에도 기부된다.
 
2018년 3월 셰어푸드는 제품 3개를 처음 선보여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제품들은 첫날부터 독일 드러그스토어 데엠(DM)과 거대 유통그룹 레베(Rewe)의 5천 개 매장에서 판매됐고, 이후 총 480만 개가 팔렸다. 셰어푸드는 지난 6개월 동안 생필품 판매로 불우이웃에게 100만 건 이상 식사를 기부했다. 비누 30만 개가 인도의 학교와 난민캠프에 배포됐다. 미네랄워터를 판매해 20여 개 우물을 팠다. 신생기업 셰어푸드가 경쟁이 치열한 독일 식료품 시장에서 비교적 생소한 브랜드로 신제품을 공략한 점을 고려한다면 놀라운 성과다.
 
성공 비결은 특이한 사업모델이다. 셰어푸드 설립자들은 셰어푸드가 기업과 비정부기구(NGO) 사이 중간쯤에 위치한 ‘사회적기업’이라고 정의한다. 그럼에도 셰어푸드 목적은 수익 창출이다. 직원들 연봉도 업계 평균이다. 단지 ‘불우이웃 돕기’가 전제 조건으로 있을 뿐이다.  
 
광고 대신 불우이웃 지원
셰어푸드는 기업이 광고와 마진에 책정한 20%를 불우이웃 지원 프로젝트에 사용한다. 현재는 매출액의 4~17%가 사회적 목적에 쓰인다. 셰어푸드의 사회적 비전이 장기적으로 실현되려면 성장이 필수다. 3개의 제품군을 향후 6개로 늘릴 계획이다. 슈트리커는 “모든 제품마다 사회적 대안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그 비전이 없었다면 애초에 시작할 필요도 없었다”고 말했다.  
 
셰어푸드는 2018년 9월24일부터 또 다른 과감한 시도를 했다. 100%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병에 미네랄워터를 담아 공급하기 시작했다. 이런 시도는 독일에서 최초다. 셰어푸드는 이를 통해 2019년 한 해에만 약 200t의 폐플라스틱 배출을 줄일 계획이다.  
 
셰어푸드는 독일 유통업계에 부는, 윤리적 소비와 책임 있는 기업가 정신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편승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대기업이 언론 등을 통한 공개적인 기부 활동을 활발히 하거나 사회·환경 보호 프로젝트를 지원한 바 있다. 소비자의 의식과 욕구도 지속가능성으로 옮겨가던 참이었다. 이런 흐름을 일찍이 간파한 독일 맥주업체 크롬바허는 조림·습지 보호 사업을 지원하기도 했다.
 
‘원 플러스 원 방식’은 미국 신발 제조업체 ‘톰스슈즈’(Toms Shoes)가 신발 한 켤레를 판매할 때마다 불우이웃에게 신발이나 생수, 안과 진료를 무상 지원하면서 알려졌다. 포츠담에 있는 공익적 유한책임회사 ‘모든 이를 위한 연필 한 자루’(A Bleistift for everyone)는 노트와 연필이 팔릴 때마다 탄자니아 등지의 학교에 판매 제품과 동일한 학용품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 독일에서 자선기관이나 자선 목적의 프로젝트가 근본 문제에 부닥쳤다. 독일인의 기부 문화가 인색해지고 있어서다. 독일기부위원회에 따르면, 2017년 2100만 명이 기부에 참여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체 기부 인구의 절반은 70살 이상 고령이었다. 
 
   
▲ 셰어푸드 원칙은 제품이 팔릴 때마다 똑같은 제품을 난민과 불우이웃 등에게 기부하는 것이다. ‘고통 없는 기부’라는 이른바 ‘원 플러스 원’ 방식이다. REUTERS
기부에 인색한 젊은층
셰어푸드가 판매하는 유기농 영양바와 비동물성 비누는 기부에 관심 없는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한 것이다. 판매와 동시에 기부가 되는 셰어푸드 제품의 QR 코드는 소비자에게 ‘원 플러스 원 프로젝트’ 정보를 전달해준다. 
 
슈트리커는 지난여름 사내 소셜미디어팀과 젊은 배우 2명과 함께 라이베리아에 지원한 우물 시설을 둘러봤다. 동행한 카롤리네 헤르푸르트와 코스차 울만은 셰어푸드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플루언서(영향력 있는 개인)로서, 이들의 일정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 포스팅됐다. 
 
셰어푸드 창립자들이 여타 사회적 스타트업 경영진과 다른 점은 세상을 나은 곳으로 만들려는 순진무구한 사람들이 아니라 세심한 기업 자문가라는 점이다. 공동설립자인 이리스 브라운은 금융업계 출신이다. 슈트리커 역시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뒤, 보스턴컨설팅그룹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이후 클린턴재단을 거쳐 로마에 있는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서 불우이웃에게 식사를 기부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 ‘셰어더밀’(ShareTheMeal)을 개발했다. 앱 출시 이후 2600만 건의 식사가 기부됐다. 슈트리커는 앱으로 식사 기부가 가능하다면 대량 제품 기부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슈트리커는 다행스럽게도 셰어푸드 설립 과정에서 여러 명의 투자자와 데엠·레베 임원진을 확보할 수 있었다. 레베그룹 대표 리오넬 수케가 말했다. “출장길에서 톰스슈즈의 자선 마케팅을 접했고, 우리 회사에서도 이와 유사한 것을 개발하려고 논의했다. 얼마 후 슈트리커의 제안을 받았는데, 열정적이고 믿음직스러워 보였다. 임직원에게 이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동참을 당부했다.”
 
데엠 마케팅 총괄담당 크리스토프 베르너에 따르면 ‘원 플러스 원’ 기부 방식은 젊은 소비자에게 반응이 좋다.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자신의 구매 결정이 무언가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원 플러스 원 기부 방식에 상당히 호의적이다.”
 
원 플러스 원 기부 방식에 비판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노련한 마케팅 기법에 불과하며, 선구자인 톰스슈즈 역시 현지 개발도상국가의 소규모 생산업자에게 피해를 고스란히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개인별 기부액이 비교적 적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이에 셰어푸드 설립자들은 수많은 고객이 구매하는 제품의 라벨에 사회적 부가가치를 담아낼 방법을 고안했다. 고객이 제품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도 모르면서 구매한다는 판단에서다.
 
‘1+1 기부’ 방식의 한계
플라스틱 포장재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는 소비자도 있었다. 스타트업에 불과한 셰어푸드가 업계의 대기업보다 먼저 새로운 물병을 도입한 이유다. 생수업체 에비앙도 최근에야 2025년까지 지속가능한 물병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셰어푸드는 건축가 펠릭스 셰들러가 4년 전 매입한 ‘알고이 알프스수’ 브랜드의 미네랄워터를 취급한다. 그때만 해도 지역에서만 유통됐던 알고이 알프스수는 이제 독일 전역에서 판매된다. 셰들러는 “셰어푸드와 공동 결정을 내릴 때 사업적 이익을 우선시하지 않으며, 의식적으로 어느 정도 리스크를 부담한다”고 말했다. 
 
실제 새 플라스틱 원자재 대신 100% 재활용 플라스틱으로만 제조한 물병은 크기에 따라 기존 물병보다 최대 1.5센트(약 15원) 더 비싸다. 펠릭스 셰들러가 말했다. “해당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생각이 전혀 없다. 판매가격도 전과 동일하게 유지하려 한다. 소수점 이하까지 계산되는 시장에서 병당 1.5센트 차이는 크다.” 폐플라스틱과 석유자원 절감이라는 잠재력을 고려한다면, 그의 말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슈트리커는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효용가치를 충족하면서도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고 확신한다. 제조·유통 업체의 적극적인 지지도 한몫했다. “치아 위생 품목과 의류 등으로 제품군을 추가할 계획이다.” 
 
셰어푸드는 2018년 10월 베를린 미테 지구의 조그만 사무실에서 벗어나 크로이츠베르크 지구로 이전했다. 사무실 규모는 더 커졌지만, 임대료는  차이가 없다. 새 건물주가 사회적기업에 ‘사회적 임대료’를 제시했기에 가능했다.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라며 슈트리커가 활짝 웃었다. 

* 2018년 11월호 종이잡지 51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38호
Schmerzfrei spenden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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