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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유입 막으려 활동가에게 집요한 괴롭힘
[Issue] 프랑스 ‘연대죄’의 문제점
[103호] 2018년 11월 01일 (목) 셀린 무종 economyinsight@hani.co.kr
셀린 무종 Celine Mouzo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2018년 9월17일 프랑스 낭트 도심 지역 무료급식소에서 아프리카 이주민들이 음식을 받기 위해 줄지어 있다. REUTERS
“나는 바로 후회했어요.” 2017년 11월 프랑스 쥐비지 지역 난민지원단체(AJAR) 회장이자 자원봉사자 마리르네 쿠르티는 난민인 코트디부아르 출신 청년을 설득해 더블린 조약 절차에 따르게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이 청년은 이탈리아로 강제 송환됐다. 더블린 조약은 유럽으로 들어오는 난민신청자들을 유럽연합(EU) 회원국에 분배하는 원칙을 규정한 것이다. 이 조약에 따르면, 난민신청자는 처음 유럽 땅을 밟아 전자 지문을 등록한 한 나라에만 난민신청서를 낼 수 있다. 
 
“우리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청년에게 이탈리아 피렌체로 가는 항공권을 사준 게 전부입니다. 그는 여기서 아주 잘 지냈어요. 계속 머물고 싶어 했습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탈리아로 가라고 청년을 설득했어요. 청년을 위해서도 그게 더 낫다고 생각했고 법을 어기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쿠르티 회장은 ‘연대죄’에 걸릴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 그렇게 했다고 밝혔다.
 
연대죄(Crime of Solidarity)라는 용어는 법규에 나오지 않는다. ‘난민의 권리와 외국인의 입국·체류에 관한 법’ L622-1 조항을 참고해 시민단체에서 만든 용어다. 이 조항에 따르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프랑스에서 외국인의 불법 입국, 이동, 체류를 도왔거나 도우려 시도한 모든 사람”은 3만유로(약 3900만원) 벌금과 5년 이하의 금고형을 받을 수 있다. 2017년 여름 자원봉사자로 외국인을 도왔던 농민 세드리크 에루와 대학교수 피에르 알랭 마노니가 유죄판결을 받은 것도 바로 이 조항 때문이었다.
 
명분은 ‘공공질서 유지’
2018년 7월 사람들의 눈길을 끈 국사원(프랑스 최고행정법원) 결정은 두 자원봉사자에게 유리한 신호를 보냈다. 국사원은 연대죄 예외 상황을 규정하는 L622-4 조항을 충족하기 위한 조건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박애’ 원칙에 반한다고 밝혔다. 국사원은 이 결정에서 사실상 처음 박애의 헌법적 가치를 인정했다. 각 개인은 “타인의 프랑스 체류의 합법성 여부와 상관없이 인도적 목적을 위해 타인을 도울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하는 판결임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연대죄는 위헌인가? 그렇지 않다. 먼저 국사원 결정에는 연대죄에 대한 언급이 없다. 게다가 국사원의 무죄 인정은 타인의 불법 체류와 이동을 지원한 것에 한정된다. 타인의 불법 입국을 돕는 행위를 무죄로 판결한 것이 아니다. 처벌 명목은 공공질서 유지다. 2017년 8월 세드리크 에루는 외국인의 불법 입국을 도와 공공질서를 저해했다는 이유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2018년 4월, 프랑스 브리앙송 출신 자원봉사자 3명은 난민을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국경으로 이동하는 것을 도왔다는 이유로 기소됐다. 
 
내무부 기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주민 대거 유입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제라르 콜롬 내무장관은 국사원 결정과 관련해 타인의 불법 입국을 돕는 행위가 여전히 형사처분 대상이라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현 상황을 고려할 때 국경 통제는 어느 때보다 중요한 국가의 책임”이라며 “여러 이유로 국경 통제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형사처분의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2018년 8월1일 새로 제정된 ‘난민(이주민)법’은 국사원 결정을 매우 좁게 해석한 결과다. 7월13일 국제앰네스티와 외국인국경원조협회의 활동가 마르틴 랑드리가 석방됐을 때 니스 검찰이 항소한 것도 마찬가지다. 연대죄는 L622-1 조항이 적용되는 영역을 훨씬 넘어선다. 외국인 법령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경범죄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 예를 들어 승객이 항공기에 탑승한 외국인의 격리에 반대하는 것은 민간항공법에 따라 ‘항공기 통행을 저해’한 행위로 간주된다.
 
   
▲ 2018년 6월19일 이민자 규제를 강화한 이민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프랑스 상원 건물 앞에서 열렸다. REUTERS
지속적 압박과 괴롭힘
10년 동안 파드칼레 지역의 시민단체 ‘유랑의 땅’에서 일한 낭 쉬엘은 연대죄를 ‘깔때기’에 비유했다. 그는 “타인을 돕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리를 비롯한 어느 곳에서든 언젠가는 ‘당신은 누구냐’ ‘무얼 하느냐’고 묻거나 ‘당신에겐 남을 도울 권리가 없다’고 말하는 치안 당국과 맞닥뜨리게 된다”고 말했다. 그다음 단계는 차량 번호 확인 같은 압력과 물리적 폭력, 언어폭력으로 이어진다. 
 
2018년 8월 초 시민단체 ‘유토피아 56’ ‘이주민 쉼터’ 등은 경찰의 폭력과 집요한 괴롭힘을 고발하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반복적인 신분증 요구, 수색, 휴대전화 압수 등 활동가를 향한 경찰의 괴롭힘 사례는 최근 8개월 동안 666차례 일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압박 수단은, 경찰서나 헌병대 소환이다. 보호감호도 있다. 낭 쉬엘은 보호감호가 경찰서 소환보다는 드물지만, 훨씬 견디기 힘들다고 했다. 경찰이 집을 둘러싸고 이웃이 보는 앞에서 당사자를 끌어내기 때문이다. 더 강도 높은 단계는 수사 개시다. 수사 개시는 기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낭 쉬엘은 경찰서에 악의적인 전화를 반복해서 걸었다는 이유로 수사를 받았다. 2017년 가을, 그는 경찰을 촬영한 이유로 보호감호 처분을 받은 동료 소식을 듣기 위해 경찰서에 전화했다. “반복적으로 경찰서에 전화한 것은 맞다. 그러나 결코 악의적인 전화는 아니었다. 이런 사례는 정말 많다.”
 
마지막 단계는 기소다. 기소가 되면 활동가들은 석방이나 유죄판결을 받는다. 난민을 돕는 사람이 수십만 명이어서 유죄판결이 나오는 것은 상대적으로 드물다. 하지만 기소에 따른 불안과 압력은 계속 존재한다. 노르파드칼레 28개 시민단체가 조직한 ‘이주민 서비스 플랫폼’(PSM)의 법학자 카밀 시스는 자원봉사자에게 무엇이 불법인지가 아니라 어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를 기준으로 생각하라고 조언한다. 합법과 불법 경계가 모호하고, 무엇이 불법인지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법이나 판례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기준은 새로 제정될 법, 법원 판결, 경찰이 받는 명령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 2018년 5월30일 프랑스 파리의 아프리카 이주민 텐트촌 철거를 위해 출동한 경찰기동대(CRS)가 이주민들을 지켜보고 있다. REUTERS
불법 국가
“그야말로 소모전이다.” 낭 쉬엘은 상황을 한마디로 정리했다. 브리앙송의 난민지원 시민단체 ‘모든 이주민’의 아그네스 앙토안은 “경찰이 상황을 진정시키기는커녕 활동가를 범죄자처럼 취급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지난 5월 말 난민의 프랑스 입국을 도왔다는 죄목으로 기소된 활동가 3명을 지원하기 위해 가프 지역에 갔을 때 경찰기동대(CRS) 차량 10대가 서 있었다. 검사는 우리를 극좌로 몰아갔고, 활동가 3명은 공범이라는 비난을 지속적으로 받아야 했다.”
 
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주거, 교통카드 같은 기본 생필품 마련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협박받거나 기소되는 사례가 많았다. 반면 ‘동일 세대’라는 극우보수 단체는 4~6월 주변 산악 지역을 불법적으로 순찰하면서 검문검색을 했는데 아무도 제재받지 않았다.
 
“우리는 정부가 법을 지키도록 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와 자원을 쏟아붓는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의심받는다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마리르네 쿠르티의 설명이다. “저들은 세드리크 에루와 피에르 알랭 마노니 같은 사람들을 범죄자처럼 대한다. 하지만 몇 개월 동안 어린이 취학을 막은 아티몽의 시장에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어린이 취학권 보호를 위해 변호사를 고용했다. 베르사유 행정법원 결정에도 시장은 지난 3월 취학을 못한 어린이 28명 가운데 고작 12명에게만 취학을 허가했다.”
 
프랑스 정부는 이미 난민을 부당 대우하고 있다는 법원 판결을 받았다. 국가인권자문위원회를 비롯해 여러 기관들은 이런 행위의 불법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일상의 불편함을 감수하며 대가를 치르는 쪽은 애꿎은 자원봉사자들이다.
 
연대죄 폐지 운동
시민단체 ‘이주민 교육·지원 그룹’(GISTI)은 L622-1 조항의 폐지를 위해 활동하고 있다. 난민 브로커를 처벌하는 법령은 이미 많기에 L622-1 조항이 없어도 브로커 처벌에는 문제가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L622-1 조항 폐지는 복잡한 문제다. 2002년 유럽연합 지침에 따르면 회원국은 불법 입국, 체류, 이동을 돕는 행위를 처벌해야 하기 때문이다.
 
유럽연합 지침은 프랑스 법보다 처벌 예외를 훨씬 명확하게 규정했다. 체류 지원은 영리 목적에 따른 의도적 행위만 처벌 대상이다. 프랑스 법과 달리, 입국 지원도 인도적 목적이라면 면책 대상이 될 수 있다. 파트리크 앙리오는 유럽연합 지침도 완벽하지 않다고 했다. 택시기사가 태운 손님이 불법 체류자라면 택시기사도 처벌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프랑스 법을 유럽연합 지침 수준으로만 개정해도 상당한 진전을 볼 수 있을 것이다.  
 
* 2018년 11월호 종이잡지 72쪽에 실렸습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8년 9월호(제382호)
Aider un migrant, est-ce un crime?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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