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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1만6천 명 소도시 중소 제조업체 고용 이끌어
[Issue] 프랑스 레제르비에의 ‘기적’
[103호] 2018년 11월 01일 (목) 뱅상 그리모 economyinsight@hani.co.kr
뱅상 그리모 Vincent Grimaul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 둘째)이 레제르비에를 방문해 이 지역 대표 기업인 케이라인에서 방데주 기업인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REUTERS
“제가 프랑스에서 가장 운 좋은 고용사무소장이냐고요? 아마도요.” 레제르비에의 고용사무소장 로랑 술라르는 환하게 웃으며 방데의 북동부 끝에 있는 이 작은 도시가 이뤄낸 경제 기적 이야기를 시작했다. 레제르비에는 철도역도, 병원도 없는 인구 1만6천 명의 작은 도시다. 이름 모를 들판을 1시간 정도 가로질러 가야 앙제, 낭트, 라로슈쉬르용 등으로 갈 수 있다.   
 
겉모습만 보면 낙후된 지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작은 도시가 스위스나 독일 국민조차 부러워할 만한 경제 수치를 기록한다는 게 놀라운 반전이다. 레제르비에는 프랑스에서 가장 낮은 실업률(4.6%)을 자랑한다. 민간부문 일자리는 1만3천 개로, 41%가 제조업에 속한다. 프랑스 전체 일자리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13.9%)과 큰 차이를 보인다. 
 
레제르비에는 지역 경제를 이끄는 확실한 동력이 있다. 종업원 1100명의 호화 요트 건조회사 장노, 종업원 1200명의 알루미늄 창문 제조사 케이라인이 대표적이다. 플레리미숑처럼 종업원이 3천 명 넘는 기업도 있다. 더욱 인상적인 점은 레제르비에와 그 주변에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소기업이 몰려 있다는 것이다. 레제르비에에 종업원 10명 이상인 지역 기업들로 구성된 기업연합회의 회원사는 130개가 넘는다. 
 
돋보이는 사회 통합
에리크 그리뇽 레제르비에 기업연합회장은 물류 기업 르로이의 레제르비에 지사장으로 직원 70명을 두었다. 그는 이런 지역 경제 환경을 두고 나름대로 이유를 찾았다. “나는 외부에서 온 사람이다. 처음 이곳에 왔을 때 가장 놀란 것은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노동의 가치였다. 직원들은 누구나 모두 열심히 일하며 매우 건설적이다. 경영진은 직원 의견을 존중하며 직원들은 회사에 진실한 애착을 갖고 있다. 노사관계는 그야말로 평화롭고 안정적이다.” 베로니크 베스 레제르비에 시장에 따르면, 기업가 대부분이 지역 출신이어서 사장과 직원이 같은 학교 출신이거나 지역 생활에 어떤 식으로든 함께 참여하는 경우가 흔하다.
 
실제 레제르비에는 300개가 넘는 동호회를 자랑한다. 상당수는 스포츠 동호회다. 2018년 5월 한 동호회는 프랑스컵 축구에서 결승까지 진출해 프로팀인 파리 생제르맹과 우승을 다투기도 해, 레제르비에 주민들은 강한 자부심을 느꼈다. 레제르비에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유명한 역사 테마파크 퓌뒤푸도 주민들의 자랑거리다. 해마다 4천 명이 퓌뒤푸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시네세니’(18세기 프랑스혁명 기간에 벌어진 방데 학살을 주제로 한 집단 공연 -편집자) 공연을 처음 기획해 퓌뒤푸를 탄생시킨 정치인 필리프 드빌리에처럼 지역 정치인들의 적극적 노력이 레제르비에의 경제적 성공을 설명하는 데 자주 나온다. 특히 도로 등 교통망 확충에 이들의 기여가 컸다. 레제르비에는 고속도로가 통과하는 지점이며 현재는 광 통신망이 건설되고 있다. 그러나 교통망 덕분이든 아니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방데에서는 이웃을 일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기자를 맞으며 편하게 이야기하던 올해 31살 파비앙 모로도 사회생활 초기에 동네 사장님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파비앙이 약 3년 전에 설립한 코지카라는 인테리어업체는 현재 종업원 27명의 회사로 성장했다. “난 뭔가 필요할 때 비교 견적서를 뽑지 않는다. 설령 초과 비용이 들더라도 일단 내 이웃부터 일하게 한다. 여기서는 서로를 믿고, 나쁜 일로 놀랄 것이 없기 때문이다.”
 
   
▲ 스포츠 동호회 활동이 활발한 레제르비에의 축구팀이 프랑스컵 축구 결승전에서 프로팀인 파리 생제르맹과 경기하고 있다. REUTERS
기업가 DNA
기업들의 튼실함은 견고한 자본 소유구조에 기반한다. 레제르비에의 기업들은 여전히 가족회사에 가깝다. 이들의 성공 이야기는 자주 비슷한 시나리오로 회자됐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한때 농부였던 창업주가 수공업 장인이 되어 공방을 차리고, 공방은 자식 대에서 작은 제조업체로 변신하고, 다시 손자 대에서 대형 공장으로 성장하는 이야기 말이다. 여기서는 사주가 회사를 매각하지 않는다. 기업은 점점 성장하고 고용은 늘어난다. 
 
요안 아리베(41)는 종업원 150명의 베란다와 외부 마감재 전문업체 알뤼의 사장이다. 아리베는 이 지역의 다른 기업들처럼 신형 설비로 가득 찬 공장에서 완전 자동화된 생산라인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건물을 지을 때부터 이 기계를 들여올 생각으로 공간을 넓게 확보했다. 회사가 안정적이니 설비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지을 새 공장도 2022년이 아닌 2030년 예상 매출액을 기준으로 그 규모를 결정할 것이다.” 
 
세대가 바뀌어도 기업가 디엔에이(DNA)는 변하지 않는다. 파비앙 모로에 따르면, 레제르비에는 일종의 작은 실리콘밸리다. 이 지역 기업들이 성공하는 것을 보며 ‘나라고 안 될 이유가 있을까?’라는 생각에 자극을 받는 것이다. “나는 중국의 저렴한 생산비에 밀려 섬유·신발·가구 공장이 문 닫는 것을 경험한 세대다. 우리는 제품부터 생산 과정, 마케팅까지 모든 것을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회사는 잘 돌아가고 있다. 직원들을 믿기 때문이다. 실제 직원들은 새로운 것을 많이 만들어낸다.” 아리베의 설명이다. 
 
혁신은 때로 예기치 못한 곳에 숨어 있기도 한다. 세바스티앙과 올리비에 로이에 형제는 처음엔 부모로부터 달팽이 양식장을 물려받았다. 그들은 이 지역 레스토랑 150곳에 달팽이 재료를 납품할 수도 있었다. “그것도 나쁘진 않았어요. 하지만 곧 지루해졌죠. 일하는 중에 갑자기 우리는 손을 다쳐도 상처가 매우 빨리 아문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 순간 달팽이 양식업을 접었어요.” 이렇게 탄생한 로이에 형제의 달팽이 점액 화장품은 큰 성공을 거뒀다. 이제 이 제품은 프랑스 전역의 점포 800곳에서 판매되고, 11개국으로 수출된다.
 
성공은 또 다른 성공을 부르고, 레제르비에에 투자하는 것은 점점 더 쉬워졌다. 아리베는 스페인에 본사를 둔 협력업체가 이곳에 진출해 아리베의 회사와 몇㎞ 정도 떨어져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공급업체들도 이곳에 있다. 이것이야말로 1950년대 경제학자 프랑수아 페루가 발견한 ‘전방연쇄효과’ 개념의 표본이다. 전방연쇄효과만이 아니라 후방연쇄효과 사례도 찾을 수 있다. 제조업 조립 부품을 생산하는 종업원 31명의 중소기업인 사쇼공업의 사장 위그 파스키에(40)는 “우리 회사는 원래 몽펠리에에 있었지만, 몽펠리에에서는 제조업을 잘 아는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며 “여기에는 제조업 분야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는 청년이 많아 제조업 문화에 익숙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이점은 자금조달이다. 파비앙 모로는 “난 티셔츠와 반바지 차림으로 은행에 가서 대출 상담을 받고 무리 없이 대출을 따낸다”며 재미있다는 듯 말했다. “은행이 우리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것은 지극히 논리적인 결과다. 설령 회사가 파산한다고 해도 며칠 만에 신축 건물 인수자가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 레제르비에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역사 테마파크 ‘퓌뒤푸’의 공연 포스터. 퓌뒤푸 홈페이지 갈무리
성공의 대가
2018년 6월 레제르비에를 방문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이름을 붙였듯이 ‘이 훌륭한 모범 사례인 작은 도시’도 한계는 있다. 첫 번째 한계는 채용의 어려움이다. 고용사무소장 술라르는 레제르비에에서는 사장이 직원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직원이 사장을 선택한다고 말한다. 지난 3월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의원, 기업연합회, 공공기관이 합동으로 일자리 박람회를 열었다. 당시 박람회에는 1천여 개의 일자리가 소개됐고, 이 중 200개가 주인을 찾았다. 술라르는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 특정 경력자를 원하는 기업의 채용 해법이 항상 동일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완전고용에 가까운 낮은 실업률에도 레제르비에 고용사무소에는 6천 명 넘는 사람이 등록돼 있다. 그 절반은 이미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그렇다면 필요한 인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의 요구가 지나치게 많은 것일까? 술라르는 구직자와 고용주에게 같은 말을 해준다. “이상적인 계획을 가진 것은 좋지만 현실에 적응할 준비도 돼 있어야 한다.” 명품 회사의 납품업체인 종업원 48명의 시크앤드스타일은 이 지역에서 섬유업이 한때 융성했음에도 섬유를 다룰 직원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 장 프랑수아 지로 사장은 고용사무소·교육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우리는 400시간 동안 여성 12명을 교육했고 그 가운데 7명을 계약직으로 고용했다. 현재 아무런 문제도 없다.” 교육을 이수한 여성의 경력은 제빵사, 비서 등 다양했다. 
 
레제르비에 모델의 또 다른 한계는 저임금이다. 레제르비에에서 생활하는 데 드는 비용은 많지 않다. 대부분 주택을 보유했고, 주요 기업들에는 지분 분배와 인센티브 지급 장치가 있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시간당 임금이 11.8유로(약 1만5천원)로 프랑스 평균인 14.6유로보다 낮다. 비록 노사관계가 평화로워도 노사분쟁은 존재한다. 지역 의원들과 경영진은 1999년 파리 본사에서 좌천시키려던 사장을 지키기 위해 파업을 했던 고티에가구 직원 600명의 이야기를 자주 한다. 하지만 이 직원들이 지난해에도 임금 상승을 위한 파업을 벌였다는 사실은 기억하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고용주의 선의는 때로 간섭의 형태로 나타난다. 직원 의견이 존중되고 경청되더라도 위계질서가 수평적인 것은 아니다. 그리뇽 기업연합회장은 참여적인 경영 방식을 적용하는 대기업 애틀랜틱의 사례를 연구하고 있다. 아리베는 “그런 방향으로 경영 방식을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산업활동으로 완전고용이 실현된 다음에는 공동관리도 가능해질까? 물론이다. 레제르비에의 미래는 독일과 유사할 것이다.  
 
* 2018년 11월호 종이잡지 80쪽에 실렸습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8년 10월호(제383호)
Au pays du plein-emploi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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