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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경기·환율 삼각파도 거래 건수·가격 하락세 뚜렷
[Focus] 한풀 꺾인 홍콩 부동산- ① 현황
[103호] 2018년 11월 01일 (목) 류옌페이 economyinsight@hani.co.kr

류옌페이 劉雁菲 <차이신주간> 기자

   
▲ 홍콩 콰이칭 화물부두 너머로 보이는 초고층 아파트들. 홍콩에서 480만홍콩달러(약 7억원) 이하의 집은 찾아보기 힘들다. REUTERS
홍콩의 부동산중개인 천웨(48)는 2018년 8월 내내 마음이 초초했다. 한 달 평균 200건이 넘던 지점의 매매계약이 이달에는 60건에 그쳤기 때문이다. 부동산 가격 평가 등을 하는 차향물업고가서(差銄物業估價署·RVD)의 개인주택 매매가격 지수는 28개월 연속 올라 최고치를 잇따라 갈아치웠다. 최근 이런 상승세가 꺾이는 변곡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부동산중개업체 지역책임자는 “그동안 매물이 한 채 나오면 매수자가 몰려 가격을 끌어올렸다”며 “하지만 곧 침체기에 진입할 것 같다”고 말했다. 중개업체 거래 기록을 보면, 8월부터 중고주택 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CLSA증권은 홍콩 부동산 관련 주식의 평가 의견을 ‘비중 축소’로 조정하고, 앞으로 1년 동안 집값이 15%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15년 만의 최대 역풍
CLSA증권이 발표한 홍콩 부동산 관련 보고서 제목은 ‘15년 만의 최대 역풍’이다. 보고서는 홍콩 집값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 금리, 경제성장률, 위안화 환율을 꼽았다. 최근 이 세 요인이 모두 최악이어서 홍콩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년간 1% 미만이던 하이보(홍콩 은행 간 금리)가 2%에 근접했다. 홍콩항셍지수가 연초보다 약 17% 하락하는 등 전반적으로 경기가 나빠졌고, 위안화 환율은 9% 정도 절하됐다. 보고서는 “올해에도 홍콩 집값이 14% 올랐는데 이런 상승세가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며 “최근 신규 분양주택과 중고주택 매매 건수와 가격 동향을 보면 홍콩 부동산시장에 불었던 열기가 식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여러 차례 판매왕 자리에 올랐던 천웨가 근무하는 부동산중개소에서만 거래 건수가 급감한 것은 아니다. 7월~8월 홍콩의 부동산 거래는 전달 대비 두 자릿수 하락폭을 기록했다. 미드랜드리얼티(美聯物業) 부동산데이터연구센터에 따르면, 신규 주택 거래는 7월 1760건(전월보다 317건 줄어듦), 8월 1497건(-263)을 기록했다. 중고주택 거래는 하락세가 더 뚜렷해 7월 4486건(-337), 8월  3437건(-1049)에 그쳤다. 
 
중고 개인주택 가격을 반영하는 센타시티선행지수(中原城市領先指數)는 4월에 최고치를 기록한 뒤 하락세로 돌아섰고, 최근에도 3주 연속 하락했다. 부동산중개업체 거래 기록을 보면, 중고주택 매도자들이 3~10% 가격을 낮추기 시작했다. 리카코프 프로퍼티스(利嘉閣地產代理有限公司)에 따르면, 8월 중고주택 거래액은 전월 대비 26% 줄어든 267억7700만홍콩달러로 3개월 연속 줄었다. 건당 평균 신고액은 870만7800홍콩달러(약 12억6천만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7월보다 3% 줄었다.
 
8월에도 여러 부동산개발업체가 신축 단지를 분양했지만 가격을 낮추거나 조금 올리는 데 그쳤다. 순훙카이(新鴻基地産)는 서주룽 지역의 ‘컬리넌웨스트2’ 199가구를 제곱피트당 2만3900홍콩달러(평당 약 1억2천만원)에 분양했다고 밝혔다. 2017년 12월보다 9.4% 떨어진 가격이다. 레이팅 순훙카이 총경리는 ‘타임머신 가격’이라며, 가격을 내린 이유에 대해선 입을 닫았다. 9월 추가 분양을 시작한 이 아파트는 분양가를 약간 올렸지만, 2017년 12월 수준을 넘지 않았다.
 
8월 시노부동산(信和置業)이 분양한 주룽 시내 매디슨파크의 분양가는 제곱피트당 1만9800홍콩달러였다. 6개월 만에 도심 지역 분양가격이 제곱피트당 2만홍콩달러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같은 지역에서 헨더슨부동산개발이 6월 초에 분양한 시터스스퀘어마일 분양가는 제곱피트당 2만3900홍콩달러로 매디슨파크보다 20.7% 높았다. 8월31일 발표된 7월분 개인주택 매매가격 지수는 28개월 연속 올라 역대 최고를 기록했지만 상승폭은 0.82%로 줄었다. 6월과 5월에는 상승폭이 각각 1.85%, 1.64%였다.
 
   
▲ 홍콩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2018년 8월 홍콩의 부동산 매매계약은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REUTERS
계약 포기도 늘어
매수자가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늘었다. 순훙카이가 위안랑 지역에서 개발한 파크요호밀라노는 8월부터 지금까지 6건 계약이 포기돼, 개발사가 200만홍콩달러가 넘는 계약금을 회수했다. 계약 포기란 매수자가 개발사나 매도자와 임시매매계약을 한 뒤 거래를 취소하는 것을 말한다. 부동산중개업체 관계자는 “중고주택 매수자가 계약을 포기하면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매도자와 중개업체에 1%씩 수수료를 줘야 해 손실이 매매가의 5~7%에 이른다”고 말했다. 
 
신규 분양주택 계약을 포기하면 개발사에 준 5~10%의 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한다. 구체적인 금액은 매매계약 약정에 따라 달라진다. 또 해당 주택 가격을 낮춰 매도하면, 개발사나 매도자는 매수자에게 손실 보전을 청구할 권리가 있다. 천웨는 “분양가를 낮추자 수요자들이 사태를 관망하고 있다”며 “계약금으로 집값의 5%를 내야 하지만 집값이 10% 떨어졌을 땐 대부분 계약을 포기한다”고 말했다.
 
부샤오밍 미드랜드리얼티 주택사업부 사장이 상황을 설명했다. “8월에 계약 포기 사례가 일부 있었지만 신규 분양은 3~5건, 중고주택 매매는 2~3건에 불과했다. 대규모 포기 사태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대출기관과 은행에서 위기상황 등을 분석한 뒤 대출을 허가하지 않았거나 매수자가 대출금 외에 초기에 내야 하는 자기부담금을 마련하지 못한 게 계약 포기의 주된 원인이다.”
 
홍콩 집값 상승세가 변곡점에 이른 것은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이 6월 발표한 부동산정책과 관련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과 분석가들은 말한다. 그는 6월29일 6개 조항의 부동산정책을 발표했다. 그 가운데 공실 기간이 1년 중 6개월이 넘는 신규 분양 개인주택에 공실세를 부과하고, 부동산개발사가 한 번에 전체 물량의 20% 이상 분양하도록 규정한 조항의 파장이 컸다. 공실세는 ‘추가 과세’ 형식으로, 주택 임대료의 2배를 징수한다. 이 정책은 이르면 10월에 열리는 입법회에서 통과된 뒤 시행되겠지만 이미 개발사의 분양 계획에 영향을 미쳤다.
 
장기간 홍콩 부동산에 투자해온 투자자는 순훙카이가 컬리넌웨스트2 가격을 낮춰 분양한 것은 정부가 공실세 도입을 발표했기 때문이라며, 집값 상승을 겨냥해 분양하지 않은 채 보유하던 물량을 털어내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가격을 낮춰 추첨제로 분양하면 시민 관심을 유도해 분양에 성공하고 다음 분양 때 가격을 높일 수 있다. 부샤오밍 사장은 “중-미 무역전쟁 영향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금리 인상과 새로운 부동산 규제가 이어지면 매수 대기자의 관망세가 뚜렷해질 것”이라며 “급매로 내놓은 매도자는 가격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롤러코스터 탄 집값
대학 졸업 뒤 홍콩에 남아 취업한 젊은이를 말하는 ‘강퍄오’(港漂)인 리퉁은 직장생활 7년 만에 홍콩 영주권을 받아 최고 30% 인지세를 절약할 수 있게 됐다. 그는 종잣돈 150만홍콩달러를 기반으로 내 집 마련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지난 두 달간 부동산중개업체와 상의한 끝에 리퉁은 꿈을 미뤘다. 
 
리퉁의 현재 월급은 3만홍콩달러(약 430만원)다. 홍콩금융관리국의 P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와 은행의 위기상황 분석에 따라 일반 주택구입자금 대출금리 2.15%를 적용하면 최대 330만홍콩달러를 대출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하지만 홍콩에서 480만홍콩달러(약 7억원)짜리 집을 찾기는 힘들었다. 최근 분양가격이 내리자 부동산중개업체는 리퉁에게 매수를 계속 권유했다. 그는 “새집을 분양받으면 2년 뒤 입주가 가능한데 분양대금을 내면서 월세도 내야 해 부담이 너무 크다”고 말했다. 
 
지난 20년 동안 홍콩 부동산시장은 여러 차례 조정을 거쳤지만 이번 집값 상승세는 10년 가깝게 이어졌다. 1997년 10월 아시아 금융위기가 터지자 홍콩 주식시장과 부동산시장이 동반 하락했고, 하락세가 6년 동안 계속됐다. 2003년 중증급성호홉기증후군(사스)이 유행하면서 부동산시장은 바닥까지 내려가 집값이 60% 넘게 떨어졌다. 2003년 8월부터 상승기에 들어갔지만 2004년 미국 금리 인상에 영향 받은 홍콩 은행들의 금리 인상으로 2005년 하반기부터 집값은 또 7% 정도 하락했다.
 
2008년 금융위기로 홍콩 증시와 부동산은 다시 한번 타격을 받았다. 홍콩항셍지수의 연중 하락폭이 60%를 넘겼다. 집값은 7개월 만에 17% 이상 떨어져 2008년 12월에는 바닥까지 내려갔다. 이때 거액의 자금이 홍콩으로 몰려왔다. 홍콩금융관리국은 지난 10년간 최소 1조홍콩달러(약 144조원)가 유입됐다고 밝혔다. 유입된 자금은 주가를 올리고 부동산시장의 상승세를 견인했다. 그러자 2012년 10월에는 부동산 과열을 식히기 위해 홍콩특별행정구 정부가 ‘추가 인지세’와 ‘매수자 인지세’를 신설했다. 홍콩 영주권이 없는 사람이 주택을 살 때는 15%의 매수자 인지세를 내야 한다. 산 지 3년이 지나지 않아 집을 파는 사람은 10~20%의 추가 인지세를 물도록 했다.
 
그래도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자 2015년 금융관리국은 700만홍콩달러 이하 소형 주택의 대출비율을 60% 이하로 제한했다. 당시 위안화가 절하되고 항셍지수가 7% 이상 떨어진 뒤 부동산시장은 조정기에 들어갔다. 2015년 9월~2016년 3월 하락폭이 11.34%를 기록했다. 이후 집값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해 11월 매수 인지세를 30%로 올렸지만 효과가 별로 없었다. 2018년 7월까지 홍콩 집값은 28개월 연속 올랐고, 상승폭은 44.99%에 이르렀다.
 
   
▲ 홍콩 주민들이 청쿵그룹이 짓는 오션 프라이드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REUTERS
낙관론 여전 
부샤오밍 사장은 “최근 고조되는 무역전쟁 여파는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주가 급락과 다르다”고 했다. 그때는 두 달 사이 신규 분양주택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가 20~30건에 이르는 등 지금보다 상황이 나빴다고 회상했다. 그는 여전히 홍콩 부동산시장을 낙관했다. “지금은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뒤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이다. 매수 대기자들이 중-미 무역전쟁이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관망하는 상태지만 집값이 꺾일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
 
BNP파리바그룹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동산금융연구부의 리웨이례는 주식시장이 하락세일 때 집값도 따라간다고 했다. “6~12개월 사이 5~10% 조정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다. 홍콩의 주식과 부동산은 긴밀하게 연계돼, 주식시장이 저조해 투자자가 손해를 보면 부동산을 팔아 손실을 보전한다.” 
 
리웨이례에 따르면, 주식시장 침체는 거시경제 불황을 반영한다. 부동산 매수자가 관망세로 돌아서면 개발사나 매도자가 5~10% 가격을 낮춰 매매를 유도한다. 가격을 내리면 매수자도 태도를 바꿔 괜찮은 기회가 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최근 부동산시장 반응은 일종의 ‘가짜 하락’으로 볼 수 있다. 단기 조정이 주기 전환을 의미하진 않는다. 최근의 상황이 2015년과 비슷해서 관망하는 매수자들이 실수요자이기 때문에 6~10개월 뒤 이들이 시장에 진입해 수요가 폭발하면 집값은 다시 상승할 것이다. 홍콩 부동산시장에선 끊임없이 수요가 발생한다.  
 
* 2018년 11월호 종이잡지 86쪽에 실렸습니다.

ⓒ 財新週刊 2018년 제36호 
香港樓市迎來最強逆風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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